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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54화 (54/222)

54화

지연이 언니인 미연과 같은 미인이기 때문에 주변에 남자들이 몰리기는 하지만, 집안이 가난한 탓에 아직은 남자를 친구로 사귀지 않고 있었다. 남자친구를 만나 돈이 없어 모욕을 받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으니 지연의 호기심은 이제 날개만 달면 되는 일이었다.

“하하하, 처제 놀랐지?”

“네, 놀랐어요. 그런데 형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우리 언니를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지연은 미연이 만나고 있는 동현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이런 엄청난 집을 선물할 정도면 대단한 부자라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연은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지 돈에는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물어보면서 눈빛이 초롱초롱 빛이 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현은 그런 지연을 보며 참 호기심이 강한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모험가를 하면 되겠지만 지연이 과연 그런 것을 좋아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기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고 하였다.

“언니를 만난 것이 궁금해?”

“예, 궁금해요. 형부 어서 말씀해 주세요.”

동현은 미연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약간의 거짓을 보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 마담은 지인이 되었고 나머지 건달들은 조연이 되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연은 한참 동현의 말을 들으면서 수시로 표정이 변하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세상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있다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기심에 가득한 그런 눈빛을 가진 지연을 동현이 보기에는 나중에 단단히 사고를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한 여사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가려고 하였지만 동현이 이미 시장에서 당분간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사 두어 깜짝 놀랐다.

“아니 남자가 무슨 장을 본다고 이렇게 많이 산거야?”

“하하하, 이 정도는 요즘 남자들이 다 하는 일입니다.”

한 여사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야채와 고기들을 분류하여 냉장고에 넣었고 식사를 준비했다. 냉장고에는 생선들도 있었는데, 꼭 한 여사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놓은 것 같았다.

“호호 미연이가 이야기해 주었는지, 어째 내가 좋아 는 것만 골라왔냐?”

한 여사는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재영은 그런 어머니를 보니 정말 이제야 집이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현 덕에 새집으로 오게 되었지만, 집보다는 행복한 분위기가 재영은 좋았다. 어머니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준비하시고 계시는 모습만 보아도 재영은 마음이 기뻤다.

“매형,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가정의 행복은 모두 매형이 주신 선물이네요.”

재영은 동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하면서 앞으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동현이 이렇듯 미연의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그런 동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흠, 저 여자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집으로 찾아갈 정도가 되었나?”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누구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언제부터 동현을 감시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미연을 만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정도면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동현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누군가 자신의 주변을 이렇게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말이다.

“이제 대강 조사를 마쳤으니 작업에 들어가야겠다. 그동안 놈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으니, 이제부터 약점을 이용하여 놈을 무력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가장 큰 약점이 어머니인데 말이야.”

남자는 동현의 약점이 바로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금 어머니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동현의 목숨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는데 동현과 직접 상대를 하면 위험하니 약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 동현에게는 행복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위험도 함께 찾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동현은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열심히 미연의 집에서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웃고 즐기는 동안 시간은 흘러 이제 동현이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형부 이제는 우리 식구니 그냥 자고 가세요.”

지연이는 언니의 얼굴이 아쉬움이 묻어 있어 그래도 자기 딴에는 언니를 위한다고 한 말이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으니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동현은 지연의 발언에 모두가 긴장이 되는 모습에 바로 웃어 버렸다.

“하하하, 처제가 농담을 하니 모두 긴장을 하시잖아. 그래도 말은 고맙게 간직할게 나중에 그렇게 할 기회가 많을 거야.”

동현은 지연이 미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였다. 미연은 그런 동현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는 엄마인 한 여사를 보았다. 어서 인사를 마치라는 눈빛이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가 보게. 그래도 자주 놀러 와야 하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머님의 밥은 아주 맛있어서 자주 올 것 같습니다.”

동현은 한 여사가 준비한 식사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한 여사도 동현이 지금 인사차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식사를 할 때 정말 맛있게 식사를 하여서 보는 사람들이 즐거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현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나갔고 미연은 자동으로 동현을 따라 나갔다. 빌라의 주차장에는 동현이 차를 타려고 하였고 미연은 무언가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연은 이제 엄마가 완전히 동현을 사위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이 동현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빠, 내일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내일부터는 바쁘지 않겠어? 미연이도 내일은 나하고 식당을 보러 다녀야 하니 오늘은 일찍 자도록 해.”

