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하지만 동현은 그런 정국을 보는 시선이 달랐다. 처음에는 만나는 순간에 아주 작살을 내 버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눈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놈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여서였다.
그래도 일단 기분은 나쁘니 구타를 시작하고 보자는 생각에 동현은 정국에게 다가갔다. 정국은 동현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자 바로 뒤로 물러서며 고함을 쳤다.
“오지 마! 저리가란 말이야.”
정국은 동현이 다가오자 고함을 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은 두렵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국은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정국이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는 바로 아버지에게 있었다. 정국의 아버지는 정국이 학창시절에 성적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항상 골프채로 두들겨 팼기 때문에 정국은 누구에게 맞는다는 것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폭력적인 것을 당하는 것에는 온 몸을 떨어 보일 정도로 심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정국을 보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 어떻게 납치를 지시했냐?”
“납치는 무슨 납치 미연은 내 여자가 되어야 하는 거다.”
정국은 두려움에 빠져 있지만 미연의 이름이 나오니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이놈에게는 미연이라는 이름이 쥐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연이, 너의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좋아할까?”
동현의 말에 정국은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동현은 도대체가 이 자식이 어떻게 미연을 알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현이 놈에게 더 다가가니 놈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하지만 동현도 계속 다가갔고 놈은 뒤로 물러서다가 마지막에는 벽에 다다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후후후, 이제는 더 도망을 갈 곳도 없으니 어떻게 하냐.”
동현이 비웃음을 날리며 말을 하자 정국은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정국의 트라우마는 바로 공포에서 오는 것이지만, 지금 동현이 놈을 비웃는 것은 마치 아버지가 자신을 때리고 나서 비웃는 것과 동일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 절대로…….”
놈의 눈에서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동현은 그런 정국을 보니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놈을 보내 줄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던 놈은 미연을 납치하라고 사주를 하였기 때문이다.
동현은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정국은 동현의 눈에서 마치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동현이 손을 들어 정국을 때리려고 하자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정국의 그런 행동은 동현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눈앞의 다 큰 성인 남자가 몸을 벌벌 떨면서 이미 눈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팰 수가 없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동현은 저런 놈이 어떻게 그렇게 과감하게 행동을 하였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은 저렇게 트라우마가 있는 놈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대체 저놈은 뭐지?
동현은 도저히 때릴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정국을 보며 물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이번에도 말을 하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동현의 엄포에 정국은 자신의 정체를 줄줄 불었다. 정국의 현 신분은 일성그룹의 계열사에 상무를 맡고 있다고 하였다.
동현은 그제야 작년에 인터넷에 올라왔던 화제의 인물이라는 것을 떠올리곤 헛웃음이 나왔다. 남의 여자를 탐하려고 하다가 된통 당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번에 또 임자 있는 여자를 건들려고 하였다는 생각이 들자 동현은 다시 화가 났다.
“야! 이 개새끼야, 너는 어째서 남의 여자만 노리는 거냐? 너 오늘 한 번 죽어 볼래?”
동현이 화를 내자 정국은 바로 떨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 그랬습니다.”
정국은 동현이 화를 내자 다시 바로 꼬리를 내리고 고양이 앞에 쥐 마냥 떨어대기 시작했다. 동현은 정국의 모습을 보니 정말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하아, 저놈을 어찌 처리를 한다?’
동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하는 놈이라 이대로 그냥 가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세론, 이놈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냐?’
‘마스터, 저는 만능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런 이상한 놈은 알아서 처리를 하십시오. 머리 복잡합니다.’
세론도 놈을 알고는 바로 포기를 하고 있었는지 대답이 영 시원찮았다. 동현은 한참을 생각을 해 보았지만 도저히 대책이 서질 않았다.
“야,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동현이 조금은 부드럽게 말을 하니 또 금세 얼굴은 안정을 찾은 듯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이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너 거짓말만 하는 것을 배웠냐? 네 말을 어떻게 믿냐?”
“이번에는 절대로 아닙니다. 앞으로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만 믿어 주십시오.”
동현은 정국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진심으로 정국이 불쌍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아직 나이도 어린놈이 저렇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살아야 하니 애처롭기까지 했다.
“야, 거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 하고 어떻게 하지 않겠다는 건지 정확하게 말을 해 봐.”
동현은 성격이 불같기는 하지만 냉혹한 사람은 아니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놈을 두들겨 패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말이다.
정국은 동현이 묻는 의도는 알지만 자신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항상 자신이 사고를 치면 처리를 아버지의 비서가 알아서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정국의 눈빛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동현은 그런 정국을 보며 속으로 정말 신기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너 이제 미연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고 앞으로는 절대 미연의 근처에 접근을 하지 마라. 만약에 한 번만 더 이런 짓을 하면 그때는 말이야.”
