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세론이 대답을 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갑자기 공간이 일그러지며 누군가가 나오고 있었다. 바로 세론이 제작한 키메라였다. 키메라는 동현을 발견하고는 바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마스터께 인사를 드립니다.”
동현은 키메라라고 해서 이계의 키메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놈은 그냥 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 그런데 너 정말 키메라가 맞냐?”
“예, 마스터의 충실한 종입니다. 이제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이 시대에 ‘종’이라는 표현을 쓰니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냥 사용을 해도 그리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키메라의 신분을 증명할 것들이 없어 조금 애를 먹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는 뒷돈만 주면 건달들에게 부탁을 해 충분히 다른 신분으로 만들 수가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안 되면 일본인이라도 만들면 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가네마가 있으니 드는 생각이었다.
동현은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 인간이 정말 키메라가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현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자신도 모르고 중얼 거렸다.
“허어 갑자기 이름을 정해 달라고 하니 무엇으로 하지? 그냥 편하게 ‘야! 인마’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동현은 그냥 하는 말이었지만 키메라는 자신의 마스터가 가장 처음 부른 이름을 기억하고 정해지기 때문에 바로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야인마’라고 불러 주십시오. 마스터.”
우연히 혼자 중얼거린 것이 야인마였는데 키메라의 이름은 그렇게 순식간에 야인마로 정해져 버렸다.
“야! 야인마는 조금 그러니 다른 이름으로 하자. 내가 좋은 이름을 지어 줄게.”
“마스터, 저는 처음에 지어지는 이름으로 사용이 되도록 제작이 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이름을 바꾸게 되면 저의 능력이 소멸이 됩니다.”
키메라의 대답에 동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은 것이냐? 세론이냐?”
“그렇습니다. 저를 제작한 세론님이 마스터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 남아 있던 에고를 사용하였지만, 그 에고가 바로 이런 제약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니 세론님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키메라의 대답에 동현은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세론을 불렀다.
‘세론, 너 키메라가 제약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냐?’
‘마스터, 그 정도는 제약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이미 예전에도 알려 드린 일이고요.’
세론의 말에 동현은 이계에 있을 때 세론이 키메라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 준 것을 기억하고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 당시에는 단지 키메라에 대한 지식만 필요해 얻은 것이지만, 지금은 이계가 아니라 지구의 세계이니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현의 세론의 대답에 자신이 그동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아무리 과거의 지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에서도 유익한 지식도 있는데, 나는 아직도 그런 일은 세론에게 의지를 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동현은 세론의 말에 많은 부분을 느끼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세론을 이용하여 이 시대에 해를 입히는 일은 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현이 무슨 크게 사고를 치는 것은 없으니 사고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계의 문물을 무분별하게 전해 주게 되면 이것도 여기에는 피해라고 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강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한 동현은 키메라 아니 이제부터는 ‘야인마’라고 불러야 하는 존재를 보게 되었다.
“야인마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냐?”
“저는 강한 육체와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쉴드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을 이용하여 지구의 현대인을 상대하기 위해 세론님이 작업을 하신 것입니다. 지금 저의 힘과 스피드라면 현실에서는 저를 상대할 사람은 없다고 보시면 맞을 것입니다.”
동현의 야인마가 하는 말을 들으며 아주 작정을 하고 사고를 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상대를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만들었으니 나중에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자신이 보기에는 거의 인간과 같았기에 그 능력을 보이지만 않으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사실 동현이 요즘 수호대를 만들기 위해 육체를 강해지는 약을 만들라고 할 정도로 강자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강한 놈을 데리고 있으면 그만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동현은 수하들이 어디 가서 맞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쪽팔리게 어디 가서 두들겨 맞으면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결국 동현은 강한 수하를 한 명 더 데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아주 편리한 사고방식으로 키메라 문제를 매듭지어 버렸다.
“야인마는 이제부터 나의 명령에 따라 나를 보좌하는 일을 수행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동현은 야임마가 자신을 마스터라고 부르자 이거는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론이야 보이지 않는 존재이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야인마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는 앞으로 나를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라. 남의 이목도 생각해야 하니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형님.”
이렇게 야인마라는 강력한 수하가 생긴 동현이었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키메라 수하 말이다.
키메라는 피부가 강하고 융체를 재생하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지 않는 괴물이기도 했다. 세론은 그런 키메라의 몸에 새롭게 마법을 이용하여, 기존의 인간들과 전투를 할 때 절대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사용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동현이 이계에서 사용하는 무술을 조금 가미하여 새로운 체술을 익히게 하였기에, 사실상 동현을 빼고는 거의 적수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대기를 해라.”
“저기 형님 저는 이제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잉? 무슨 소리냐?”
“안으로 가고 싶어도 지금 세론님의 마나가 거의 바닥이라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공간을 이동시키는 마법은 아직은 세론님에게는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동현은 야인마가 하는 말을 듣고는 미칠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 주어야 자신이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내 세론과의 대화가 생각이 나자 동현은 세론을 부르려던 생각을 바로 멈추고 말았다. 야인마를 보고 싶다고 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허어, 내가 무지하여 벌어진 일이네. 이거 앞으로 진짜로 조심해야겠는걸.’
동현은 세론과는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였기에 이제부터라도 말을 하는 것에 조심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세론은 바로 시행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동현은 이제 눈앞에 있는 야인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이 덩치는 자신과 비슷하여 자기의 옷을 주면 되겠지만, 이 녀석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자신의 직속으로 두어 비서처럼 따라다니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너는 오늘부터 나를 따라 경호원처럼 다닌다.”
