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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9화 (49/222)

49화

“오늘은 정말 속에 있는 말을 모두 이야기하니 시원하네요.”

“저도 미연 씨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들으니 연예인이 결코 좋은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약간 다른 경우겠지만 말이에요.”

미연도 연예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여러 연예인을 만나 보았고 모두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도 자신은 변화가 없었고 미연의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스스로 자신을 달래며 그러지 말자고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동현은 그런 미연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지로 굳건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미연 씨, 그럼 소속사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연이 연예인을 하지 않는다고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소속사와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으니 그 남은 기간 동안은 다른 곳에 가지를 못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제 연예인은 정말 하고 싶지가 않아요. 이대로 살고 있으면 소속사도 별수 없지요. 호호호.”

미연의 웃음 속에는 처연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을 보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미연의 자존심을 건들지도 모르니,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흠, 연예계가 그런 곳이라면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기는 한데 이왕에 시작을 하였는데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동현은 미연이 소속이 된 곳을 한번 알아보려고 했다. 아직 동현이 사업에 대해 눈을 뜨지 못해 이러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 아마도 누구도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눈을 가진 동현이었다.

그래서 동현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연예인에 대한 문제는 지금 건들지 않고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만, 당장 미연이 살아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연 씨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실 생각이십니까?”

“저요? 저 내일 알바 나가야 해요. 그 징그러운 시선들을 참으면서 일을 해야 우리 동생들 공부 시킬 수 있거든요.”

알바를 한다는 곳은 식당이었는데, 그래도 한때 광고를 했던 얼굴이라 제법 고급 식당에 알바를 할 수가 있었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 식당의 사장과 부장, 그리고 안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이 모두 미연에게 향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모두가 미연의 몸을 원하는 눈빛이었고 미연도 그런 불쾌한 시선을 느꼈지만, 당장은 옮길 형편이 못되니 불쾌해도 참고 있는 중이었다.

집에는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자신만 바라보고 있어 미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동현은 미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아마도 태어나서 가장 빠르게 머리가 회전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동현은 문득 이계의 음식이 생각이 났다. 여기서도 먹고 있는 것이지만, 이계에는 특별한 소스가 있어 별난 맛으로 느낀 스파게티가 생각이 나자 이거다 싶었다.

“미연 씨 혹시 스파게티에 대해 아세요?”

동현이 말에 미연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갑자기 얼굴에 살짝 냉기가 돌았다.

“지금 저를 무시하는 거예요? 아무리 제가 지금 놀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파게티조차 먹어 보지 못했을 것 같나요?”

미연이 자신의 말을 오해 했다고 생각한 동현은 황급히 대답을 했다.

“제 말을 오해하셨나 봐요. 저는 먹는 스파게티를 묻는 것이 아니라, 스파게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아시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미연은 조금 안색이 풀렸다.

“아, 만드는 방법은 조금 알기는 하지만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몰라요. 그리고 제가 오해를 해서 미안해요. 제가 너무 자격지심에 빠져 있었나 봐요.”

미연은 대답을 하면서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연의 그런 표정에 눈이 풀려 있으니, 동현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동현은 갑자기 밑에 동네에 있던 놈이 서서히 기지개를 피려고 하자 깜짝 놀랐다.

‘아니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조금 참아 봐.’

동현은 미연의 눈과 얼굴을 보니 자꾸 머리와 몸이 따로 놀려고 하자, 사천만 한국인의 진정제인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애국가를 속으로 열심히 부르는 동현의 반응에 미연은 조금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의 모습에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허걱! 저렇게 섹시하게 표정을 지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동현은 애국가를 부르다가 미연의 묘한 시선에 완전히 몽롱해지는 기분이 되었다.

아직은 이성을 찾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는 자신도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미연 씨 오늘은 그만하시고 제가 연락을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예? 그만하자고요? 왜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미연은 지금 술기운 때문에 평소에 보이는 반응과는 정말 다르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행동이 아마도 미연의 평소 성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연예인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숭을 떨어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수줍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미연은 자신이 지금 보여 주는 얼굴이 상대에게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야릇한 시선과 묘한 행동이 상대를 자극하고 흥분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대한민국의 순수한 처녀인 미연은 아직 남자를 모르고 있었다. 늑대가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말이다.

“미연 씨, 미안하지만 그런 표정도 짓지 않으면 안 되나요?”

“제가 뭘요?”

“자꾸 그런 표정을 지으니 미연 씨가 사랑스러워서 안아 주고 싶어지잖아요.”

동현의 대답에 미연은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

“호호호, 그럼 안아 줘요. 저도 남자의 품이 어떤지 느껴 보게요.”

