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10화 (109/222)

110화

김정덕은 병원에 가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고는 빠르게 회사에 연락을 하여 모든 중역진들을 모이게 하였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일성그룹의 중역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에는 지금 고요한 적막만이 돌고 있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면서 김정덕과 그의 비서실장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모두 바로 일어섰다.

김정덕은 회장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버지가 있을 때는 감히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모두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서실장은 중역들에게 말을 하였고 중역들도 자리에 앉았다.

김정덕은 중역들을 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미 이야기를 들으셨겠지만 지금 회장님은 병원에 계십니다. 어제와 오늘 연일 기절을 하시는 바람에 오늘 회의는 제가 주관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정덕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을 하고 있는 중역들은 그런 정덕의 뜻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정덕은 그런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제 자신이 당당히 회장의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데 그에 거부를 하는 자는 확실히 정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비서실장은 그런 정덕의 마음을 아는지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는 얼굴을 하는 자는 기억을 해두었다.

물론 약간의 사감도 있었지만 말이다.

정덕이 회사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병원에서는 기절한 김 회장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으으으…….”

“회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회장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병원에는 원장과 의사들이 김 회장을 보고 있었는지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김 회장은 눈을 서서히 뜨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회장님, 저 일성종합병원의 최 원장입니다.”

김 회장은 상대의 말에 금방 누구인지를 알았다.

“내…가 지금… 병원에… 있는 건가?”

“예, 정신을 잃으시고 병원으로 긴급하게 오셨습니다. 여기 오신 지가 벌써 세 시간이 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원장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급히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그런데 아무리 더듬어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 아닌가?

“헉! 또 없어졌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 아무것도 아닐세.”

김 회장은 정말 귀신이 곡할 지경이었다.

분명히 자신은 몸으로 생생히 느껴지는 고통을 받았는데 어째서 날만 새면 멀쩡한 몸으로 돌아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거는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라는 것이 상처가 나면 빠르게 회복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도 분명히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처럼 밤이 지났다고 바로 회복이 되어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밤의 고통을 생생히 기억하는데 몸은 정상이니 이걸 누구에게 말했다가는 아마도 자신이 정신이 나갔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그리고 그 악마 같은 놈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평생을 이렇게 당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끔찍한 짓을 매일 당하다간 내가 정신이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 회장은 지금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경호원이 있어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귀신을 쫓는 무당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문득 났다.

‘차라리 무당을 불러 굿을 해볼까?’

김 회장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믿기지 않는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김 회장의 얼굴을 원장은 조금 이상하게 보았다.

‘회장님이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이는데 왜 저러시는 것일까?’

원장은 김 회장이 냉혈의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원장의 생각과는 다르게 지금 김 회장은 오늘 밤에도 당해야 하는 일들이 걱정되어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오늘도 저녁이 되면 그놈이 찾아올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누가 그놈을 막아 주겠는가 말이다.’

김 회장은 아직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자신이 힘을 가지고 약자에게 한 짓은 생각하지 못하고 강자에게 당할 것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김 회장의 지시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김 회장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서 보고를 누락한 것이다.

그런 작은 문제로 보고를 했다가는 김 회장의 질타를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였다.

김 회장은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 사실을 모르니 인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업에서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진실로 김 회장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김 회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있어도 진심으로 김 회장을 걱정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김 회장은 우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회장님, 아직 누워 계십시오.”

“아닐세. 그런데 김 실장은 왜 보이지 않는 건가?”

“회사에 일이 있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일보다 회사의 일이 급하다고 갔다는 소리에 조금 화가 났지만 원장의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나는 바로 퇴원을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조치를 취해주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원장도 김 회장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검사를 통해 확인을 했기 때문에 김 회장이 퇴원하겠다고 하는 것을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아니, 말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퇴원을 한 김 회장은 회사로 가면서도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저녁의 공포라고 이름을 지은 공포는 김 회장의 몸을 절로 떨리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동현은 가네마에게 온 연락을 받고는 빠르게 부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가네마와 대성이 함께 일을 하면서 미연의 동생인 희연을 찾았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희연이 지금 있는 곳은 부산이었고 아직은 어디에 팔려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였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그런 놈들에게 끌려 다녔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리는 동현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두고 그냥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부산으로 가면서 동현은 지금 조금 복잡한 마음을 마저 정리하고 있었다.

