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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88화 (87/222)

88화

만영도 동현이 눈치가 백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고 이미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을 것이었다.

“사실은 말이야. 나 양미연이를 만날 수 있을까하고 찾아오게 되었다.”

동현과 만영은 서로 애인의 이름이 같다고 하여 성을 부르기로 합의를 하였었다. 안 그러면 서로 헷갈려 버리기 때문이었다.

“양미연을 어째서 나한테 와서 찾는 거냐?”

동현은 만영이에게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는 했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양미연과 무슨 일이 터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사실은 말이야…….”

만영은 동현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내 동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짧게 말하자면 만영은 그동안 양미연과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양미연이 사라지고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양미연이 갑자기 부모님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만영의 아비지에게 거액을 돈을 빌리게 되었고 그 돈을 받은 뒤로는 양미연은 족적을 감추었다. 만영도 처음에는 수술을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자 조금씩 의심이 가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전화를 하니 어느 순간에는 전화도 끊어져 버렸다는 이야기였다.

한참의 설명을 듣고 있던 동현은 만영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총각이라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한방에 당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영은 아버지가 빌려 주는 돈이 적다는 말에 자신이 그동안 결혼을 하기 위해 모아 두었던 모든 자금을 털어 양미연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소리는 그만하고 솔직히 모두 얼마나 당한 거냐?”

“아버지는 칠천만 원이고 나는 사천만 원이야.”

“그러면 모두 일억천만 원을 양미연이 해먹고 날랐다는 이야기네.”

“응,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우선은 너에게 부탁을 하려고 먼저 찾아온 거야.”

양미연을 볼 때면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있었는데 바로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양미연의 신원파악은 한 거야?”

동현의 말에 만영은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말았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보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너 혹시 아직도 양미연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거냐?”

“응… 미, 미안해. 나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살면 된다고 생각해서…….”

동현이 보기에는 확실히 순진하다 못해 미친놈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돈을 빌려 주는데 어떻게 아무런 서류도 없이 준다는 말인가?

요즘은 친척에게 빌려 주어도 서류를 받아 두는데 그냥 결혼을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그런 사이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돈만 주었다는 건가.

“만영아 너 혹시 돈을 모두 현금으로 만들어 준 것은 아니지?”

동현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 물어보았다.

“아버지와 나는 모두 현금으로 그녀에게 주었어.”

동현은 만영의 말에 김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는 완벽한 사기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고를 하고 싶어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어떻게 신고를 한다는 말인가.

양미연이 그냥 받지 않았다고 하면서 오히려 두 사람을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양미연을 만나면 사정이라도 하려고 그러는 거냐?”

동현은 냉정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기를 저렇게 화끈하게 당하고 자신을 찾아올 수가 있는지 동현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사정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런다. 돈은 나중에 다시 벌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마음은 어떻게 고칠 수가 없어서 만나서 물어보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만영은 진심으로 양미연을 좋아했고 사랑했던 모양이었다.

하기는 만영에 대해 알고 있는 동현이 보기에는 그런 미인이 자기를 좋아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만영의 입장에서는 미연과 같은 미인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만영은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를 사귄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영에게는 양미연이 처음으로 마음을 준 여자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 저렇게 당하게 된 것이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보니 그리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휴우, 그러면 양미연을 잡아 달라고 나에게 온 거냐?”

“미안하지만 그래.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나에게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를 말이야.”

동현은 만영의 대답에 말없이 만영을 보기만 했다. 처음에 자신이 룸에 데리고 가지를 않았더라면 저런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알았으니 다 죽어 가는 인상 좀 펴라.”

“정말이냐?”

“그래, 내가 연락을 해서 알아보라고 할게.”

동현은 양미연이 술집에 다녔기 때문에 최소한 그에 대한 이력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성철이 운영하는 가게는 아가씨들의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아가씨들의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현의 대답에 만영은 순식간에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동현이 찾으려고 한다면 대한민국 어디로 가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 만영을 보며 동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식이 내가 찾아 준다고 하니 그렇게 좋냐?”

“그래 좋다. 좋아 죽겠다.”

만영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영의 눈 속에는 아직도 아픔의 그늘이 남아 있었다.

첫사랑은 실패를 한다는 말을 만영은 많은 돈을 투자하고 배운 것이었다.

동현의 약속에 기분이 좋아진 만영과 백영은 동현과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나가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과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왔다가 오히려 짐만 늘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친구인 만영을 위해 기분을 풀어 주려고 어쩔 수 없이 가기로 했다.

“우리 오랜만에 포차에서 한잔 하는 것은 어떠냐?”

만영과 동현은 사실 포장마차를 상당히 애용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우선은 동현이 그 당시에는 돈이 없었고, 만영은 그런 동현을 위해 돈을 내야 하는데 문제는 동현이 먹는 양이 문제였다.

동현은 양이 많으니 결국 그 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거의 조금 싸게 팔고 있는 포장마차가 적격이었던 것이다.

