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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04화 (103/222)

104화

“우리는 국세청에서 나온 직원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프러포즈의 사장님이 엄청난 자금을 받아놓고 아직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조사를 나왔습니다. 여기 가게를 시작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지금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말입니다.”

국세청 직원은 자신이 이렇게 말을 하면 동현의 얼굴이 변하게 될 것이란 생각에 당당하게 말을 했는데, 동현은 그런 국세청 직원을 보며 오히려 화를 냈다.

“아니, 그런 일은 공문을 보내서 오라고 하면 되는 일이지 사무실까지 쳐들어와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화가 난 동현의 대답에 오히려 국세청 직원은 당황하고 말았다.

동현이 가지고 있는 통장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모두 조사했지만 실질적으로 가게를 차린 자금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를 않아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동현이 화를 내고 있으니 이들도 놀란 것이다.

“우리는 신고를 받아 여기 온 것입니다, 김동현 씨.”

“그래서요? 신고를 하면 국세청은 아무나 다 조사를 할 정도로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곳입니까? 그리고 신고를 하였다면 이미 저에 대한 조사를 하였을 것인데, 허락 없이 남의 사무실에 와서 뒤지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짓이란 말이오? 백영아, 당장에 신문사 기자에게 연락해서 오라고 해라.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니 언론에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서 국세청과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동현의 말에 백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

너무도 당당한 동현의 태도에 국세청 직원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번 조사는 위에서 지시를 내려 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생각해도 꺼림칙했던 것이다.

백영은 동현의 지시로 평소 프러포즈를 자주 찾아오던 기자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여기 프러포즈입니다. 김 기자님, 어서 와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잘하면 특종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백영의 말에 김 기자라는 사람은 빠르게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동현은 국세청 직원들을 보며 흥분했던 마음을 진정시키려는지 이내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흡, 휴우. 자, 이제 국세청이 나에게 조사하려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세요. 무엇 때문에 국세청이 저를 조사했는지 알아야 대답을 해줄 것이 아닙니까?”

처음 자금을 마련한 것은 바로 보석이었는데 보석을 판 대금은 은행에 저금을 하지 않았기에 이들이 아무리 확인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기명 채권에 대해서는 이미 가네마를 통해 처분했고, 차명계좌로 자금을 보관하고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에게 김정국이 무기명 채권을 주었다는 증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동현 자신이 받았다는 증거를 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론 프러포즈에 대한 문제인데, 이는 동현이 이미 자금을 빌린 것으로 서류가 준비되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국세청의 직원들을 몰아칠 수 있었다.

“아니, 우리는 제보가 있어 조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우선은 제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 제보자가 누구이며, 왜 나를 제보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를 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제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말해 주어야 나도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닙니까? 국세청은 무조건 제보만 들어오면 조사를 하는 곳입니까?”

동현이 차분하게 하나씩 따지고 드니 국세청 직원들도 대답하기가 곤란해졌는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한 직원이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야기를 했다.

“이보세요, 우리 국세청 직원들을 그렇게 대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동현은 국세청 직원의 발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백영아, 기자는 언제 오냐?”

“금방 도착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형님.”

백영도 국세청 직원의 발언에 화가 났는지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자가 온다는 말에 방금 입을 연 직원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오늘 이곳엔 모두 세 명의 국세청 직원이 나왔는데, 이들이 오늘 여기에 오게 된 이유는 바로 동현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을 해 보니 동현은 처음부터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미연이 모든 결제를 하고 있었기에 미연의 컴퓨터를 살폈지만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확실한 세금 계산을 하고 있었다.

무기명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동현은 은행권에 대한 조사를 해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프러포즈를 처음 시작할 때 사용한 자금에 대한 조사를 하려 했는데, 이 부분도 동현이 하도 자신에 찬 대답을 해서 질문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를 덮치라고 한 거야?’

오늘 상부로부터 프러포즈를 덮쳐 증거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아 여기에 오게 된 것인데 막상 와서 보니 덮칠 이유가 없자 한 직원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말로는 지금 제보자가 있다 하고 있지만 동현이 그런 자신들을 물로 보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즉, 세금에 대한 문제가 없으니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상황에 자신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이야기하려니 답답하기만 했다. 제보자가 누군지는 자신도 모르고,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라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기에 더더욱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동현은 이미 김 회장이 힘을 써서 그런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들이 경찰과 함께 왔다 해도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설사 김 회장이 정국에게서 자신이 가방을 받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다 해도 충분히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자신이 있어서였다.

