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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89화 (88/222)

89화

비룡을 따르는 동생들이었지만 이들 중에 동현이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

“어, 너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잘 지내지?”

동현이 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넙치라고 불리는 인물로 한 때는 제법 잘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가 동현에게 걸려 두들겨 맞은 인물이었다.

“예, 형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넙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동현은 비룡을 보았다.

“누구냐?”

“어, 잠시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 지금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동현은 금방 온다고 하니 편하게 생각하고는 비룡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비룡을 따르는 동생들은 동현을 보기 위해 나가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건달들에게는 동현이 ‘전설’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강남의 일이 알려지면서 동현의 대한 판단은 한 가지로 결정이 나 있었다. ‘절대 건드리지 마!’ 조직의 윗대가리가 직접 지시한 내용이었다.

동현을 건드렸다가 망한 조직은 이미 있었고 지금도 아직 그 성격이 변하지 않았으니, 절대 건드리지 마라는 이야기를 조직원들에게 전하였고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게 되었다.

“차는 어떤 거로 줄까?”

“차? 나는 수입차로 주라. 외제차가 좋다고 하드라.”

“하하하, 농담도 하고 이제 여유가 있어 보이네.”

“웃자고 한 농담이었는데 썰렁한 모양이다. 그냥 편하게 아무거나 마실 수 있는 거로 줘.”

“아, 알았다. 여기 녹차로 가지고 와라.”

사무실에는 유일하게 아가씨가 한 명이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아마도 비룡의 말 상대나 하는 아가씨 같아 보였다.

녹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와라. 왜 이렇게 늦은 거냐?”

비룡은 앞에 동현이 있어서 그런지 좋게 말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차가 밀려서 늦었습니다. 형님,”

동현은 금방 들어온 남자를 보면서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호오, 기를 익히고 있다는 말이지?’

지금 국내에 있는 무술가들을 보면 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는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는 미약하지만 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내가 소개를 해 주려고 하던 분이니 인사를 드려라.”

비룡의 소개로 남자는 눈빛을 빛내며 동현을 보게 되었다.

“인사드립니다. 한대성이라고 합니다.”

“한대성이라 이름 좋네. 나 김동현이라고 한다.”

한대성은 동현의 이름을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계통의 인물들 치고 동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동현은 유명해져 있었다.

“예, 영광입니다. 형님,”

대성은 바로 동현을 보고 곧바로 형님이라고 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대성을 묘한 시선을 보고 있었다. 이놈이 익힌 수련법은 모르지만 아마도 무언가를 추적하는 것을 익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뭐, 영광까지 할 거는 없고 내가 사람을 찾고 있는데 말이야,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찾아 주었으면 해서 그래.”

“인적사항만 주십시오. 최대한 빨리 찾아 드리겠습니다.”

동현은 대성의 대답에 품에서 양미연에 대한 종이를 주었다.

“이 여자인데 하루가 급하니 최대한 빨리 찾아 데리고 오든지 아니면 연락을 해.”

“예,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찾아내겠습니다. 형님.”

대성은 이상하게 사람을 찾는 것에는 자신감이 있는지 힘 있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대성이 익히고 있는 무술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쓸모가 있는 것을 익히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직 자신이 모르는 맥을 잊는 존재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한국에도 아직 무술의 맥을 전하는 곳이 남아 있는 것 같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런 곳을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동현은 비기를 전수하는 곳을 찾아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문의 비전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비기를 전수되어 사장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서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가장 먼저 대성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럼 부탁을 하기로 하고, 잠시 나하고 이야기나 하지.”

동현이 비룡을 보니 비룡은 이미 눈치를 채고는 자리를 피해 주려고 하였다.

“하하하, 찾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내가 잠시 자리를 피해 줄게. 편하게 이야기 나눠.”

“고맙다. 나중에 한잔 살게.”

동현은 비룡에게 술을 한잔 사겠다고 하자 비룡은 금방 얼굴이 밝아졌다.

“하하하, 뭘 그런 것 같지고.”

비룡과 동생들이 모두 나가자 동현은 대성을 보며 물었다.

“내기는 어디서 익힌 것이냐?”

동현의 물음에 대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내기를 익힌 것을 알아보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내기를 알아본다는 것은 이미 상대가 자신보다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성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동현을 보며 침착하게 대답을 하였다.

“놀랍군요. 저의 내기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무인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언제부터 내기를 익히고 있었느냐?”

동현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나기 시작하자 대성은 그 빛이 나신을 옭아 메는 기분을 느꼈다.

“헉! 대단하십니다. 저는 조선시대의 추적술을 사용하던 집안의 자식입니다. 대대로 가문의 추적술을 이용하여 범인들을 거하면서 지내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추적술을 익히게 되었는데 벌써 이십 년의 시간을 익히고 있습니다.”