다른 포장마차와는 다르게 동현과 만영은 단골이라 그런지 가격이 무척 싸게 주고 있어 자주 가게 되었고 말이다.

“포차라 좋지 가자.”

동현의 가게에서 조금만 나가면 포장마차가 있었기에 동현과 만영은 바로 찾아 갈 수가 있었다.

포장마차의 안에서는 동현과 만영 그리고 백영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백영이 한잔 받아라.”

“예, 형님.”

동현은 백영이 그냥 집에 있는 다고 하자 조금은 염려스러운 눈빛이었다.

“너 전에 내가 한 이야기는 생각해 보았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생각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잖아. 인마.”

“아, 아직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형님.”

대답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아마도 자신과 일을 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생각은 무슨 생각이야 너 내일부터 이리로 와서 내가 시키는 일이나 해라.”

동현이 하는 말에 백영은 정말 가고 싶지 않다는 눈빛을 하며 만영을 보았다. 도와 달라는 눈빛이었지만 만영은 그런 동생의 눈빛을 매몰차게 거절을 하였다.

자신이 보기에는 백영은 동현의 밑에 있으면 완전히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이 전에는 개차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골치가 아픈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만영도 알고 있x다.

백영은 믿었던 형마저 외면을 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도 백영이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에는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친구의 동생이니 확실히 자신이 챙겨 주기도 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백영의 성격을 확실하게 고쳐 주고 싶었다.

동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기분 좋게 술을 넘겼고, 이제는 죽었다는 생각에 백영은 술은 쓰기만 했다.

다음 날, 동현은 미연이 있는 가게에 출근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성철에게 연락을 하였다.

드드드-

“어쩐 일이냐? 아침부터?”

“어, 너희 가게에 있던 아가씨를 중에 전에 내가 갔던 친구와 파트너를 했던 양미연에 대해 좀 알아봐 주었으면 해서 말이야.”

“양미연이라고?”

“그래, 너는 모르겠지만 한 마담에게 말하면 바로 알거야.”

“잠간만 기다려 봐. 옆에 있으니 확인해 줄게.”

전화가 잠시 대기를 하게 되었지만 성철이 한 마담에게 물어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한 마담이 전화를 받았다.

“김 사장님, 반가워요.”

“어, 한 마담도 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양미연에 대해 물으셨다고요?”

“어, 한 마담이 아는 것만 이야기해 주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동현은 양미연이 아마도 이미 가게는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말이었다. 아니다 다를까 한 마담의 대답은 동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 애는 가게를 그만두었는데요?”

“알고 있으니 찾을 수 있는 방법만 알려 줘.”

한 마담은 동현이 양미연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양미연이 무언가 실수를 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양미연이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마담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한 마담의 말로는 양미연은 이미 한 달 전에 가게를 그만두기로 하였다고 한다.

결국 만영의 아버지와 만영의 돈을 받기로 한 날부터는 가게를 나오지 않기로 미리 계획을 짜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양미연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에 한 마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동현은 지난번에 비룡에게 연락을 하여 심부름센터를 소개 받기로 했는데, 자신이 바빠서 잠시 미루고 있었던 기억을 하고는 바로 비룡에게 연락을 돌렸다.

사실 그 당시에는 가네마의 능력을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가네마는 동현이 생각하는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할머니의 호적을 가지고 바로 추적을 시작하여 나머지는 알아내는 것도 순식간에 해결을 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가네마가 한국의 공무원과도 인연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네마와는 다르게 양미연을 찾고 싶은 생각에 동현은 비룡에게 먼저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냐?”

“그때 내가 이야기한 심부름센터는 어찌 되었냐?”

“어? 그때 안 한다고 하지 않았냐?”

비룡은 당시 빠르게 알아보았고 바로 연락을 하였지만, 동현이 바쁘다고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고 한 바람에 자신도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안 하기는 내가 바빠서 그랬지. 사람을 찾는 일인데 잘하는 사람으로 추천을 해 줘.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하니 말이야.”

동현이 빨리 찾으려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돈 때문이었다. 만영과 만영 아버지의 돈을 가지고 갔으니 당분간 그 돈을 다 사용할 때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잠시만 기다리면 내가 금방 전화를 해 줄게.”

비룡의 대답에 동현은 통화를 마쳤다. 국내의 인물을 찾는 일에 가네마를 시키기에는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동현이었다.

동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은 비룡에게 연락이 왔다.

“아까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냐?”

“그래, 여자를 찾는 일이다.”

“그러면 내가 소개를 해 주는 놈에게 이야기를 하면 될 거다. 그놈이 다른 일은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사람을 찾는 일은 귀신같이 하거든.”

“그래? 그러면 내가 만날 수 있게 해 줄래?”

“어, 이리 오면 바로 연결을 해 줄게.”

비룡의 대답에 동현은 오케이를 했고 바로 비룡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동현이 사무실로 들어가니 안에는 비룡을 포함하여 제법 많은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성 와라.”

“안녕하십니까? 형님.”

“처음 뵙겠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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