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20화 (119/222)

120화

영민은 동현이 자신을 보는 이유를 알고 있기에 바로 대문을 두드렸다.

탕탕탕!

나무로 만들어졌는데도 문을 두드리자 마치 쇠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만큼 문이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었다.

동현은 그런 문소리를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문을 이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 정도라면 나머지도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구십니까?”

“예, 전에 계약 때문에 왔던 사람입니다.”

영민의 대답에 문이 열렸다.

아마도 영민이 집 문제 때문에 자주 출입해서 목소리만 듣고도 아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며 보인 얼굴은 오십 대 정도의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왔었는데 기억하시겠지요?”

“어서 오세요.”

남자는 영민을 보고는 아는 척을 해주었다.

영민과 동현은 수호대를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대는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대기하기로 했다.

동현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집을 구경하였는데 아주 잘 지어진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상당히 공을 들여 지으신 것 같습니다.”

“예, 저희 아버님이 직접 지으신 집인데 원래 하시는 일이 목수라 직접 사실 집이라 그런지 다른 집보다 시간이 더 걸려 지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주인은 집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동현은 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그렇고 주인의 말을 들으니 충분히 공감이 가서였다.

동현과 영민은 주인의 안내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동현은 시간을 두고 집을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기에 바로 계약할 생각을 했다.

자신이 직접 보았고 이 정도라면 충분히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집을 보니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라 바로 계약을 했으면 하는데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동현의 말에 주인은 생각했던 금액이 있는지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는 이 집과 뒤에 있는 야산을 모두 처분하였으면 합니다. 대지도 크지만 뒤에 있는 임야가 커서 한꺼번에 처분을 하지 못해 그동안 팔지 못했는데, 마침 한 번에 구매를 하신다고 하니 저도 적당한 금액을 제시하겠습니다. 모두 합해서 이십억이면 어떠십니까?”

남양주에 있는 땅값이 비록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이십억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등기부를 확인한 것으로는 그 정도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동현은 영민이 가지고 온 등기부 등본을 보았기에 지금 남자가 원하는 금액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동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등기부 등본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제가 부른 금액은 지금의 시세보다는 낮은 금액인데 과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남자의 말에 동현은 무언가 오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등기분 등본을 보여주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등기부를 한번 보시지요.”

동현이 주는 서류를 받은 남자는 등기부를 보았다.

잠시 서류를 보던 남자는 동현이 준 서류를 모두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여기 있는 서류는 일부분만 나와있는 것이네요.”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뒤에 있는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서 동현에게 보여주었다.

동현은 그런 남자의 태도에 영민을 보았다.

영민은 자신을 보는 동현의 시선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알아보고 등기부를 준비하였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조금 달라서였다.

동현은 남자가 주는 서류를 보고는 집의 주변에 있는 땅도 모두 주인이 소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의 주변도 마음에 들었기에 처음 볼 때 모두 구매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들어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여기 서류에 있는 지역이라면 그 금액에 모두 구매를 하겠습니다. 저도 집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곳이니 말입니다.”

“허허허, 그렇다면 시간을 끌 필요가 없군요. 바로 계약을 하지요.”

남자는 무언가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일을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동현은 남자가 진짜 주인이 맞는지 아직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남자가 계약을 하자고 하자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러면 금액이 크니 변호사를 불러 계약과 잔금을 한 번에 지불하겠습니다. 그래야 피차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남자는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하세요. 저도 빨리 처분을 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남자의 대답에 동현은 영민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영민이는 바로 전에 가게에 왔던 변호사에게 연락을 드려서 여기로 오시라고 해라.”

“예, 형님.”

영민은 지은 죄가 있어 바로 대답을 하고는 빠르게 나갔다.

동현은 남자의 표정을 보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는 변호사가 오기 전에 잠시 집을 구경하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오늘은 아무도 없으니 방을 구경하셔도 됩니다.”

남자의 허락에 동현은 방을 나가 집을 구경하게 되었다.

한옥이라 그런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좋은 집이었다. 동현은 구경을 하는 동안도 아주 흡족한 기분이 되었다.

집이 크고 방도 많아 수호대가 지내기에는 충분했고 나중에 다른 인원들이 와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흠, 이 정도라면 다른 가문에 비해서 작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마음에 드는구나. 서울까지 가는 시간도 적당하고 말이야.’

