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동현이 당당하게 말을 하니 성민은 조금 의심스러운 시선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동현은 속으로는 찔끔 했지만 겉으로는 당당하게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좋다. 그러면 저기 아가씨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 거냐?”
“예, 그렇게 하려고 데리고 온 것입니다.”
“너 혹시 사고 쳤냐?”
“쿨럭! 아버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동현은 아버지의 말에 바로 기침이 나오고 말았다. 설마 아버지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동현아 애비는 말이다. 어서 손주를 보았으면 한다. 그러니 사고를 쳐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동현이 사고를 치지 않았다고 하자 아주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동현에게 은근히 압박을 주고 있었다. 어서 사고를 치라고 말이다. 세상에 저런 아버지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현이었다.
“아버지 지금 저보고 사고를 치라고 하시는 거죠? 제가 어머니에게 그대로 가서 이야기해 드리지요.”
동현의 반격에 성민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허허허, 동현아 애비가 그럴 리가 있느냐. 나는 그냥 하루라도 빨리 손자를 보았으면 한다는 말이란다.”
성민이 바로 꼬리를 내리자 동현은 그런 아버지를 보고 웃어 버렸다.
“하하하, 아버지의 유일한 약점이 바로 어머니라는 것을 이제야 실토를 하시는 군요.”
“험, 험, 그…거야…….”
부자간의 대화는 다시 건전하게 흘러갔고, 미연과 박 여사도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 여사는 이제 미연이 동현의 배필로 인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동현이와 이번에 식당을 한다는 말이지?”
“예, 어머니.”
미연은 언제부터인가 박 여사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박 여사는 미연이 자신을 그렇게 불러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미연을 확실하게 며느리로 삼을 생각이신 듯했다.
“그런데 동현이 비밀리에 준비한 소스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고?”
“저도 그 부분에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자꾸 캐묻는 것 같아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어요.”
미연과 박 여사는 아주 의기투합을 했는지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미연은 동현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박 여사에게는 모두 말하고 있었다.
“비밀스럽게 만든 소스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과연 소스만 있다고 승부가 나겠니?”
박 여사가 생각하기로는 식당이라는 것이 가장 우선이 음식의 맛이지만, 서비스도 무시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도 소스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오빠가 저렇게 장담을 하는 것이라면 일단은 지켜보려고 해요. 어머니.”
박 여사는 미연이 가지는 마음이 참 갸륵해 보였다. 가게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자기 남자가 하려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믿어 준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의 그런 마음 때문에라도 성공을 하게 될 거다.”
박 여사는 미연을 보며 아주 훈훈한 미소를 지어 주며 말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동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저희 밥 좀 주세요.”
동현은 미연이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 결국 밥 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박 여사는 미연과 이야기를 하느라 밥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는지 아차 하는 마음으로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다. 지금 나간다.”
박 여사가 일어서자 미연은 자동으로 일어섰다.
“어머니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럴까?”
박 여사는 미연이 하는 행동이 모두 마음에 드는지 웃으면서 함께 주방으로 갔다. 거실에는 부자가 조용히 대기를 하고 있었고, 미연과 박 여사는 서둘러 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현은 밥을 먹으면서 어머니와 미연을 보게 되었다.
“역시 밥은 어머니가 하는 것이 최고에요.”
“호호호, 너는 장가가기 전에 마누라에게 소박을 맞겠다.”
어머니는 미연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 또 미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미연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자 박 여사는 오히려 더 크게 웃었다.
“호호호 장가간다고 하니 미연이가 더 부끄러워하는구나.”
“허허허, 결혼은 하고 싶은 모양이오.”
아버지도 가만히 계시다가 한마디를 거들었고 그 말에 미연의 고개를 차마 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동현은 부모님이 지금 자신들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바로 미연을 옹호하는 말을 하였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미연이가 부끄러워 밥을 먹지 못하잖아요.”
“어머, 너 지금 나를 두고 벌써 마누라 편을 드는 거니?”
“그러게 말이오. 자식은 역시 품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오.”
두 부부가 동현과 미연을 놀리는 바람에 동현과 미연은 연신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고, 미연은 이제는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동현과 하는 행동이 부부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지금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 되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리고 있던 부부는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놀리는 것을 멈추고 박 여사는 미연을 보며 말을 걸었다.
“미연이는 이제 자주 집으로 놀러 오고 그래라.”
“예, 어머니.”
성민은 미연이 박 여사를 보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에 자신도 그렇게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험, 나는 아버지라고 불러도 좋으니 그렇게 불러라.”
“예, 아버님.”
미연은 동현의 아버지가 자신들을 허락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런 사실이 너무도 기뻤다.
