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동현이 다시 다가가니 남자는 뒤로 물러섰다. 동현이 갑자기 빠르게 사라지면서 남자의 옆에 나타나자 남자는 기겁을 하며 놀라고 말았다.
“헉! 어떻게?”
남자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고대의 수법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혈도를 짚으면 몸이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비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였다.
동현은 남자의 혈도를 짚어 움직이지 못하고 하고는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묻지. 이유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지?”
동현의 말에 남자는 그냥 눈을 감고 말았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동현은 남자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손가락으로 남자의 몸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꾹꾹 찌르는 것 같지만 이는 내공을 이용하여 상대의 혈도를 짚는 것이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방법이었다.
물론 동현에게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말이다.
남자는 갑자기 동현이 찌르는 곳에서 고통이 서서히 밀려오자 놀란 눈빛을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고대의 수법 중에 이런 수법이 있어서였다.
물론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견디기 힘든 수법이라고만 전해졌다.
남자는 점점 강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이마에 흐르는 땀이 남자의 고통을 말해 주었다.
몸은 움직이지 못하면서 고통은 점점 심해지자 남자는 정신이 없었다.
동현은 그런 남자를 보며 한마디를 해주었다.
“그 고통은 점점 강해지면서 나중에는 모든 혈맥을 뒤틀어 버리는 방법이라 아마도 다시는 무인이라고 할 수가 없게 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고통에 견디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고 내가 장담하지.”
동현의 말에 남자는 눈이 커지고 말았다.
고통보다는 이제 다시는무인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남자에게는 더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자는 충격에 지고 말았는지 입이 열렸다.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것이오?”
남자는 떨리지 않게 말을 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이미 심하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에 동현은 바로 남자를 고통에서 해방해 주었다.
“그냥 알고 있는 사실만 말해.”
동현은 지금 남자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정도의 참을성이라면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남자는 동현의 눈을 보고는 결국 모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자아이들을 납치한 이유는 바로 중국의 고위 관리들 때문이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더 선호하고 그중에서도 한국의 여자들을 가장 좋아해서 납치한 것이오.”
“그러면 중국의 다른 무인들이 약을 만들기 위해 와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현의 질문에 남자는 놀란 얼굴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이 문제는 이들이 온 이유 중에 가장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동현이 모든 사실을 알고 물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소. 우리가 약을 제조하는 중국인들을 찾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제조하려는 약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기 때문이오. 중국에서는 이들이 사용하는 약 때문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있소. 그래서 약을 만드는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약을 만드는 장소는 우리도 찾지 못했소. 다만 그들이 지금도 한국에서 약을 가지고 중국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것이오.”
동현은 이들이 약을 가지고 중국으로 가는 놈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들도 약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약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하는 질문으로 완성된 약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만 말해 주었으면 좋겠군.”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약을 이용하여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들었소.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요.”
동현은 놈들의 말에 더 이상 질문을 해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 이제 그대들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동현은 상대가 협조를 하자 인간적으로 나이에 맞는 대우를 해주었다.
남자는 동현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이미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 충분한 보상을 하면 우리를 풀어주시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니 말이오.”
“충분한 보상이라? 얼마나 주는지도 모르고 충분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소?”
“한국 돈으로 이십억을 주겠소. 그 정도면 한국에서는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오.”
남자는 이십억이라면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현의 입장에서 이십억은 솔직히 그리 많은 돈이 아니었다.
“지금 나하고 장난하고 싶은 거요? 이십억 가지고 무엇을 하라는 말이오?”
동현의 말에 남자는 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동현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상대는 그만큼 이번 일을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었고 그만한 보상을 달라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해줄 수가 있는 한계 자금이 이십억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줄 수가 없었다. 결국 남자는 동현을 보며 사정을 했다.
수하들을 살리고 싶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금이 바로 이십억이오.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으니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 사정을 봐주었으면 좋겠소.”
동현도 남자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현은 지금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들이 약과 관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진짜로 약을 원하는 놈들과는 또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정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알겠소. 그대가 그렇게 말을 하니 그 정도로 해결을 합시다.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이행해 주기 바라오.”
동현이 하는 말은 바로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에 절대 오지 말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었다.
남자는 동현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제는 한국에 절대 오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중국의 무인들에게 한국에 이렇게 강한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아마도 동현을 찾아오려는 인물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자신이 보기에는 그들도 제대로 걸어서 한국을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동현이 잠깐 동안 이십억이라는 돈을 챙기고 돌아가자고 하니 대성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그런 동현을 보고 물었다.
“문주님, 한국의 무인들이 중국인 때문에 지금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그냥 보내버리면 어찌합니까?”
“이놈들 말고 다른 놈들을 잡으면 되지. 진짜는 그놈들이 문제야.”
동현의 대답에 대성은 조금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대성이 이해하지 못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도 대성이 머리가 좋아 금방 이해를 했다.
