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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03화 (102/222)

103화

그러고 있을 때 인마가 한 사람을 메고 들어왔다.

“형님, 여기 놈을 데리고 왔습니다.”

재룡은 도망을 가려고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인마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았는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인마는 기절해 있는 재룡을 그대로 던져놓았다.

털썩!

“으으윽……!”

바닥에 떨어지는 고통에 정신이 드는지 재룡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국인 남자는 재룡이 인마에게 잡혀 온 것을 보고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부산에서 만난 남자를 데리고 올 정도라면 이미 자신의 행적은 모두 들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현은 재룡을 보더니 인마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저기 보이는 중국인에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게 해주어라. 너무 실습만 하지 말고. 알겠지?”

동현은 인마가 고문을 연습한다고 재룡을 이렇게 박살 내 놓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알아서 적당히 하라는 지시인 것이다.

인마도 눈치는 빠르기 때문에 동현이 하는 말의 뜻을 파악하고는 입가에 요상한 미소를 힘차게 지으며 대답을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인마는 대답과 동시에 중국인 남자에게 다가갔다.

“어이, 너는 나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를 따라 갈래, 아니면 맞고 갈래?”

남자는 인마가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하자 솔직히 이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한국인이 중국어를 원어처럼 하기는 쉽지가 않아서였다.

“따라가겠다.”

남자는 인마의 말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수련관 안에 따로 방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인마가 안으로 데리고 가서 처리를 할 것이다.

인마가 남자를 데리고 가자 재룡은 자신과 만난 중국인을 불쌍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동현은 그런 재룡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름.”

재룡은 동현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인마가 형님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바로 대답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이미 몸으로 체험하고 왔기 때문이다.

“김재룡입니다.”

“교주에게 약 제조하는 비법을 알려준 이유는?”

“교주가 약을 만들게 하려는 이유에서입니다.”

“너에게 그런 비법을 알려준 놈은 누구지?”

동현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재룡이 약 제조하는 방법을 알려준 놈이 누군지를 분다면 나머지는 그놈을 족치면 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저에게 약 제조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계룡산 도사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제가 계룡산에 가서 머리를 식히려고 할 때 만난 분인데, 저에게 약 제조하는 방법을 알려 주시면서 절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약을 제조하는 방법을 비밀리에 전수하여 전국에서 많은 약을 만들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재룡은 동현의 눈빛을 보고는 절대 속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계룡산 도사라는 놈이 제일 처음으로 약을 만들게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동현은 아마도 교주 외에 많은 이들이 그 도사라는 인간에게 제조법을 배워 약을 만들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바로 계룡산 도사를 잡기로 마음 먹었다.

“그 계룡산 도사는 어디에 있지?”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가끔 계룡산에 와서 수련을 한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저도 약 만드는 비법을 배우고는 더 이상 만나지 못했습니다.”

재룡의 말에 동현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계룡산 도사라는 인간이 한국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약 제조하는 비법을 퍼트렸는데 어떻게 중국인이 약 만드는 것을 알고 약을 구하고 있었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약 만든 것을 중국인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냐?”

“저도 모르지만 일 년 전부터 연락이 와서는 약을 팔라 하였고, 다른 곳보다는 약을 비싸게 사주어서 저도 팔고 있었습니다. 교주 말고 다른 곳에서도 약을 만들고 있었고, 솔직히 판로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인마와 중국인이 함께 들어간 방에서 엄청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아악! 차…라리… 죽…여…라.”

중국인의 죽여달라는 절규에 동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고함을 쳤다.

“조용히 처리해라. 도저히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으니, 입을 막고 하든지 아니면 아예 목을 잘라버리고 하든지 해라.”

그 말이 재룡에게는 비명 소리보다 더 무섭게 들려왔다.

동현의 고함에 갑자기 안에서는 더 이상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재룡은 절로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운 놈.’

동현은 다시 재룡을 보며 질문을 하였다.

“교주 말고 약을 제조하는 장소는 어디지?”

“부산과 양산에 있습니다. 제가 아는 곳은 여기 두 곳이 전부입니다.”

대답을 들은 동현은 이내 옆에 있던 종이와 볼펜을 재룡에게 주며 말했다.

“흠, 그러면 약도와 주소를 적어라. 만약에 틀리면 알지?”

“옛! 조금도 틀리지 않게, 정확하게 약도와 주소를 적어 두겠습니다.”

재룡은 종이에 필사적으로 기억력을 짜내어 조금이라도 틀리지 않게 사실적으로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현은 계룡산 도사 놈이 한국인인지, 아니면 중국인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놈이 중국인이라면 그놈은 약을 만들기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이리라.

“약도를 모두 적었으면 이제 계룡산 도사라는 인물의 인상착의를 말해 보아라.”

재룡은 계룡산 도사에 대해 모두 자세히 아는 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동현의 말에는 감히 토를 달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인마와 다르게 목소리에 무게가 있는 것이 정말 느낌이 달라서였다. 잘못하다가는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생기는 동현의 목소리였다.

