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동현은 만영과 만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상황이라 고개만 끄덕이는 동현이었다.
“그래서 건달들을 동원하여 해결을 보려고 하는 거냐?”
“그래, 그쪽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싸움은 건달들이 잘 한다고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한 가지 물어보자. 대체 백영이가 사이비교단에 가입을 하게 된 이유가 뭐지?”
만영은 동현의 질문에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입을 떼었다. 백영이 또 사고를 치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고 하는 바람에 집을 나가 버렸고, 갈 곳이 없던 차 찾아가게 된 곳이 바로 사이비 교단이라는 말이었다.
한참을 설명을 듣고 있던 동현은 백영이 결국 자발적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단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으로 가입을 한 백영을 먹여 주고 재워 주었으니 돈을 달라고 하는 거야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동현은 이번 일은 자기가 처리를 해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일은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해 줄게.”
“아니야. 내 동생이 걸린 일인데,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가 있냐. 나도 함께 가려고 한다.”
만영도 동현과 함께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싸움을 할 줄은 알았다. 하지만 그거는 동네 싸움에 한해서이지 목숨을 걸 만한 것은 아니었다.
동현은 만영이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지금은 만영이 가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그냥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줄게. 사실 건달들이 가면 너는 오히려 방해만 되니까.”
만영도 동현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남의 일도 아니고 친동생이 연관된 일이라 그냥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에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현이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이야기를 하자 만영은 일단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알았다. 너의 말대로 집에 가 있을 테니 연락을 해 주라. 그리고 미안하다. 이런 부탁을 해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일단 내가 먼저 조사를 해 보고 연락을 해 줄게.”
“그래, 고맙다.”
동현은 친구인 만영을 보며 그래도 가족이라고 챙기는 것을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지시도 아버지가 시킨 일이겠지만 말이다.
만연의 아버지는 성격이 과격하시기는 하지만 경우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는 분이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자식이라도 잘못에 대해서는 엄하게 대하시기 때문에, 만영과 백영이 아버지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참, 너 요즘 만나는 아가씨는 어떠냐?”
“야! 그래도 아가씨가 뭐냐? 이름이 미연이라고 했잖아.”
동현은 자기가 지금 만나고 있는 미연이와 같은 이름이라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국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었다.
“자식이 미안하다. 그래 미연 씨와는 잘 되 가냐?”
“응, 이제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야?”
“벌써?”
“미연이가 나와 잠자리를 한 뒤로 몸이 이상하다는 말을 해서 그래.”
만영의 말만 듣고 동현은 미연이 애를 가진 것이라고 오해를 해 버렸다. 요즘은 여자들도 밤을 보낼 때는 항상 임신을 피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고 들었는데, 만영과 미연은 그렇지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인 만영이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니 축하해 주게 되었다.
“이 자식이 신호위반을 하더니, 바로 급속도 진행이야?”
“흐흐흐, 나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나보다는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
만영이 장남이라 그런지 아니면 집안에 여자라고는 어머니가 유일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미연이를 반가이 맞아 주셨다.
사실 만영이 임신을 하였다고 하였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지만, 아버지는 크게 웃으시면서 잘했다고 어느샌가 미연은 만영의 집에서 며느리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자식이 부모님도 이제는 나이가 있으시니 그렇지. 인마.”
“그럴까?”
“그래, 나라도 자식이 생긴다고 하면 좋아하겠다. 인마.”
동현은 좋게 이야기를 하였고 듣고 있는 만영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아무튼 너에게는 정말 고맙다.”
만영이 미연을 만나게 된 계기가 동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그리고 아빠가 된 거 미리 축하한다.”
“에이 쑥스럽게…….”
만영도 싫지는 않은지 머리를 긁적였다.
동현은 오는 내내 만영이 아빠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입가에 웃음만 걸렸다.
“하하하, 그놈이 벌써 아빠가 된다니 정말 신기하네. 이거 조카를 위해 뭐라도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동현은 만영의 아이가 태어나면 작은 선물이라도 해 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가 사이비 교단에 대한 생각이 나자 일단 가네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군, 무슨 일이십니까?”
“가네마, 조사를 하나 해 주어야겠다.”
동현은 가네마에게 사이비 교단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해 주었다.
그리고는 사이비 교단에 대한 자세한 조사와 혹시 교단에 사람들이 강제로 가입을 하게 되어,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그도 조사를 해 놓으라고 하였다. 나중에 경찰이 개입을 하게 되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동현의 지시로 가네마는 사이비 교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고, 동현에게 조만간 연락을 주기로 했다.
