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신문에서 떠드는 소위 일진이라는 놈들이 재영을 괴롭히고 있었다.
처음에는 얻어맞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이들에게 대항하니 이들이 다른 애들의 시선을 의식해 결국 재영을 구타하기 시작했고, 이를 어머니인 서 여사가 알게 되어 추궁하자 재영도 사실을 모두 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남이 학교의 일진이라는 놈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네?”
“예. 어머니는 제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해 보라고 하셨지만, 제가 가는 것이 좋은지를 모르겠어요.”
“흠, 그러면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해줄게. 앞으로 우리 처남을 건드리는 놈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동현의 부드러운 말에 미연은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의 모든 고민이 동현에게만 말하면 이렇게 해결되니 미연은 동현을 찾아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미연은 동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동현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잠시 후 미연이 돌아가자 동현은 수호대를 불렀다.
사실 수호대는 그동안 동현의 가족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비록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그래도 처남이 두들겨 맞고 있는 것도 몰랐다는 것은 동현을 화나게 했다.
“수호대 3조장을 지금 당장 불러라.”
“예, 문주님.”
3조장은 바로 미연의 식구들을 보호하고 있는 수호대원들이었다.
잠시 후에 3조장에 동현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그동안 무엇을 했길래 애가 두들겨 맞고 다니는 것도 모르고 있었냐는 말이다!”
동현의 부름을 받고 오자마자 갑자기 시퍼런 살기를 뿌리며 말하는 동현의 모습에 3조장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동현의 살기를 견딜 수 있는 수호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크으윽,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동현의 3조장이 힘들게 대답을 하는 것에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살기를 거두었다.
“너희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
동현의 낮은 물음에 3조장은 바로 대답을 하였다.
“저희 조는 사모님의 가족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우리 처남이 두들겨 맞고 다니는 것도 모르고 있었냐?”
동현의 물음에 3조장은 난처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사실 재영이 맞을 때 수호대가 나서서 해결하려 했지만 재영의 강력한 반대에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동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물으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재영 군이 너무 강력하게 반대를 해서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저희도 재영 군 때문에 참고는 있지만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생기면 그냥 보고만 있진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다음이라는 말은 가능성이 있는 놈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친구를 폭행이나 하니, 이미 이들은 더 이상 갱생의 기회가 없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아닙니다. 비록 저들이 나쁜 짓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개중에는 아직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영 군의 반대를 받아들여 그들 중에 반성하는 이들을 고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3조장. 나는 말이야,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아무리 갱생의 여지가 있다 해도 그냥 두지를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나?”
동현의 목소리가 스산해지자 3조장은 저절로 긴장이 되는지 절로 목에 침이 넘어갔다.
꿀떡!
지금은 동현을 설득하다간 오히려 3조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3조장이 조용히 물었다.
“저희들이 어찌하였으면 좋겠습니까?”
“가서 두 번 다시는 그런 놈들이 설치지 못하게 단단히 박살을 내버려.”
“저기… 아직 학생인데 그렇게 과하게 해도 되겠습니까?”
“너 죽고 싶지?”
동현의 한마디에 3조장은 바로 꼬리를 말았다.
“바로 출발을 하겠습니다, 문주님.”
3조장이 나가자 동현은 이를 까득 갈았다.
감히 자신의 식구를 건드리는 놈들은 그만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건드리지 않으면 그냥 있지만 만약에 이유 없이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감히 누구를 건드려.”
동현의 지시로 재영이 다니는 학교의 일진들을 수호대의 인원들이 모조리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는 놈도 일진이니 잡아들여라.”
“알았습니다, 조장.”
수호대는 일진에 속해 있는 학생들을 모두 잡아들였고, 이들을 데리고 수련관으로 가서 두들겨 패며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원래 일진에 속해 있는 놈들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 일은 빈번했는지 삼 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들을 붙잡아두고 교육시켰음에도 학교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집안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수호대는 이들이 사라진 후 무슨 조치를 취할까 염려하여 일진들의 집을 감시하였지만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더욱 일진에 속해 있는 놈들을 강하게 교육하게 되었다.
“아악! 그만하세요. 이제 다시는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을게요.”
“저도 두 번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흑흑흑.”
일진에 속해 있는 학생들을 수호대가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두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너희는 집으로 돌아가서는 바로 학교를 옮긴다. 아니면 학교를 그만두어라. 알겠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에 나의 지시를 어기면 나중에는 지금보다 열 배에 해당하는 고통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일진 학생들은 이제 돌아갈 수가 있다는 희망에 최대한 크게 대답을 했다.