미연의 눈에는 촉촉하게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미연은 아버지가 없이 고생을 하며 동생들과 살아왔기 때문에, 동현의 아버지를 부르면서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미연의 아버지는 선원이었는데 가족들의 생활을 위해 배를 타다가 그만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그 뒤로 미연의 가족들은 힘든 생활이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동현은 미연의 가족사에 대해 알고 있기에 미연이 눈물이 고이자 바로 어머니에게 눈치를 주었다. 박 여사도 대강은 들어서 알고 있기에 미연의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 주었다.
“미연이는 이제부터 우리 가족이니 항상 아버지를 친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니?”
박 여사의 토닥거림에 미연의 눈에서는 폭포수 같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그 서러움은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어머니. 흑흑흑.”
미연은 박 여사의 말에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이 터지고 말았다. 한참 동안 미연은 박 여사의 품에서 울었고 그 덕에 두 눈이 지금 퉁퉁 부어 있었다.
“미연아 이제 여기를 너희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놀러오너라.”
“네에, 흑, 어머니.”
미연의 대답에 동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아버지도 미소를 짓고 계셨다. 가족 간의 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지 동현의 가족들은 미연을 아주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미연도 오랜만에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동현은 오랜만에 가네마가 수련을 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은 가네마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가네마가 지금 익히고 있는 것도 대단한 기술이지만, 오늘 동현이 알려 주려고 하는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가네마가 과연 이것을 익힐 수가 있을지 모르겠네.”
동현이 알려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라, 일단은 가네마가 기를 사용할 줄을 알아야 했다. 기를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적을 공격하는 기술이라 기가 없이는 아무소용이 없었다.
어둠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현대에서는 거의 무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기술이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동현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가네마 안에 있냐?”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가네마는 지금 은신에 대한 기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가네마는 은신을 배우면서 속으로 정말 대단한 무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가네마는 기를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지만, 아직은 미숙하기만 했기에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래 은신술은 어때?”
“아직 진전이 없지만 노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노력이니 최대한 숙련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예, 선생님.”
가네마에게 동현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동현의 말은 절대적으로 가네마에게 인식이 되기 때문에, 동현의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은 너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려 주기 위해 왔다.”
“예? 새로운 기술이라고요?”
“그래, 은신을 배우기는 했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공격을 하는 방법이 없어서 내가 개발한 기술이다.”
동현은 그렇게 설명을 하고는 바로 가네마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보여 주려고 하였다.
동현이 새로운 기술을 보여 주려는 것을 알고 있는 가네마는 동현의 움직임에 최대한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현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가네마는 당황하고 말았다.
분명히 눈앞에 있었던 동현이 갑자기 사라지자 가네마는 자신의 기를 이용하여 동현의 위치를 찾으려고 하였지만, 결국 포기를 하고 말았다. 자신의 은신과 동현의 은신은 눈으로 보기에도 수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생님 어디에 계십니까?”
그 때 갑자기 가네마는 등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느끼게 되었고 빠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기운은 계속해서 가네마의 등만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네마는 이마에 땀이 흐른 것을 모르고 주변을 살피기만 하고 있었다. 어디 피할 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현의 시선에서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가네마도 알고 있지만,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저절로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도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들게 하고 있었다.
동현은 가네마가 이제 기운을 느꼈다고 생각했는지 서서히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네마 방금 느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느냐?”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공포심이 생기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맞다. 이제 배우려고 하는 기술은 바로 상대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여 감히 대적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빈틈을 만드는 것이다.”
동현의 설명에 가네마는 이런 무술도 있을 수가 있다는 것에 정말 놀라고 있었다.
“선생님은 도대체 아시고 계시는 무술이 얼마나 됩니까?”
“왜? 지금 배우고 있으면서 뭐가 궁금한 거야?”
“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하는 무술을 알려 주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가네마는 자신에게 이런 고급 무예를 알려 주는 동현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만약에 자신이 배신을 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동현이 변하게 될지를 생각하니 절로 간담이 서늘해져 왔다.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했다가는 닌자촌의 닌자들 중에는 살아남아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의 분노에 대항한다는 것은 스스로 요단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가네마는 알고 있었다.
동현은 가네마가 자신이 알려 주는 기술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가네마는 모르고 있지만 이미 동현에 맹약으로 묶여 있는 가네마가 자신의 배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동현은 더욱 강한 것을 가네마에게 익히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전체와 싸울 수는 없고,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을 가진 수하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미 세론이 가진 힘을 강하게 해 주는 약을 개발하고 있어서 조만간에 건달 중에 일부를 차출하여 자신의 수하로 만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가네마 나는 너를 나의 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는 다른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