동현은 그 말을 하면서 서서히 살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한 번은 용서를 해줘도 두 번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현의 살기에 정국은 공포가 아닌 정상을 찾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주먹을 쥐고 때리려고 하면 사시나무 떨 듯 떨기 바쁜데, 이런 살기에는 정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일반인라고 해도 동현은 살기는 그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정국에게는 이상하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이상해 유심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론, 이놈 조금 이상한데? 나의 살기를 그냥 받아들이잖아?’
‘마스터, 거 정신병자를 데리고 노시더니 조금 이상해지신 것 같습니다.’
‘세론 너 죽고 싶냐? 내가 아무리 정신병자와 이야기를 한다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겠냐? 이놈은 진짜 연구 대상이야.’
동현의 말에 세론은 정국을 보게 되었고 동현의 말대로 살기를 그대로 몸으로 흡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국은 동현의 살기를 몸으로 흡수를 하여 그대로 내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의 체질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체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저기 보이는 인간은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살기를 흡수하여 다시 내보내는 체질이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흠, 거참 신기하네? 저런 체질은 정말 연구 한번 해 보고 싶은데 말이야.’
동현도 신기한 체질이라고 생각하고는 연구를 해 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정국은 똘망똘망한 눈빛을 하며 동현을 보고 있었다. 아직 동현의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아서였다.
동현은 세론과 대화를 하다가 정국을 보니 눈빛이 더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살기를 거두었다. 그러자 정국의 눈빛이 다기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정국에게는 살기가 마치 하나의 건강식품과 같은 작용을 하고 있었다.
동현이 살기를 거두자 정국은 다급한 눈빛을 하며 동현에게 물었다.
“저… 죄송하지만 방금 전에 어떻게 하신 것인지 알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알면 뭐하게?”
“아니요. 아까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공포를 느끼라고 살기를 뿌렸더니 이거는 정국에게는 영양제의 역할만 하였다고 생각이 드니 황당하기만 했다.
‘거참 정말 신기한 놈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가려니 호기심이 생겨서 갈 수가 없는 체질이네.’
동현은 그렇게 생각이 들자 정국을 조금은 세밀히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정국의 몸은 보통의 인간과 다를 것이 없는 몸이었지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머리에 이상이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뇌를 모두 활용하여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을 정도로 뇌의 신비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한 때 드래곤들도 이계에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포기를 하고 말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놈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뇌가 특이하게 변한 것 같은데 저렇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인가?’
동현은 정국의 머리를 검사하면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였고, 바로 그 부분이 살기를 몸으로 흡수를 하여 다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동현이 의사는 아니지만 인간의 몸에 대해서는 사실 현대의 인간들 보다는 많이 알고 있는 존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조를 할 수 있는 인간은 현시대에 동현이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지만 관조는 모든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뇌를 조물락거리며 만질 수는 없지만 지켜보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정국을 살피다가 갑자기 살기를 뿌려보았다. 동현의 살기에 정국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흥분을 하는 얼굴이 되었다.
몸은 살기를 받아드리고 있었고 정신이 맑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정국의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동현이 보고 있는 부분만 말이다. 결국 정국의 뇌는 일부분만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흠, 더 이상 고민을 해야 나도 모르는 부분이니 그만하자. 아무튼 이놈이 연구대상은 연구대상인데 아깝지만 포기를 하자.’
동현은 산 사람을 가지고 연구를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동현이 다시 살기를 거두자 정국은 안타까운 낯빛을 하며 간절한 시선으로 동현을 보고 있었다. 마치 애기가 젖을 더 달라고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라.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제발, 저에게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저에게 그 방법만 알려 주신다면 저도 이제는 정상인처럼 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가 있으니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국은 진심으로 동현을 보며 살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동현이 만들면 상관이 없지만 정국은 스스로 살기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 살기라는 것은 그만큼 살아온 세월에 한이 묻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국은 어릴 적에 맞는 것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살기를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동현이 방법이 없다고 해 준 것이다.
“너의 문제는 알겠는데 내가 너를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왜 너를 도와야 하는데?”
동현의 말에 정국은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동현이 미연을 납치하려고 한 자신을 그냥 두고 가는 것만도 자신은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염치도 없이 무언가를 달라고 하고 있으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국은 이번에 자신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입술을 깨물며 갑자기 동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저에게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할 수 없는 방법이니 그냥 포기를 해라. 어지간하면 도와주겠는데 너에게는 방법이 없다.”
동현은 그냥 설득을 해서는 절대 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는 조금 냉정하게 느껴지게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동현의 대답에 정국은 절망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비록 정신병이 있지만 자신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그런 기회가 왔는데, 자신에게는 그런 기회를 잡을 방법조차 없다고 하니 절망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