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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6화 (46/222)

46화

한참의 시간 동안 형철을 두들겨 패던 비룡이 주먹을 내리며 형철에게 물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비룡이 형철을 두들겨 팬 것은 일단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형철의 죄가 무겁기도 해서 한 행동이기도 했다.

직계라는 것은 직접 관리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형철의 동생이 사고를 쳤으니 그 책임을 형철이 마땅히 지게 되는 것이었다. 민영은 형철이 두들겨 맞아서 얼굴이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형철아 너의 동생이 이번에 대형 사고를 쳤다. 그것도 조직의 사활이 걸린 그런 사고를 말이다.”

민영의 말에 형철은 도대체 무슨 사고를 얼마나 크게 쳤는지 궁금해하는 눈빛이었다.

“전설의 꼴통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다. 오늘 너의 동생들이 꼴통 형님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에 가서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비룡 형님에게 전화를 하셨고, 형님이 전에 도움을 준 일이 있어 겨우 넘어가기는 했지만 앞으로 걸리면 그때는 조직을 직접 대면하겠다고 하셨단다.”

민영의 말을 듣고 있는 형철의 눈에는 놀랍고 기절할 상황이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꼴통이었고 꼴통과 같은 그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에 한 명이 자신이었는데, 그런 분의 아버지를 자신의 동생이 가서 행패를 부렸다는 소리는 자신을 무시한 일이었고 더 크게는 조직이 무너지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대형 사고였다.

“그…새…끼가…누구…냐?”

형철은 비룡에게 두들겨 맞아 아직 입이 부어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지만 간신히 고통을 참으면 입을 열어 물었다.

“여기 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름이 승철이와 친구들이라고 하드라.”

민영의 대답에 형철이의 눈빛은 살벌하게 변하고 있었다. 형철의 별명이 살모사라는 것이 충분히 증명이 되는 눈빛이었다.

형철은 전투에 있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상대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 눈빛이 살벌하게 변해 별명이 살모사라고 불리고 있었다.

승철은 자신의 직계 동생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촌 동생이기도 했다. 평소에 자신을 믿고 까불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그래도 큰 사고를 치지는 않아 그냥 두었다. 하지만 이번에 터트린 일은 너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선에서 조용히 해결을 하기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화가 나는 것은 평소에도 자신이 꼴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그 꼴통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사고를 쳤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말을 넘겨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번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민영은 형철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이미 결정을 내리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룡은 형철의 일에 대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선에서 처리를 하면 되겠지만 이런 일은 금방 알려지게 될 것이고, 그런 일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처리를 하게 되면 나중에 반드시 뒤탈이 따라오기에 바로 윗선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

“비룡입니다. 형님.”

“무슨 일인데 전화질이냐?”

“형님 사실 이번에 사고가 있었는데…….”

형철의 일에 대한 보고가 되고 있었다. 형철도 함께 있기 때문에 비룡이 하는 내용을 그대로 듣고 있었다.

비룡은 있는 그대로 보고를 하였고 처분을 기다렸다. 사실 형철이 자신의 동생이기는 했지만 직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형철을 직계로 두고 있는 윗선이 없기 때문에, 아직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비룡은 위에 형님이 어떤 지시를 내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꼴통은 어디에 있냐?”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저와 통화를 할 때는 아버지의 가게에 있었지만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비룡의 대답에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잠시의 정적이 돌았고 다시 전화기에서는 말이 들렸다.

“오늘 일은 비룡이 처리를 하고 조직의 모든 인원들에게 지시를 내려라 꼴통에 대해서는 아무도 접근을 금지한다고 알았냐?”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를 하겠습니다. 형님.”

비룡의 대답에 형철은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꼴통 개인이 아닌 조직의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어떤 처분을 내려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는데, 다행히도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자 조금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비룡은 지금 전화를 받고 있는 인물을 떠올려 보았다. 조직의 부두목에 위치하고 있었고 지금은 전국구로 이름을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는 꼴통에게 무진장 두들겨 맞던 인물이었다.

사실 계보로 따지자면 지금 부두목도 꼴통과 친구로 지내기 때문에 자신은 동현의 동생이 되는 셈이었지만, 동현이 그냥 말을 놓자고 한 탓에 친구로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비룡은 말만 그렇지 동현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고, 늘 대하는 것에 실수가 없도록 조심을 하고 있었다.

사실 동현이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주먹으로는 어디를 가도 짱을 먹을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당시 동현이 주먹으로 건달의 세계로 왔으면 아마도 지금쯤 서울은 통합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고 건달들도 그런 동현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있었다.

“형철아.”

“예, 혀…엉님.”

“아프냐? 나도 아프다.”

비룡의 말에 형철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개새끼 두들겨 팰 때는 언제고 아프기는 개뿔이 아파?’

민영이도 갑자기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 비룡을 보게 되었다.

“아…아프…픕니다.”

