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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69화 (69/222)

69화

“아버지 저 성희 맞습니다. 이제 아버지라는 말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부르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저 아는 척하지 마세요. 아시겠어요?”

박 여사의 말에 계모는 몸이 휘청거렸다.

“여…보.”

아버지는 계모의 몸을 부축하며 성희를 보며 화를 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저기 아줌마가 그동안 저에게 못된 짓을 할 때 아버지는 웃고 계시지 않았나요. 저는 왜 그렇게 당하고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제는 그렇게 멍청하게 살지 않아요. 그러니 더 이상 저를 찾아오실 생각을 버리세요. 다음에는 진짜로 욕을 할지 모르니 말이에요.”

박 여사는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담아두었던 서러움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자신이 그렇게 두들겨 맞을 때 아버지는 그 옆에서 웃으면서 계모를 두둔하던 사람이다. 세상에 친자식이 맞고 있는데 계모를 편들고 있을 정도로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을 딸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기는 그렇게 미워했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만 말이다.

박 여사의 대꾸에 아버지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계모를 부축하여 나가고 있었다. 계모도 아버지의 부축에 더 이상 있다가는 제대로 망신을 당할 것 같아 그냥 뒤돌아 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있던 박 여사가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경찰 아저씨 저기 나가시는 분들이 우리 가게에 입힌 피해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당신들이 갚아 줄 건가요?”

박 여사의 말에 경찰이 오히려 당황하게 되었다.

“얼마나 피해를 보셨습니까?”

“저분들이 오신지가 삼십 분 정도 되었으니 그동안 마트의 매상이 오르지 않았어요. 우리 마트는 평소에 그 정도 시간이면, 십만 원 정도는 매상이 생기니 거기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겠어요.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우리 가게에 오지 못하게 법적으로 처리를 해 주세요.”

박 여사의 말에 경찰들과 아버지는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애비에게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말이냐?”

“저에게는 아버지라는 분이 없으니 그런 말씀을 하시면 실례지요. 다음부터는 그런 말씀은 삼가 주세요.”

박 여사는 냉정하게 대답을 해 주었고 듣고 있는 아버지는 화도 났지만, 진심으로 박 여사가 자신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요상하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딸을 버린 아버지가 아니라 이제는 아버지가 버림을 받은 그런 느낌이었다.

경찰들은 박 여사의 말에 그저 보기만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딸의 사이가 심각해 보이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남의 가정사에 끼어 들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성민은 아내가 화가 나 있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피해 보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을 보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경찰 양반 저기 계시는 분들을 다음부터는 우리 가게에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소?”

“예, 법적으로 해결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면 방법이나 알려 주고 가 보시오. 오늘 바쁜데 오라고 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동네에서 일어난 일인데 당연히 와야지요.”

경찰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법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알려 주었다. 박 여사의 아버지는 진짜로 법적으로 오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도저히 여기에 더 있을 수가 없었는지 계모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에잉! 몹쓸 것들.”

아버지가 나가자 박 여사는 금방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했지만, 차라리 이대로 사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만 보면 환장을 한 사람처럼 행동을 하는 계모와 똑같은 성격을 가진 아버지,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겠지만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여사의 가게에서 일어난 일들은 동현에게 곧바로 보고가 되고 있었다.

“나 비룡인데, 너희 마트에 지금 어머니의 아버지가 와서 다투고 계신다고 한다.”

동현은 어머니가 또 할아버지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족을 두들겨 팰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어머니가 해결을 하도록 그냥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신경 써 줘서.”

“아니지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

“그래 알았다.”

동현은 비룡의 연락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 중에 외가는 없었다.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동현은 외가의 인간들을 사람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아서였다.

유일하게 외가의 인물들 중에 친하게 지내고 있는 상민 삼촌을 빼고는 동현의 머릿속에서는 모두 지워졌기 때문이다.

“흠, 이제 우리가 돈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겠지. 그러니 저러고 나오는 것이겠지.”

동현은 이미 외가의 할아버지가 왔다는 말에 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은 정말이지 눈곱만치도 없었다. 지난 시절 동현과 어머니는 외가에서 엄청난 모욕을 받으면서도 살아왔지만, 이제는 외가의 사람들이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모욕하게 되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들에게 모욕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자식을 버린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아무튼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입히기만 해 봐라. 그냥 두지 않을 테니.”

동현은 외할아버지만큼은 진심으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외가의 일로 동현이 잠시 정신이 어지러웠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큰 외삼촌인 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동현이니?”

“예, 지금 집에 외할아버지가 오셔서 어머니하고 싸우고 계신다고 하네요. 삼촌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주세요.”

“뭐라고? 아니 내가 가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갔다는 말이냐?”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예요?”

“아니 내가 나중에 이야기해 주마. 일단 끊자 내가 알아보마.”

삼촌은 동현이 왜 그런지를 알고 싶어 묻는 말에 그냥 대강 얼버무리고 말았다. 동현이 모르는 가족 간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은 어차피 외가를 가족이라고 생각지 않으니 아무 상관없었다.

“알았어요. 나중에 이야기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삼촌과는 그렇게 통화를 마쳤지만 동현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자신과는 친척이 되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찜찜한 기분을 풀기 위해 미연을 찾아갔다. 오늘 저녁에는 미연의 집으로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미연이는 어디 갔지?”

