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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05화 (104/222)

105화

자신들은 그의 지시를 받고 이곳에 왔으나 막상 이곳의 모든 것을 뒤져도 찾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과, 당장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게. 다시 연락을 할 테니 말이야.

과장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과장님, 저희 지금 아주 죽을 맛입니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게. 바로 연락을 주겠네.

과장은 같은 이야기만을 반복했고, 남자는 그런 과장의 말에 자신들은 이제 사표 내는 일만이 남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꼈다.

‘개새끼,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니 바로 우리를 버리려고 하는구나. 내가 죽어도 혼자 죽지는 않을 거다. 두고 보자.’

남자는 자신도 절대 가만있진 않으리라 결심했다. 혼자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이대로라면 국민들에게 자신은 정말 죽일 놈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약에 국세청을 그만두게 된다 해도 상사의 지시로 일을 하다 그만두는 것이라면 그래도 책임은 덜 수가 있으리라.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은 자식들에게도 정말 당당하고 싶었다.

남자는 전화를 끊고 대충 상황이 파악되자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먼저 나설 생각이었다.

잘못하면 자신과 일행은 정말 역적이 될 상황이니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사무실 안에서는 김 기자가 지금까지의 일을 백영에게 아주 자세하게 듣고 있었다.

동현이 김 기자를 보면서 한마디를 해주었다.

“우리 프러포즈를 모함하기 위해 그런 제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국세청에서 저를 죽이기 위해 오신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동현의 한마디는 제법 파장이 컸다.

그런데 그때, 동현의 이야기보다도 더욱 큰 파장을 부르는 말이 나왔다.

“저는 오늘 여기에 온 국세청 직원들의 책임자 김기수라고 합니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오게 된 이유는, 바로 프러포즈에 가 무기명 채권과 세금 빼먹은 증거를 찾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김기수의 폭탄선언에 다른 직원들도 놀란 얼굴을 하며 김기수를 보았다.

그리고 김 기자는 이번 사건이 아주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역시 대박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사건이다.’

김 기자의 머릿속에 대박이라는 생각만이 가득 채워졌다.

김기수는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모습에 작게 고개를 흔들어 주었다. 결국 위에서는 자신들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가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막상 자신들이 당하니 이들은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김기수가 왜 그랬는지도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만약에 진짜로 상부에서 자신들을 버렸다면 지금이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나중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부에서 힘을 쓰기 시작하면 자신들은 그냥 죽어야만 하는 신세란 것을 이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우리는 버려진 신세인 거야?’

‘나도 모르지만 기수 선배가 저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사실인 것 같다.’

나머지 둘은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통하지 않던 눈빛이 오늘은 요상하게도 잘 통했다.

결국 두 사람도 기수와 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에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떠오르는 날이면 자신들은 영원히 매장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김기수의 말에 바로 질문을 시작했다.

“그러면 상부의 지시로 프러포즈에 오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올 수가 있는 것입니까?”

김 기자가 가지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 의심도 없이 프러포즈를 조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수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결심을 하였는지 아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를 프러포즈에 오게 한 건 바로 상부의 특별 지시였습니다. 이는 의심을 하고 말고가 아니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일입니다. 저희도 상부의 지시가 있으니 가면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게 된 것입니다. 우선 조사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요. 워낙 급하게 내려온 지시였으니 말입니다. 기자님도 가끔 국세청 직원이 불시에 덮치는 일에 대해서는 아실 것입니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기수는 아주 자세히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는 다른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이들도 조용히 있는 것을 보니 김기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김 기자는 김기수의 증언을 토대로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고 정리하였다. 이번에 김기수가 직접 토설한 내용을 기사로 낸다면 아마도 모든 국민들이 난리가 날 것이다.

이는 곧 자신이 대박을 향해 달리는 것이니 김 기자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번 증언은 모두 사실입니까? 나중에 말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김 기자는 혹시 몰라 미리 선수를 쳤다.

김기수도 김 기자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기에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오늘의 증언은 저와 함께 여기에 온 동료들이 증명해 줄 것입니다. 이게 저의 답변입니다.”

김기수는 동료들을 보며 함께 가자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죽었다 생각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일을 모두 폭로하자는 뜻이었다.

두 동료는 그런 기수의 눈빛에 갈등이 어린 표정이었지만 이내 결심을 하였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기수 선배의 증언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저도 인정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 프러포즈에 온 것은 상부의 특별 지시에 따라 긴급하게 움직였던 것입니다. 특별 지시라는 것은 최대한 빠르게 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명령에 따라 바로 프러포즈에 오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다른 동료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였고, 김 기자는 바로 내용을 정리하여 마무리를 했다.