동현은 이십 년을 익히고도 저 정도의 기를 사용하다는 말에 실망을 하고 말았다.

대성을 보니 대충 한 스물일곱은 되어 보였는데, 그런 인물이 이십 년을 익혔다면 어린 시절부터 익혀 왔다는 이야기였는데 아직도 저런 수준 밖에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익히고 있는 내공의 운기법이 크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제법 좋은 비기를 익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바로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지금 익히고 있는 것이 추적술이라고 했냐?”

“예, 전부터 내려온 추적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러면 추적술 말고는 무엇을 익히고 있지?”

“추적술 말고는 기를 쌓을 수 있는 기공법하고 그냥 사용할 수 있는 호신술 정도입니다.”

대성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공법을 이십 년을 운기했다고?”

“예, 이십 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해서 이 정도로 기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기의 양이라면 최소한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대성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그런데 동현이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기분이 확 잡쳐 버렸다.

“저 정도의 양을 모으는 심법이라면 삼류겠군.”

동현은 대성이 익히고 있는 심법을 아직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십 년을 수련하여 얻은 양이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이는 삼류의 심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현 시대에는 그런 삼류 심법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아니, 형님! 삼류는 무슨 삼류입니까? 제가 익히고 있는 기공법은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기공법입니다. 지금 현대의 무예가들이 모두 얻으려고 하는 그런 내가 무술이라는 말입니다.”

대성은 국내에 내가 무예를 연마하는 가문들이 제법 있어서 서로간의 교류를 하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동현은 대성이 하는 말에 다시 눈빛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런 일은 주로 호기심이 발동하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는데,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동현이였다.

“가문들이 있다는 말은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이냐?”

“예, 아직도 여러 가문에서는 내가 기공을 익히는 비법을 연구하고 익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성은 동현이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묻는 것은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무예가들은 아직도 내가 기공을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공법은 사실 듣고 기억한 것을 토대로 적은 것이라 정확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짜깁기를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들은 사람들을 모두 모아 기억을 짜내 모아 적은 것으로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그래도 수련을 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수정을 하며 계속해서 발전을 하여 지금에는 어느 정도는 기를 쌓을 수가 있게 되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동현은 대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너의 기공법을 말해 봐라.”

동현의 말에 대성은 약간 화가 난 얼굴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아무리 형님이시라고 해도 남의 기공법을 알려 달라는 것은 무례하지 않습니까?”

동현은 대성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자신이 삼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런 기공법을 탐내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친놈, 내가 너의 삼류 기공법을 탐한다고 생각하느냐?”

동현은 그러면서 내기를 이용하여 대성을 완전하게 옭아 메었다.

대성은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기로 인해 자신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현시대에 이런 실력자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으으으…….”

대성은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기에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동현은 대성이 신음을 흘리자 그만 내기를 거두고 있었다. 내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대성은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존경과 흠모가 가득했다.

“내가 아직도 너의 기공법을 탐한다고 생각하느냐?”

동현의 말에 대성은 저절로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성이 생각하기로는 동현의 내기는 엄청난 양이었기에 저런 내공을 가질 수 있는 기공법을 익힌 자가 구태여 자신의 기공법을 탐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기공법은 계속해서 발전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옛 선조의 무예와는 다르게 가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무예인의 생각이었다. 이는 대성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자신이 만나 동현은 옛날에 말로만 듣던 그런 경지를 보여 주고 있었기에, 대성은 동현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자 이제 다시 이야기를 하자. 너의 기공법을 말해 보아라.”

대성은 동현의 말에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동현은 그런 대성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주변에는 이미 기막을 쳤으니 누구도 너의 말을 들을 수가 없을 것이다.”

동현의 말에 대성은 오늘 자신이 하늘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빠져 들었다.

“헉! 기막이라고요? 그거는 고대에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성은 기공법을 말하기도 전에 정신이 완전히 나가 있었다. 동현은 대성의 그런 상태를 보고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저것도 무예를 익히는 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 에잉.’

동현은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야 했기에 참고 있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아마도 대성은 벌써 동현에게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대성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동현은 기다리고 있었다.

대성도 동현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기공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설의 무예를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하지만 동현의 싸늘한 눈빛에 냉기가 가득 담겨져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기공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기공법은 조선시대로부터 출발을 하였다고 합니다. 전에는 가문의 사람들이 포청에 근무를 하며 범인을 검거하는 일을 하였다고 하는데 저는 자세히 모르고요.”

대성은 기공법을 언급하면서 약간의 다른 이야기를 가미하여 말하고 있었지만, 동현은 아주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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