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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50화 (50/222)

50화

동현은 미연의 반응에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손길에 자연스레 반응하는 미연을 보며 아주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마치 동현의 눈빛에는 넌 내꺼야 하는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하고 있어서 그렇지만 말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동현과 미연은 이제 한층 더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오빠,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뭔데?”

“오빠! 솔직히 이야기해 줘야 해요.”

“알았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줄게.”

미연은 동현의 눈을 보며 자신의 궁금증을 묻기 시작했다.

“오빠, 나 말고 여자가 많지요?”

동현은 미연의 질문에 눈빛도 달라지지 않고 대답을 해 주었다.

“여자는 미연이가 처음이야, 물론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하지만 지금은 미연이하고만 만나고 있어.”

동현의 대답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잘라 말하고 있는 것에 미연은 안도를 하였다. 눈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는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나 오빠와 키스를 하고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동현은 미연이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하니 기분은 좋았지만 어째 꼭 바람둥이 같다는 말처럼 들렸다.

“미연이는 남자를 처음 만난다고 했지만 나는 미연을 만나기 전에 여자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키스 정도는 해 볼 수가 있었지. 그리고 나도 아직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몰라. 다행이 미연이가 좋았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

동현은 미연을 보며 약간의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말을 해 주었다. 이계의 일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연은 동현이 여자를 사귄 적이 없었다고 했으면 동현을 믿지 않았겠지만, 저렇게 당당하게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알았어요. 오빠의 말을 믿을게요. 대신 이제 여자는 저만 있어야 해요.”

“알았어. 나도 미연이만 보고 있을게.”

동현은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해 주었고 미연도 그런 동현의 약속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현은 이제 미연이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알고는 아까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던 것을 다시 꺼냈다.

“미연아 내 말을 잘 들어 아까 내가 스파게티를 아냐고 물었다?”

“예, 알고 있어요.”

“이번에 내가 스파게티 가게를 열려고 하는데, 그 가게를 미연이가 맡아 주었으면 싶어. 너의 생각은 어때?”

“가게를 내가 맡으라고요?”

“그래,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많은 손님들이 모이게 될 거야. 일단 가게도 알아보아야 하니, 내일부터 나를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동현은 미연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이었다. 물론 미연의 집안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조사를 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려고 하였고 말이다.

미연은 동현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론을 내렸는지 동현을 보았다.

“오빠, 나를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하는 일이라면 그만두세요.”

“미연아 사업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시장을 보고 결정을 하는 거야. 나는 내가 준비한 스파게티 가게에 대해 충분히 조사를 했고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미연을 도와주기 한다고 하지는 않았어. 그러니 그런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해.”

동현은 미연에게 조금은 냉정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하더라도 미연의 성격상 자신이 하자는 대로 따라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의 생각대로 미연은 동현의 확고한 대답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고 이내 입술을 깨물며 대답을 했다.

“오빠가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고 하시는 일이라면 저도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런데 오빠 너무 냉정한 것 알아요?”

미연은 동현이 냉정하게 사업에 자신은 생각지 않는다고 하는 말에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동현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 미연에게 어설픈 도움을 주는 것은 동정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안해. 그래도 사업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하니 이해를 해 주었으면 좋겠어. 대신 미연이 일하는 것에 대한 월급은 내가 책임지고 챙겨 줄게.”

“호호호, 많이 주셔야 해요. 저 돈 많이 필요하니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 이번 사업은 분명히 성공하게 될 거야. 대신 내일부터 미연은 나와 가게를 보러 다녀야 한다.”

“죄송하지만 내일은 안 되겠어요. 저도 알바를 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내일은 가서 그만두겠다는 말을 해야 해서요. 그러니 내일은 말고 모레부터 어때요?”

동현은 미연의 대답에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소한 자신이 하고 있던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연이 그렇게 해야겠다면 그렇게 하고, 대신에 모레는 나하고 함께 움직이도록 해 줘야 해.”

“알았어요. 그런데 오빠 나하고 그렇게 함께 있고 싶어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는 물어오는 미연을 보자, 동현은 얼른 눈치를 채고는 바로 장단을 맞춰 주었다.

“미연이가 나하고 함께 있고 싶다고 몸으로 말해 주지 않았나? 이상하네. 나는 그렇게 알아들었는데 혼자 잘 못 알고 있었던 건가?”

동현이 또 짓궂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미연은 다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버렸다.

“오빠! 정말 그럴 거예요?”