“알았어요. 그럼 내일 전화해요.”

“그래, 잘 자고. 나 간다.”

동현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차에 탔다. 미연은 동현이 차에 타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동현을 불렀다.

“오빠, 잠깐만.”

“응?”

미연은 동현의 옆으로 와서 동현의 볼에 키스를 해 주고는 달아났다. 동현은 갑작스런 미연의 행동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생기고 있었다.

“오빠, 이거는 오늘 고생한 것에 대한 선물이에요. 조심해서 가요.”

미연은 동현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물론 수줍게 도망을 가면서 하는 말과 행동이라 뒷모습만 보였지만 말이다.

동현은 그런 미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는 부모님에게 소개를 시켜야겠지만 조만간에 시간을 만들 생각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는 동현이었지만 동현이 가고 있는 집에는 지금 엄청난 사고가 터지고 있었다.

“누…누구세요?”

“이거 마취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진짜로 존재하는 것은 처음 알았네.”

중년의 남자는 동현의 어머니를 보며 머리를 때려 기절을 시켜 버렸다.

퍽!

“으윽!”

동현의 모친은 간단하게 기절을 하였고 남자는 무언가를 두고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동현의 모친인 박 여사가 매어져 있었다.

동현의 아버지는 밤에 마트를 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식사 준비하느라 혼자 집에 계시는데, 중년의 남자는 그런 동현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지,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어머니를 기절시켜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남자가 사라지고 집안은 남자가 두고 간 종이만 남아 있었다.

동현의 아버지는 마트를 마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오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을 하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나 왔소.”

동현의 아버지 김성민은 항상 일을 마치고 아내에게 이렇게 보고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반갑게 맞이해야 하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기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응? 이 사람이 어디를 갔나?”

성민은 이상한 생각에 주방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주방의 바닥에는 어지러이 쏟아진 것이 있었고, 아무리 보아도 평소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민은 주방을 세밀히 살피기 시작했고 탁자 위에 있는 종이를 보게 되었다. 종이에는 어머니는 자신이 데리고 있으니 연락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성민이 보기에는 아내가 납치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현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내가 납치를 당할 정도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성민도 한 때는 해결사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지는 감이었다.

“일단 동현이에게 연락을 해서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구나.”

성민은 아내가 당장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동현을 원하는 놈이 아내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드드드드-

동현은 기분 좋게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중에 걸려온 전화를 보고는 의문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전화에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나와 있어서였다.

밤에는 한 번도 자기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 아버지였기에 동현은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예, 집에 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알았다. 운전 조심하고 빨리 오도록 해라.”

성민은 동현이 집으로 오고 있다는 말에 바로 전화를 마쳤다. 혹시 사고라도 날 수 있으니 집에 도착을 하면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다. 동현은 아버지가 전화를 하여 빨리 오라고 하니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고민만 하다가는 정말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최대한 빨리 집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가자. 가 보면 알 수 있겠지.”

동현의 그렇게 생각하고는 빠르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에 있는 성민은 도대체 동현이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가 궁금해졌다. 집안의 가족들이 납치를 당하게 될 정도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동현이 내공을 사용하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마도 상대는 그런 동현을 무력적으로 당하지 못하니, 이런 치졸한 수법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동현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동현이 오면 이야기를 해야겠다.”

동현의 아버지는 납치범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전화번호를 두고 갈 정도면, 나머지는 동현이 알아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동현을 보는 시선에 믿음이 자리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든든한 느낌이 드는 아들로 변해 있었다. 동현은 집 앞에 도착을 하자 빠르게 차를 주차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주방으로 와라.”

동현은 아버지의 말에 주방으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해서였다. 주방에는 아머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얼굴의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는 어디 가셨어요?”

성민은 동현의 질문에 가만히 들고 있던 종이를 동현에게 주었다. 동현은 아버지가 주는 종이를 받아 보고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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