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동현은 이들에게 계기를 주기 위해 돈은 집으로 보내게 하고 있었다. 운동선수들이 돈을 버는 방법이 한국에는 그리 많지가 않다. 솔직히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는 자유주의 국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능력도 되지 않는 선수를 고용하려고 할 것이며 그런 선수를 위해 투자를 하겠는가 말이다.
결국 선수도 돈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능력이 있고 당장 돈을 벌어 주는 사람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동현의 앞에 있는 이들은 그런 능력이 있는 자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실력은 가지고 있었기에 동현이 수호대로 키우려고 하고 있었다.
동현의 지시로 영민은 지금 선수들과 계약을 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일이 많다고 지금 동생들 중에 한 명과 같이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동생도 이번 수호대에 입단을 하는 인물이었다.
동현은 이렇게 수호대를 만들었고 이제 이들은 계약 때문이 아니라 동현의 무서움 때문에 절대로 수호대를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기초적인 체력을 키우는 시간이라 영민이 혼자 해도 되지만 그 뒤로는 동현이 직접 이들을 수련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지옥의 훈련 코스로 말이다.
동현은 수호대가 완성이 되면 바로 주변의 인물들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이들을 완성해야 했다. 자신이 모두를 지키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수호대의 체력은 영민에게 맡기고 다시 미연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운동선수들 때문에 형사들이 자주 들락거리기는 했지만 선수들이 이미 정상적으로 계약을 했고, 지금은 체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고는 더 이상 오지를 않았지만 말이다.
영민은 형사들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련관에서 훈련을 시키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영민에게는 그런 단순한 일이 적성에 맞아서였다.
“오빠, 오늘 우리 가게에서 청혼을 하려는 분이 계시는데 이분이 조금 골치 아픈 요구를 하네요.”
“골치가 아픈 요구라면 안 하면 되지 않아?”
동현은 미연에게 가게에 대한 부분은 모두 일임을 하고 있었기에, 손님들이나 주변에서는 미연이 사장인지 알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동현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거의가 미연이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이제는 미연을 사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오늘 청혼을 하겠다는 남자의 신분이 문제라 그래요.”
“신분이 문제라고? 무슨 문제?”
“오늘 청혼을 하려는 남자의 신분이 대기업이 둘째 아들이라 조금 골치가 아파서요.”
프러포즈는 이미 젊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알려져 있었고 이제는 상류층의 사람들도 자주 출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청혼을 하려는 남자는 그런 프러포즈를 모두 전세를 내겠다고 하여 미연이 좀 난감해하고 있었다.
자신과 동현이 생각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로 시작을 한 것이지,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한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다. 동현도 미연의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흠, 그러니까, 그 사람은 우리 가게를 전부 빌려 달라고 한다는 말이지?”
“예, 실내와 외부도 포함해서 자신들이 사용하게 해 달라고 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는 거절을 했는데 그래도 계속해서 요구를 하는 바람에 조금 곤란해서 오빠에게 말을 하는 거예요.”
“거절을 했는데도 그런 요구를 한다는 말이야?”
동현은 미연의 말에 조금 발끈하기 시작했다. 가게의 주인이 거절을 했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 할 것인데, 그래도 계속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프러포즈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예, 어제도 전화가 왔어요.”
“내가 처리할 테니 이제 전화가 오면 나에게 연결을 해 줘.”
미연은 동현이 처리를 한다고 하니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에 입가에 바로 미소가 생겼다.
“알았어요. 그럼 그 문제는 오빠가 직접 처리하는 것으로 할게요.”
“그래, 그런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하고 의논을 해야지.”
“미안해요. 오빠에게 너무 의지만 하는 것 같아 혼자 처리를 하려고 했는데…….”
미연은 나름대로 혼자 해결을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미연아. 여기는 미연이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니잖아. 여기는 우리가 있는 곳이야. 나는 미연이와 언제든지 함께 라는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해.”
동현은 말에 미연은 바로 홍당무로 변했지만 마음은 한없이 기쁘기만 했다.
‘오빠 고마워요. 정말 죽어도 좋을 정도로 오빠를 사랑해요.’
미연은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이 지금 대답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눈빛만 보아도 미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연아 사랑해.”
“저도 오빠를 사랑해요.”
둘은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동현은 미연을 안아 주고 있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미연은 즐거운 얼굴을 하며 일을 시작하였는데, 지배인이 미연을 찾아와 약간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지배인님?”
“어제 오신 분이 또 오셨습니다. 지금 현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그 문제는 제가 처리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배인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미연의 얼굴이 밝게 변해 있어서 지배인도 조금 궁금하게 생각이 들었다.
‘응? 어제는 분명히 어두운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어째서 저렇게 밝은 얼굴이 되지? 진짜 무슨 방법이 생겼나?’
