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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52화 (52/222)

52화

하지만 사장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하고 있었다.

“합의를 보려면 합의금이 있어야겠지 얼마나 부를 생각이지?”

동현의 목소리는 절로 사장의 몸이 부르르 떨리게 하기에는 충분한 살기였다. 이는 사장만 느끼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 얼마를 원하시오. 원하는 만큼 드리겠소.”

사장은 동현과는 잠시도 같이 있고 싶지가 않아 얼른 부르는 대로 다 주고 끝내고 싶었다.

“십억! 1원도 빠지지 않게 그 돈을 주면 합의를 보지.”

동현의 말에 미연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어느 정도는 높은 금액을 부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렇게 엄청난 거금을 합의금으로 달라고 할지는 생각도 못했다.

사장도 동현이 십억이라는 금액을 부르자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시…십억이라니 말도 되지 않소. 내가 일억을 주겠소. 그러니 일억에 합의를 봅시다.”

사장은 일억이라고 하면 충분히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일억이라는 돈은 평생을 살아도 만지지 못하는 거금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사장이 만난 동현은 이미 그런 정도의 돈은 쳐다보지도 않을 사람이었기에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동현은 사장이 또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말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

퍽!

“크악!”

퍽!

“아악!”

퍽!

“아악!”

계속해서 주먹으로 때리기만 하던 동현이 다시 손을 들자 사장은 이대로 맞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온통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만 때리세요. 시, 시, 십억을 드릴 테니 이제 그만 좀 때리세요.”

사장의 한쪽 얼굴은 이미 동현의 주먹에 의해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동현은 사람이 어디를 맞아야 가장 고통을 느끼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 곳만을 골라 사장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때리기만 하니 심리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토해 내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당장 은행으로 이체를 한다. 오케이?”

동현의 말에 사장은 빠르게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미연아 계좌번호 불러.”

미연이는 동현의 무식한 행동에 지금 얼이 빠져 있다가 갑자기 계좌번호를 부르라고 하자 무의식중에 번호를 부르고 있었다.

“가나 은행. 862…….”

동현은 미연이 불러 준 계좌를 기억하고 사장을 보았다.

“들었지? 어서 보내라. 나도 빨리 해결하고 가자.”

사장은 동현의 말에 기가 막혔다. 한 번 듣고 기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 계좌로 보내라고 하는 것인가? 사장은 기억을 하지 않았다고 다시 두들겨 패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가 동현의 얼굴을 보고는 빠르게 다시 물었다.

“죄송하지만 다시 불러 주십시오. 이번에는 바로 송금을 하겠습니다.”

사장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적을 준비를 하였다. 동현은 기억한 번호를 그대로 다시 불러 주었고, 사장은 바로 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하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송금을 마친 사장이 동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저, 저기 지금 송금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우리는 이제 합의를 한 것으로 하지. 아, 그리고 혹시 다른 마음이 생기면 고소를 해 봐. 여기 증거가 있으니 말이야.”

동현의 핸드폰을 들고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동현의 그런 행동에 사장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가만히 보니 핸드폰의 옆에는 동현의 주먹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사장은 핸드폰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주먹이 무서워서 얼굴이 변한 것이다.

동현은 미연을 데리고 나가고 있었고 사장은 그런 동현과 미연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식당을 나온 동현은 미연을 차에 태워 이동을 하고 있었다.

“오빠,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세요? 혹시 해결사에요?”

미연은 동현이 사장을 다루는 것을 보고 물었다.

“하하하, 내가 해결사를 한다고? 나는 미연이 때문에 정신이 돌아서 그런 거야.”

얼굴은 홍시처럼 변하고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자 미연은 동현에게 들키지 않으려 푹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미연이 고개를 들며 고함을 쳤다.

“오빠, 자꾸 부끄럽게 할래요?”

“내가 언제? 나는 오로지 미연이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현은 미연을 빤히 보며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연은 동현이 자꾸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표정은 아니기에 다시 빨개진 얼굴과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에 또다시 고개를 숙여 버렸다.

두근두근-

‘내가 정말 이 오빠를 좋아하는 건가?’

미연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만난 지 하루 만에 이런 감정을 가질 수가 있다는 것은 미연에게는 낯선 느낌이었다. 동현은 미연을 보며 속으로 아주 흐뭇해하고 있었다.

‘흐흐흐, 이제 나에게 가지는 호감이 상당히 올랐겠지?’

동현이 미연에게 저러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호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여자를 사로잡는 비법 중에 하나가 바로 상대의 호감을 증폭시키는 것이고 동현은 미연에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이직은 초보이지만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빠,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응, 미연이 데리고 갈 때가 있어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동현은 미연의 집을 새로 구입하기 위해 향하고 있었다. 미연의 성격상 사장에 받은 합의금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 빤했기에 동현이 먼저 선수를 치려고 말도 없이 차를 몰아 나선 것이었다.