미연은 자신을 놀리는 동현이 얄미웠지만 싫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집으로 가기 위해 나가고 있었다.

한 마담을 찾았지만 어디로 갔다는 이야기만 듣고 나가는 두 사람이었다. 동현은 미연을 집에까지 데리고 가기로 했고 미연도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동현의 차에 탄 미연은 차가 그리 고급차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동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요즘 남자들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 외제차를 선호하기 마련인데 역시 보통 남자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외제차는 안 타요?”

“미연이도 외제차가 좋아? 나는 외제차도 좋지만 국내에서는 국산차를 이용하고 있어.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실속 있고 좋아.”

미연은 동현의 대답에 남자가 참 알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지로는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미연이 살고 있는 동네는 영민이 살고 있는 동네와 그리 멀지 않는 상도동이었다. 그런데 미연의 집은 상도동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위치에 있는 곳이라, 차를 타고 가는 길도 상당히 험했다.

미연은 동현의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오빠, 고마워요. 모레는 내가 연락을 할게요.”

“알았어. 연락 기다릴게.”

동현은 미연과 헤어지고 다시 차를 몰고 나오면서 미연의 집을 한번 알아보아야겠다 싶었다.

영민이 살고 있는 빌라 정도면 미연의 식구들이 살기에는 그리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일은 미연의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미연이 받을지는 모르지만, 동생들과 어머니가 계시니 아마도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이었다.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런 고생을 하는데, 가족들을 위하는 미연이 집을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동현의 판단이었다.

미연은 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입구에 있던 자신의 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며 보고 있었다.

“누나, 방금 만난 사람은 누구야?”

“그래, 언니 누구야?”

동생들은 아마도 동현을 보았던 것 같았다.

“내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야.”

“그럼, 형부가 되는 거야?”

지연이는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3학년이라 그런지 요즘 남자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다.

지연도 미연과 마찬가지라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서 조금 콧대가 높기는 했지만, 남자에게 관심이 적지는 않았다.

“누나,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야?”

남동생인 재영의 말에 미연은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재영은 집안의 유일한 남자라 그런지 일찍부터 철이 들어 누나인 자신과 여동생의 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미연은 동생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면 대답해 주었다.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좋은 분이야 걱정하지 마.”

누나의 말에는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재영은 누나의 말대로 좋은 분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고생만 한 누나였기에 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알았어. 그런데 언제 소개를 시켜 주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알아서 소개해 줄게.”

“알았어, 누나.”

“언니, 나도 소개해 줘야 해.”

“그래, 어서 들어가자.”

동생들은 동현에 대한 궁금증만 키우게 되었지만 이들에게는 그래도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기분이 달아나 버렸다.

드드드-

“무슨 일이냐?”

“형님, 강 여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강 여사라는 말에 동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히 자신의 뒷조사를 하는 여자였고 돈 좀 있다고 설치고 있는지라, 이번에 확실히 손을 봐주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때?”

“생각보다는 많은 이득에 발을 담근 것 같습니다. 여기 증거도 제법 되고요.”

“흠, 증거가 많다는 이야기는 아직 일이 서툴다는 말이겠지?”

“예, 형님.”

동현은 강 여사라는 여자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검찰의 고위 간부인 신랑이 있으니 법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이쪽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아 너 혹시 기자 쪽으로 아는 인물이 있냐?”

동현이 생각한 것은 일단 기자를 이용하여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었다. 일단 매스컴에 집중 보도가 되면 이는 아무리 고검장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알아보면 금방 나올 겁니다. 기자가 필요 하세요?”

“그 신랑이 고검장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저기 형님 그 신랑도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자식 마누라랑 많은 일을 같이 했던데요? 그 증거도 여기 제가 가지고 있고요.”

영민의 대답에 동현은 더 이상 신랑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기자를 알아보는데 정말 정직하게 일하는 분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하자.”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고 다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영민의 대답에 동현은 강 여사라는 여자에 대한 조치는 기자를 먼저 알아보고 난 뒤 처리를 하기로 했다. 일단 기자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증거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도 그만큼 확실한 사람이어야겠지만 말이다. 아직은 사회에 나쁜 놈보다는 정직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는 동현이었다.

그 시각 영민은 동현의 말에 기자를 어찌 알아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일개 건달이 기자들과 알고 지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형님은 무슨 기자가 필요하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 그런데 기자는 어떻게 알아보지?”

영민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갔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영민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렇지 그놈이 있었지.”

영민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돌파구를 찾았는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현의 지시이니 이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민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동현은 아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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