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형부 사실은 제가 아니고 친구의 이야기인데요. 그 친구는 형부 같은 분이 없어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형부를 자랑하는 바람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어요.”
지연은 자신이 동현을 자랑하고 다니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겨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친구의 일이라고? 도대체 무슨 일인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건지 알아야 하지 않겠니?”
지연은 동현의 말에 친구가 당한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연의 친구는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올 초에 어머니가 한 남자를 데리고 와서는 함께 살기 시작했고 결국 지연의 친구도 그 남자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자도 일을 하는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왔는데, 시간이 지나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의 어머니와 남자는 다투는 시간이 잦아졌고, 집안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가 어느 날인가 술을 마시고 지연의 친구의 방으로 들어와 그 친구를 강제로 범하고는 절대 비밀로 지켜야 한다고, 만약에 발설할 시 둘 다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이야기를 듣던 동현은 지연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지연이의 이야기는 잘 들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리고 지연이 친구의 이야기가 확실히 거짓이 없는 말이라고 장담을 할 수 있어?”
동현의 말에 지연은 조금 당황을 하고 말았다. 자신은 그저 친구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동현에게 연락을 했던 것인데, 정작 동현의 말처럼 확인할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의 형부라면 절대 그 남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친구에게 말을 하는 바람에 친구의 부탁을 받았고, 지연은 곤란하기는 하지만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가 없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연락부터 했던 것이었다.
동현은 지연이 말이 없자 아마도 친구의 이야기만 듣고 자신에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제는 친구가 소중하지?”
“예, 저는 친구가 소중해요.”
“그래서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거고, 그렇지?”
“예. 그래요.”
동현과 지연은 이상한 질문에 이상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동현이 지연이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자, 처제는 친구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했는데, 과연 처제 같으면 그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할 수 있겠어?”
지연은 동현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만약에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자살을 결심하거나 하지, 절대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비밀은 있기 때문이었다.
지연은 동현이 무슨 뜻으로 이야기를 하는지를 금방 이해를 했다.
“죄송해요. 제가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연락을 한 것 같아요.”
지연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직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동현은 이번에 누군가가 지연을 놀려 주기 위해 이런 장난을 쳤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인터넷에 요즘 자주 나오는 사건을 보고 지연에게 이야기를 실지로 일어난 것처럼 꾸며서 이야기를 해 준 것 같았다.
“처제는 아직 친구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하기는 하지만 저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 친구는 저도 싫어요.”
지연은 아직 순진해서 그런지 요즘 애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친구가 장난인지는 확인을 하지 않았으니,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 있으면 해 봐.”
동현은 지연의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동생과 같은 처제였기에 항상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아직은 옆에 있지 않으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동현이었다.
자연은 동현의 말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희지야, 나 지연이야. 너 어디에 있니?”
“나 집인데 왜에?”
“너 집에는 가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니?”
“호호호, 너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니? 다른 애들은 모두 뻥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호호호.”
희지라는 친구는 지연의 말에 크게 웃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지연을 보며 착해도 너무 착해서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연은 전화기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신이 끼어들게 되면 오히려 친구들과의 사이가 더 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지연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그냥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 지연의 생각으로는 이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제 친구들이 처제를 놀리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 무엇이 문제인지를 말이야. 자, 우리는 이제 집으로 가야지. 어서 일어서자.”
동현은 그렇게 충고를 해 주고 일어섰다. 지연은 동현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지연이 다니는 학교는 그래도 아이들이 모질지가 않아, 일진이나 하는 그런 애들은 없는 모양이었다.
동현은 지연을 집에까지 태워 주었고 다시 미연이 있는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에는 아직도 백영과 미연이 의논을 하고 있었다.
“형수님 지금 확장을 하는 이 층은 일 층과는 다르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테마를 다르게 꾸미자는 이야기입니다.”
“테마를 어떻게 다르게 하는 것이 좋은 가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생각이 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층은 일 층과는 확연히 다른 테마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요. 나는 백영 씨만 믿고 있을게요. 솔직히 이번 일에 대한 전권을 백영 씨에게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이해를 해 주세요.”
미연은 백영이 확실히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을 하였다. 기획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었는데, 백영은 정말 뛰어난 기획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백영의 기획은 획기적인 부분이 많았다.
“어서 오세요.”
“형님, 바쁘십니다. 얼굴을 통 뵐 수가 없네요.”
“그래, 나만 바쁜 것이 아니고 여기도 바빠 보이네.”
동현의 대답에 미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어 주었다.
“호호호. 오빠는 매일 바쁘지만 여기는 지금 이 층에 대한 테마를 구상하느라 바빴어요.”
“이 층의 테마라니? 무슨 소리야?”
