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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86화 (86/222)

86화

정국은 국내에서는 아버지의 손길을 피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자,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면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쉽게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래 나가자, 작은 것이지만 나의 손으로 시작을 해 보자. 이제부터는 나의 미래를 내 손으로 직접 꾸며 나가도록 하자.”

정국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외국으로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결심을 했으면 빠르게 진행을 하고자 해서였다.

정국이 그렇게 김 회장의 손길을 피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할 때 동현이 있는 프러포즈는 지금 이상한 소문이 나고 있었다.

“사장님 저기 보이는 건물을 누가 매입을 하였는데 그 안에 엄청난 크기의 식당을 한다고 합니다.”

미연은 지배인이 하는 소리를 듣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 주변에 그렇게 대형 식당이 생기게 되면 우리도 타격을 받을 텐데요?”

“저희도 그 문제 때문에 지금 걱정입니다. 그런데 오늘 또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도 식당이 생긴다고 하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모두 전문 요리점이라고 하니 아마도 우리 프러포즈를 겨냥하고 생기는 음식점 같습니다.”

지배인은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어 미연에게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연은 사업이라는 것을 모르고 시작을 하였고 이제는 제법 지식을 쌓아 가고 있는 중이었지만, 아직은 이런 경험이 부족하여 바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지배인님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프러포즈를 누군가 방해하기 위해 식당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런 위치에는 대형 식당이 들어올 자리가 아닙니다. 대형 식당은 위치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이동하는 인구도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지배인의 이야기를 들은 미연은 얼굴에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동현과 프러포즈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경쟁자가 없어 거의 독식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게 생겼다는 것과 과연 자신이 대형 식당을 상대로 경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요즘 동현도 무슨 일을 하는지 매우 바빠 보였기 때문에 연락도 하지 않고 있어 불안감만 커져 갔다.

미연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무렵 동현은 지금 유전자 검사의 결과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동현의 예상대로 친자가 아니었다. 동현은 자신의 생각이 맞자 더욱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했다.

“우선은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먼저 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겠다.”

동현은 혼자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아버지가 이런 일에는 자신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빠르게 아버지에게 가기로 했다.

마트 안에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두 분이 있었으니 바로 동현의 부모님이었다.

이제는 두 분이 오후 다섯 시까지만 하시고 나머지는 알바에게 맡기기로 하셨다. 돈을 번다는 것보다는 두 분은 일을 한다는 것이 더 만족스러워 하셨기에, 동현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바쁘세요?”

“어? 동현아 어서 와라 지금은 바쁜 시간이 지나서 상관없다. 무슨 일이냐?”

“동현아, 음료수라도 줄까?”

“음료수는 나중에 먹을게요. 그리고 아버지는 바쁘지 않으시면 저하고 잠시 이야기 좀 해요.”

동현의 말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어디서 이야기를 할 생각이냐?”

굳이 따로 이야기를 하자는 말에 아버지는 여기서 이야기를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신 듯했다.

“예, 잠시 나가요.”

동현과 아버지는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동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서류를 탁자 위에 놓으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오해는 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아버지는 아들이 오해를 하지 말라는 소리에 약간 흠칫하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렇게 겁부터 주는 것이냐?”

“아버지 저는 솔직히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구박하고 때리는 것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친딸을 누가 그렇게 구박하고 때리겠습니까. 그래서 친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보았는데 할머니에게는 이미 남편이 있었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조사하면서 나온 결과는 바로 여기 이 서류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동현의 아버지는 동현이 주는 서류를 받아 안의 내용을 천천히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류의 내용을 읽어 가는 동현의 아버지의 얼굴색은 수시로 변하고 있었다.

동현은 가네마에게 지시를 하여 친할머니의 행적을 조사하라고 했는데, 의외로 할머니는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바로 호적 정리에 들어갔고, 할머니의 남편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식이 바로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호적은 지금의 할아버지 앞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친자가 아니고,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자신의 자식으로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몸이 아파 죽게 되면서 어머니를 부탁하게 되었고, 당시 지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재산이 욕심이 나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어머니를 자신의 호적으로 올린 것이었다.

그런 세부적인 내용들이 모두 나와 있는 서류를 마지막까지 읽은 동현의 아버지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냐?”

