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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7화 (47/222)

47화

“그래, 시간이 되면 오늘 만났으면 하는데 어떠냐?”

“나야 항상 시간이 남는 남자지. 언제 가면 되냐?”

“저녁 7시에 만나는 것으로 하자. 장소는 전에 청담동에 있는 가게가 좋겠다.”

청담동에 있는 가게라면 동현도 알고 있는 장소였기에 바로 기분 좋게 오케이를 했다.

“시간도 적당하고 알았다. 그 시간에 보자.”

동현과 약속을 정한 성철은 앞에 있는 한 마담을 보았다. 이번에 소개한 연예인은 한 마담이 연결을 한 것이라 당사자를 빼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 이제 약속은 했으니 제시간에 나오기만 하면 되네.”

“걱정하지 마요. 확실히 준비를 하였으니 실망은 하지 않을 거예요.”

한 마담이 소개를 해 주기로 한 연예인은 아직은 신인이지만, 눈에 띄게 미모가 탁월한 여자였다. 나이가 조금 있지만 충분히 그런 문제를 커버해 줄 수가 있을 정도의 미모라 동현에게는 딱이다 싶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아직 옆에 남자가 없었고, 또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가 가난한 집안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연예인은 허영심에 빠져 연예인을 하려고 하는 애들이 많았는데, 이 신인은 그런 것이 아닌 진실로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이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누구야?”

“아직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니 잘 모르실 거예요.”

“동현이 그런 연예인을 알겠어?”

“모르지만 알게 해야지요. 작년에 광고에 나갔으니 얼굴을 보면 알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만한 여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한 마담이 장담을 하는 것을 보니 이번에 소개를 하는 여자는 동현에게 어울리는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성철이었다. 아직 한 번도 소개조차 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녁 7시니 미리 준비를 하라고 해 줘. 약속 시간을 어기게 되면 내가 곤란해지니 말이야.”

“알았어요. 이미 이야기해 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한 마담은 자신 있게 대답을 하였다. 성철은 동현과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연예인을 소개해 주겠다는 약속 정도는 지키지 않아도 되겠지만, 상대가 동현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그간 골머리를 앓고 있던 터였다.

한편 동현은 연예인을 소개해 준다는 말에 지금 열심히 몸을 가꾸고 있는 중이었다. 가지도 않았던 헤어숍에 가서 머리도 자르고, 나름 열심히 자신을 가꾸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까운 곳으로 나가 마음에 드는 옷도 여러 벌 구매도 하고, 오늘은 차도 세차를 시키는 것이 내심 상당히 기대를 하는 듯했다.

때 빼고 광을 내니 동현의 몸은 말 그대로 광채가 났다.

‘세론 나 매혹 마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마스터 왜 그러세요? 약간 맛이 갔나요?’

동현이 이곳으로 오면서 세론도 조금 달라지고 있었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말하는 투가 변하고 있었다.

전에는 조금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조금 부드럽게 변했다고 해야 하는지 말투도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공부를 하여 그런지 아는 지식도 상당해졌고 말이다.

세론에게는 이곳이 이계라 그런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세론 너 조금 변했다는 거 아냐?’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변화를 해야 먹고 살지요.’

‘나 참 에고가 먹고 살라고 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에고도 이제는 세상에 맞춰서 변화를 해야 합니다. 마스터.’

동현은 전과 다르게 이제 세론과 대화도 애를 먹고 있었다. 그만큼 세론도 발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적응이 안 되지만 동현은 세론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동현에게 세론은 가족과도 같았고, 언제나 자신에게는 든든한 지원군과 같은 존재였다. 비록 가족 같은 졸따구 정도로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아직은 세론이 마나가 부족하여 지원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구보다도 강력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세론이었다.

‘세론 나 오늘 데이트를 하는데, 매혹 마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마스터 여자를 만나는 것에 자존심 상하게 무슨 매혹 마법입니까? 남자는 배짱이요, 여자는 절개라 했습니다. 그냥 그대로 가세요. 매력이 없는 남자가 무슨 데이트입니까?’

세론의 말은 동현에게 약간 충격을 주고 있었다.

자신이 언제부터 여자를 만나는데 그런 마법에 의존하고 살았다는 말인가?

동현도 다시 돌아와서 조금은 편하게 살려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 안일해진 모습이었다. 세상은 변해도 자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본인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은 놀랐다.

‘세론 내가 변하기는 했나 봐.’

‘사실 마스터는 요즘 많이 변하시고 계십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렇구나. 나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 나도 조심해야겠다.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으니 말이다.’

동현은 즉각적으로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자신감부터 회복하기로 했다. 여자를 만남에 자신감이 잃고 있었다는 것에, 동현 스스로도 놀랐고 앞으로는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사실 동현이 자신을 몰라서 그렇지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동현이 만나는 인물들이 건달이라 외모를 따지지 않아서 그렇지, 시내를 나가면 여자들이 한 번쯤은 바라보고는 했다. 조금 가꾸고 나가면 말이다.