“오빠는 믿지만…….”

미연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지를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미연아, 내가 한마디 해 줄게. 오늘 사장에게 당한 일은 그만 잊도록 해. 그리고 너에게는 이제 내가 있다는 것만 생각해.”

동현은 미연이 아직 사장에게 당하려고 하였던 일들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기에 자신을 기억하라고 하면서 미연을 달래려고 했다. 미연도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마음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사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만큼 동현이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것이 감사하기만 했다.

“오빠, 고마워요.”

“고맙기는 나는 언제나 너의 옆에 있을 거야.”

운전을 하는 동현의 간지러운 소리에 미연은 감동을 받고 있었다. 처음부터 동현은 자신의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미연이었다. 이런 것을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미연에게는 동현이 백마 탄 왕자님 같았다.

동현은 미연이 감동하는 것에 이제는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흐흐흐 이제 너는 내꺼야.’

음침한 놈이 그래도 운이 맞아 제대로 한 건을 하게 되었으니 기쁘기도 할 것이다.

동현이 미연을 데리고 간 곳은 상도동이 아닌 사당동이었는데, 이번에 새로 고급 빌라가 들어서 있었다. 차가 도착을 하자 동현은 미연을 보며 말했다.

“여기니 내려.”

“여기가 어디에요?”

“미연이가 구경할 곳이야.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자.”

미연은 동현의 엉뚱한 행동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뜬금없이 집을 구경하고 사자고 하면 누구나 마찬가지의 표정이 될 것이다.

지금 동현이 갑자기 미연을 데리고 와서는 집을 사자고 하니 미연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했다.

“오빠, 미쳤어요?”

“내가 미친놈으로 보여? 오늘 미연이를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는 바로 합의금으로 받은 돈을 쓰기 위해서야. 내가 보기에는 미연이는 아마도 합의금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거야. 나중에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지 하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미연은 뜨끔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미연은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돈이 너무도 거액이라, 그 돈을 나중에 사장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강간을 당하려고 하기는 했지만 동현이 때문에 미수로 그쳤으니 그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소한 구억은 돌려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동현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제대로 찌르는 바람에 가슴이 뜨끔했던 것이다.

동현도 미연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합의금은 절대 돌려줄 수 없었다.

“미연아,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오늘 만약에 내가 가지 않았으면 아마도 미연이는 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고 하였을 거야. 그렇게 당하고 나면 미안해서 나를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그래서 합의금을 주지 못하는 거야. 그리고 그놈은 그런 행동을 너에게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이미 여러 번을 하였던 것 같아. 그래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거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의 말대로 집을 사고 나머지는 생활비에 보태고 그래.”

동현이 긴 설명을 하는 동안 미연은 다른 말은 들리지 않고, 자기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여자들도 그렇게 당했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정말 그 새끼가 다른 여자도 그렇게 해서 강간을 한 거예요?”

“내가 보기에는 그래. 아니면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데 누구도 오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미연도 사장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기에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지로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사장이 여자 종업원들의 몸을 탐내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기 때문이다. 미연은 사장이 그렇게 나쁜 놈이라는 소리에 돈을 돌려주려는 마음을 달리하게 되었다.

“오빠의 말을 들을게요. 그런데 여기는 너무 비싼 집이 아니에요?”

“미연이는 집이 비싸면 사는데 지장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왕에 사는 거라면 좋은 집으로 사자. 그리고 동생들도 생각해 줘.”

미연은 동현의 말에 그동안 동생들이 셋방에 살면서, 친구들을 한 번도 데리고 온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없는 살림에 친구를 데리고 올 수가 없어 동생들의 어깨는 항상 쳐져 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흔히 춥고 배고프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미연의 가족들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어머니가 몸이 아프시면서 동생들의 끼니와 병원비를 벌기 위해 미연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모른다.

미연은 그런 생각이 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동현은 그런 미연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미연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어서였다.

미연은 동현의 품에서 안정을 찾자 자신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겨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어머, 나 왜이러니? 그런데 이렇게 안겨 있으니 너무 좋다.’

미연은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편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동현은 미연이 이제 진정이 된 것 같아 조용히 미연을 보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된 거야?”

미연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예, 오빠.”

“자, 이제 집을 구경하러 가 볼까?”

동현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힘차게 말을 하며 미연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미연은 그런 동현이 너무도 고마웠다.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감춰 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현과 미연은 고급 빌라를 구경하였고, 그중 가운데 형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환해졌다.

“오빠, 나는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미연이 원하는 집은 넓은 거실과 베란다가 있는 집이었는데, 채광이 잘 들어오고 있어 괜찮아 보였다.

“그러면 여기로 하자. 미연이가 마음에 드는 집으로 골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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