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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08화 (107/222)

108화

자신들이 한 일은 평생 누구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사실을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모든 사실이 알려졌으니 더 이상 갈취를 할 수는 없게 되어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얼굴이었다.

상민은 그런 두 분에게 이번엔 확실히 못을 박기 위해 말을 해주었다.

“누님이 만약에 두 분이 한 번만 더 찾아오신다면 바로 이 사실을 가지고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였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만약에 누님이 고소를 하면 저는 두 분을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창피해서 어떻게 세상을 보겠습니까. 제 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상민의 말에 부모는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찾아가지 않으마. 그런데 고소는 하지 않겠다고 하더냐?”

상민은 부모의 물음에 속으로 정말 창피하단 생각만 들었다. 자신의 부모이지만 어쩌면 저렇게 철면피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모이니 어찌할 수 없는 입장이라 좋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하겠다고 저하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이제 그 집과 우리의 인연은 끝이 났다고 생각하세요.”

아버지는 아들의 대답에 어깨가 축 처졌다.

마치 그동안 뜯어먹던 먹이를 놓친 것 같은 그런 모습에 상민은 더 이상 자리에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렇게 아시고 행동하세요. 이제 저도 더 이상 이 일에 참견하지 않을 생각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철민이는 아직 모르고 있으니 아버지가 알아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니면 제가 가서 이야기를 할까요?”

“아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마.”

아버지는 아들의 말에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큰아들이야 이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 거짓말을 하지 못하지만 작은아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동현의 어머니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왠지 아직은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동현이었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도 무언가 미적지근한 기분이 드는 동현의 생각이 나중에 어떤 일로 나타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동현은 일단 어머니가 기분이 좋아진 것으로 집안이 달라지고 있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좋게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이제 우리 집에는 웃음만 남아 있네요. 즐거운 일만 생길 것이니 말이에요.”

동현의 말에 어머니는 기분 좋게 웃어주었다.

“호호호. 그래, 이제 우리 동현이 장가만 가면 되니 집안에 좋은 일만 생기겠다.”

“허허허, 그렇지. 이제 우리도 손주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일만 생기는 거지.”

부모님의 말에 동현의 얼굴은 바로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장가를 가라는 말이 아직은 동현에게 부끄러움을 주어서였다.

동현은 이미 이계에서 결혼을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는 처음으로 하는 결혼이었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하는 결혼이란 생각이 동현을 조금 들뜨게 했던 것이다.

“에이, 아버지도. 벌써 손주 보고 싶다고 하면 미연이가 도망간다고요.”

“허허허, 이미 미연이에게는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반기더라.”

아버지의 말에 동현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이미 미연에게 손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놓았다고 하시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알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만 끝나면 생각해 볼게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부끄러운 듯 동현은 바로 방을 나갔다.

동현이 나가자 그의 부모는 서로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이 잘나기는 했지?”

“호호호, 그럼요. 내 아들이지만 정말 잘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험, 험, 당신 아들이기도 하지만 내 아들이기도 하니 우리 아들이지. 안 그렇소?”

“호호호, 맞아요. 우리 아들이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방을 나갔지만 방 안에서 하는 말소리를 모두 듣고 있던 동훈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훈훈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후, 두 분 모두 장가를 가라고 하시니 이번 사건만 해결되면 미연에게 청혼하고 결혼을 해야겠다. 그런데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지?”

신혼여행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막상 여행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동현이 가본 곳이라고는 지리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실 동현은 미연과 결혼하기 전에 여행을 가보려고 마음은 먹었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미연을 두고 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항상 자신의 주변에서 생기는 사고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해서였다.

그래서 만든 수호대였지만 수호대를 만들어도 계속해서 생기는 사고 때문에 결국 동현은 여행 가는 길을 포기했고, 이제는 미연과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이나 즐겁게 가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혼자 가지 못하면 함께 가면 되기 때문에 미연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미연이네 일을 해결하면 @장모님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도 장가는 가야 하니 말이야.”

동현은 청혼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미연도 자신이 결혼하자고 말하기를 바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동현이 미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미연이 그동안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어서인지 동현도 그리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동현은 장가간다는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동현의 하루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감을 하고 있었다.

동현의 정보대로 김 회장을 만나러 간 인마는 오래 걸리지 않아 김 회장의 집을 찾을 수가 있었다.

집 앞에 선 인마는 감히 자신의 주군이신 동현을 괴롭히고 있다는 간이 큰 인간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감히 우리 주인에게 대드는 인간을 어찌 처리해야 하나? 새로운 고문을 사용할까? 아니지, 그러면 너무 쉽게 일이 끝나니 곤란해. 매일 공포를 느끼게 하면서 천천히 말려 죽일까? 완전히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으니 죽기 일보 직전까지만 가자.’