가방은 무기명 채권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물건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니 동현이 발뺌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미 정국이 외국으로 나가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은 동현도 알고 있어, 나중에 정국이 나타나서 말을 하기 전에는 절대 누구도 알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동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형님, 김 기자님이 오셨습니다.”

백영의 말에 순간 국세청 직원들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말았다. 지금은 기자들이 와서는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현은 지금의 상황을 이슈로 만들기 위해 기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라.”

“아니, 김동현 씨.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기자가 들어온다는 말입니까?”

“조사라고? 무슨 조사를 말하는 거요? 당신들이 지금 하는 것을 조사라고 하는 거요? 나는 조사받을 준비를 했으니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나는 내가 조사받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아서 기자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 주고 싶소. 막말로 당신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살면서 감히 국민의 한 사람인 나를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요? 우리 누가 이기나 한번 해봅시다!”

동현은 이번엔 절대 타협을 볼 생각이 없었다.

백영이 문을 열어주자 들어온 김 기자는 바로 카메라로 국세청 직원들을 찍었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김 기자도 잘 알고 있기에, 이번에 확실히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저는 대한일보의 사회부 기자 김영식입니다. 프러포즈 사장님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이에 해명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김 기자라는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는 설명을 들었는지, 아니면 상황을 보는 눈치가 빠른 건지 국세청 직원을 보며 질문을 했다.

김 기자의 말에 국세청 직원은 바로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도 제보를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 같습니다.”

“그래요? 직접 확인을 해보지요.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현은 김 기자라는 사람이 아주 재치가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저는 지금 국세청이 조사를 하고 있어 이유도 모르니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

동현의 대답에 김 기자는 이거 잘하면 대박 정도가 아닌 초대박으로 갈 수도 있겠단 생각에 눈빛이 달라졌다.

“이러시는데요? 이제 대답을 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국세청 직원은 동현의 말에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조사를 하기 위해 불시에 들이닥치기는 했지만 얻은 것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국세청의 직원을 보며 다시 물었다.

“여기에 오신 이유가 분명히 제보를 받아서라고 하셨으니, 그 제보를 한 분을 알려주셔야 하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 그 제보라는 것이 저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보 같은데, 그런 거짓 제보를 가지고 조사를 하였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요?”

동현의 말에 국세청 직원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실지로 동현의 말이 맞아서였다.

김 기자는 동현의 말을 그대로 적고 있었는데, 그런 김 기자를 한 직원이 말리고 나섰다.

“우리 그러지 말고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서로 좋게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들은 김 기자를 잘못 알고 있었다.

김 기자는 사실 프러포즈에서 청혼을 하고 성공을 했기에 항상 프러포즈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분명 대단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일인데, 이런 특종을 포기할 정도로 마음이 약하지는 않았다.

“저는 이번 일에 대해 대대적으로 기사를 쓸 생각입니다. 국가 공무원이 권력을 남용하여 이런 일을 하였는데, 이를 보고 기자가 그냥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를 이해시키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 기자의 말에 국세청 직원들은 이제 절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체념했다.

“김동현 씨, 우리는 정말 제보를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 말이 전부인 국세청 직원들이었다.

“서로에게 좋은 방법은 바로 당신들이 제보를 하였다는 당사자를 말해 주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결국 나는 억울하게 당하기만 해야 한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니 김 기자님이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내일 신문에 내주시기를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이는, 이후에도 저와 같은 선량한 시민이 또다시 부당하게 공무원의 권력에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동현의 말에 김 기자는 속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흐흐흐, 당연히 내야지요. 이런 대박을 그냥 두는 짓은 기자가 할 짓이 아니지요. 프러포즈는 정말이지 나에게 행운을 주는 곳이라오.’

김 기자는 프러포즈와 인연을 가지고부터 정말 좋은 일만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행운을 주는 곳을 버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기에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그런 김 기자의 행동에 국세청 직원들은 어쩌지 못하고 죽을상만을 쓰고 있었다.

만약에 지금의 상황이 기사로 나가게 되면 자신들은 더 이상 공무원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세 명 중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이 어쩔 수 없다 판단되자 바로 사무실에서 나가 전화를 걸었다.

프러포즈는 모든 곳에 도청 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 사람은 마음 놓고 통화를 했다.

“과장님,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남자는 과장이라는 사람에게 지금의 상황을 모두 보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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