동현은 재룡의 설명을 듣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흠, 계룡산 도사라는 자가 나의 예상대로 무술을 하는 자라면 수호대로는 힘들 것 같고, 결국 인마를 보내야 한다는 말인데 혼자는 보낼 수 없을 것 같고. 그럼 누구와 보내야 하는가?’

동현은 절대 인마 혼자에게 일을 시키지는 않으려 하고 있었다.

사고를 쳐도 항상 크게 치는 인마였기에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가네마와 대성은 희연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영민도 가옥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현재 인마를 견제해 줄 인물은 없었다.

‘결국은 나밖에 한가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잖아?’

동현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밖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자 결국 자신과 인마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재룡은 동현이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에 혹시나 자신을 어찌하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점점 얼굴에 두려움이 쌓여갔다.

누구라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룡도 마찬가지로 죽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기에 동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동현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재룡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한 동현의 눈빛이 조금 차가운 빛을 하고 있자, 재룡은 마침내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입에서는 살려달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는 팔십 먹은 노모와 어린 자식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인정을 베푸셔서 살려 주십시오.”

재룡이 갑자기 살려달라고 하자 동현은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다가 이자가 죽고 싶지 않아 하는 소리란 것을 깨달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현의 말에 재룡은 살길이 생겼단 생각에 이내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살 수가 있을까? 우선은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살길이 생길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재룡은 사기를 치고 다니던 경력이 있기에 많은 부분에 아는 지식이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식들이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아서였다.

재룡이 죽기 싫어 맹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을 본 동현은 생각보다는 머리를 제법 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놈이라면 문파의 집사로 써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영민이 오면 이놈을 좀 교육시켜 재활용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드드드.

동현은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을 빠르게 받았다.

“미연아, 무슨 일이니?”

―오빠, 어서 가게로 오셔야겠어요. 급한 일이에요.

갑자기 급하다고 하는 미연의 목소리에 동현은 무슨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연아, 무조건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어떻게 알겠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줘야 알아듣지.”

―오빠, 지금 우리 가게에 세무서에서 조사를 나왔는데요. 오빠가 세금을 탈취했다고 하네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러니 어서 와보세요.

미연의 말에 동현은 바로 일성그룹의 김 회장이 생각났다.

지난번에 한번 찾아갈 생각을 하다가, 우선 급한 일이 아니라 하고 뒤로 미루었는데 이렇게 또 뒤통수를 친 것이다.

아무리 노인네라 해도 이번에는 절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에잇! 이 노인네가 정말 미쳤나? 나만 가지고 난리를 치고 지랄이야.’

화가 나니 상대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절로 욕이 나왔다.

“알겠다. 금방 갈게.”

동현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바로 수호대를 불렀다.

수련관에는 항상 한 개의 수호대는 남아 있었는데, 아직은 수호대가 할 일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이들이 묵고 있는 숙소가 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호대는 여기 이놈을 감시하고 있도록 하라.”

동현이 혼잣말을 하자 이내 바로 대답이 들렸다.

“예! 알겠습니다, 문주님.”

수호대의 대답에 재룡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헉! 전화를 마치고 나가면 도망을 가려고 했는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도 나는 몰랐다는 말인가? 정말 죽을 뻔했네.’

이곳에는 동현과 인마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신 모르게 많은 인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생각을 품었던 마음이 모두 자동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동현은 수호대에게 지시를 한 후 바로 인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인마야, 알아낸 것은 있냐?

―예,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불게 되어 있습니다, 형님.

―그럼 그놈에게 알아낸 정보는 나중에 이야기를 하고, 나는 지금 급하게 어디를 가야 하니 확실하게 정보를 캐보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형님.

인마가 힘차게 대답을 하자 동현은 조금 불안했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 그냥 가기로 했다. 우선은 미연이 있는 곳의 사정이 급하니 지금 당장 가야 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러포즈에는 지금 국세청 직원들이 나와 조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러포즈는 아직 세금을 포탈한 일이 없기에 당장 조사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물은 바로 동현이었다. 바로 무기명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에 동현의 자산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동현의 자산에는 문제가 없었고 제보를 받은 무기명 채권 역시 아무리 찾아보아도 있지를 않으니 골치가 아픈 상태였다.

“김동현 씨는 언제 오시는 겁니까?”

“지금 오신다고 하니 기다려 보세요. 금방 오실 거예요.”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였으니 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국세청 직원도 미연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이들이 동현을 묶어놓을 방법은 바로 가게를 시작할 때 지급한 자금의 출처였다. 자금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프러포즈에 도착하자 바로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안에는 미연과 백영이 국세청 직원들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김동현인데,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 작품 후기 ============================

많은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글을 많이 쓰고 싶지만 아직은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아 겨우 두편 정도를 쓰고 있지만 조만간에 시간이 나면 많은 양을 연재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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