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그리고 놈을 조사했다는 소리에 인마가 아마 직접 놈을 조졌다는 생각에 동현은 화가 나 물었다.
‘놈을 조졌냐?’
‘예, 아무래도 그쪽이 빠를 것 같아서요. 어차피 놈은 지금 그리 필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손봐 준 것뿐입니다.’
동현은 인마가 놈을 조진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이들이 이렇게 은밀히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조금 골치가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오늘은 호텔에서 잔다고 하였습니다. 내일은 서울로 간다고 하니, 제가 따라 갈까요?’
동현은 인마가 어차피 놈을 조졌으니 더 이상 부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었다.
‘중국인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놈을 데리고 서울로 와라.’
중국인이 떠나는 시간과 차량을 확인하면 서울에 언제 도착을 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 인마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인마의 대답이 조금 이상한 것이 아닌가?
‘저기 형님, 여기 이놈이 조금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냥 버리고 가면 안 될까요?’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이놈이 입이 무거워 조금 심하게 다뤘더니 지금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황입니다.’
동현은 인마의 대답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너 죽고 싶지? 그치?’
동현의 대답에 인마는 바로 정색을 하며 대답을 하였다.
‘아닙니다. 진짜로 입을 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강하게 고문을 하여 그런 것입니다. 진짜입니다. 형님.’
인마는 변명인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동현에게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호소하는 중이었다.
동현은 인마와 더 이상 이야기를 하다간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아, 일단은 인마에게 아티팩트가 있으니 놈을 치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럼, 놈을 치료하고 바로 데리고 와라.’
동현의 지시에 인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인마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는 하루에 세 번을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사용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삼일은 지나야 충전이 되기 때문이었다.
‘저기 형님, 그거 아티팩트는 제가 모두 사용을 했는데요? 말을 하지 않아 고문하고 치료하고 하니 금방 없어지던데요?’
동현은 인마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이놈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놈이 아닌가?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어째서 다른 일은 저따구로 하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응급치료를 하고 중국인이 움직이면 바로 서울로 데리고 와라. 내가 확인하게.’
동현의 지시에 인마는 빠르게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은 인마와 대화를 마치고는 골이 아팠다. 앞으로 인마는 조금 다르게 사용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우선은 중국인이 어디로 오는지를 확인하고 조용히 면담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인마가 놈을 조지는 바람에 조용히 기다리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놈은 이제 절대 무슨 조사를 하는 일은 시키지 않아야겠다. 스스로 생각하기는 어디 이상한 짓거리만 하고 다니는데, 무슨 에고가 저 모양이야. 에잉!”
동현은 인마가 하는 짓을 생각하고는 매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즘 이상하게 일거리가 많이 생겨서 안 그래도 골치가 아픈데, 인마까지 가담을 하니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아, 몰라 우리 미연이 보러 가야지.”
동현의 보약은 확실히 미연이 맞는지 머리가 아프면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미연이었기에 미연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미연도 요즘은 동생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얼굴이 그리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미연아, 나 왔어.”
“오빠, 어서 오세요.”
미연도 희연에 대한 문제로 동현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이제는 자중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이 동생 때문에 피부가 까칠해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미연아,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 동생을 찾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미연이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아니에요. 오빠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 희연이를 찾으면 오빠의 공이라고 전해 줄게요.”
미연은 진심으로 동현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외삼촌의 딸이기는 했지만 사실 미연의 집이 어려운 시절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삼촌이라 미연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어 동현에게 부탁을 하였던 것인데, 시간이 지나도 진전이 없어 고민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제 확실히 좋은 소식이 기다릴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미연아, 오늘은 우리 한강공원이나 갈까?”
“그래요. 저도 바람이나 쐬고 싶었는데 오늘 가요.”
“그래, 그럼 마치고 함께 가자.”
“예, 오빠.”
둘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강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현의 집에는 지금 박 여사의 동생인 상민이 와서 있었는데 그 얼굴이 말도 못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상민의 앞에는 동현이 검사를 한 유전자 검사표가 놓여 있었다.
“누님, 지금 하신 말씀이 모두 사실입니까?”
“휴우, 나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두가 진실이란다. 내가 이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는, 너라도 제대로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 해서이고, 설사 우리가 남이라 해도 너와는 지금처럼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박 여사는 동생의 얼굴을 보며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상민은 그런 누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게 철면피 같은 분들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만약에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 누님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를 확인하였을 때 정말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는데, 사연을 듣고는 가슴이 아파왔던 것이다.
“누님, 제가 우선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나의 부모님이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가 가서 진실을 모두 알아보겠습니다.”
상민은 도저히 이 사실을 감추어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동현의 아버지는 그런 상민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인간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상민이었기 때문이다.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이 말 한마디는 전해주어라.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이다. 모든 것은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나는 그냥 묻어두고 싶으니 더 이상 나와는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한때나마 나를 키워주셨으니, 이렇게 묻어두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다.”