지배인은 가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오빠, 그 사람들 지금 현관에 와 있대요.”
동현은 미연이 소리를 치는 바람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으니 걱정 말고 기다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현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현관에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동현은 저 남자가 미연을 곤란하게 하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제가 프러포즈 사장입니다. 무슨 일로 오신 것입니까?”
동현은 남자의 앞에 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남자는 동현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조금 놀란 얼굴을 하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대답을 했다.
“예, 반갑습니다. 저는 일성그룹에 근무하는 최진성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그룹 회장님의 둘째 자제분께서 사장님의 가게를 하루 정도 빌렸으면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아마도 둘째 자제라는 놈의 비서로 있는 사람 같았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가게를 빌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여기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지금까지 손님들에게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있고 말입니다.동현의 대답에 남자는 상당히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다른 분이 아니고 일성 그룹의 자제분이십니다. 거절을 하시게 되면 아마도 곤란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여기를 빌려 드리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성그룹의 자제분이 저희같이 작은 가게에 해를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는 자유주의 국가이니 말입니다.”
동현의 대답에 남자는 얼굴이 바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자유주의 국가라는 말은 말 그대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지랄을 떨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남자는 동현의 뜻을 확실히 파악하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뜻을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살펴 가십시오.”
동현은 남자가 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일성그룹이 아니라 일성이 할아버지가 와도 내가 눈 하나 깜빡 거릴 것 같으냐? 한 번만 더 와서 지랄을 떨면 아주 작살을 내주마.’
동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최진성은 동현이 거절을 한 것에 솔직히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었다. 감히 자신이 다니고 있는 일성그룹의 부탁을 거절하였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진성은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나 최진성이요. 프러포즈의 사장이 누구인지를 좀 조사해 주시오. 우리가 처음에 보았던 사람은 여자였는데 오늘은 남자가 사장이라고 하니 이상해서 그렇소.”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을 드리지요.”
상대는 최진성의 말에 바로 조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진성은 전화를 끊고 이제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프러포즈를 빌리려고 하는 계획은 지금 일성의 계열사 상무로 있는 김정국이 미연을 보고 반해서 이루어진 계획이었다. 김정국은 프러포즈를 빌려 미연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가게의 주인이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김정국이 생각하는 여자는 기본적인 경제력이 있고, 그 다음에 사업적인 안목이 있는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고 있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최진성은 김정국이 알고 있는 한미연이 프러포즈의 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골치 아프네. 김 상무님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탈이 없을까?”
최진성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드드드-
“여보세요?”
“아, 아까 물어보신 프러포즈의 사장에 대한 정보입니다.”
“어떻게 되었소?”
“프러포즈의 사장은 김동현이라는 남자가 맞습니다. 그리고 한미연이라는 여자는 동현과 결혼을 약속한 여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최진성은 이제 상무에게 보고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했소. 돈은 통장으로 보내 드리겠소.”
“감사합니다.”
최진성은 이제 김 상무에게 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쉬워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바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상무님, 프러포즈 건에 대한 보고입니다.”
“아, 말해 보시오.”
“예, 프러포즈의 실질적인 사장은 김동현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한미연은 그 김동현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합니다. 가게를 빌리는 일은 김동현이 거절을 하였습니다.”
간단하고 명료한 보고였지만 그 안에 함축된 내용은 모두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한미연이라는 여자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다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상무님.”
“최 비서, 그래서 나보고 지금 포기를 하라고 하는 거요?”
김정국은 최진성의 보고를 받으며 지금 상당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 자신이 노리고 있던 여자가 이미 결혼을 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면 반드시 자기의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김정국이었기에 미연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김정국의 성격이 원래 집착이 강해서 절대 포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진성은 김정국이 또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저러다가 크게 욕을 먹고 계열사의 상무로 좌천이 되었는데, 또 남의 여자를 탐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속으로 한숨만 나왔다.
‘아, 저 새끼는 도대체 왜 남의 여자만 보면 탐을 내는 거야? 저 새끼 때문에 내가 미치겠네. 정말.’
최진성은 김정국이를 좋게 보지를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과 연관이 있어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하였는데, 저런 지랄을 할 때는 정말 만정이 다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미연이 그냥 혼자 있는 여자라면 자신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솔직히 김동현이 거절을 할 때만 해도 기분이 나빠서 미연과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나이로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깨끗이 포기를 하였는데 김정국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저기 상무님 이번에 사고가 터지면 정말 수습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최진성은 정국을 위해서 말을 해 주었지만 정국은 그런 진성의 말에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최 비서는 지금 누구 편을 들고 있는 거요? 내가 이 천하의 김정국이가 여자 하나 때문에 사고나 치고 있는 남자로 보인다는 말이오?”
“아, 아닙니다. 상무님.”
“최 비서는 그냥 내가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면 되니 더 이상 주제넘게 관여를 하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