지금 몸에 상처가 없는 학생이 없을 정도였다.
수호대는 학생들을 상대로 혹독하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의 정신을 개조한다 생각하고 마음을 모질게 먹은 후 이들을 다루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수호대는 잡혀 있던 일진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니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들의 얼굴이 전과는 다르게 피골이 상접해 있으니 놀라지 않을 부모가 없었던 것이다.
“너 얼굴이 그게 뭐냐?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이렇게 마른 거냐?”
“그냥 친구들과 놀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너 이 녀석, 혹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냐?”
“아니에요.”
일진 학생들은 대부분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그런 부모에게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는데, 바로 학교를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재영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명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오랜 세월 동안 이름을 알리고 있었는데, 그런 학교에 개교 이래로 처음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일진에 속해 있던 학생들이 단체로 전학을 신청한 것이다.
“선생님, 우리 아들이 다른 학교로 가기를 원하니 좋은 곳으로 추천을 해주세요.”
“예,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일진에 속해 있는 놈들이 단체로 전학을 가겠다고 하니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었기에 바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재영의 학교는 그동안 학생들을 괴롭히던 일진들이 대거 전학을 가고 사라지자 더 이상 학생들을 괴롭히는 놈들이 없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간간이 친구들을 괴롭히려는 놈들이 아직은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일진의 흉내만 내는 놈들이라 그리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동현은 처남인 재영이 다니는 학교를 그렇게 정리하고는 바로 미연과 함께 집으로 갔다.
“어서 오게, 김 서방.”
“어머니,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제가 바빠 자주 찾아온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네요.”
동현은 문 앞에서 미연의 어머니인 서 여사에게 미안한 얼굴을 하며 인사를 드렸다.
“호호호, 아닐세. 일이 많다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인데 바쁘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닌가.”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동현은 장모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 안에 들어온 동현은 가장 먼저 처남인 재영의 방으로 갔다.
똑똑똑.
“처남, 안에 있니?”
동현이 왔는지도 모르고 공부를 하고 있던 재영은 동현의 목소리에 놀란 얼굴을 하며 빠르게 문을 열었다.
“어? 매형, 언제 오셨어요?”
“하하하, 처남이 공부하고 있을 때 왔지. 안으로 들어가도 되니?”
“예, 들어오세요.”
동현은 재영의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재영은 매형인 동현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적이 없어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매형이 방에 왔다는 것도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처남, 나하고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해서 왔다.”
“예, 말씀하세요.”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재영은 자신이 학교에서 맞은 것을 동현이 알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불쾌했지만 동현의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기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처남, 나는 처남을 내 동생같이 생각하고 있는데 처남은 아닌 것 같다.”
동현의 말에 재영은 바로 고개를 들고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매형을 친형처럼 생각해요.”
“그러면 친형처럼 생각하는데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일까?”
동현의 말에 재영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지만, 이내 동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생각했는지 미안한 얼굴로 동현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저는 매형에게 그런 일을 알리고 싶지가 않아서 그렇게 했는데 제가 잘못한 것 같네요.”
“그래, 처남이 잘못을 인정하니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바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데 형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 말이다.”
“알았어요. 앞으로는 매형에게 모두 이야기할게요.”
재영이 생각이 깊은 것은 동현도 알고 있기에 재영을 보는 시선은 항상 따뜻했고 누구보다도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 재영이 자신의 말에 바로 시정을 하겠다고 하니 동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현은 미연의 집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니 부모님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집안이 전과 같이 즐거운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수고했다.”
“어머니,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그래, 이제 좋아졌으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머니는 이제 완전히 마음을 정리하셨는지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그런 어머니의 말에 이어 아버지도 동현에게 말을 해주었다.
“어머니가 너의 삼촌을 만나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고 정리를 하였다. 이제 더 이상 그분들이 여기를 찾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니 이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큰외삼촌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정말로 어머니에게 미안해했고, 자신이 가서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 후 직접 아버지를 만나 누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고, 아버지가 놀라는 모습에 누나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누나의 재산에 대해 물었고, 아버지는 아들의 물음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온 아들이기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큰외삼촌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동안 그것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한 것인지를 알려드렸다.
“아버님, 누님이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고소를 한다고 하면 두 분은 방법 없이 구속이 됩니다. 바로 사기죄로 말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상민의 말에 두 사람은 기겁을 하고 놀랐다.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구속이 된다는 사실은 몰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