“예, 형님.”
야인마는 동현의 지시만 따르는 존재였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에고이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동현은 갑자기 생긴 야인마에게 자신의 옷을 주어 갈아입게 하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있게 할 수는 없어 야인마를 일단 차에 기다리게 하였다.
“여기 키가 있으니 너는 나의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예, 형님.”
야인마는 그렇게 옥상에서 간단하게 뛰어 내렸고, 동현의 차로 가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잠을 자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남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하는 짓인 것 같았다.
역시 에고라 생각을 하기는 하는 구나 싶은 동현이었다. 뜻하지 않게 새로운 수하가 생기고 한동안은 크게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수련관의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드드드-
“만영아 무슨 일이냐?”
“동현아 혹시 건달들 중에 아는 건달이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줄래.”
친구인 만영이 갑자기 건달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무언가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
“우리 집안의 일이 생겨 그러니 건달을 소개 좀 해 줘라.”
“아니 일에 대해 알아야 소개를 해 주지 그냥 만나라고 하면 가겠냐?”
동현은 만영이 급하게 건달을 찾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건달을 소개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친구인 만영이 하는 부탁이라 그냥 넘어가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동현이 일에 대해 알아야 소개가 가능하다는 말에 만영은 할 수 없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만영이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이놈이 조금 골치 아픈 놈이었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오만가지 사건은 다 만들고 다니는 놈으로 항상 일을 만들고 다니는 골치 덩어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놈 때문에 만영이 동현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동생이 사고를 친 것이 아니라 무슨 사이비 교단에 가입해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사이비 교단에서는 신도들이 나가려면 돈을 주고 나가라고 하고 있었고, 일부 신도들이 나가려고 하면 그에 따라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동생이 지금 사이비 교단에 가입이 되어 있어 나오려면 많은 돈을 주어야 하는데 그 돈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건달들을 이용하여 동생을 빼오겠다는 말이지?”
“그래, 아무리 미워도 친동생을 그런 곳에 둘 수는 없잖아.”
동현도 만영의 동생인 백영을 알고 있었다. 백영이는 친구인 만영의 말은 무시를 해도 동현의 말에는 총알 보다 빠르게 따랐다. 예전에 동현의 말을 무시하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은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동현이 오기만 하면 가장 먼저 피하려고 하는 놈이었다. 물론 가끔 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금 어디에 있냐? 내가 그리로 갈게.”
“지금 회사에 있지만 약속을 하면 나갈게.”
“알았다. 내가 그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전화를 할게.”
“응, 알았어. 고맙다, 동현아.”
동현은 만영과 통화를 마치자 바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은 물론 야인마가 하고 있었다.
야인마는 가네마에게 부탁을 하여 재일 교포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가네마는 야인마가 누구인지를 모르지만, 주군의 수하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바로 신분을 만들어 주었다. 이는 동현이 닌자촌의 은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동현에게 닌자촌의 은인패를 주었지만 동현은 패를 사용하지 않고, 가네마를 통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패보다 확실한 인물이 있는데 귀찮게 패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일성그룹의 상무인 김정국은 한미연과 김동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김동현은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현재 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말입니다.”
“그러면 김동현의 재력은 그리 대단하지가 않다는 말이지요?”
“예, 우리나라에서 따지면 이제 상류층에 발을 담근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요?”
김정국은 보고를 들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저러고 있을 때는 김정국이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최진성은 잘 알고 있었다.
최진성이 보고를 마치고 조용히 대기를 하고 있으니 김정국이 생각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며 진성을 보았다.
“한미연은 어떤가요?”
“예, 한미연은 어머니와 두 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연이 전에는 조금 힘들게 살았는데, 아마도 김동현을 만나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전에 살던 집을 조사를 해 보니 거의 쓰러지는 판잣집과 같은 곳이었으니 말입니다.”
진성은 조사를 한 내용을 정국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정보비는 어차피 정국이 주는 것이니 자신은 보고만 제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흠, 그렇다면 한미연은 결국 김동현에게 도움을 받아 이사를 하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기에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말인가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결혼을 하게 된 동기가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냥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있었기에 가능한 추리였다.
한미연이 동현의 도움을 받아 전과는 다르게 살게 되었으니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동현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동현과 미연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결혼도 약속한 것이다.
“수고하셨어요. 그만 나가 보세요.”
“예, 상무님.”
진성이 나가자 정국은 입가에 요상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소에는 어딘가 모를 더러운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조금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흐흐흐, 돈이라는 말이지? 내가 죽을 때까지 쓰지 못할 만큼 많은 돈을 주도록 하지.”
정국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무언가 동현에게는 불길한 일을 예고하고 있었다.
일성그룹이라면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룹의 계열사이기는 해도 그곳의 상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룹의 차남이라는 것은 모든 그룹의 계열사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정국의 말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인물들은 많다는 이야기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나 가니 말이야. 흐흐흐.”
정국이 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제야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미연과 동현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다.
============================ 작품 후기 ============================
ㅎㅎㅎ 요거는 보너스로...
드디어 칠십회가 넘었네요. 언제 백회가 넘어가려는지...
손구락이 미치도록 쓰기는 하는데 대고리가 영 부실해서리...
아무튼 연말이니 수시로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