박 여사의 말에서 상민은 며칠 전 아버지가 찾아왔었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였는데도 결국 참지 못하고 누님을 찾아와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달라는 것이 아니라 친엄마의 무덤을 알려줄 테니 돈을 달라고 하였다는 소리에 상민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누님.”
상민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조용히 나가는데 그 어깨가 처져 있는 것이 정말 안쓰러워 보였다.
“처남이 가장 힘들겠어.”
“알아요. 하지만 상민이 장남이니 알아서 하기를 바라야지요. 저도 더 이상은 그분들과 연관되고 싶지가 않으니 말이에요.”
어머니는 이제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되었는지 조금은 얼굴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동현의 집에서는 그렇게 조용히 하나의 일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인마는 재룡을 데리고 지금 서울로 가는 중이었다. 중국인이 지금 서울로 떠나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기에 인마는 바로 차를 가지고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는 재룡이 함께 타고 있었다. 인마에게 얼마나 심하게 고문을 당했는지 재룡의 얼굴은 거의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으으으으… 여기는?”
재룡은 정신이 들었는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인마는 운전을 하면서 재룡이 눈을 뜨는 것을 보고는 이내 한 소리를 해주었다.
“조용히 있어라. 한 대라도 덜 맞으려면 말이다.”
인마의 말에 재룡은 바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지금 자신과 함께 있는 저자는 악마보다도 지독한 놈이라는 것을 이미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끌려갔다가는 절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재룡의 눈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이동하며 주변을 확인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차 안이라는 건 확인하였지만 아직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차가 달리는 곳이 바로 고속도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고속도로라면 아마도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겠구나. 그때 기회를 보아야겠다.’
김재룡은 휴게소에 들르면 바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인마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인마는 동현의 지시에 따라 지금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떠난 중국인보다 먼저 도착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는 동현의 절대적인 명령이기도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걸리는 속도위반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식하게 달리고 있는 인마였다.
그나마 경찰이 없어 인마에게는 다행이었다.
서울의 동현은 인마에게 받은 연락대로 지금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인의 얼굴은 이미 휴대폰으로 전송을 받아서 머리에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제 내리기만 하면 되었다.
“오기만 해라. 중국인이라 해도 반드시 처음 제조자를 잡아낼 것이다. 어디에 있든지 말이야.”
동현은 이제 약을 처음 제조한 사람이 확실히 비급을 이용하여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이가 약을 찾을 리 없고, 지금처럼 많은 제조자를 만들 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과거 고대의 비급을 누군가가 없었다면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일성그룹의 김 회장은 지금 인맥이 있던 여러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허허, 양 의원님은 오늘 신수가 훤하십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저를 보자고 하신 것입니까? 천하의 김 회장님께서 말입니다.”
“허허, 천하의 김 회장이라고 하니 이거 제가 평소에 연락도 드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양 의원님.”
김 회장은 노련하게 양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깊은 이야기는 하지를 않지만 무언가 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자, 우리 이러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시다. 무슨 일입니까?”
양 의원은 김 회장을 보며 그냥 편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먼저 제의를 했다.
“허허허, 양 의원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니 이거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하지요.”
김 회장은 그러면서 슬쩍 자신의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동현에 대해서는 사기를 치는 놈으로 묘사를 했고 말이다.
막대한 자금을 동현이 가지고 갔으니 당연히 사기꾼으로 몰아간 것이다.
“아니, 그러면 자녀분이 막대한 돈을 주고 무언가를 샀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금을 돈으로 준 것이 아니라 채권으로 주어서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자가 처음부터 자금 추적을 하지 못하도록 노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양 의원도 무기명 채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도 정치 자금을 지원받을 때 주로 그렇게 받아왔기 때문이다.
무기명 채권은 출처가 밝혀지지 않아 가지고 있는 자가 주인이기에 자금을 추적할 수가 없다.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저에게 그 사기꾼을 조사하게 해달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놈은 지금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나 금융을 조사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양 의원님이 손을 좀 써주셨으면 합니다.”
양 의원은 오늘 김 회장이 자신을 만나려 한 이유를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금융 쪽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깨끗한 돈은 없기에 털어서 먼지가 생기지 않는 놈은 없을 것이다. 결국 놈의 자금을 모두 조사하여 탈세를 잡아내라는 뜻이었다.
“하하하! 김 회장님, 제가 처리해 드리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저도 이번 선거에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시지요?”
양 의원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자금의 지원을 은근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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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이제 돌아왔습니다.
우리 마누라의 몸이 아직은 정상이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서 통원치료를 할 수가 있게 되어 약간의 시간이 남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요.
오늘부터는 짬짬히 시간을 내서 연재를 시작할 생각이니 많은 성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간호를 해야 해서 많은 글은 올리지 못하니 그 점은 여러분께서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