인마는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동현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동현이 인간을 죽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인마였기에 이제는 죽이지 않고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방법을 찾아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요즘 한창 연구 중이었다.

인마에게는 새로운 연구 과제가 생겨 아주 즐거운 날들이었다.

인마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김 회장은 퇴근을 한 뒤 오늘은 다른 약속이 없어 바로 집으로 오고 있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날씨가 스산한 느낌이 드네?”

김 회장은 감이 좋은 사람이라 그런지 벌써 몸에 이상 징조가 나타났다.

김 회장이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인마는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띠었다.

가족들은 자신의 임무에 해당하는 인간들이 아니기에 가족들이 잠들면 조용히 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가족들이 잠이 들자 김 회장은 조용히 혼자 서재에 앉아 남아 있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때 강한 바람이 서재의 창문을 통해 불어왔다.

휘이익!

“응? 갑자기 무슨 바람이지?”

김 회장은 서재의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일어서면서 닫으려고 하였다.

“흐흐흐, 김 회장. 그동안 아주 편하게 잘살고 있었구나.”

음산하면서도 스산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김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누구냐? 어느 놈이 이따위 짓을 하는 것이냐!”

김 회장은 크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소리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인마는 우습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있는 김 회장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흐흐흐, 더 크게 소리를 질러야지. 그렇게 작은 소리가 들리겠어? 흐흐흐.”

인마의 목소리는 인간이 원초적으로 느끼는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었기에 김 회장은 인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냐?”

“흐흐흐, 너는 감히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분을 건드렸다. 그만한 대접을 받을 준비는 했겠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김 회장.”

인마는 김 회장을 보며 아주 섬뜩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김 회장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인마에게 서서히 공포감을 느꼈고 아무리 고함을 쳐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에 더욱 공포가 심해졌다.

자신의 집에는 경호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고함을 쳤으면 누구라도 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이미 그들은 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마는 그런 김 회장의 심리를 이용하여 더욱 강한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인마는 서서히 김 회장에게 다가가서 품에서 날이 서서 빛이 나는 작은 단검을 꺼냈다.

눈으로 보기에도 섬뜩한 빛을 뿌리는 작은 검을 품에서 꺼내니 김 회장의 얼굴에는 더욱 심한 공포심이 생겼다.

지금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더욱 삶에 대한 애착이 살아났다.

“여…보게. 내가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주겠네. 제발 살려주게.”

“돈이 너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나는 돈도 필요 없으니 이제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 바란다, 김 회장. 흐흐흐.”

인마는 서서히 검을 들어 올리며 김 회장의 몸에 가까이 다가갔다.

인마는 아주 천천히 김 회장을 말려 죽일 생각인지 도망을 가려는 김 회장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검으로 김 회장의 몸을 그어내기 시작했다.

“으아악!”

김 회장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만 가지의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정말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는 남에게 지시만 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고문을 당하고 있으니 그동안 자신이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마는 그런 김 회장에게 무려 세 시간 동안 고문을 하였고 김 회장은 기절을 하면 다시 깨워서 고문하는 인마를 보고 공포에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 되었다.

인마는 어느 정도 시간이 되자 김 회장을 다시 기절시키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김 회장을 치료하였다.

아티팩트로 인해 김 회장은 원래의 몸으로 회복되었고 누가 보아도 고문의 흔적은 없어 보였기에 인마는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흐흐흐, 이제부터 너의 공포는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아마도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너는 죽을 수도 없을 것이다, 흐흐흐.”

인마는 김 회장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여 주었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지 김 회장의 몸은 절로 떨려 왔다.

인마는 그런 김 회장의 옷을 다시 입혀놓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김 회장의 서재를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아버님,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여자는 바로 김 회장의 며느리였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가장 먼저 내려오시는 분이 오늘은 오시지를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올라오게 된 것이다.

며느리는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조금 불안한 생각에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 기절을 한 김 회장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고 며느리는 바로 고함을 질렀다.

“꺄악! 아버님, 정신을 차리세요!”

며느리의 고함 소리에 김 회장의 저택은 갑자기 소란스럽게 변해버렸고 경호원들은 빠르게 고함이 난 곳으로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정덕은 아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자 깜짝 놀라서 달려왔고, 아버지인 김 회장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당장 차를 대기시키세요! 아버님이 쓰러져 있어요!”

김정덕의 고함 소리에 경호원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김 회장은 바로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기절했던 김 회장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 여…기가 어디냐?”

“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회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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