“예, 이번에 이 층에 대한 확장을 하면서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동현은 백영이 하는 말을 듣고는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테마는 무슨 그냥 이어 간다고 생각하고 하면 되지. 이왕에 청혼을 하게 되었으니 그들이 계속해서 만나게 되면 이 층에 마련한 홀로 기념회를 하게 해 주면 되는 거 아냐?”
동현의 단순한 생각에서 한 이야기였지만 백영은 동현의 말에 순간적으로 불이 켜지듯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짝!
“형님,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좋은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형수님, 이번 이 층의 테마는 기념으로 하지요. 형님이 아까 하신 말씀대로 일 층에서는 청혼이나 구애를 하고, 이 층은 그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하면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백영은 미연을 보며 바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참 밝아 보였다. 미연도 동현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오케이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요. 저도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이 되네요.”
세 사람은 우연히 이렇게 이 층에 대한 테마를 정하게 되었다. 동현은 식당에도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겨우 식당 하나를 하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데, 기업을 하는 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동현은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형님, 사이비 교주에게 물건을 만들게 해 주었던 놈을 찾았습니다.’
인마가 드디어 교주의 뒤를 캐기 시작하여 물건을 만들게 알려 준 놈을 찾았다고 연락을 해 왔다.
그동안 동현도 사실 이상한 약을 만들고 있는 놈들이 누구인지 많이 궁금했는데, 이제 그 일부가 밝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에 있냐?’
‘예, 여기는 부산인데요. 놈은 아직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그냥 집에만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소리에 동현은 몸이 근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동현은 어느 정도만 정리가 되면 여행을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이면 혹시 놈들이 일본인과 관계가 있는 거냐?’
‘아직은 다른 놈과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마의 보고에 동현은 이들이 점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싸한 기분이었다.
‘놈을 지금 잡지 말고 놈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라. 만약에 누구를 만나게 되면 상대를 확실하게 파악을 해 두고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걱정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놈을 감시하겠습니다.’
인마의 말에 동현은 이제 놈들을 찾을 수가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런 약을 만들 정도면 최소한 무예를 알고 있을 확률도 무시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마에게 이번 일을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가네마와 영민은 인마와는 솔직히 차이가 많아 나고 있어 무력을 따지면 지금은 인마가 자신을 빼고는 가장 강한 수하였다.
‘흐흐흐 이제부터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구나.’
사이비 교주를 이용하여 약을 만드는 놈들을 잡으면 동현은 놈들에게 약을 제조하는 비법과 어떻게 제조를 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세론이 약을 연구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약의 성분을 조사만 하고 있지 아직도 성과가 없었다.
그런 약을 개발한 자는 동현이 생각하기로는 두 가지의 경우일 것이었다. 하나는 엄청난 천재이든지 다른 하나는 고대의 무술이나 의서를 얻어 그 안의 내용을 익힌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도 고대의 무술을 익혔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익히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동현은 이들이 비밀 조직처럼 아주 은밀히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약을 제조하는 놈은 이미 약에 대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약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놈이 무언가를 노르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직 정확하게는 아는 것이 없지만 이제 단서를 잡았으니, 놈을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것이었다.
꽝!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위생 검열이 나왔습니다.”
“위생검열이 나왔는데 무슨 큰일인가요?”
미연은 위생검열이라는 말에 무슨 소리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현은 갑자기 위생 검열이 나왔다고 하자 속으로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분명히 누군가 개입이 된 일인 것 같은데 말이야.’
“사장님, 위생검열은 원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불시에 덮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이 미리 경고를 하고 오기 때문에 준비를 하게 되지요. 식당이라는 것이 조사를 하게 되면 걸리는 것은 솔직히 수십 가지나 됩니다.”
지배인은 이미 그런 경험을 해 보았는지 미연이 이해가 가게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남자라면 의연하게 대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미연이 대처를 하기에는 상황이 조금 심각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동현이 직접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검열을 나왔다면 어디에 있나요?”
“아직 식당 안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들어오는 순간에 저희는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지금은 일단 막고 있습니다.”
동현은 지배인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검열은 우선 주방이 가장 먼저 본다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예, 주방을 가장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창고와 음식물을 보관하는 장소들을 보고 검사를 하게 됩니다.”
“그래요? 나는 주방으로 갈 테니 십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들을 들어오게 하세요. 어차피 조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니 약간의 시간만 벌고 바로 풀어 주세요.”
“아니 사장님 위생검열은 영업정지를 먹을 수 있는 일입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내가 지시를 내린 대로 하세요.”
동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지자 지배인은 바로 몸이 굳어지고 있었다.
“예, 사장님.”
============================ 작품 후기 ============================
자, 오늘도 마지막으로 한편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