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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5화 (45/222)

45화

아직은 조직에 해를 입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에 꼴통이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조직에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꼴통의 주변에는 절대 접근을 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어떤 놈이 감히 그런 행동을 한 거냐? 동현아 미안한데 이번 일은 나에게 일임을 해 주면 안 되겠냐?”

비룡은 만약에 꼴통이 설치기 시작하면 조직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똥값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하는 부탁이었다.

동현은 비룡의 대답에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전에 비룡에게 자신이 부탁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비룡의 부탁을 한 번은 들어주어야 했지만, 이번 일은 그 무게가 달라서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비룡은 동현이 대답이 없자 마른침을 삼키며 심장이 곧장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미친놈이 지랄을 하기 시작하면 감당할 사람이 조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비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동현의 성격이었다.

아마도 형철을 손보겠다고 덤비게 되면 그 위로는 줄줄이 깨지게 될 것이고, 깨지게 된다는 말은 최소한 일 년은 밥숟가락 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동현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자.”

비룡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하고 있었고, 그 말에 동현은 자시가 조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들어주기로 마음을 정했다.

“여기 당사자가 있으니 일단 통화를 하고 손해 배상 단단히 해라. 오늘은 비룡이 네 얼굴보고 넘어가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동현이 힘들게 비룡의 부탁을 들어주니 비룡의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그놈 바꿔 줘.”

비룡은 자신이 이렇게 비굴하게 부탁을 하게 만들은 놈이 누구인지를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동현은 비룡과 통화를 하고는 바로 놈의 앞에 전화기를 주었다.

“받아. 너희 조직의 비룡이다.”

남자는 동현의 말에 벌벌 떨면서 전화기를 받았다. 전화기를 귀에 대는 것도 힘든지, 남자는 힘들게 전화기에 입을 대고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저 스, 승철입니다.”

“야! 이 개새끼야 너는 조직의 명령도 받지 못했냐? 누가 꼴통의 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라고 했냐? 형철이가 시킨 짓이냐?”

비룡의 화난 목소리에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계동의 전설이라는 꼴통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계동의 건달들 중에 꼴통에 대해 모르고 있는 건달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꼴통이라는 이름은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조직에서도 건들지 마라는 명령이 내려진 사람의 아버지 가게에 가서 행패를 부렸다는 생각이 승철의 머리를 지배하자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내말을 씹냐?”

승철은 비룡의 다음 말에 정신이 어느 정도는 돌아왔는지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아닙니다.”

“너 지금 당장에 패거리를 데리고 이리로 와라. 내가 시간 재고 있을 테니 빨리 와야 할 거야.”

“예, 알겠습니다. 형님!”

승철은 이제 자신은 영원히 건달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넋이 빠져 있었다.

승철이 통화가 끝나자 동현은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다른 놈들을 보며 한마디를 해 주었다.

“앞으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얼굴이 보이면 다음에는 다리가 멀쩡하게 돌아가는 놈은 없을 거야.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동현이 사라지자 승철은 두려운 얼굴을 하며 친구들과 다른 놈들을 보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자신은 그냥 친구들과 마트에서 간단하게 음료수를 사 먹기 위해 왔다가 친구가 다른 손님과 어깨를 부딪치는 바람에 이렇게까지 일이 벌어졌는데, 문제는 그 마트가 하필이면 꼴통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것이었다.

승철은 다른 친구들이 아닌 놈들을 보며 일단 비룡의 말대로 이들을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정신 차려라. 저기 저놈들도 데리고 비룡 형님에게 가야 하니 잘 잡고 있어라.”

승철은 친구들을 흔들며 정신을 차리게 해 주고는 바로 차를 가지고 왔다. 승철의 차로 떠나는 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처량해 보이는지 사람들이 보았다면 어디 죽으러 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현은 다시 마트로 가서 아버지에게 갔다.

“아버지 손님도 좋지만 저는 아버지가 그런 애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모습은 참을 수가 없어요.”

“그래, 알겠다. 오늘 일은 그만 이야기하자. 그런데 너는 어떻게 된 일이냐?”

성민은 오늘 일은 그리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지만 동현의 살기는 알고 넘어가야겠다 싶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동현도 어느 정도 예상해 두었기에 적당하게 대답해 주었다.

“사실 저도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어요. 국내의 비기를 가지고 계신 분께 지도를 받았으니 말이에요.”

“비기를 지도 받았다고?”

“예, 아직은 국내에 그런 비기를 전수받은 분이 계시드라고요. 더 이상은 말씀을 드릴 수 없으니 그렇게만 아시고 계세요.”

비기라는 말은 한 문파의 비전을 전수받았다는 말이었고, 그런 문파의 비전에 대한 문제이니 성민도 더 이상 질문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심 아들이 그런 비전을 전수 받았다는 사실이 성민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고 있었다. 자신은 평생을 무예를 수련한다고 하고 있었지만 실지로 아무리 수련을 해도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편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벌써 자신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니 대견스러웠다.

