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94화 (93/222)

94화

동현이 갑자기 문파라고 하는 말을 하자 대성은 바로 무릎을 꿇으며 사과를 하였다. 타인의 문파의 비기를 자신의 가문에 전하려고 한 것은 커다란 실례였고 대성도 그렇게 알고 있어서였다.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저에게 은혜를 주신 것만도 감히 갚을 수 없는 은혜인데, 욕심을 부렸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일어서라. 이미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우리 문의 문주이다. 문주가 허락을 하였으면 이미 해결이 된 일이니 더 이상 따지지 마라.”

동현의 말에 대성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고마움에 몸을 떨었다.

다른 문파의 비기 중에 비기를 이제는 가문의 사람들도 익힐 수가 있다는 것이 대성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비기를 배우게 되면 아마도 조만간에 자신의 가문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무술가문 중에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게 될 것이었다.

대성의 가문은 솔직히 내공은 좀 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조금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늘 큰 소리를 치지 못하고 있었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무예를 익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무예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문에 맞는 무예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허접한 무예라고 해도 지금의 운기법이라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공의 양을 따지면 거의 두 배는 넘는 양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에 싸움에 있어서 절대로 질 수 없을 것이었다. 고수들은 실수를 하지 않고 결국 내공의 유무에 따라 승부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예가들은 모두가 내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가문의 사람들은 그런 내공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 아니 문주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다른 이야기나 하자. 나는 한국의 무예가들의 가문을 이루고 있다는 소리는 오늘 처음 듣는다. 너는 그런 가문의 일원이니 지금 국내에 있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나 해 줘라.”

“제가 말씀을 드리기 전에 우선 먼저 묻겠습니다. 문주님이 계시는 문파는 어디에 소속이 되어 있는 문파입니까?”

대성이 묻는 이유는 혹시 한국이 아닌 중국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동현도 대성이 하는 말의 의도를 알기에 바로 답을 해 주었다.

“내가 속해 있는 문파는 천룡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삼국시대에 출발을 하였으니 꽤 오래된 문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문파는 그동안 일인전승의 문파로 오다가, 도저히 더 이상은 살아 나갈 수가 없다는 생각에 문파를 개방하여 이제는 어엿한 한 개의 문을 만들고 있게 되었다.”

동현의 설명에 대성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도 가문에 속해 있어서 무술가의 연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라면 신라, 백제, 고구려의 시대를 말하는 것이고 그 당시에만 해도 상당히 강한 무예들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무예라고는 그리 강한 것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현대에 가까운 무술로 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헌데 일인전승이라고 하니 그대로 무예가 전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서 대성이 놀라고 있었다.

“저, 저, 정말 대단한 문파입니다. 지금은 문파라는 단체는 사라지고 이제는 가문의 사람으로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각 가문의 사람끼리는 서로 왕래를 하며 서로의 존재를 남기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예도 지금은 고대의 무예와는 다른 길을 걸어서, 이제는 고대의 무예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시면 맞을 것입니다. 결국 현대에 맞는 무술로 변화를 했다고 봐야겠지요.”

대성의 설명은 한참을 이어졌고 동현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동현은 대성의 말을 들을수록 앞으로 한국의 무예가들을 어찌 대할지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에는 혼자만 살 수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자신이 그냥 지은 문파라고는 하지만, 이미 말을 내뱉어 버렸고 이제는 자신도 한 문파의 장이라는 이야기였다.

각 가문의 촌장들이 있겠지만 이들도 자신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제 동현은 한국의 거물이 되어 가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물론 정치가 아닌 무예가로서이지만 말이다.

한참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던 동현이 대성의 말이 끝나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성은 동현이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 문파의 장이라는 위치는 감히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현의 실력이었고, 그런 실력자가 가르친 수하들은 얼마나 강할지가 궁금하기만 했다.

대성은 자신의 호기심을 억지로 참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동현은 이제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무예를 익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구나.”

“예, 생각보다는 많지만 문제는 이들이 있는 곳이 군이나 정보부 같은 곳으로 한정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는 진출을 하기만 해도 이상하게 막히니, 어찌하더라도 우리 무예가들은 정치는 포기를 하고 군이나 정보 쪽으로 인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성은 동현이 묻지 않은 부분도 모두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알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숨길 이유도 없었다. 무예가들이 하는 일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동현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자 대성은 바로 물었다.

“사업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문주님은 아니신 모양입니다. 우리 가문에서도 지금 작은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사업에 투자는 망설이고 있습니다.”

가문의 힘을 키우는 일에는 많은 자금을 투입하지만, 이상하게 사업을 하는 일에는 가문들이 자금을 모으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도 곧바로 망하는 사람이 많아서였다.