미연은 지금 술을 마셔서 그런지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대범하게 나오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의 얼굴이 지금 자신을 유혹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기분에 결국 미연의 옆으로 다가갔다.

미연도 아직 남자를 모르고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동현이 일어서며 자신에게 다가오자 조금 전과는 다르게 얼굴이 조금은 두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저… 저기 진짜로 안아 주시게요?”

“미연 씨가 안아 달라고 하셨으니 이제부터 미연 씨가 책임을 지세요.”

동현은 미연의 옆에 앉아 가만히 미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연은 그런 동현의 행동에 흠칫하며 몸을 떨었지만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떨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동현은 손에 느껴지는 떨림을 알았지만 가만히 있는 미연을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미연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동현의 품에 안기게 되었지만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미연은 남자들의 유혹을 참고 견디기는 했지만, 자신도 연예를 하고 싶기는 했다. 자신도 여자이고 애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미연이 남자들을 거부한 이유는 여태껏 자신이 보아 온 남자들은 모두가 자신의 몸만 원했었기에 거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동현은 그런 남자들과는 질적으로 달랐기에 처음으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본인도 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동현은 미연을 품에 안고 있으니 기분이 하늘을 떠다니는 듯했고, 자신도 모르고 미연의 허리에 손을 대고 힘을 주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밀착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

미연은 동현이 몸을 당기자 야릇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달디 단 신음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 덕분에 동현은 용기를 얻었는지 미연의 얼굴에 점점 다가갈 수 있었다. 미연도 동현의 얼굴이 다가오자 본인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용기도 없었고, 키스라는 것도 처음이라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흡…….”

동현과 미연은 키스를 했고 능숙한 동현의 리드에 미연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동현은 이미 아내가 있었던 남자였고 그러니 여자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인물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자신이 스스로 자제를 하고 있었을 뿐, 이렇게 자신을 흥분시키는 여성이 있다면 가만히 있다가는 그냥 놓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하였다.

동현의 키스실력은 이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는 수준이었기에 미연은 키스 한 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동현의 리드는 미연에게 감당하지 못할 흥분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의 시간 동안 키스에 열중하고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이 되자 동현의 손이 움직이게 되었고 미연은 동현의 손길이 언제 도착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벌써 자신의 가슴에 있는 것에 정신이 들었다.

“저… 저기…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요.”

미연은 아직 처녀라 그런지 가슴에 대한 방어는 강력했다.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가슴을 만지려고 하니 바로 반응이 온 것이다. 동현은 탄력 있는 가슴을 더 만지고 싶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쩝! 조금만 더 있었으면 되는데… 아깝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동현은 미연을 안은 손을 풀었다.

“미연 씨,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미연 씨를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동현은 미연에게 사과를 하고 있지만 당신이 아름다워 그런 것이라고 하며 미연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미연도 동현의 손길이 이미 가슴에 올라 있다는 것에 놀라 반항을 하였지만, 동현의 정중한 사과에 얼굴이 도화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아…아니에요. 저도…….”

미연은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은 채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 갔다. 동현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약간은 굳어진 얼굴로 미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연 씨, 오늘 당신을 처음 만났지만 저와 교제를 해 주십시오.”

청혼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들어보는 남자의 교제 신청에 미연은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동현이라는 남자가 자신도 마음에 들었고,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진 그 미묘한 충격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아… 저 사람이 오늘 처음 만나 가슴을 만지게 했다고 나를 오해하면 어떻게 하지?’

미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과 교제를 하자는 말에 눈빛이 흔들리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 저…도 좋아요.”

미연은 말을 끌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사실은 미연이 동현을 더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미연은 지금까지 자신의 가슴을 만진 남자는 처음이었고 키스란 것이 그렇게 황홀한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세상에 키스를 하고 나니 남자가 달라 보인다고 하면 아무도 믿어 주지 않겠지만, 진짜 자신은 키스 한 방에 동현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로 보이고 있었다. 동현은 미연의 허락에 다시 한 번 미연을 가슴에 안았다.

“어머?”

미연도 동현이 갑자기 자신을 안을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라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가만히 눈을 감고 동현의 품에서 아늑함을 즐기고 있었다. 미연이 남자의 품에는 처음으로 안겼지만,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현의 품은 그녀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미연 씨, 이렇게 허락을 해 줘서 고마워요. 우리 앞으로 잘 지내요.”

“네에.”

미연은 동현의 말에 부끄러운지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동현은 미연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미연을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등에 손을 대고 쓰다듬으면 처음에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상대에 대한 반감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결과를 보여 준다.

“아…….”

미연은 자신의 등을 쓰다듬는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나오고 말았다. 이번 신음은 황홀한 그런 소리가 아닌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감이 넘쳐나는 그런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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