동현은 미연을 찾았지만 가게에는 없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동현은 가게의 지배인을 찾아 미연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지배인님 미연이 어디를 갔나요?”

“예, 조금 전에 나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장님.”

“그래요? 알았으니 일보세요.”

“예, 사장님.”

지배인은 동현을 아주 깍듯하게 모시고 있었다. 전에 건달들의 일을 직접 보고 나서는 동현이 보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몸이 건달화가 되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이 외부에 일이 있어 나갔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빠 무슨 일이세요?”

“어디 있나 하고 궁금해서 걸었어.”

“오늘 집에 간다고 좀 살 것이 있어서요.”

미연은 동현이 집으로 간다고 해서 무언가를 사기 위해 나와 있었다.

“그래? 오늘은 조금 일찍 가자.”

“예, 알았어요.”

미연도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저녁이 되자 동현과 미연은 다정하게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현이 가는 곳으로 다른 차가 은밀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저기 가는 차를 미행해야 하니 조심해서 가자.”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아 상대가 보통이 아니니 말이야.”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미 동현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남자들은 은밀히 동현의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지 않았으면 이들은 아마도 동현에게 바로 걸렸겠지만 차로 이동을 하는 바람에 걸리지 않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동현의 미연의 집에 도착을 하였고 둘은 다정하게 집으로 갔다. 미연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고 말이다.

동현과 미연이 집으로 들어가자 아까 미행을 하던 차가 조용히 들어오고 있었다. 고급 빌라라고 해도 저녁 시간에는 차를 막지 않는지,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저기 302호라고 합니다. 형님.”

“흠, 제법 고급 빌라에 살고 있다는 말이네.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냐?”

“예, 어머니하고 동생이 둘인데, 하나는 남자고 하나는 여자라고 합니다.”

이들은 미연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지 미연에 대한 모든 조사를 하고 있었다.

“여자에 대한 조사를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남자는 나도 어느 정도 아는 인물이니 대강 알아보면 되고. 이제 보고만 하면 되겠다. 그만 가자.”

남자의 지시에 다른 남자는 바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예, 형님.”

건달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행동은 건달들과 그리 다르지 않으니 이들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동현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과연 남자는 동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가 심히 궁금하게 만들었다.

동현은 누군가가 자신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미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형부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오세요. 제 친구들이 형부가 있다고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지연은 요즘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자신의 형부에 대한 자랑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그런 형부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고 지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놀렸고, 지연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형부를 반드시 소개를 해 주려고 하였다. 그런 형부가 오늘 집으로 왔기 때문에 지연은 지금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지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연의 오빠인 재영도 지금 매형이 와서 기분이 좋아 있었다. 재영은 동현이 매형이지만 자신의 친형과 같아서 너무 좋았다.

“오늘은 준비한 것이 별로 없어도 맛있게 들게.”

“아닙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데요. 어머니.”

“호호호, 고맙네.”

미연의 어머니는 동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는 말마다 그렇게 마음에 들게 하는지 정말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 어서 식사나 해요. 오빠 배고프겠어요.”

“그래 알았다.”

미연은 동현을 보며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 하고 있었고, 이는 미연의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이들에게는 동현이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동현은 미연의 집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오빠, 조심해서 가세요.”

“알았어, 어서 들어가.”

동현은 그렇게 미연과 헤어지고 바로 집으로 출발을 하였다. 사실 어머니 때문에 바로 마트로 가려고 하였지만, 자신이 없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아 시간을 미연과 보내고 가는 길이었다.

동현의 집에는 지금 어머니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오. 당신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동현의 아버지는 아내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친아버지를 만나 그렇게 매몰차게 보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그렇게 모질게 할 정도라면 그동안 얼마나 마음에 쌓인 것이 많았으면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가기도 했다. 마음이 상처는 누구도 고쳐 줄 수가 없었고 자기 스스로 고쳐야 했다. 오늘 아내가 그 마음의 곪은 상처를 터트리고 말았기에 가지는 허탈한 심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떠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이었어요. 계모라는 소리를 한 것이…….”

하기는 계모인지도 모르고 그동안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박 여사는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가 계모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동생들을 대하는 것을 보고는 이내 머리를 흔들었고 자신이 잘못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태껏 살아왔다. 그런데 아니라 부정했던 것이 진짜로 계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처음에는 분노를 느꼈지만 이내 그런 것도 소용이 없다고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담아두었다.

하지만 오늘은 자신을 찾아와서 하는 말에 그동안 속에 있던 말들을 모두 뱉어내고 말았다. 마치 절절한 한이 서린 목소리로 말이다.

“당신은 오늘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오. 사람은 마음의 병이 쌓이면 고칠 수가 없다고 했으니 오늘 아주 잘했소. 한편으로는 힘들겠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한 느낌도 들 것이니 말이오.”

성민은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된다는 말을 확실히 실감나게 만들어 주는 장면이었다. 이때 동현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수고하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동현이 들어오자 바로 수고 하였다고 해 주었다. 동현은 두 분의 눈치를 보았고 아직은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 오늘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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