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회장실 앞의 비서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김 상무님.”
“최 비서도 오랜만입니다. 안에 이야기를 해 주세요.”
“아닙니다. 오시면 바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알았으니 일들 보세요.”
정국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회장이 있는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 보면 일상적인 행동이었지만 정국의 이런 행동에 비서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예전에는 정국이 이곳에만 오면 항상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는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어딘가 모르게 힘이 들어간 듯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였다.
“상무님이 조금 이상하게 변하지 않았니?”
“그래, 나도 그렇게 느꼈어, 오늘은 정말 당당하신 모습이었어.”
“어머, 상무님이 항상 저런 모습을 보여 주시면 인기가 상당하게 많은 실 텐데 말이야.”
비서들은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정국은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부르셔서 왔습니다. 회장님.”
김 회장은 회사에서는 절대 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정국도 그렇지만 모든 자식들이 아버지인 김 회장의 지시로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오늘 정국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조금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정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앉아라.”
“예, 회장님.”
정국은 당당하면서도 거침이 없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정국이 자리에 앉자 김 회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조용한 시선으로 정국을 보았다.
“그래,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예, 모두 팔았습니다. 제가 돈이 좀 필요해서요.”
“주식의 가치를 알고 판 것이냐?”
김 회장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지자 정국은 그냥 무심한 눈으로 김 회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주식은 제가 가지고 있는 저의 재산입니다. 제가 팔고 싶으면 언제든지 팔 수가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무슨 애도 아니고 저도 성인입니다. 그런데 왜 아버지께서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것입니까? 제가 회사에 피해를 주었습니까? 아니면 돈을 가지고 사고를 친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저에게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국의 대답에 김 회장은 너무 놀라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항상 자신의 말에는 토를 달지 못하고 언제나 눈치만 보던 그런 놈이 오늘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너… 너 정말 정국이가 맞냐?”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시는군요.”
정국의 묘한 발언에 김 회장은 발끈하고 말았다.
“이… 이놈이 감히 누구에게!!”
김 회장은 정국이 지금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자신에게 저렇게 대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기보다 절대적인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저절로 베인 일종의 거만함 때문이었다.
“아버지, 이제 자식들에게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지 마세요. 누구도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국은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을 모두 토해 내고 있었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맞으면서 끽소리조차 하지 못하고 자란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정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는 아버지상으로는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설사 회사를 그만두라고 해도 정국은 지체 없이 그만둘 생각이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그늘이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정국의 말에 김 회장은 믿지 못할 충격과 분노로 인해 몸을 떨고 있었다. 감히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아들이라니 김 회장이 화가 치밀었지만, 화가 날수록 냉정을 찾았고 차가운 눈빛을 하며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래, 자식에게 강압적으로 했다고 치자. 그러면 너는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생각지 않느냐?”
“아버지의 말씀도 틀리지 않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부모의 마음이 아닌 자기가 세상에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식을 기르셨습니다. 자식 때문에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 모질게 자식들을 기르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본인이 하신 일인데 모르고 있다면 아버지는 치매기가 있는 것이니 병원에 가서 상당을 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정국은 버릇없지만 냉정하게 아버지를 판단하였고,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김 회장은 정국이 변해도 저렇게 변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정국은 사고 를 치기는 했지만, 마음이 여려 자신이 하는 말에 저렇게 대들지를 못하는 성격이었다.
“네 이놈, 감히 애비 앞에서 치매라고 하는 것이냐? 당장 나가라 회사에도 이제는 나오지 말고 집에서도 나가라.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알겠냐?”
김 회장은 정국이 변한 사실을 알자, 전과는 다르게 호통만 칠 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도 뒤에 있는 골프채를 들고 설쳤겠지만, 이제는 그런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김 회장도 알고 있어서였다.
“나가라고 하니 나가지요. 그리고 찾아오지 말라니 안 가겠습니다. 아버지가 죽으면 그때 인사는 하러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가겠습니다. 제발 그렇게 살지 마십시오.”
정국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정국이 나가자 김 회장은 눈앞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집어 던지고 있었다.
꽝! 꽝!
“이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감히 나에게 이렇게 대들 수가 있다는 말이냐?”
김 회장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국이 많은 돈을 주고 샀다는 반지가 생각이 났다.
“그래, 그놈이 그렇게 변한 이유는 바로 그 반지 때문인 건가? 그래 반지만 없으면 그놈이 감히 나에게 그렇게 하지를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놈에게 반지를 판 놈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 감히 나의 자식을 저렇게 변하게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도 놈은 죽어도 싼 놈이지.”
김 회장은 그렇게 생각이 들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은 가장 먼저 동현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지시를 내렸으니 조만간에 알게 될 것이고 다음이 바로 정국이 문제였다.
