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가네마가 올라오자 중국의 무인들은 날카로운 눈빛을 날렸다.
“도대체 웬 놈인데 여기를 공격하는 것이냐?”
이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가네마를 보며 이미 가네마의 실력이 상당하여 개인적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조심스럽게 합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는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인데 남의 나라에 와서 여자들을 납치하는 거냐?”
가네마는 동현을 닮아가는지 놈들의 말에 그대로 대꾸를 해주었다.
가네마의 질문에 중국의 무인들은 곤란하다는 얼굴을 했다.
여자들을 납치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신들은 그런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납치를 지시한 놈과 한패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가네마는 바로 무인들의 얼굴을 보고는 상황을 대강 파악했다.
여기에 있는 놈들은 무인이라기보다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 놈들이라고 들었는데 가네마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놈들은 권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자신들이 무인이라는 생각을 버리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무인의 자존심보다는 권력을 더 좋아한다는 정도의 차이라고 하면 맞는이야기일 것이다.
가운데 있는 조금 나이 든 남자가 가네마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실력을 보니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에게 오는 것이 어떤가?”
대략 오십 대 중반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남자의 말에 가네마는 얼굴이 차가워졌다.
“당신같이 능력도 없는 자가 나를 거두겠다고 했나? 어디 얼마나 능력이 되는지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거야.”
가네마는 진실로 화가 나서 하는 말이었다.
그동안 만난 무인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은 양보를 하며 상대하였지만 지금은 이들을 모두 죽이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가네마는 말함과 동시에 갑자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일곱의 무인들은 긴장하는 눈빛을 하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들은 암살자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무인들이라 다른 무인들과는 조금 다른 감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는 가네마가 사라지자 놀랍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다급하게 외쳤다.
“놈의 공격에 대비를 하라!”
“예, 대인!”
무인들은 바로 품에서 무기를 꺼내 철통같이 남자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가장 정면에 있는 남자가 강한 무인인지 유일하게 그 남자만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가네마는 우선은 그 남자부터 공격을 하려고 하였다.
쉬이익!
가네마의 공격에 남자는 바로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어딜!”
챙!
남자는 가네마의 공격을 소리로만 파악하여 바로 대응했다.
마치 장님이 눈이 아닌 소리로 위치를 찾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헛! 제법 감각이 있는 자들이구나. 그렇다면 나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해 주어야겠지.’
가네마는 동현에게 배운 무술을 이용하여 공격하려고 하였다.
동현에게 배운 무술은 은신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신을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으로 적의 이목을 속이며 적을 살상하는 그런 공격들이라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모든 무술을 이용하여 놈들을 공격하려고 하는 가네마였다.
쉬이익, 쉬익!
챙챙.
“커억!”
가네마의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빠름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기에 남자는 처음 공격은 방어를 했지만 두 번째 공격에는 당하고 말았다.
남자가 갑자기 쓰러지자 다른 무인들은 조금 놀랍다는 얼굴을 하며 더욱 긴장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네마는 그런 무인들을 보며 솔직히 가소롭다는 얼굴을 했다.
‘후후후, 이 정도의 실력으로 나를 막으려고 했다니 웃기는군그래.’
가네마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바로 다음 공격을 하려고 하였다.
그때 별장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동현이었다.
동현은 이미 일을 마치고 가네마가 조금 고생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온 것이다.
“어이, 가네마. 아직도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을 보니 상대가 제법 강한 모양이지?”
동현의 소리에 가네마는 얼굴이 절로 찌그러지고 말았다.
저 소리는 아직 더 수련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주군, 바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챠앗!”
가네마는 대답을 마치자 바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동현이 온 이상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솔직히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만약에 동현이 움직이면 여기에 있는 놈들은 아무도 대항하지 못하고 당하기 때문이다.
가네마의 공격에 여섯 명의 남자들은 빠르게 대항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시작된 공격은 이들이 막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쉬이익!
“크윽!”
“아악!”
“으윽!”
단번에 세 명의 남자에게 부상을 입힌 가네마는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쉬이익!
남자들은 이미 동료들이 당한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대한 피하려고 움직였다.
“크아악!”
하지만 두 명은 겨우 피했지만 나머지 한 명은 피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크게 부상을 입고 말았다.
부상을 입은 남자는 거의 팔이 잘리기 일보 직전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남자들은 부상을 입은 동료를 살펴주지도 못하고 가네마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으로 가네마의 위치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중국인 무인들이 대거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오십 대 남자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지 얼굴이 굳어지며 손을 허리로 가져갔다.