동현은 수호대가 서울에서 일을 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집을 구한 것이라 남양주에 있는 이 집이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한옥의 뒤로 가니 작은 별채같이 만들어진 곳이 있어 저기는 따로 자신이 사용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주 조용하고 다른 곳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자신이 사용하기에는 아주 적당해 보여서였다.

“흠, 여기는 내가 사용을 해야겠다. 위치도 좋고 나중에 미연이랑 함께 있기도 좋아 보이는 곳이네.”

동현은 별관처럼 만들어진 곳이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계약을 하기 위해 영민은 최대한 빠르게 변호사를 불렀다.

동현이 보기에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이 조금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한옥을 구입하면서 동현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였다. 주인이 하루라도 빨리 잔금을 치러주기를 바랐고 동현도 원하는 바라 빠르게 일이 진행이 되었다.

변호사는 동현이 계약을 하는 것에 걸리는 부분이 없도록 해주었고 바로 주인에게 잔금을 주고 명의를 이전할 수가 있었다.

동현이 주인에게 잔금을 주니 주인도 아주 흡족한 얼굴을 하며 바로 집을 비워 주겠다고 했다.

“삼 일 후에는 집을 비워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삼 일이 지나고 오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주인은 아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동현에게 인사를 하였고 동현도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는 서울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이제 청룡문의 터전을 마련하였으니 새로운 인물들을 모아야 하는 일이 남아있지만 새 식구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 동현이었다.

아직은 수호대만 해도 솔직히 많은 인원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동현과 일행은 기분 좋게 서울로 다시 향했다.

이제 천룡문에 필요한 터전을 마련하였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서울에 도착한 동현은 가장 먼저 미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동현이 생각하기로는 오랜 시간을 만나지 못한 듯했다.

가게에 도착을 하자 동현은 미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사무실의 문을 열자 안에서 미연이 무언가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미연은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문이 열리는 것도 몰랐고 동현은 그런 미연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미연아, 나 왔어.”

동현이 미연을 보며 말을 하자 미연은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동현을 보았다.

미연은 고개를 돌려 동현을 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였다.

“오빠! 언제 오신 거예요?”

“금방 왔어.”

“오실 거면 미리 전화라도 주시지. 집에서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는데.”

“어머니가?”

“예, 희연이 문제로 삼촌도 오빠를 만나려고 하고 계세요.”

동현은 미연이 하는 말에 무슨 일인지를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미연의 동생인 희연이를 구해준 게 고마워서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동생은 건강하지?”

“예, 이제는 건강도 찾았어요.”

미연이는 희연이가 이제는 건강을 찾아 다시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고 말해 주었다.

동현은 미연이 자신에게 고마운 눈빛을 하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항상 저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동현이었다.

언제나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만들고 싶은 것이 동현의 마음이었다.

“다행이다. 오늘 저녁에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뵙자.”

“네, 알았어요.”

미연의 대답에 동현은 지금 미연이 상당히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연이는 동현이 동생인 희연이를 찾아서 집으로 보냈다는 것에 사실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동현에게 부탁을 하기만 하면 못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부탁을 하기가 미안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무엇을 부탁해도 동현이 모두 해결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연에게는 동현이 그런 존재로 인식이 되었기에 그런 동현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이 항상 미연을 즐겁게 했다.

동현은 미연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미연을 항상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미연의 집에 가면 확실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날짜를 잡으려고 했다.

‘오늘은 가서 아예 예식장을 예약하자고 해야겠다.’

동현의 계획은 원래 결혼을 하기 전에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계획이 바뀌어 여행을 미연과 함께 하고자 했다.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둘이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은 이번에 혼자 부산에 가서 일을 하면서 미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을 바꾼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현이 집에 온다는 소식을 미연이 전화로 집에 미리 알렸기에 지금 미연의 집에서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선 희연에게 집으로 오라는 전화를 가장 먼저 하였고 그다음에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보느라 매우 분주해졌다.

희연의 아버지도 동현이 온다는 소식에 희연과 함께 빠르게 미연의 집으로 향했다.

희연의 아버지는 그동안 누나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좋은 집에 살고 있고, 미연과 결혼할 동현이 항상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을 주어 눈으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가정이 되었기에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빠, 형부가 집에 오면 고맙다고 인사해야겠지요?”

“그래, 당연히 인사를 해야지. 너의 형부가 아니었으면 너를 구하지도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희연은 아버지의 말에 그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처음에 희연은 동현이 형부가 아닌 자신만의 왕자이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그런 희연의 바람과는 다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기에 지금은 동현을 형부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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