동현의 차를 몰고 있는 수호대의 대장은 그런 동현을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차는 그렇게 부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부산에 도착한 동현은 가네마에게 연락을 하여 있는 위치를 알게 되었고 바로 가네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연산로터리에 도착하자 가네마와 대성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군.”

“문주님, 어서 오십시오.”

대성도 이제는 천룡문의 소속이 되어서인지 전과는 다르게 예의를 지켰다.

동현은 이들의 인사를 가볍게 받고 바로 질문을 했다.

“희연이 있는 곳은 어디냐?”

“예, 저기로 가시면 작은 저택이 있습니다. 지금 그곳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주군.”

“그럼, 놈들에 대해서는 모두 파악을 했나?”

“일부는 파악이 되었는데 아직 파악이 되지 않는 놈들이 있어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직도 파악되지 않는 놈들이 있다고?”

동현은 가네마와 대성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의문이 생겼다.

“예, 놈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머리를 쓰는 놈들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예를 사용하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조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대성의 보고에 동현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였다.

“아니, 무예를 사용하는 곳은 얼마 없다고 하지 않았나?”

“예, 제가 아직 부족하여 정확한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전통 무예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른 무예를 익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모두 여섯의 가문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서로 왕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기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상대의 무예를 알고 있었다.

대성은 @상대의//(국내 모든 가문의) 무예를 알고 있었는데도 상대의 무예가 처음 보는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현은 대성의 이야기를 듣고는 가네마를 보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가네마도 동현의 눈빛을 보고는 바로 뜻을 파악하고는 대답을 하였다.

“주군, 저도 무예를 익힌 놈들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저희 일본의 무예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국인의 무예 같았습니다.”

“흠, 중국의 무인이 부산에 와서 여자를 납치하려고 한다는 말이지?”

동현은 요즘 들어 중국인들과 많은 일들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네마와 대성은 숨을 죽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동현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는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이윽고 동현이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고개를 들었다.

“대성이는 우선 놈들이 있는 위치를 파악해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놈들을 보겠다. 가네마는 지금 나와 함께 희연이 있는 곳으로 간다. 희연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문주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주군.”

두 사람은 빠르게 대답을 하고는 각자 주어진 임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인을 추적하는 거야 대성이 전문이니 그리 어렵지 않은 임무였다. 이미 놈들의 꼬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성은 중국인을 추적하기 위해 빠르게 사라졌고 동현은 가네마를 앞세워 희연이 있는 저택으로 갔다.

저택은 동네에서 안으로 들어간 집이었는데 누가 접근하면 안에서 바로 알 수가 있는 위치였다.

“수호대는 저택의 주변을 경계하고 만약에 빠져나가려는 놈들이 있으면 모두 잡아들여라. 절대 놈들을 놓쳐서는 안 되니 이 점 명심해라.”

“예, 문주님.”

수호대는 동현의 지시로 빠르게 주택의 주변을 감쌌다. 이미 동네 구조는 모두 파악했기 때문에 이들이 감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동현은 수호대가 자리를 잡자 천천히 저택을 향해 움직였다.

가네마는 그런 동현의 옆에서 같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저택의 입구에 도착한 동현이 가네마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네마는 저쪽으로 넘어가라. 만약에 놈들이 보이면 바로 제압해라. 나는 이쪽으로 넘어갈 것이다. 나머지는 수호대에게 일임을 하면 된다. 가장 우선은 희연을 구하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주군.”

동현의 지시로 가네마는 우측을 동현은 좌측의 담을 넘었다.

안에 있는 놈들은 이미 동현과 가네마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동현이 담을 넘자 이내 고함을 쳤다.

“얘들아, 저기 손님이 오셨으니 가볍게 인사를 해주어라!”

집에는 상당한 인원이 남아있는 모양인지 정원에 나와있는 놈들만 해도 십여 명이 되었다.

동현은 인사를 하라는 말에 피식하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손님이라. 그래, 손님은 손님이지.”

동현은 놈들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기에 바로 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권법이구나. 일초 두들겨패기!”

============================ 작품 후기 ============================

즐거운 민족의 고유 설이라 모두 새해에는 복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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