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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2화 (42/222)

42화

“좋소. 그러면 그 증거라는 것은 어찌할 생각이시오?”

“나는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증거는 그대로 금고에 보관이 되어 있을 것이오.”

동현은 시간이 필요한 탓에 내뱉는 말이었다. 거물급 정치인이 자신 같은 사람을 그냥 방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종의 잠금장치였다.

또한 주변의 인물들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우리가 백억을 주고 절대 주변의 인물들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소. 그러니 증거를 우리에게 돌려주시오. 정치인은 그런 증거가 있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소.”

박정명은 동현에게 증거를 돌려받기 위해 엄청난 거금을 주겠다고 했다.

정명이 보기에 저런 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한 제의였다. 말로만 사기를 치는 그런 사람이 아닌, 실지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들어서였다.

동현은 정명이 하는 말에 이미 자신에게 증거물이 있다는 것을 믿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명이 똑똑하니 일을 처리하고 있겠지만, 의심의 말도 않고 바로 제의를 하니 조금은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다.

“내가 증거물을 주면 많은 돈을 받겠지만, 문제는 당신들이 약속한 대로 그대로 있겠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안 되겠소.”

동현은 윤희명이 증거를 회수하면 아마도 절대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요즘은 공권력을 움직여, 없는 죄도 만드는 세상이었다.

윤희명 같은 고위 정치인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동현은 윤희명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그 성격을 대강은 파악하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박정명은 동현의 대답에 인상이 일그러졌다.

“나와 만난 이유가 무엇이오? 이렇게 주지 않을 거면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소?”

“나는 증거물을 준다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이 약속은 당신이 일방적으로 하지 않았소?”

동현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동현이 말대로 이번 약속은 정명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이들에 대한 응징이 끝나지 않아서였다.

정명은 동현에 대한 조시를 하면서 별명이 왜 꼴통이라고 하는지를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저 새끼가 꼴통이라고 하더니 정말 꼴통 같은 놈이네.’

정명은 동현의 눈빛을 보니 증거물은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정명의 물음에 동현은 담담한 시선을 보내며 대답을 해 주었다.

“난 원하는 것이 없소.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요. 이대로 가만히 두면 나도 더 이상 조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동현의 말에 정명은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들었다. 결국 동현은 그 증거물로 자신의 주변을 지키고 싶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정말 그렇게 나오면 아마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오.”

정명은 자신과 달리 윤 의원은 성격이 좀 잔인하기 때문에 적을 손 놓고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었다. 물론 증거물을 모두 수거를 해도 가만 두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동현은 정명의 말을 알아듣고는 이내 인상을 썼다.

“나는 못 주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시오. 하지만 나도 그냥 있지는 않을 거요.”

동현의 대답에 정명은 만만찮은 놈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보통의 사람은 권력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만, 눈앞에 있는 인물은 그런 권력에도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시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바로 동현 씨가 가지고 있는 증거물을 수거하기 위해서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소?”

정명은 동현의 태도를 보고 말로는 절대 타협을 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서, 인간적으로 대화를 풀어 나가기로 했다.

동현은 정명이 갑자기 변하자 조금은 의외였지만 그렇다고 윤 의원을 파멸시킬 수 있는 물건을 그냥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혼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자신에게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안전장치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솔직히 말을 하니 나도 까놓고 이야기를 하겠소. 나는 우리 가족의 안전만 보장이 된다면, 증거물을 아까 이야기한 금액에 줄 수 있소. 하지만 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어떻게 내가 줄 수 있겠소? 내 목숨 줄인데 말이오.”

동현의 대답에 정명도 이해는 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고, 자기가 죽게 생겼는데 그 생명줄을 쉽게 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윤 의원에게 성과물을 보여 주어야 했다. 그러자면 반드시 그 증거물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동현의 고집스러운 태도는 그런 정명을 정말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면 그 증거물은 어떤 것들이 있소?”

정명은 오늘이 대화를 풀어 나가려면 동현이 가지고 있다는 증거물에 대해 알아야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윤 의원이 야쿠자들과 만나 청부를 하는 것에 대한 모든 자료요.”

정명은 동현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번 일은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처리를 하기 위해 일본까지 가서 일을 시킨 것인데, 그에 대한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본의 야쿠자가 증거물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야쿠자에게 받은 것이오?”