동현이 여태껏 가꿀 일도 없었고, 스스로도 가꾸지 않으니 점차 자신감은 떨어지고, 자신감이 없으니 당연히 여자에게 인기도 없었다. 요즘은 여자도 개성이 강한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현처럼 자신감이 없는 남자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동현이 자신감을 찾자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눈빛부터 달라지며 행동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지배자의 품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계의 귀족은 지금의 귀족과는 막말로 레벨이 틀렸다. 그 정도로 확연히 품위가 있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그런 귀족이었기에 지금의 있는 집 자식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을 만했다.

“옷이 전부가 아니야. 나는 나만의 개성을 살려 사는 거지.”

동현이 자신감을 찾고 나서는 데이트를 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를 갈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바빴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과연 생각을 달리하니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단지 생각을 달리했을 뿐인데,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로 변해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여자가 이런 동현을 보게 되면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것이었다.

동현은 간단하게 옷을 입고 출발을 할 준비를 했다.

연예인이 자주 출입하는 청담동에 위치한 곳에는 동현이 막 도착을 하였다. 차에서 내리자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차는 알아서 하고 나는 들어간다.”

“예, 그러십시오.”

이미 세기파의 모든 이들이 동현에 대한 것들이 모두 파악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신경 쓰는 태도였다. 물론 세기파뿐만 아니라 강남의 건달들 대부분에게 동현의 사진을 보고 기억을 하게 하였다고 한다.

동현이 들어가자 안에는 성철의 후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어, 성철이는 안에 있냐?”

“예,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형님.”

세기파는 모두가 동현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다. 조직원은 아니지만 그 정도도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현은 안내를 받아 상당한 크기의 룸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성철과 한 마담이 앉아 있었다.

“어? 둘이 사귀는 거야?”

동현은 한 마담이 자리에 있어 하는 말이었다. 실지로 둘의 사이는 무언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는데, 동현이 없는 사이에 둘은 확실히 부부가 되어 있었다.

아직 결혼을 한 사이는 아니지만 건달들 대부분이 이렇게 마누라를 얻어 살고 있었기에, 우선은 그렇게 살다가 결혼을 하기로 서로가 합의를 했다.

“그래, 둘이 합치기로 했으니 부부가 맞지.”

성철은 동현에게 사실대로 말을 해 주었다. 이런 사실을 속이는 것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축하해. 그리고 그동안의 너희 둘로 봐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동현은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성철과 한 마담은 서로 마음은 있으면서 눈치를 보느라 합치지 못한 케이스였으니까 말이다.

“고마워요. 동현 씨. 대신 오늘 기대를 하셔도 될 거에요.”

한 마담은 동현의 축하가 정말 고마웠다.

“기대를 해도 된다는 말은 무슨 소리야?”

동현은 한 마담의 말에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물었다. 성철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오늘 자리를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야. 연예인이라고 모두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니,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서 상당히 신경을 써서 찾은 거라고.”

동현은 성철의 대답에 한 마담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 마담 고마운데 이거 너무 신세를 지는 것이 아닌지…….”

동현도 한 마담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고 하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오늘 좋은 인연을 만드는 분은 동현 씨이고 저야 자리만 마련해 드린 거죠.”

동현은 그런 마음을 가진 한 마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남의 마누라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가 보자고. 누구는 지금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성철은 그냥 두면 계속 칭찬만 할 것 같아 얼른 가자며 말을 돌렸다. 동현도 한 마담이 자신 있게 소개를 해 주려고 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했기에 성철의 말에 얼른 일어섰다. 한 마담은 두 사람의 행동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청담동의 가게는 연예인이 자주 출입을 하는 곳이라 룸마다 방음이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여기에 출입을 하는 손님들도 프라이버시를 상당히 중요시하니 말이다.

한 마담의 안내로 룸에 들어간 동현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조금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한 마담이 눈치채고는 바로 말을 해 주었기에 금세 다시 얼굴이 밝아졌다.

“제가 소개를 해 주는 아가씨는 아직 신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가서 데리고 오면 되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런데 너무 강하게 다루지 마시기를 부탁드릴게요.”

“아,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데리고 오세요.”

동현의 대답에 한 마담은 웃으며 나갔다. 성철은 동현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하면서 나가려고 하였다.

“오늘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내일 연락을 해줘.”

“그냥 갈라고?”

“그럼 내가 여기서 데이트하는 구경이나 하라고?”

성철은 동현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동현도 성철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처음으로 여자를 소개 받는 자리이다 보니 조금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더 있으라고 한 것이었다.

“알았다. 어서 가서 일 봐라.”

“그래 재미있게 보내고.”

성철이 나가자 동현은 조금 어색해지는지 괜히 입술만 만지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면서 한 마담이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여기는 내가 소개를 해 주려고 하는 동현 씨고, 여기 아가씨는 아직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년에 광고를 찍어 얼굴이 알려진 한미연이라고 해요.”

한 마담의 소개에 동현이 먼저 일어나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미연이에요.”

동현이 보기에는 상당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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