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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56화 (56/222)

56화

남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다란 고통이 자신의 몸을 장악하고 있으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으으으으, 주겠다. 줄 테니 나를 그냥 죽여 다오.”

“아직 남아 있는 부위가 많은데, 더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 참아라.”

서걱! 서걱! 서걱!

“크아악! 주겠다. 원하는 것은 바로 나의 금고에 보관이 되어 있다. 제발 나를 그냥 죽여 다오.”

남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금고의 위치까지 모두 토설하고 말았다.

동현은 남자의 말에 가네마를 바라보았다. 가네마는 동현의 눈빛을 보고는 그대로 얼어 버렸다.

“가네마 당장 놈이 이야기한 장소로 가서 확인을 해라. 단 한 가지도 버리지 말고 가지고 와라.”

“예, 선생님.”

가네마는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는 잠시라도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였다.

동현은 가족들을 건드리게 되면 이렇게 잔인해질 수가 있었는데, 그런 자신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웃겼다. 위치만 파악이 되면 세상에서 자신을 이길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는 동현이었다.

그런 절대적인 존재인데 감히 그런 자신을 건들리려고 하는 놈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증거만 확보하면 윤 의원이라는 놈도 응징을 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냥 죽이면 놈에게 너무 편안한 죽음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놈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현이 가지려고 하니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동현은 가네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증거만 확실하면 남자는 바로 죽여 줄 생각이었다. 어머니를 납치한 사실은 절대 용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현은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남자는 허무한 눈동자를 하고는 동현을 바라보았다.

“으으. 도대체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그렇다.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수가 있지?”

남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현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냥 있는 것이 이상해서 물었다.

“나는 힘을 가지고 있어도 너희처럼 사용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너희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힘이라는 것이 반드시 정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는 하지 않겠지만, 상대를 보고 써야 하는 것인데 너는 그런 눈을 가지지 못해 당한 것이다.”

“크크크 그렇지 나는 눈이 있어도 상대를 몰랐구나. 크크크.”

남자의 눈에는 더욱 허무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자신의 손을 움직여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나 남은 팔은 이미 고통으로 인해 잘 움직이지가 않았지만, 남자는 이를 악물고 움직여 품에서 작은 열쇠를 꺼내고 있었다.

“하나만 부탁을 하자.”

남자의 얼굴에 이번에는 거짓이 아닌 진실이 느껴졌다.

“무슨 부탁을?”

“이 열쇠는 나의 모든 재산이 있는 곳을 열 수 있는 거다. 그 안에 보면 나의 재산을 사용하려고 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재산의 반은 가지고 반은 그 안의 인물에게 주었으면 한다.”

남자는 동현의 눈을 보며 자신이 부탁을 반드시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이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남자가 손에 쥐고 있는 열쇠는 그냥 지하철 물품 보관소에 사용하는 열쇠 같아 보였다.

“이거 어디에 쓰는 열쇠냐?”

“종각역에 있는 물품 보관소 열쇠다. 1207호지.”

“그러니까,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알려 주는 사람과 반씩 나누어 가져라. 이 말이지?”

“그렇다. 그 안에는 제법 많은 재물이 있으니 부탁인데, 그 안의 인물에게 꼭 주었으면 한다.”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말을 하는 것이 동현이 보기에도 대단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동현이 아까 남자가 죽을 수도 있기에 피를 멈추게 하고 고통을 줄어들게 하는 혈도를 집어 주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정도 고통이면 울부짖는 소리가 나와야 정상이었는데, 저렇듯 참으며 말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인내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동현의 남자의 눈을 보았지만 결코 다른 뜻이 있지는 않아 보였다.

“알았다. 약속은 지켜 주마.”

드드드-

기다리던 가네마에게 전화가 왔다. 동현이 통화 버튼을 누르지 가네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여기 상당한 서류가 있습니다. 윤 의원에 관한 서류도 상당합니다.”

“가네마 모두 가지고 돌아와라. 위치는 너의 수련실이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가네마와 통화를 마친 동현은 남자를 물끄러미 보았다. 어차피 이제는 그냥 두어도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짚어 두었던 혈도가 풀리게 되고, 그 다음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죽게 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은 없으니 깨끗하게 죽여주기 바란다.”

“잘가라.”

서걱!

동현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의 목을 그대로 잘라 버렸다. 목의 반이나 잘려 피가 사방을 뛰었지만, 동현은 이미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피가 묻을 염려는 없었다.

동현은 남자의 시체를 보다가 조용히 시체를 들고는 나가고 있었다. 민간인들이 있는 곳에 시체를 두고 갈 수는 없어서였다.

동현은 차에 도착을 하자, 뒤에 있는 트렁크를 열어 보자기를 꺼내 그 안에 시체를 넣고는 바로 트렁크 안으로 던져 놓았다.

