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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02화 (101/222)

102화

사실 양 의원의 입장에서 동현 정도를 조사하는 일은 그리 큰일도 되지 않았다.

동현에 대한 세무 조사 정도는 자신의 위치라면 충분히 처리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양 의원이 원하는 것이 정치 자금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확실하게 처리를 해주시기만 하면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지요, 양 의원님. 허허허.”

김 회장의 대답에 양 의원은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평소의 김 회장은 말을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뱉은 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지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손이 크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많은 자금을 움직이는 거물이기에 그런 김 회장의 걱정하지 말란 말은 이번에는 충분히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단지 조건이 하나 붙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 생각하는 양 의원이었다.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동현을 압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동현의 입장에서는 사방에서 적이 공격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러나 동현은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고 조사하려는 자들 때문에 상당히 곤란해지리라고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일은 서서히 진행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현도 주변에서 서서히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울역의 출구에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고 동현은 그중 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현은 이미 얼굴을 알고 있기에 그 중국인이 출구에서 나오자 조용히 미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마에게 이런 짓을 시키지 않을 생각이기에 동현이 직접 미행을 하고 있었다.

수호대를 시킬 수도 있지만 아직 수호대는 무력은 강하지만 미행을 하는 일에는 숙달이 되지 않아 실수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성이 이제 추적술을 수호대에 알려주면 그때는 수호대도 조금 쓸 만한 인재들이 되겠지만 아직 동현을 만족시키기에는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

중국인은 어디를 가는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동현은 일단 미행을 해 누구를 만나는지 확인한 후 중국인을 데리고 갈 계획으로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지만 이왕이면 대가리급을 만났으면 좋겠다.”

동현의 작은 바람이었지만 중국인이 누구를 만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중국인이 가는 길은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인천에는 중국인들이 사는 화교촌이 있었는데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중국인은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갔다.

차이나타운의 한 음식점에 간 중국인은 음식점의 종업원에게 안내를 받아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맙소.”

중국인은 종업원의 안내로 별관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오십 대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주인이 들어오자 바로 일어서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진유명이라고 합니다, 서 대인.”

“어서 오게. 연락은 받았다네.”

“이번에 본국에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 대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알고 있네. 지금 본국으로 가는 약에 문제가 좀 생겼으니 자네가 처리를 좀 해 주어야겠네.”

서 대인이라는 자는 남자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동현이 처리한 교주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인 김재룡이 사라진 후 약을 공급받지 못해 상당히 곤란한 지경이 된 듯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남자가 온 모양이었다.

서 대인이라는 자는 교주가 있던 장소를 알고 있는지 교주와 약을 만드는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우리의 약을 만드는 공장에서 이번에 일이 생겼는지, 아니면 이들이 다른 마음을 품었는지, 모두 약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네. 자네는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해주었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대인.”

남자의 대답에 서 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본국에서 다른 말은 없던가?”

“예, 부산에 있는 자를 이용하여 새롭게 약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아직은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흠, 그분의 일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재료는 충분히 준비를 하였으니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동현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에서 만드는 약은 이들이 만들려고 하는 약을 만들기 위한 준비 약 같았다.

무슨 약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무언가 상당히 위험한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허, 얼마나 대단한 약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았으니 너희가 만들려고 하는 약은 내가 모두 수거해 주마. 그리고 아주 고맙게 사용을 해 주겠다.’

동현은 이들이 만들려 하는 약을 자신이 챙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아직 무슨 약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 완성만 된다면 한국에 오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군.”

“그렇습니다. 조만간에 완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도 연구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무슨 약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동현은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만들려고 하는 약을 자신이 챙기려는 속셈도 있지만 이런 약을 이용하려는 자가 누군지도 궁금해서였다.

더구나 이들의 이야기로 그자가 상당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가 있었다.

아마도 공산당 간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동현이었다.

동현은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생각을 정리하고 남자를 따라 움직였다.

남자는 차이나타운을 나와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현은 남자를 따라 이동하다가 중국인 남자가 내리는 곳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오늘은 자신이 쉴 장소를 고른 것인지 바로 여관으로 들어갔다.

“자식이 아주 장소를 제대로 잡았네.”

안 그래도 이제는 데리고 가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여관으로 들어가 주니 동현의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남자는 여관에 방을 받아 그 방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옷을 벗고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동현은 남자가 욕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남자의 옷을 조용히 뒤져보았다.

혹시 신분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뜻밖의 신분증이 나오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신분증에는 중국 공안이 아닌 특수부대의 사람이라 적혀 있었고 중국식 소음 권총까지 나왔다.

“헐, 이놈은 특수부대에 소속이 된 놈이네.”

놈이 이상한 곳에 있는 놈이라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 동현이었다. 아는 것이 많을 것 같아서다.