“알겠다. 더 이상 묻지 않으마. 하지만 한 가지는 알려 주었으면 한다. 내공을 익힌 것이냐?”

“예, 내공을 운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아버지에게도 알려 드릴 수 있는 운기도 있으니 말씀만 하세요. 알려 드릴게요.”

동현은 진심으로 아버지에게도 운기 방법을 알려 드리고 싶었다.

단지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게 되면 아버지의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그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번에 아버지가 먼저 말씀을 해주시니 동현에게는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민은 평생을 무예를 수련하였지만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는데, 이제 아들이 운기를 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하니 기쁜 맘에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자신도 그동안 내공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실지로 내공을 익힌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기에 이제는 거의 포기를 하고 있던 터였는데 아들이 그런 기인을 만나 내공을 쌓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 진짜로 내공을 익힌 것이냐?”

“예, 하지만 아버지 내공을 익히는 비기를 배우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이제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하세요.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동현의 말에 성민도 요즘 아내와 생활을 하면서 작은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예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대신에 아내와 함께 작은 행복을 얻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기는 했다.

예전에는 이런 기쁨을 몰랐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머니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동현은 아버지의 대답에 얼굴이 환해졌다. 예전처럼 아버지가 다시 무예에 미쳐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 아버지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버지 오늘은 저하고 같이 들어가요.”

동현이 환한 얼굴을 보며 성민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자.”

아버지의 대답에 동현은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모습이 성민의 눈에는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두 부자는 알바생이 올 때까지 오붓하게 장사를 하고는 바로 집으로 갔다.

비룡은 지금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다.

“그 새끼 도착 했냐?”

“아직 오고 있다고 합니다. 형님.”

“너도 꼴통을 알지?”

비룡은 자신의 바로 밑에 있는 동생을 보며 물었다.

“에구, 형님! 꼴통 형님에 대해 모르는 건달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중계동의 건달들은 꼴통이 조직과 대결을 하여 개박살을 내놓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시비가 붙으면 이거는 대책 없이 달려들었고 항상 박살이 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꼴통이 있다는 곳에는 절대 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조를 할 정도였다.

한때 조직의 사람이 박살이 나서 결국 조직의 이름을 걸고, 동현을 손봐준다고 무더기로 공격을 했었다. 그 당시 중계동에서는 가장 잘나간다는 세븐파가 완전히 아작이 나는 바람에 조직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그 뒤로는 꼴통의 그림자만 보여도 건달들은 피해 다녔다는 전설적인 인물이 바로 동현이었다.

“오늘 꼴통에게 연락이 왔는데 우리 조직의 애가 꼴통의 아버지 가게에 가서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그리고 꼴통이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내가 얼마나 빌었는지 아냐?”

비룡은 동현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제발 들어 달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리고 있었다.

“아니 어떤 새끼가 죽을 라고 그런 짓을 한 겁니까? 우리 조직을 망하게 하려고 이 지랄을 떤 놈이 어느 놈입니까?”

비룡의 동생은 동현이 조직과 전투를 할 때 구경을 하였던 인물이라, 동현의 실력을 가장 확실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엄청난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 성격이 개차반이라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을 조직원 중에 한 명이 건드렸다는 말은 정말 위험하다는 말이었다.

꼴통이 그 당시 조직과 전쟁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가족들을 위협하여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꼴통은 다른 문제는 적당히 봐주면서 넘어가지만 만약에 가족들에게 위협을 한다면 이는 절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오고 있는 놈이 바로 그놈이다. 그리고 형철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냐?”

승철은 형철이의 직계였기에 비룡이 불러들인 것이다.

“이제 도착할 시간이 되었으니 금방 올 겁니다.”

비룡의 직계 동생인 민영이는 지금 친구인 형철이도 이번 일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이 들자 고민이 되었다.

이번 일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무리 비룡의 직계 동생이라고 해도 보호를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룡이 팔팔 뛰면서 난리를 치고 있을 때 형철의 가게로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어, 그런데 비룡 형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고 하는데 왜 그러시냐?”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런데 형님네 애들 중에 한 명이 이번에 사고를 쳤나 봅니다. 그놈들이 지금 이리로 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형철보다는 밑에 있는 동생의 말에 형철은 동생들이 사고를 친 것이라고 알았다.

“알았다. 수고 하고.”

“예, 형님.”

형철은 동생들이 사고를 쳤으니 수습을 하기 위해 비룡을 만나 무조건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고를 쳤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무조건 빌어야 애들이 살 수가 있을 것이었다.

똑똑똑!

“누구냐?”

“형님 저 형철입니다.”

“빨리 들어와 새끼야.”

비룡의 거친 어조에서 형철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느꼈다. 형철이 안으로 들어오니 친구인 민영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있는 것을 보고는 이번 일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형철이 들어오자 비룡은 바로 주먹으로 형철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으윽!”

형철은 자신이 지금 왜 맞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주먹을 피하게 되면 아마도 다시는 건달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견디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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