차 문을 여니 안에는 어머니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숨소리를 들으니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여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나고 있었다.

부르릉-

차가 떠나자 어둠은 다시 주변을 삼키고 있었다. 동현의 어머니는 기절을 한 것은 아는데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었다.

놈이 어머니를 데리고 가서 한 번도 깨우지를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동현은 어머니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 어머니와 함께 가게에 나가세요. 두 분이 함께 계시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잠시 일이 있어 나가 보겠습니다.”

동현은 어머니를 깨우고는 도둑이 들어 사고가 났었고, 도둑놈은 아버지가 와서 도망을 가는 바람에 잡지는 못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박 여사는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는 바람에 진짜로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해서 집안에 없어진 것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다시 차를 몰아 수련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수련관에 도착한 동현은 안으로 들어가니 가네마가 여러 가지의 서류들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자식은 일을 참 잘하는데 조금 고지식해서 문제지.’

가네마는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성격이 문제였다. 융통성이 없는 가네마의 성격 탓에 다른 사람들이 상당히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가네마 윤 의원이라는 놈의 서류는 많이 있더냐?”

“예, 선생님 지금 분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일도 그렇지만 여기 엄청난 일을 윤 의원이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네마는 서류 중에 하나를 동현에게 주었다. 동현이 보니 서류에는 군인에 대한 것이 자세히 쓰여 있어 호기심에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 안에는 그동안 지원을 해 준 군인들과 만남을 가져 하나의 모임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는 이들이 다음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윤 의원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이렇게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동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런 미친놈이 어떻게 대권에 도전을 한다는 거야?”

“아마도 군인들을 이용해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동현은 윤 의원이 자금을 움직일 때까지 시간을 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서둘러 자신이 먼저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네마, 윤 의원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동현의 말에 가네마는 무슨 뜻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동현의 눈을 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윤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재물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가네마 너는 우선 윤 의원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어라.”

“예, 선생님.”

가네마는 동현이 윤 의원의 재산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숨겨 놓은 재산 정도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지로 가네마는 예전에 그런 일을 처리한 적도 있었다.

동현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윤 의원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미 암살자가 자신에게 죽었으니 윤 의원이 알기 전에 모든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윤희명 기다려라. 내가 우선 너의 재산부터 조용히 압수를 해 주고 다음에 너의 명줄을 서서히 끊어 줄 테니. 감히 나의 어머니를 노렸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이니 말이다.”

동현은 윤 의원을 생각하며 분에 이를 갈고 있었다.

윤희명이 있는 저택에는 상당수의 경비원들이 저택을 지키고 있었는데, 가네마는 그런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안으로 잠입을 하고 있었다.

지금 가네마가 익히고 있는 어쌔신의 기술은 바로 잠입을 하는 것으로 사람의 시각에는 걸리지 않게 움직이는 방법이었다. 이미 동현에게 영혼의 맹약을 한 가네마였기에, 동현이 가네마에게 내공을 익힐 수 있게 해 주어 가능한 방법이었다.

‘흐흐흐 이렇게 간단하게 안으로 잠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도 난리가 나겠지?’

가네마는 닌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보면 아마도 난리를 칠 것이 생각이 나서 혼자 웃고 있었다. 닌자들이 가장 원하는 기술이 바로 이렇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잠입을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자신이 그런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가네마는 윤 의원의 저택으로 스며들어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저택의 지하에는 아무도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철저한 보안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네마는 그런 보안을 해도 잠입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하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에는 거대한 창고가 지어져 있었는데, 대단한 물건이라도 보관 중인지 문을 삼중으로 만들어 보안을 해 놓고 있었다.

‘아니 안에 무엇을 보관하고 있는데, 저렇게 철저하게 보관을 하는 거지?’

가네마는 순수하게 궁금증이 생겼다. 동현의 지시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풀고도 싶었다. 가네마는 지하의 금고를 여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지하의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다른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확인을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시간이 없는데 저런 곳에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동현에게 한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서였다.

가네마나 영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동현이었고, 그 동현이 화가 나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 바로 가네마와 영민이었기에 허튼짓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둘은 동현의 얼굴만 생각해도 자동으로 움직이게 될 정도로 동현의 지시는 모든 것에 우선하고 있었다. 가네마는 윤 의원의 저택을 모두 뒤지고 다녔고 윤 의원의 재산이 무엇인지를 모두 살피고 있었다. 가네마는 윤 의원의 컴퓨터도 조사를 하여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모두 카피를 해서 가지고 가는 중이었다.

“에이 지하에 있는 금고를 한 번 열어 보고 오는 것일 뿐인데 별 탈이야 있을라고.”

가네마는 지하의 금고가 가장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사실 가네마가 컴퓨터를 조사한다고 하여 시간을 잡아먹어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아마도 금고를 확인하고 나왔을 확률이 컸다.

가네마는 윤 의원의 재산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바로 동현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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