무술을 익히는 사람은 솔직히 사업을 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우선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격에도 문제가 있었고, 아무튼 사업과는 조금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동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사업은 이들에게 무리일 듯이 보였다.

“무예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무리수이기는 하지. 나는 무예를 익히고 있지만 재정이 튼튼하지 못해 시작한 일이니 말이야.”

동현은 대성에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실지로 보면 지금 동현의 재산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정국에게 아티팩트를 판 금액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이미 채권도 가네마가 동현의 앞으로 모든 자금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지금 동현은 자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대성의 앞에서 그러는 이유는 바로 가문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 조금은 없는 문파로 보여야 했기에 그렇게 말을 한 것이었다.

아마도 많은 가문에서 돈을 들고 와서 무예를 배우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앞에 있는 대성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동현은 바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주님이 자금이 필요하시면 가문의 주인들과 한 번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각 가문의 주인들은 제법 많은 재물을 가지고 돈놀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성은 자신의 가문도 자금을 운영하는 것이 사업, 아니 투자를 해서 가문의 이득을 보고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무술가의 가문에 원한을 가지고 싶어 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이득을 보게 해 주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 알았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만나기로 하지. 그건 그렇고 너는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대성은 기회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저는 여기서 배우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추적술은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가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거야?”

“이야기는 해야겠지만 충분히 설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에게 가문에서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성의 말에 동현은 속으로 아주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흐, 그래야지 암, 너희들은 나의 자금줄인데 그래야 하고말고.’

동현은 현대의 무술을 익히고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자기가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고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말에 따라 줄 인구는 많을수록 편하기 때문이었다.

대성은 그렇게 동현에게 속하게 되었지만 아직은 그런 동현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문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와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곤란합니다. 가서 얘기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얼마나 주면 되냐?”

“삼 일이면 충분하니, 삼 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알았다. 그러면 삼 일 뒤에 와라. 시간을 어기면 그때는 아무리 부탁을 해도 어림도 없을게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삼일 뒤에 뵙겠습니다. 문주님.”

대성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대성의 품 안에는 동현이 준 책이 들어 있었고, 그 책을 가지고 가면서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하하하, 가문의 어른들이 이 책을 보게 되면 아마도 모두 놀라 자빠지겠구나.”

운기법은 지금도 연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공부였는데, 이 것만 있으면 그런 어려운 것을 바로 해결을 할 수가 있으니 여간 기뿐 것이 아니었다.

대성의 가문이 있는 곳은 서울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본가는 지방에 있었고, 서울에는 각 가문의 인사들 중에 고위 간부들이 관리를 하고 있었다.

대성은 서울의 간부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바로 본가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일은 그만큼 엄청난 파장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성이 그렇게 흥분하고 있을 때 동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드드드드-

동현은 핸드폰에 저장이 되어 있는 이름을 보니 지연이라고 되어 있어 얼른 받았다.

“우리 어여쁜 처제가 어쩐 일로 전화를 한 거야?”

“저기 형부 바쁘세요?”

동현은 지연의 목소리가 그리 밝아 보이지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 제가 아니고요. 오늘 시간이 되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연이 무척 신경이 쓰이는 일인 것 같아 보였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야? 내가 바로 갈게.”

“저 지금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있으면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동현의 대답에 지연은 근방에 있는 피시방이 눈에 들어왔다. 한 때는 자주 갔었는데 집에 컴퓨터가 생긴 이후로는 출입을 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빨리 오셔야 해요.”

“그래, 최대한 빨리 갈게.”

동현은 전화를 마치고 바로 지연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지연의 학교는 그리 멀지가 않아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도로가 문제라 최대한 빨리 가고 있었다.

동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지연을 발견하고는 창문을 내렸다.

“어디를 그렇게 보고 있나 처제?”

“어머, 형부는 언제 오셨어요?”

“처제가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내가 온 것도 모르지. 마음이 상하려고 하네.”

동현의 말에 지연인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형부 미안해요.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래요.”

“어서 타라. 가면서 이야기를 하자.”

“예, 형부.”

지연을 태운 동현은 지연과 이야기를 할 만한 장소를 물색해 보았다.

아직은 학생이라 그리 갈 곳이 없었지만 간단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라면 그냥 일반 커피숍도 나쁘지 않았기에 동현은 가까운 커피숍으로 차를 몰았다.

“자, 이제 이야기를 해 봐. 무슨 일이기에 나를 여기까지 불렀는지를 말이야.”

동현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 지연은 약간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에구 오늘도 열나게 손구락을 혹사시키고 있네요 ㅠㅠ백회를 향해 달리고는 있는데 이제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네요.

벌써 94회를 달리고 있으니 조만간에 백회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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