형철은 간신히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지금 온몸이 쑤시고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거 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한물 간 TV대사나 따라하고 있는 비룡이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똑똑!

“형님, 승철이가 애들하고 도착했습니다.”

“그 새끼들은 지하로 데리고 가라.”

“예, 형님.”

비룡의 지시로 승철과 그 일행은 바로 지하로 이동했고, 비룡은 형철을 사나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나에게 맞아서 지금 기분이 뭐 같은 거 다 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너도 짐작을 하겠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살모사라는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명심해라.”

비룡의 싸늘한 한마디에 형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비록 조직이 몸을 담고 있는 처지였지만, 위로 형님을 모시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꼴통이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게 누를 끼친 놈이, 바로 자신의 직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으으… 혀…님…,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시…시오.”

형철은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비룡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비록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신력이 강한 인물이라, 비룡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자신보다는 형철이 먼저 놈들을 손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비룡의 허락을 받은 형철은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듯 민영을 간절한 눈빛으로 보았다.

민영도 형철의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들어 상당히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에 지금 자신을 보는 눈빛의 의미를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가자. 내가 데리고 갈게.”

민영의 부축으로 형철은 지하로 이동했다. 비룡은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이 비록 지금은 서울의 일부 지역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현의 실력과 대결할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좋게 해결이 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애들에게 꼴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나중에는 정말 대책이 없을 테니 말이야.”

비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조직의 애들을 모아 연설을 할 인물을 생각하고 있었다. 비룡의 조직에서 동현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처리를 하는 동안, 동현은 집에서 아버지에게 내공을 쌓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있었다.

“아버지 여기 서울은 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내공을 쌓기에는 문제가 많은 곳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내공을 쌓는다고 생각지 마시고, 우선 내공을 운기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시고 해 보세요.”

동현의 말에 성민은 왠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의 평생소원이 바로 내공을 쌓는 것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소원을 풀게 되었으니 저절로 눈이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동현은 아버지에게 아주 자세히 운기를 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물론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것과는 다르지만 아버지가 익히기에는 적당한 것으로 맞춰서 알려 드리고 있었다.

동현은 이미 경지에 도달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제는 내공을 익히는 것 정도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이계에서도 새로운 마나 호흡법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기도 하고 말이다.

“아버지 어떠세요? 이제 이해가 되세요?”

“그래,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는 구나.”

동현의 아버지는 내공을 배우려고는 하였지만 가장 기본적인 혈도의 개념조차 완전히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혈도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필요했고, 그 다음이 운기였다.

동현의 자세한 설명으로 아버지는 이제 확실히 운기를 파악하신 듯했고, 이제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내공을 쌓는 것만 남았다. 동현이 해 줄 수 있는 선도 여기까지였다.

전 같으면 단번에 혈도를 뚫어 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우선은 운기를 하는 것에 집중을 하시고 시간을 두고 내공을 쌓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하마.”

아버지의 대답에 동현은 더 이상 자신이 드릴 수 없는 도움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현은 그렇게 아버지가 원하시는 내공을 쌓는 운기법을 전해 드리게 되었다. 아마도 국내에 있는 운기법에 그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동현의 판단이었다. 내공을 운기하는 방법은 한국과 중국에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었고, 중국과 한국에 비밀리에 전수되고 있는 것이 남았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공을 익히는 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지로 그걸 익히는 것은 생각과는 상당히 달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아직도 내공은 그냥 허구라고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동현처럼 내공을 실지로 익히고 있는 사람은 빼고 말이다.

동현의 아버지인 성민은 운기법을 배우고 나서부터 새로운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무예를 포기하고 나서 아내와 살아가는 것도 작은 행복이었지만, 요즘은 정말로 생활에 활력소가 생긴 듯 모든 것이 다 활기차고 즐겁게만 느껴졌다.

박 여사는 갑작스런 남편의 변화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남편이 오히려 더 편하고 보기 좋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이렇듯 살아가는데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는 사실에 박 여사 또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동현의 마트에서도 이제 건달들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동네 양아치들조차 마트 근처에는 지나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아마도 그 동네에서는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하면 동현의 마트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비룡의 조치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비룡은 동현의 마트에서 또 일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아예 건달 중에 일부를 그 장소에 상주를 시켜, 가게를 보호하며 일체 누구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요즘은 이상하게 한가하게 일이 없네?”

동현은 요즘 아주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영민이 윤 의원을 감시하며 보내는 보고에도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고, 자신도 크게 일이 없으니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네마도 이제 동현이 없어도 스스로 수련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드드드드-

동현이 한가함에 약간은 따분함을 느낄 무렵 드디어 전화가 울렸다.

“무슨 일이냐?”

동현은 성철이 자신에게 연락을 하여 또 일이 생겼는지 묻고 있었다.

“전에 이야기한 연예인 소개 때문에 전화했다.”

동현은 연예인 소개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열렸다.

“그래, 이제 소개를 해 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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