“자, 그럼 정리를 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상부의 지시에 의해 여기 프러포즈에 오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엄청난 금액의 양도성 무기명 채권과 프러포즈가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찾으라는 것이지요?”

김기수를 비롯한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김 기자는 이들의 대답을 듣고는 다시 동현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은 그런 사실이 없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한 것이 억울하시겠군요.”

“맞습니다. 저는 제가 왜 국세청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도 궁금할 뿐입니다. 그리고 건전하게 사업을 하는 사업가에게 이런 혐의를 두고 조사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지시나 부탁으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프러포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감히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것에 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공무원의 비리를 적발하여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게 더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현의 대답은 장문의 연설이었지만 정말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김 기자는 처음에는 말이 너무 길어 줄일 생각을 하였다가 너무도 마음에 드는 내용이라 있는 그대로 글을 올리기로 했다.

대강 정리를 한 김 기자는 곧바로 백영을 향해 가겠다는 눈치를 주었다.

내일 신문에 기사 실을 준비를 하려면 지금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이런 기사를 가지고 왔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였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한 지가 벌써 십 년이나 되고 있지만 김 기자는 아직 한 번도 대박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일을 통해 이번에 결혼하는 기념으로 확실히 프러포즈에서 자신을 밀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김 기자는 영원한 프러포즈의 손님으로 남게 되었다.

동현은 일이 요상하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김 기자에게 아주 강하게 기사를 확대하여 올리라는 말을 해주었고, 김 기자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을 해주고는 돌아갔다.

다음 날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대한일보의 1면에 공무원의 비리에 대한 아주 자세한 기사가 실려 전국에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대대적으로 공무원의 비리를 조사하라며 떠들기 시작했고, 갑자기 비리에 연루된 국세청 직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더구나 같은 국세청 소속의 직원들이 이번 사건에서 직접 증언을 하였기에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국세청의 공무원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 내 비리가 심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이번에 정부의 대가리급부터 모두 물갈이를 해야 이런 일이 생기질 않지.”

“그렇지. 위가 썩었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시민들은 모이면 누구라도 오늘 대한일보에 난 기사 얘기를 떠들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성화에 정부는 국세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지시하게 되었다.

꽝!

“도대체 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를 하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시간이 너무 급박해서 빠르게 처리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 가지고 될 일인가? 당장 꼬리를 잘라. 잘못하다가는 나에게도 불똥이 튈 수가 있으니 말이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은 모두 제가 처리한 것으로 하였습니다.”

“자네가 연루되어 있다고 하면 결국 사람들이 나까지 의심할 게 아닌가? 당장 자네도 빠져나오게. 국세청의 과장에게 혼자 덮어쓰라고 하면서 자금을 주게.”

“알겠습니다, 의원님.”

이번 사건의 주범인 양 의원은 긴급하게 꼬리를 자르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은 누구도 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양 의원은 속으로 동현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이 감히 나에게 대항을 한단 말이지. 어디 두고 보자.’

양 의원은 동현에 대해 알지도 못하지만, 이번 일로 피해가 상당하여 결국 그 화살을 동현에게 돌렸다.

정부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 국세청에서는 지금 특별 조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정부도 국민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꼬리가 잘린 상태였기에 특별 조사에서는 크게 나오는 것이 없었다. 국세청의 한 과장이라는 자가 프러포즈에 앙심을 품어 그렇게 하였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국민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우선은 급히 일을 수습해야 했기에 한 과장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국민들은 그런 정부의 행태에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 과장이라는 자가 직접 자신이 모든 일을 하였다고 하면서 죄를 인정하는 바람에 더 이상 시끄럽지는 않았다.

사건은 우선 이렇게 일단락이 되는 것 같았지만 이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만드는 일이 되고 있었다.

동현은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가 어이없이 마무리되자 서서히 열이 받았다.

“아니, 이 새끼들이 지금 장난을 치는 거야? 김 회장이 지시를 내려 일을 하고는 엉뚱한 새끼를 범죄자로 몰아버리네?”

동현은 한 과장이라는 자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화가 났다. 그리고 김 회장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커져 이번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동현의 분노로 인해 김 회장은 가만히 있는데도 몸이 으스스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몸이 춥고 떨리지?”

김 회장은 몸이 떨리면서 속으로 이상한 생각과 불안감이 들었다.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모르고 말이다.

동현은 김 회장에게 의뢰를 받은 놈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아직은 밝히지 못해 기분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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