“아버지, 어머니의 과거를 조사하는 것인데 실수를 하지는 않습니다.”

동현의 한마디에 모든 뜻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동현의 얼굴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마치고 집으로 함께 들어가자. 이 사실은 어머니에게도 알리는 것이 좋겠다. 지난번에 처남이 비밀이라고 한 이야기도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아마도 충격이 크겠지만 진실을 속이고 싶지는 않구나.”

아버지의 말에 동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다.

어머니도 모든 진실을 아실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사실을 아시게 되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동현은 걱정이 되었다.

걱정은 걱정이고 이미 아버지에게 모든 권리를 넘겨 드렸으니 이제는 아버지가 처리를 하실 것이, 자신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여보, 이 군에게 연락을 하여 오늘은 일찍 나오라고 해야겠소.”

“무슨 일인데요?”

“나중에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합시다.”

아버지의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는 것으로 보시던 어머니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

마트는 알바생과 교대를 하고는 동현과 부모님은 집으로 갔다.

거실에는 가족이 모두 자리에 앉아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더니 어머니를 보고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당신에게는 알리지 않을 생각도 해 보았지만 정작 당사자기 자기의 출신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 당신에게 말을 하기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소. 여기 이것을 한번 보시오.”

아버지는 동현에게 받은 서류들을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어머니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심각한 일이라는 것만은 남편의 얼굴만 보아도 알 수가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서류를 받았다.

박 여사는 서류의 내용을 조심스럽게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박 여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얼굴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태생에 관한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는 알았지만,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전부 거짓이라는 것과 부모의 재산을 가로챈 이들을 지금까지 부모로 알고 있었다는 것에 박 여사는 넋이 나가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이, 이것이 모두 사실인가요?”

박 여사의 눈에는 분노와 애환, 그리고 기묘한 감정이 담겨 있는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사실이오. 그 안에 있는 내용은 이미 당신과 당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의 유전자 분석도 확인한 검사 결과이고 말이오.”

박 여사도 확인하였지만 유전자 검사에 나온 결과에는 절대 친자가 될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결국 서류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말이었다.

박 여사는 자신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부모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 바로 자신이 물려받아야 하는 재산을 가로챈 배은망덕한 인간들이었다는 것에 박 여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게 살았으면 그렇게 해야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구박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하지만 비록 구박을 하기는 했어도 버리지 않고 키워 주었다는 생각에 그래도 감사한 기분이 드는 아주 복잡 미묘한 기분이었다.

한참의 시간을 그러고 있던 박 여사가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 여사의 말에 동현의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내이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정말 가슴이 아팠다. 자신은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저렇게 충격을 받으셨으니 저들을 정말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처벌을 할 수는 없었고 그 일은 오로지 어머니께서 하실 일이었다.

죄에 대한 벌을 주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오로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동현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당신이 판단을 하시오. 나는 당신의 판단에 따르겠소.”

아버지는 어머니의 판단을 믿고 따르겠다고 했다.

“알았어요. 일단 생각을 정리부터 하고요.”

어머니는 아직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애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동현도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사실이 밝혀졌지만 가장 문제는 바로큰 삼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친누나라고 생각하며 가족들이 무시를 할 때도 누나와 동현을 감싸주었는데,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동현은 가족들의 문제는 이제 자기의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넘겨 드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어차피 두들겨 팰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개입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동현은 그렇게 가족의 일을 정리하고 조금은 답답한 마음에 미연에게 연락을 했다.

“나야, 바빠?”

“오빠, 지금 어디에 있어요?”

“여기 집인데 왜? 급한 일이 생긴 거야?”

“그러면 여기 가게로 좀 와 줘요. 요즘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어서 제가 처리를 할 수가 없어서요.”

동현은 미연이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려졌다.

자신의 가게는 이제 자신이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아 한시름 놓았었는데, 이번에는 또 누가 가게에 문제를 만들었는지 머리가 아파 왔다.

“알았다. 지금 바로 갈게.”

아직 저녁이 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하니 동현은 바로 가게로 가겠다고 했다.

“알았어요. 오빠.”

미연은 동현이 온다는 소리에 기뻐서 그런지 한층 밝아진 목소리였다.

동현은 아버지에게 가게에 간다고 인사를 하고는 바로 출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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