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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4화 (44/222)

44화

성철의 눈빛에는 조금 미묘한 담겨 있었다. 성철도 아직 혼자 살고 있는 몸이었고, 한 마담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애써 외면을 하며 살아왔는데, 한 마담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꼬리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한 마담 정도면 성철에게는 과분한 상대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조직의 일을 하다 보니 여자가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혼자로 살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 동안 생각을 정리한 성철은 한 마담을 보며 결정을 내렸다.

“한 마담, 아니 정애야, 우리 같이 살까?”

성철의 구애 아닌 구애로 인해 한 마담은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던가? 성철과 함께 생활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고, 그동안 자신은 한 번도 성철을 제외하고 다른 남자를 찾지를 않았다.

그러면서도 저 남자는 가끔 자신을 찾아 주는 것으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자신을 원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한 마담의 가슴은 갑자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 되어 버렸다.

“흑흑흑, 그렇게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

한 마담은 마침내 눈물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성철은 한 마담이 우는 모습에 솔직히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도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고, 그런 자신의 말에 한 마담이 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해서였다.

“어…어… 왜 그래?”

성철은 확실히 여자를 다룰 줄 모르는 남자이기는 했다. 한 마담은 울면서도 자신을 안아 주며 달래 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는 그저 자리에 앉아 당황한 기색만 역력했으니 말이다.

한 마담은 그런 성철의 모습에 울음이 아닌 웃음이 배시시 나왔지만, 울다가 웃으면 털 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두 사람은 약간의 진정할 시간을 가졌고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 한 마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성철 씨,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제가 원하는 소리를 들었네요.”

“아니야, 나도 정애가 싫지는 않았어. 하지만 조직의 일을 한다는 것이 여자를 데리고 있기에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동안 그러지 못했던 거지.”

성철은 약간 씁쓸한 얼굴을 하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한 마담은 그런 성철을 보며 지난 세월을 성철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지가 생각이 났다.

지난 시절 성철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사내였다. 주변을 둘러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그렇게 달려온 끝에 지금처럼 이런 자리에 있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성철이 지나온 세월을 알고 있는 한 마담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 우리 지난 이야기는 그만해요. 그리고 동현 씨에게 소개를 해 주겠다는 연예인은 제가 알아볼게요. 시간이 없는 것 같으니 제 인맥으로 바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정애야.”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동현 씨를 그렇게 챙겨 주려고 하는 이유가 뭐에요?”

한 마담의 질문에 성철은 갑자기 동현의 생각이 났고, 동현의 잔인한 행동을 생각하니 몸이 저절로 떨려 왔다.

“정애도 알겠지만 야쿠자들이 우리 강남을 가습하여 그동안 우리가 그들을 찾으려고 하였지만 숨어 있는 놈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때 마침 동현이 나서서 자신이 타깃이 되어 그들을 유인하게 되었어. 그리고 야쿠자들에 대한 응징이 시작되었는데, 동현은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그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 버리더군. 일체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그런 눈빛과 행동을 보니, 그 안에 있던 우리 식구들도 감히 동현의 행동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혼자 야쿠자들을 모두 정리를 하였다고 하더라. 과연 그런 사람에게 원한을 사고 편안히 잘 수가 있을까?”

성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마담은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현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만큼 냉정하고 잔인하다는 말이었기에 괜히 한기가 든 듯 몸이 떨리는 기분을 느끼는 한 마담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연예인을 왜 소개해 주겠다는 거예요?”

한 마담은 무서운 인간에게 갑자기 웬 연예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물은 것이다.

“예전에 내가 소개를 해 준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아무나 소개를 해 주었다가는 나중에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성철은 한 마담에게 대답을 해 주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자신이 말을 하고도 조금은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한 마담도 성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를 했기에 이번 소개는 자신이 직접 챙기려고 하였다. 잘못된 만남을 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제가 아는 인맥을 이용하여 수배를 해 볼게요.”

한 마담도 건달들과 어울리다가 보니 하는 말도 조금은 건달스럽게 변하고 있었다.

성철은 한 마담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는지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동현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 한 마담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그 덕분에 동현의 중매를 서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 마담은 연예인들 중에 누가 가장 동현과 어울릴 수 있을지를 수배하기 시작했다. 마담을 하면서 연예인들과의 친분도 있었기에 그 인맥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 마담이 그렇게 동현의 여자를 찾고 있었고 동현은 지금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마트에 도착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길에 두 분을 모시고 가려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이 아저씨가 왜 끼어들고 지랄이야?”

“여기 주인이 나다.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동현의 아버지는 동현이 보다 어려 보이는 놈들이 마트 안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려고 하자 빠르게 나가서 싸우라고 하고 있었다.

“씨발 놈이 나이 처먹었으면 다야? 왜 반말이야 기분 드럽게.”

동현의 아버지는 젊은 놈들이 욕을 하는 것을 듣고는 서서히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놈들이 너희는 집에 부모님도 계시지 않느냐? 어디서 욕을 하고 있냐?”