남자의 허리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벨트가 있었다. 남자가 벨트의 어딘가를 만지자 갑자기 날카로운 검으로 변하면서손에 들어왔다.
챠르르 챙!
남자는 주로 연검을 사용하는 검술을 익힌 모양인지 연검을 들고 가네마가 공격하려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챙.
가네마의 검이 처음으로 남자의 검에 막혔다.
가네마는 남자가 상당한 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했다.
자신도 내기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검술은 암살을 목적으로 하는 검술이라 상대의 정통 검술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내기도 자신과 비슷한 상대라 승리는 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동현은 그런 가네마를 보며 한심하다는 얼굴을 하고 말았다.
“겨우 가르쳐 주었더니 저런 사람도 상대를 하지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느냐. 앞으로 걱정이 된다, 가네마.”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아있는 두 명의 남자는 동현이 나서는 것을 보고는 바로 앞을 막기 위해 나섰다.
자신들이 막지 못하는 인물을 부리는 그런 상대라면 절대 자신들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하, 나를 막으려고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너희는 나의 상대가 아니니 조용히 물러서라. 다치기 전에 말이다.”
동현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앞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기회를 줬다.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남자가 정중하게 동현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동현도 이들의 말을 듣고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는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렇기는 하겠지. 자, 막아봐라.”
동현이 이들의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이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면서도 몸으로 익힌 것이 있는지 빠르게 주변을 살피려고 하였다.
퍽! 퍽!
“크윽!”
“으윽!”
그러나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한 사람이 바로 동현이었기에 이들은 동현의 일수를 막지 못한 채 바로 쓰러지고 말았다.
남아있던 수하들이 모두 쓰러지자 남자는 가네마의 위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동현을 놀란 얼굴로 보게 되었다.
“그… 그대는 누구시오?”
“후후후, 생각보다는 보는 눈이 있는 자구나. 나는 한국 천룡문의 문주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지 그대가 나이가 있지만 이번 일을 주도하였으니 대접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나는 그대에게 궁금함을 풀어야 하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남자는 약간 두려운 눈빛을 하면서도 기분이 상했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한국에 천룡문이라는 문파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도 못했다. 감히 한 문파를 지칭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죄인지를 아는가?”
남자는 그래도 문파를 지칭하는 소리에 화가 났는지 동현을 보고 고함을 쳤다.
동현은 그런 남자를 보고 중국에서는 문파라는 것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만든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자신이 만든 문파의 수장은 맞기 때문에 동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대답을 해주었다.
“어이, 다른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천룡문의 문주라는 것은 맞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동현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남자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 남아있는 무인들에 대한 조사를 하였고 그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 천룡문이라는 문파는 없었기에 동현의 말을 바로 믿을 수는 없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우리가 한국을 조사했을 때 한국에는 여섯 가문만 존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룡문이라는 문파가 생겼다고 하면 누가 믿어 주겠느냐?”
남자는 지지 않고 대답을 하였지만 동현은 그런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한국에는 너희가 아는 가문 말고도 많은 무인들이 살고 있다. 다만 기회가 되지 않아 나오지 않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천룡문의 문주인 것을 왜 설명을 해야 하지?”
동현의 말에 가네마가 대신 먼저 대답했다.
“맞습니다. 주군께서 문파의 주인임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 됩니다. 저런 자에게는 설명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는 수호대의 대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입니다.”
가네마는 중국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천룡문이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보이기 위해 한 말이었다.
남자는 가네마가 하는 말을 듣고는 생각지도 못한 문파가 한국에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한국에 우리가 모르는 문파가 존재하다니…….”
중국인 남자는 솔직히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동현도 그렇고 가네마도 그렇고 상당히 강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강자들이 있는 문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동현은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이, 거기 나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여자아이들을 납치한 목적이 뭐야?”
“혹시 여자아이와 관계가 있는 것인가?”
동현은 상대가 궁금해하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이번에 너희가 납치한 여자들 중에 내 처제가 있어서 이렇게 찾아온 것이지.”
동현의 대답에 상대는 금방 말을 잃고 말았다.
직접적인 원한 관계로 찾아왔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였다.
자신들이 납치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로 납치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거 왜 이래. 당신 정도의 위치면 어느 정도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
동현은 다 알고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남자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결국 동현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거참, 말로 하면 좋을 것을 꼭 매를 벌어요.”
동현이 남자에게 다가가니 남자는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동현은 상대가 고수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과 비교를 하면 아직도 한참은 멀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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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편을 올려봅니다.
아고 병원에서는 정말 글이 써지지가 않네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