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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68화 (68/222)

68화

진성이는 정말 상무만 아니라면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하의 김정국이라는 놈이 남의 여자나 껄떡이고 있으면서, 무슨 천하를 찾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진성의 현실은 그런 놈의 밑에 있기에 정국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상무님.”

‘아, 최진성의 일생이 이렇게 비겁하게 마감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최 비서는 프러포즈의 사장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아보시오.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 말이오. 그리고 한미연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시오.”

“알겠습니다. 상무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지만 겉으로는 정국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는 진성이었다. 진성은 일단 일성그룹의 상무가 내린 지시이니 정국의 지시에 따라 동현에 대한 조사를 해야 했다.

김정국은 진성에게 지시를 내리고 혼자 화를 내고 있었다.

“감히 나를 두고 다른 남자의 품으로 가려고 한다는 말이지?”

정국은 미연을 안 지 이제 며칠이 되지 않는데 마치 자신의 여자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김정국의 이런 집착은 오래전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이상하게 정국은 여자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전에도 남의 여자를 스토킹 하는 바람에 회사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어서, 결국 계열사의 상무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지금 또 다시 그런 일을 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었다.

“한미연이 기다려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차지하고 말겠다.”

정국은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지금 미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때?”

“이제는 거의 완쾌가 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 놀러 오시라고 하세요.”

“그래, 내일은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뵙자.”

“네에, 그렇게 이야기를 해 놓을게요.”

미연은 동현이 집에 간다고 하자 얼굴이 확 폈다.

동현이 이사를 갈 때 빼고는 거의 가지 않았기에 동생들도 동현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 놓고는 아직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 간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연이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고 동현은 이제는 자주 미연의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아무리 바빠도 미연이 집에는 자주 가야겠구나. 저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조금 무심하게 지내고 있었구나.’

동현은 미연을 보며 바로 반성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자주 가 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미연은 전화를 걸어 동현이 집에 간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고 있었다.

“엄마, 오빠가 내일은 집에 간다고 해요.”

“그러니 알았다. 내일은 식사를 할 수 있게 준비를 하마.”

“네에, 애들에게도 알려 주세요. 나중에 다른 소리 못하게요.”

“호호호, 그래 알았다. 지연이가 제일 좋아하겠구나. 형부가 보고 싶다고 날마다 조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미연은 통화를 하면서 엄마가 지금 매우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미연의 집안 식구들은 동현을 엄청나게 좋아했고, 미연의 동생들도 동현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동현이 집에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현이는 동현이 아예 집에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할 때가 생각나는 미연이었다.

“언니 형부하고 어차피 결혼을 할 사이이니, 그냥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거는 어때?”

지연의 말에 가족들은 모두 찬성을 하고 있었다.

“나는 찬성이야. 매형과 같이 살면 좋겠어.”

“그래, 나도 김 서방과 함께 사는 것은 찬성이다.”

가족들이 모두 찬성을 하였지만 미연은 그런 가족들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엄마, 그러지 마요. 창피하게 왜 그래요.”

미연은 가족들이 모두 동현을 좋아해 주고 있어 정말 기뻤다. 전과는 비교가 되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며, 이렇게 만들어 준 동현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었다.

미연이 잠시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동현은 영민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형님 애들 기초 체력은 이제 그만해도 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너의 기준에 보지 말고 내가 보는 수준에 맞추어 수련을 시켜라.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큼 애들을 대신해서 고생할 준비를 하고 알았냐?”

동현의 말에 영민은 바짝 얼어 버렸다.

“예! 알겠습니다. 충분히 마음에 드시게 수련을 시키겠습니다.”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동현은 더 강하게 하라는 말이었는데, 일차원적인 영민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고는 진짜로 죽일 각오로 수련을 시킬 생각이었다. 수련생들은 영민의 훈련을 받고 있지만 진심으로 영민을 죽이고 싶어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말이다.

동현은 전화를 끊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기 바빴다. 강남의 건달들이 모두 자신의 가게를 보호하고 있으니 지금 가게야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가게에 와서 갱판을 치려는 놈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으니 말이다.

“수호대만 마무리를 하면 나도 전국 일주나 하면 좋은데 말이야.”

동현은 자신이 하는 일이 대강 마무리가 되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대한민국도 아직 구경을 하지 못했는데 외국을 나가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그리고 미연의 문제도 있었고 해서, 당분간은 서울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약간의 방락벽이 있는 동현의 마음은 이미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동현의 어머니는 지금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사람으로 인해 놀라고 있었다.

“여,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박 여사를 찾아온 인물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내가 딸의 가게에 오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냐?”