가네마는 그런 대성을 보고 조금은 안타까운 눈빛을 했다.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온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직까지 대성이 수련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 저러지, 조만간에 동현에게 직접 수련을 받고 나서는 절대 저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전 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중국인들은 동현이 떠나고 바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떠나고 싶어서였다.
***
동현은 일단 부산으로 갔다.
이유는 일부 중국인들이 일본인과 거래를 하였다고 해서였다.
동현은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이번에 부산에서 일본의 야쿠자 애들을 확실히 손보고 가려는 생각이었다.
가네마는 그런 동현의 생각을 읽고는 최대한 동현 모르게 일본으로 연락을 했다.
지금은 동현의 가신으로 있지만 자신도 일본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현이 손보기로 작정을 하면 부산에 남아있는 야쿠자들은 아마도 모두 병신이 되어 본국으로 가게 될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었기에 연락을 한 것이다.
가네마의 연락을 받은 닌자촌의 촌장은 최대한 빠르게 일본의 야쿠자들에게 연락을 해주었지만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자신은 사실 그동안의 친분 때문에 연락을 했는데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무시했다.
“빌어먹을 놈들이 사람 말을 믿지를 않으니 당해봐야 알지.”
촌장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야쿠자들이 이번에 아주 호되게 당하게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 무서움이 없는데 동현에게는 총이라는 것이 소용이 없는 물건이다.
촌장의 연락에도 부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가네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촌장님은 왜 연락을 하지 않는 거지?”
가네마는 촌장에게 연락이 없자 바로 다시 연락을 했고 촌장의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촌장의 말에 속으로 참 허탈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자네의 보고를 그대로 이야기해 주니 저들은 감히 조센징이 그런 짓을 하지 못한다고 대답을 하였네. 만약에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겠다면 바로 총을 사용하겠다는데 그 말에 나도 더 이상은 설득을 포기하고 말았네. 이제 저들은 직접 당해봐야 나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네.”
촌장의 대답이었다.
가네마는 그런 야쿠자들이 정말 불쌍해 보였다.
동현에게는 야쿠자 같은 놈들은 천 명이 있어도 처리할 수 있는 수호대가 있고 만약에 자신에게 야쿠자의 우두머리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자신은 그 지시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고민이 되는 가네마였다.
그렇다고 동현을 배신할 생각 따위는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세상 어디를 가도 동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가네마는 이미 느꼈다.
사실 동현이 아직 능력이 완전하지 않아 그렇지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인들의 위치 정도는 순식간에 찾아냈을 것이다.
“병신 같은 놈들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가네마는 야쿠자를 생각하며 마음이 조금은 불편해졌다.
같은 일본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가네마의 아버지도 야쿠자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 야쿠자에 대한 많은 추억이 있어 보호를 해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어서였다.
동현과 수호대는 부산에 도착하자 바로 야쿠자들이 있는 곳을 찾기 시작하였다.
수호대에는 이미 많은 건달들을 알고 지내는 놈들이 있어 그들이 직접 정보를 찾으니 금방 야쿠자들이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있었다.
부산에는 상당히 많은 야쿠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는 일본의 야쿠자 패거리들이 다른 지역보다는 부산의 건달들과 많은 친분이 있어서였다.
이들은 부산에 있는 건달들과는 자주 만나는 관계였다.
“문주님, 야쿠자들이 있는 곳을 찾기는 했는데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아 온 곳만 해도 세 군데였습니다.”
“아니, 한국에 야쿠자 새끼들만 몰려다닌다더냐? 무슨 놈들이 그렇게 많이 있냐?”
동현의 말에 수호대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야쿠자들이 많이 있는 이유를 어떻게 알고 대답을 하겠는가 말이다.
수호대들이 대답을 않자 동현은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다.
이놈들도 분명히 한국인인데 야쿠자들이 한국에 와있는 것에 기분 나빠하지를 않는 것 같아서였다.
“너희들 솔직히 이야기해 봐라. 너희들 조상이 일본인이지?”
동현의 뜬금없는 소리에 수호대의 대원들은 갑자기 동현이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눈을 굴렸다.
이럴 때는 상당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누구도 나서지 않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수호대원들은 근본적으로 운동을 하다가 수호대원들이 되었기 때문에 머리를 사용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아 동현의 말을 이해하는 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동현은 수호대원들이 눈동자를 굴리는 것을 보고 이놈들이 지금 잔머리를 쓰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한 번 고함을 쳤다.
“야! 이놈들이 눈동자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돌아가지 않는 대가리를 억지로 굴리지 말고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동현의 말에 수호대원의 눈빛이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가네마는 그런 수호대를 보며 아직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동현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는 감을 잡고 있는 가네마였기에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수호대는 그런 가네마의 생각과는 다르게 대답했다.
“솔직히 문주님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