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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8화 (48/222)

48화

한국에 와서 많은 미인들을 보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는 전혀 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 미인이었기에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이정도의 미인이 아직도 신인이라고 하니 연예인이 그렇게 힘이 드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호호, 인사를 했으니 일단 자리에 앉아요. 그리고 저는 술을 준비해서 올게요. 오는 동안 좋은 이야기들 나누고 계세요.”

한 마담이 나가고 두 사람은 약간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이내 동현이 먼저 남자답게 말을 걸었다.

“저기 미연 씨라고 했지요?”

“예.”

“제가 연예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미연 씨 정도의 미인이 아직도 신인으로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가 않네요. 우리나라 연예계가 눈이 나쁜가 봐요.”

동현의 말에 미연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모든 여자들이 자신을 예쁘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호호호. 오늘 처음 뵙는데 칭찬을 하시는 솜씨를 보니 완전히 몸에 익으신 것 같네요.”

미연이 보기에는 동현이 많은 여자들을 만난 듯해 보였다. 보통의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소개를 받을 때 무게를 잡는 편이었는데, 동현은 그런 사람들과는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동현이 여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미연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동현이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미연은 그런 동현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다. 자신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는 한 마담의 부탁에 의해 나왔지만, 자신도 내심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지면서 그동안 고생만 했다는 생각에 좋은 남자를 만나 식구들과 편하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연예인에 대한 좋은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처음 미연이 연예계에 진출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광고였는데, 당시에 신인 치고는 파격적인 금액을 받고 광고를 찍게 되었다. 그 뒤로 각종 출연제의도 들어왔고 국내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제이엘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도 하게 되었다.

아직은 신인이지만 이미 광고를 찍은 상태라 그런지 미연에게는 매니저도 생겼다. 미연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순수한 맘으로 연예인이 될 결심을 하게 되었지만, 연예계가 미연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찮은 곳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미연이 광고를 찍고 얼굴이 조금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미연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던 차 매니저는 그런 미연에게 빨리 크기 위한 방법이 있다고 일러 주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아니?”

“뭔데요?”

“스폰서가 있어야 하는데, 미연이 너는 인물이 되니 바로 스폰서가 생길거야.”

미연은 처음에는 스폰서가 왜 필요한지를 몰라서 그냥 스쳐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폰서가 그냥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는 스폰서에게 몸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미연은 몸을 팔면서 연예인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일거에 거절을 하였다.

“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스폰서를 구할 생각이 없으니 그만 두라고 하세요.”

“나중에 후회할 텐데…….”

매니저는 미연을 보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미연은 그래도 하지 않겠다 단언했다.

문제는 미연이 스폰서를 거절하고 나서부터였다. 광고는 찍고 있지만 미연이 하는 것은 그 광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이었다. 매니저의 말이 그때서야 무슨 뜻인지 깨달았지만 그래도 후회를 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렇게 스폰서를 받으면 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미연의 수입이 더 이상 없게 되자 회사에서는 미연의 매니저를 다른 사람에게 돌렸고, 미연은 항상 혼자 다닐 수밖에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도 그런 미연에게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말이다.

혼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알아보기도 했지만, 회사에 매여 있는 미연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미연에게 접근한 사람이 바로 한 마담이었고, 미연은 가끔 한 마담과 만나 이런 술자리를 들어가며 돈을 벌고는 했다.

가족들이 집에 있었고 아직은 어린 동생들의 학비로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연은 술집을 다니기는 해도 절대 몸을 파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한 마담이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기에 이제는 술집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알바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오늘 한 마담이 오랜만에 연락을 하여 좋은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 동현의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괜찮아 보여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말을 하고 나서 짓는 표정이나 눈빛이 맑고 깨끗한 것이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의 몸이나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였다.

“제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미연이 했던 말에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하는 말이었다.

“호호호, 아니에요. 제가 관심이 생겨서 그런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미연은 지금 알바를 하며 힘들게 살고 있지만, 타고난 미모로 인해 요즘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알바를 하는 곳에서 남자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를 알고 있기에 최대한 조심을 하고 있었고, 사장의 눈빛을 보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동생들이 생각이 나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동현은 아름다운 미인인 미연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동현이 처음 본 미연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미연이 이계의 아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저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은 기회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동현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을 내며 미연을 바라보았다. 미연도 동현을 바라보면서 그 눈빛이 절대 음침하거나 탐욕이 어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 저런 남자도 있을 수가 있구나.’

미연은 자신을 보고 음심을 품지 않고 이야기가 가능한 남자를 보니 정말 동현의 정체가 궁금해 졌다.

“물론이지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세요?”

“저는 그냥 작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리 크지 않지만, 나중에는 제법 장사가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현 자신이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 이야기는 거짓이 아닌 조금만 있으면 해야 하는 사업을 미리 이야기한 것이다. 영민과 함께 이계의 물품을 이용한 작은 사업체를 구상중이였는데, 오늘 미연을 보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하게 되어 버렸다.