박 여사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고는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이미 동생에게 이야기를 모두 들었기에 이제는 모두 떨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미움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미움이라기보다는 서러움이 맞겠지만 말이다.

동현의 아버지는 마트의 물건을 정리하고 창고에서 나오다가 박 여사의 부모님이 계시는 것을 보고는 조금 놀랐지만 그냥 담담한 시선으로 가볍게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네. 자네는 인사를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나?”

성민은 박 여사의 계모가 하는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바로 반박을 하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친어머니도 아닌데, 저희가 그런 대접을 해 드려야 하나요?”

성민은 그동안 가슴에 맺혀있는 일들이 많아 그대로 받아쳐 주고 있었다.

“아, 아니 그런 말을 하다니…….”

박 여사의 엄마는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얼굴이 뻘게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상민이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저 박 여사를 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저는 그냥 살고 있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버림받은 사람인데 무슨 볼일이 있다고 오셨습니까?”

박 여사도 성민과 같은 좋은 감정이 남아 있지는 않았기에 왜 왔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박 여사를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조금 힘이 들게 생겼다. 성민이 이제 다시 사업이 회복을 하고는 있다지만, 집이 엉망이다. 그래서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온 것이다.”

정말 뻔뻔해도 유분수지, 이분들은 진심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박 여사였다.

“그냥 가세요. 저희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이유도 그럴 여유도 없네요.”

박 여사는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가라고 했다. 성민도 정말 얼굴에 천판을 깔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여사의 아버지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왔는지 뻔뻔하게 다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미워도 부모라고 생각한다. 지금 철민이 사업을 하려고 하니, 가지고 있는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나의 마지막 부탁으로 들어도 좋다.”

박 여사와 성민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염치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이거는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도움을 구하시는군요. 하지만 저희는 단 한 푼도 도와 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냥 가세요. 더 이상 이야기를 했다가는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같군요.”

성민이 인상을 굳히며 말을 하였고 박 여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차가운 얼굴을 하며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박 여사의 반응에 어머니라는 여자는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며 남편을 보고 있었다. 자기가 계모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사람이 변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니? 너도 생각해 봐라. 그동안 먹여 주고 재워 준 은혜를 보답해야 하지 않니?”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주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먹여 주고 재워 주었다고요? 언제요? 나는 항상 혼자 커 왔고 누구도 저를 가족이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없었지요. 그리고 변했다고요? 당연히 변해야지요. 사람이 사람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변해야지요. 그래야 사람이니까요.”

박 여사는 지금까지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꺼내고 있었다. 한이라면 한이 되는 이야기들이었고, 성민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전부 나오기 시작했다. 박 여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계모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모질게 대했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성민은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분들이 과연 제대로 된 아니 정말 딸을 찾아온 부모가 맞는지 궁금해지고 있었다.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신의 아이를 때리고 구박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러고는 지금 그 자식에게 도움을 달라고 할 수가 있을까?’

성민은 두 사람을 보면서 결국 인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더 이상 아내와 대화를 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당신은 그만하고 두 분은 좋게 이야기를 할 때 돌아가세요. 더 이상 저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성민의 차가운 얼굴에 아버지는 당황과 두려움이 어렸고 계모는 더욱 뻔뻔해지기로 했는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좋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지 보자. 한번 해 봐라.”

성민은 계모의 행동을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만 두들겨 팰 수는 없으니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항상 마트를 감시하고 있었기에 바로 신고와 동시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이분들이 지금 가게에서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조치를 취해 주세요.”

성민의 말에 경찰은 바로 계모와 아버지를 보았다. 계모는 설마 성민이 경찰을 부를 줄은 생각지 못했는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경찰을 보며 자신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나의 딸이 하는 가게고 나는 그 딸이 보고 싶어 왔는데, 저기 사위라는 자식이 저렇게 몹쓸 짓을 하고 있으니 경찰 양반들 이거 좀 해결해 주세요.”

계모는 진짜로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고 있었다.

성민은 그런 계모를 보고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박 여사는 계모가 하는 짓을 보고 있다가 경찰을 보았다.

“저기 있는 여자는 저의 엄마가 아닙니다. 계모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와서 장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바로 처리를 해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게에 얼씬도 못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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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여사의 말에 계모와 아버지는 진짜로 놀란 얼굴을 하며 박 여사를 보게 되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저, 정말 성희가 맞는 거냐?”

아버지는 박 여사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지 말을 더듬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성희는 마음이 착하고 어질어서 남의 불행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딸의 모습은 자신이 계모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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