동현은 조용히 중국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여관은 장급이라 그런지 침대 말고도 탁자와 소파가 있어 앉아 있기에는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욕실의 문이 열리면서 중국인이 나왔다.

그는 제법 수련을 하였는지 몸에 군살 하나 없고 몸매가 매끄러웠다.

중국인은 욕실을 나오면서 동현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 소리를 쳤다.

“누구냐!”

동현은 통역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너 잡으러 온 사람. 잠시 나하고 같이 가 주어야겠어.”

동현의 대답에 남자는 바로 얼굴이 굳어졌다.

상대가 중국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자 같은 중국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디 소속이냐?”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동현은 상대가 자신을 같은 중국인이라 오해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대답을 조금 피했다.

그러자 남자는 슬쩍 동현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자신의 옷에 있는 권총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권총은 동현의 손에 있었고, 동현은 권총이 아니라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방법이 있기에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실수를 하고 있는 거다. 나는 정보부 소속인데, 감히 나를 잡으려 하다가는 절대 위에서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옷이나 입어라. 아니면 그냥 데리고 나가야 하니 말이야.”

동현은 조금 인상을 쓰며 말하곤 남자를 향해 그의 옷을 던져주었다.

남자는 자신의 옷을 받아 천천히 입으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지만 이미 동현이 옷에 있는 것은 전부 제거하였기 때문에 아무리 찾으려 해도 없는 물건이 나오지는 않았다.

남자는 옷을 입으면서 자신의 비밀 무기마저도 상대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에 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누가 나를 찾는 것이냐? 그리고 네가 어디 소속인지는 알려주어도 되지 않나?”

남자는 필사적으로 동현의 정체를 알고자 하였다. 아마도 동현 몰래 어떤 메시지를 남겨두기 위한 듯한데, 동현은 그런 상대가 흔적을 남기는 것을 묵과할 생각이 없었다.

동현은 남자가 옷을 모두 입자 바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런 동현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고, 남자는 당황한 듯 반항하지 않고 굳은 듯 서 있었다.

지금 들고 있는 권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권총이 아니라 특수하게 제작된 그 권총은 위력이 다른 권총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자, 우리는 이제 그만 갈까?”

동현의 말에 남자는 조용히 동현이 원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현은 그런 남자가 등을 돌리자 바로 목을 쳐버렸다.

퍽!

“윽!”

동현의 일격에 남자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남자를 동현은 조용히 둘러메고는 바로 방을 빠져나갔다.

동현은 누구도 알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어 감시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다.

기절한 중국인 남자를 차에 실은 동현은 수련관을 향해 출발했다.

“음, 문파에 필요한 한옥도 준비해야 하고 이런 놈들도 잡아가야 하니 따로 조용한 은신처를 준비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동현은 바로 영민에게 연락을 하였다.

지금 영민은 수련관을 지키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어 별도로 할 일은 없었다.

“영민아, 지금 우리 문파가 있을 만한 집을 구하도록 해라. 적당히 넓은 곳으로 하고, 서울이 아니라도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하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은밀히 사용할 만한 집도 구하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문파가 사용할 집은 어느 정도의 넓이가 되어야 하는지요?

영민도 문파가 기거할 정도면 제법 넓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물은 것이다.

“서울 인근에 위치한 집 중에 가장 넓은 곳을 찾으면 구입해서 조금 개량을 할 생각이니 다른 것은 보지 말고 크기만 생각하고 구입해라. 많은 인원이 상주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 정도라면 당장에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형님.

넓기만 하면 되고, 동현에게는 그만한 자금이 있으니 영민은 집을 구입하는 데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수련관에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했고, 오히려 자신이 먼저 동현에게 거주할 집을 사자고 말할 생각이었기에 더욱 환영이었다.

영민에게 집을 구입하기 위해 움직이라 지시를 한 동현은 바로 수련관에 도착을 해 남자를 안으로 데리고 갔다.

이때 인마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 저 이제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로 수련관으로 와라.

―예, 형님.

인마는 바로 수련관으로 차를 몰았고 동현은 남자를 깨우기 위해 혈도를 눌렀다. 그러자 남자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끄응! 여기가 어딘가?”

정신이 들자 바로 자신을 보며 묻는 남자의 모습에 동현은 그가 제법 배짱이 있는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마음이 편한 것 같은데, 과연 나중에도 그럴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지.”

납치되어 낯선 곳에서 깨어났음에도 남자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자 한 말이었다.

남자도 이미 많은 일을 해보았는지 동현의 그런 말에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자신은 이미 고문 정도에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런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동현은 남자와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인마가 오면 남자를 인마에게 맡기려는 생각에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는 동현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조금은 불안해졌다.

‘도대체 왜 나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이지?’

자신을 데리고 왔으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러면 이유를 알기 위해 질문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보고만 있는 모습에 조금은 초조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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