성민은 애들에게 좋게 타일러서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 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욕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동현은 감히 자신의 아버지에게 욕을 하는 놈이 있다는 것에 엄청난 분노를 느꼈고, 그 분노는 바로 살기로 표현이 되기 시작했다.

“감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와서 행패를 부린다는 말이지.”

동현의 살기에 젊은 놈들은 끔찍한 공포에 빠져 있었고 동현의 아버지도 그런 동현의 살기에 몸이 떨리고 있었다.

‘헉! 동현의 실력이 이 정도로 높았다는 말인가?’

아버지는 진심으로 동현의 실력에 놀라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젊은 놈들은 동현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지금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모두 다섯 놈인데 그중에 두 놈은 아예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동현은 다섯 놈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아버지에게 욕을 하였던 놈의 눈을 보았다. 놈은 동현의 눈 속에 가득한 살기와 광폭함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렇게 강력한 살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동현이 살기를 유형화시킬 수가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어서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그런 유형화된 살기에 노출이 되어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고 말이다.

현대의 인물들은 살기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동현의 살기는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젊은 놈들은 갑자기 입에서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고, 다른 놈들은 눈동자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 이 상태로 더 두었다가는 아마도 이들은 다시는 정상인으로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동현은 이미 상대를 적으로 인식을 하였기에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살기를 거두게 되었다.

“그만 두어라.”

동현의 아버지도 평생 무예를 익혀 온 사람이었기에 지금의 살기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비록 동현이 아버지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게 조절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무예가인 성민이 느끼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버지 이들은 사회의 쓰레기 같은 놈들입니다. 이들을 용서하면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다.”

동현은 자신이 무슨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가족들이 피해를 당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강력하게 응징을 하고 싶었다.

동현이 살기를 거두니 젊은 남자들은 부들부들 떨며 허옇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트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모두 신기한 눈빛을 하며 보고 있었다.

동현이 나타나고 갑자기 거칠던 행동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니, 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무슨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아 보였다.

동현은 주변의 시선들과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살기를 거두어 들였고 빠르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아버지 어디 다치신 데는 없어요?”

동현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성민은 아들이 자신 때문에 살기를 뿌렸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자신도 이런 젊은 놈들 정도는 충분히 상대를 하고도 남았지만. 지금은 나이도 있어서 젊은 놈들과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 마라. 그리고 나하고 이야기를 좀 하자.”

“알았어요. 우선은 애들 좀 치워야 하니 아버지는 저쪽으로 가 계세요.”

“그렇게 해라. 그런데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라.”

성민도 동현의 성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잊고 있지만 사실 동현이 자신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한때는 동네의 건달이라는 건달은 죄다 두들겨 패고 다녔다.

“에이 아버지도 제가 아직 애인가요.”

동현은 아버지의 말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는 조용히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아버지가 카운터로 가자 동현의 눈빛은 다시 차가워지고 있었다.

짝! 짜짜짝!

“큭!”

“컥!”

“악!”

남자들은 동현이 때리는 따귀에 정신이 들었는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동현의 눈빛을 보고는 덤빌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이들에게는 동현에 대한 공포심이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지금 나를 따라 나가자. 조용히 따라와라. 도망가다가는 아마도 두 다리가 성하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 알았지?”

동현의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무시 못 할 냉정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동현의 말에 남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현을 따라 나가고 있었다.

동현은 마트의 옆에 있는 창고와 비슷한 곳에 도착을 하자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너는 어디에 있는 놈들이냐?”

동현이 보기에는 다른 놈은 모르겠지만 한 놈은 그냥 보통 양아치는 아닌 것 같아 물었다. 동현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두려움에 얼굴이 바짝 얼어 있었다.

“저… 저는 형철이 형님 밑에 있습니다.”

“형철이? 그놈이 누구냐? 자세히 말해 봐.”

동현의 말에 남자는 자신이 소속이 되어 있는 곳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 있는 건달들의 계보는 동현이 빠삭했기에 말만 하면 누군지를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남자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동현은 이내 이놈이 어디에 소속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너 비룡이라고 아냐?”

남자는 동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비룡은 자신의 파에 있는 중간 간부 중에 제법 잘나가는 형님이었기 때문이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남자는 오늘 잘못 걸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너 이름이 뭐냐?”

“예, 승철이라고 합니다.”

동현은 남자의 대답에 바로 비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웬일이냐? 유명한 분께서.”

“너희 조직에 형철이라는 놈이 있냐?”

동현의 질문에 비룡은 조금 긴장이 되고 있었다. 녀석이 이런 질문을 할 때는 무슨 사고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아는데 무슨 일이야?”

비룡은 이미 동현이 일본 야쿠자를 박살 낸 일들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 아버지가 마트를 하는데 형철이라는 놈의 똘마니 하나가 와서 깽판을 치고 있다가 나에게 걸렸다. 지금 내 앞에 있는데 형철이가 어디에 있냐?”

동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지자 비룡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감히 꼴통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트에 가서 행패를 부렸다는 말은 조직을 떠나고 싶다는 말과도 같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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