정국이 가지고 있는 반지를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에 김 회장은 예전에 거래를 했던 놈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김 회장도 초창기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둠의 인물들을 만나 거래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어둠의 인물들은 끈질기게 자신에게 자금은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정치인과 관계를 가지면서 이들은 모두 자신의 곁에서 없어졌는데 지금은 다시 그들을 불러들일 타이밍이었다.
“누구를 고용하여 일을 시키지?”
김 회장은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반지의 일 때문에 동현은 갑자기 불벼락을 맞게 되었지만 아직은 동현이 모르고 있었다.
그 사이 동현은 단지 정국에게 받은 무기명 채권을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현금으로 주지 무슨 이런 종이쪼가리를 줘서 고민하게 만드냐?”
동현이 아직 주식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고 채권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동현의 주변에 있던 가네마는 동현이 채권을 들고 고민을 하자 바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군 들고 계시는 무기명 채권은 언제든지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처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가네마가 이것을 들고 가서 모두 현금으로 바꾸어 가지고 와라.”
“알겠습니다. 주군.”
가네마는 닌자들의 한국지부에 연락을 하여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비록 금액이 천억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현금화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동현은 가네마의 도움으로 채권을 처리하게 되자 이제 안심이 되었는지 한숨 돌리고 있었다.
“나도 이제 조금이라도 배워야지 이거 정말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겠어.”
동현은 무력을 빼고는 그다지 지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하는 소리였다.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자식에게 무식한 아빠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머리가 어느 정도 돌아가고 있으니 공부를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미연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생각이 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물건을 이용하여 치료를 해 드리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 우선은 미연의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자.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동현은 목걸이와 반지를 이용하면 어지간한 병은 고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그냥 지니고 있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왕 쓸 거면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 동현의 생각이었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 보고 결정을 하도록 하자.”
치료를 해 주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괜히 그런 일을 하다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오히려 골치가 아픈 일이 생기게 될 것을 염려하여 일단은 보류를 해 두기로 하였다.
동현은 미연의 어머니부터 일단 치료를 하기로 하고 미연과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가게로 가고 있었다.
프러포즈는 이제 미연이 확실히 제 몫을 해내고 있었기에 동현이 없어도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동현이 이리 돌아다닐 수가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가게에 도착한 동현은 미연이 있는 방으로 갔다.
“바빠?”
“오빠, 언제 오셨어요?”
“하하하, 우리 미연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보러 왔어. 나 예쁘지?”
동현은 재롱에 미연은 활짝 웃음을 지어 주었다.
“호호호, 오빠가 그러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동현은 남의 이목은 생각지도 않고 미연에게 사랑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입으로만 하는 사랑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그런 모습을 말이다.
“오늘은 언제 마쳐?”
“조금만 있으면 끝나요. 그러니 지루해도 조금만 참으세요.”
미연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 동현에게 말했다.
“알았어. 그리고 오늘은 집에 함께 가자. 어머니께 해 드릴 것도 있고 말이야.”
미연은 뜬금없이 집에 가자는 소리에 궁금하기는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동현이라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기에 저리 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마쳐 볼게요.”
동현은 그런 미연을 보면 볼 수록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남자를 이기려고 하는 여자들이 더 많았기에, 실지로 미연이처럼 남자들을 편하게 해 주는 여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보면 동현은 미연을 잘 만나기는 한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동현과 미연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미연의 집에서는 동현이 온다고 하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 형부가 언제 도착을 한대요?”
“조금 있으면 도착을 하게 될 거다.”
“아유, 내가 미쳐 정말 나는 아직 방도 정리를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오면 어떻게 해.”
지연은 동현이 오면 자신의 방에 데리고 가려고 하였는데, 오늘은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해 보여 주지 못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상해 버렸다. 형부에게 자신의 방을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고 있다고 자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지연에게는 동현이 형부이기는 하지만 이상형이기도 했다.
지연이 보기에 동현은 남자답게 생겼고 경제력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결혼을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동현이었기에 지연은 항상 예쁘게만 보이고 싶었는데, 오늘은 동현이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하게 생겨 마음이 별로 좋지가 않은 것이다.
동현은 미연과 함께 집에 도착을 해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머니, 저희 왔습니다.”
“어서 오게. 배고프지?”
“아닙니다. 천천히 먹지요.”
“형부,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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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어제는 제가 지금 출판을 하게 된 태클 걸지마! 수정본이 와서 우선 원고수정을 해주게 되어 건드리지마를 더 올리지 못했네요.ㅠㅠ먹고 살기 참 힘듭니다.
우야든가 오늘도 쉬는 날이니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무지건 백회를 향해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