한편 동현은 미연과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미연아 당분간은 가게를 혼자 운영을 해 주었으면 하는데… 어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미연은 동현이 자신보고 혼자 가게를 하라는 말을 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런 정도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잠시 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그래.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고 하루에 한 번은 들를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가게만 신경을 써줘.”
미연은 동현이 하루에 한 번은 온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얼굴이었다.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인 자신이 막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구태여 토를 달지는 않았다.
“알았어요. 하루에 한 번은 오신다고 하니 그렇게 하세요. 오빠도 개인생활이 있으니 묻지는 않을게요.”
미연의 대답에 동현은 미연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미연아.”
동현의 사랑이 듬뿍 담긴 말에 미연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오늘은 왠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오빠도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저는 오빠가 미리 말을 해 주셔서 외려 더 고마워요.”
미연도 동현이 속이지 않고 말을 해 주어 고마워하고 있었다. 만약에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자신은 아마도 동현에게 따지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동현은 이렇게 점차적으로 가게의 일을 미연에게 이관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이는 나중에 동현이 여행을 가기 전에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연과 결혼을 하고 나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나도 수련과 여행을 하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미연아.’
동현도 처음에는 미연을 데리고 가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자신은 여행을 하면서 기를 모으려 했는지라 산속에서 먹고 자는 날이 많아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함께 가는 것은 오히려 미연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혼자 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동현은 미연에게 허락을 얻자 바로 수련관으로 떠나고 있었다. 수련관에는 아직도 영민의 개인지도를 받고 있는 수련생들이 있었다.
“너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냐? 정신이 출장을 갔으면, 바로 잡아 와야 하잖아 인마.”
영민은 수련생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살고 있는지 정신을 출장 보내 놓고는 이렇게 갈구고 있었다.
“시정하겠습니다. 교관님.”
“어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련생이 있으니, 본 교관의 너그러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영민은 스스로 교관이 되어 지금 열심히 굴리고 있었고, 동현은 그런 영민을 보며 타고난 갈굼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녀석은 애들 갈구는 것에는 타고 났구만.’
동현의 판단은 정확했고 영민은 건달 생활을 하기 전에도 사실, 후배들을 갈구는 것에는 천재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동현은 한참을 그렇게 영민이 애들을 갈구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가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그래, 열심히 하고 있구나.”
동현의 말에 영민은 입이 저절로 찢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동현의 칭찬은 듣기 힘든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영민이 크게 고함을 치면서 대답을 하였다. 동현은 수련생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흠, 저 정도면 이제 바로 수련을 해도 되겠군.’
동현이 예상하는 수준보다는 약하지만 그런대로 수련을 시작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민은 동현의 눈이 수련생들에게 가 있는 것을 보고는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만약에 동현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날에는 자신은 정말 그냥 죽는게 차라리 나을 만큼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 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영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지 안심이 되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멈추고 나의 말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동현이 수련생들을 보며 입을 열자 수련생들은 동작을 멈추고 일제히 한곳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기초적인 체력을 키우느라 고생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기술을 익히게 될 것이다. 내가 알려 주는 것은 바로 무술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약속이 있어야 배울 수가 있다. 그 약속은 바로 너희들의 충성 맹세이다. 너희는 수호대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아직은 완전한 수호대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완전한 수호대가 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이제부터 배우게 될 무술에 대해서는 절대 알려 주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동현의 긴 설명을 듣고 있던 수련생들은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들이 계약을 한 것은 사실이었고 프로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이었는데, 지금 동현이 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동현은 한 수련생이 하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무슨 질문인가?”
“저희는 처음 계약을 할 때 경호원이 되기로 하였는데 갑자기 수호대라고 하시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충성을 맹세하라는 말도 그렇고 말입니다.”
한 수련생의 말에 다른 수련생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수련생들이 가지는 의문을 풀어 주기 위해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경호원의 다른 명칭이 수호대라고 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고, 충성을 맹세하라는 말은 경호원에 들어가게 되면 하나의 조직에 가입을 하게 되는 것이기에 하는 것이다. 화사를 입사해도 상하의 조직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는 그런 일반 회사원도 아닌 특수한 일을 하는 경호원이라는 조직이니, 당연히 위아래 구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충성을 다하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