“호호호, 작은 사업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작을 뿐입니다. 하지만 미연 씨 같은 미인이 옆에 계신다면 저절로 힘이 나서 사업이 번창하지 않겠습니까?”

“호호호, 정말 사람을 기분 좋게 하시는 재주가 좋으신가 봐요.”

미연은 동현이 하는 말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미연이 오늘 동현에게 이렇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그동안 보아 온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몸을 탐했지, 자신을 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지로 미연의 미모만 원하는 남자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제가 유일하게 가진 재주가 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오늘 저의 재주를 이용하여 미연 씨를 즐겁게 해 줄 수만 있다면 저에게 아주 영광이겠지요.”

동현은 미연과의 대화에 무슨 꿀이라도 발라놓았는지 아주 부드럽게 리드하고 있었다. 예전의 동현이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생각을 달리한 이후로는 미연과의 대화가 아주 즐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동현이 생각하기로는 미연이 정도면 어머니께 인사를 드려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미연의 마음은 모르지만 자신이 보기에 눈빛이 맑은 것이 세상의 때가 아직은 묻지 않아 보였다.

“호호호, 오늘 제가 정말 대단한 분을 만난 것 같네요. 이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것만 보아도 말이지요.”

미연도 동현과 대화를 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는 믿지 못해도 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믿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있으니 말이다. 미연과 동현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문이 열리면서 한 마담이 들어왔다.

“아니, 제가 없으니 두 분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한 마담이 약간 삐진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동현을 흘겨보았다.

“하하하, 한 마담은 그런 얼굴이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평소대로 해요.”

동현은 한 마담의 성격을 대강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지만, 미연은 한 마담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있는 동현의 정체가 궁금했다. 미연이 알고 있는 한 마담은 뒤에 대단한 건달들이 있고, 그 인맥도 만만찮다고 알고 있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호호호, 동현 씨는 저를 너무 잘 아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여기 술을 가지고 왔으니 천천히 드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한 마담은 자신이 없어야 좀 더 분위기도 편해지고, 그 편이 동현을 도와주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한 마담이 나가고 동현은 탁자에 있는 술병을 들어 마개를 따서 미연을 보았다.

“미연 씨 한잔하실래요?”

“저 술은 잘 못하는데… 오늘은 마실게요.”

미연은 그동안 자신이 망가지면 동생들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진짜로 술을 마시지 않고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미연에게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항상 모질게 먹고 살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에게 술을 따라 주면서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동현이 잔을 들어 미연을 바라보며 건배를 제의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정말 기쁘네요. 그런 의미로 우리 건배나 할까요?”

“좋아요. 우리 건배해요.”

“오늘의 즐거움을 위하여…….”

“위하여…….”

쨍!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였고 동현은 단숨에 술을 마셔 버렸다. 동현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기에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미연은 동현과는 달랐다.

미연은 오늘 처음 양주를 마시는 날이었고 입안에 고이는 강도 높은 알코올의 맛에 본인도 모르게 눈이 흐려지고 있었다. 세상에 양주 한 잔에 정신이 흐리멍텅해지는 여자도 있다는 사실을 동현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한 잔 더 해요.”

미연은 술을 마시니 용기가 나는지 동현을 보고 한 잔 더 달라 보채기 시작했다. 미연의 상태가 술을 마시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 같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에 고이는 눈물을 보고는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쪼르륵-

양주가 잔에 따라지자 미연은 한 번에 쭉 들이켜 버렸다.

“캬아! 남자들이 이 맛에 술을 마시는 거예요?”

미연은 자신이 마시고 있는 양주의 맛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말이 조금 꼬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술이 취하지는 않아 보였다.

“이 맛이라는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을 마시면 마음이 편해지니 마시는 거지요.”

동현은 미연에게 무슨 슬픈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미연은 동현이 편안해진다는 소리에 술병을 보게 되었다.

“저 한 잔만 더 주실래요?”

동현은 그런 미연의 잔에 바로 따라 주었다.

쪼르륵-

양주가 잔에 따라지는 소리만 룸을 울렸다. 미연은 잔을 들고 그대로 마셨다.

“캬아, 좋다.”

미연이 술이 약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슬픔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는 미연이 그동안 만나는 남자들에 대한 경계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하고 술을 마셔 취하지 않았던 것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동현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긴장이 모두 풀어져 더 취기가 도는 듯했다.

“제가 원래 연예인을 하려고 했는데요. 출세를 하려면 몸을 팔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연예인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몸은 안 팔겠다고 하니 그 다음 부터는 저에게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더라고요.”

동현은 미연이 하고 있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대강 파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미연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만큼은 알게 되었다.

“미연 씨 속에 있는 말이 있으면, 모두 해 보세요. 오늘은 제가 들어 드릴게요.”

동현은 미연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였던 말을 지금 자신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이라면 저런 이야기를 어디다가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동현의 말에 미연은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미연의 이야기를 들으니 화려함의 뒤에는 저런 지저분한 일들이 있다는 사실에 동현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돈이 결국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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