동현은 사실 닌자들에게 받은 것이지만 그들을 관련시키지 않으려고 그렇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소.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야쿠자들은 모두 내가 제거를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얻게 된 부산물이 바로 증거물이었소.”

뿌드득!

정명은 야쿠자들이 증거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에 화가 나는지 이를 갈았다. 거금을 주고 이번 일을 지시하였는데, 그놈들은 윤 의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그런 증거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윤 의원님에 대한 증거물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가족들의 안전만 보장이 된다면 물건을 넘겨줄 수가 있다고 했으니 알아서 하시오.”

정명은 동현의 대답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동현의 입장은 죽기 싫으니 절대 줄 수 없다는 것이고, 윤 의원은 그 증거물을 두고는 일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인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물건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가지고 있는 동안은 무사하겠지만 말이다.

정명은 지금 상태로는 동현과 대화를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권력도 무시를 하는 자고, 폭력을 사용하려고 하였다가는 더 일이 크게 번질 수도 있을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자리에서 증거물을 가지고 가고 싶지만, 아마도 어떤 조건을 걸어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이만 헤어집시다. 나도 의원님과 상의를 해 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소.”

동현은 정명이 그만 헤어지자고 하는 바람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예의가 바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현은 이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려고 하는지 몰랐지만, 만약에 음모를 꾸며도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증거물을 빼고도 말이다.

“알겠소.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겠소.”

정명은 동현의 대답에 속으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에 참고 있었다.

정명과 동현은 그렇게 헤어졌고, 정명은 바로 윤 의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런 문제는 시간을 두고 풀어 나가야 하지만 당사자인 윤 의원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윤 의원이 살고 있는 저택은 상당히 큰 곳이라 많은 인원들이 상주를 하고 있었다. 이는 모두 경호를 하기 위해서인데, 이상하게 윤 의원은 자신에 대한 경호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정명은 저택의 앞에 도착을 하자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똑똑똑-

“누군가?”

“의원님 접니다.”

“어서 들어오게.”

정명은 윤 의원과 마주 앉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를 생각했다. 증거물이 조작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욱 말을 하기가 곤란해졌다.

“어떻게 되었나?”

“회수를 하지 못했습니다. 동현이라는 자가 돈을 주겠다고 해도, 자신들의 안전이 확실하지 않으면 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안전이라는 무슨 안전을 말하는 건가?”

“가족에 대한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을 해 주면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그러기 전에는 절대 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정명은 동현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을 한 것이 바로 동현의 실력이었다. 혹시나 윤 의원이 실수로 그를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정명의 말을 듣고 있던 윤 의원의 얼굴은 수시로 변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권력의 위치만큼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였다.

“자네가 보기에는 그자가 어때 보이든가?”

“약속을 어길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안전만 보장이 되면 저희와는 사실 척이 질 이유가 없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흠, 가족들의 안전이라…….”

윤 의원은 가족의 안전이라는 말에 무언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거의 잊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윤 의원의 삶은 치열했고 가족들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윤 의원이 깨어났지만, 그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그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도록 하게. 철저하게 감시의 눈길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윤 의원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나가 보게.”

“예, 의원님.”

정명이 나가자 윤 의원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믿는 수하라고 해도 윤 의원은 모든 것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

윤 의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중저음의 목소리가 대답을 하자 윤 의원은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대답을 했다.

“날세. 일을 하나 해 주어야겠네.”

윤 의원은 그러면서 한참 동안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윤 의원의 얼굴을 보니 일이 심각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았다. 남자의 대답을 들은 윤 의원은 조금 안심이 되는지, 아까와는 확연하게 변하고 있었다.

“흐흐흐, 감히 나에게 대항을 하는 자는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지시했는지는 모르지만, 윤 의원은 아마도 전화의 남자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동현은 정명과 헤어지고 바로 영민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정명이 윤 의원을 설득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동현도 알고 있었기에, 상대가 무슨 수를 쓰는지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동현에게는 어떤 수를 써도 모두 막을 수가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영민의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보고 있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영민의 눈길에 몸을 떨고 있었다.

“강 여사라는 여자가 사는 곳이 어디지?”

“강남이라고 알고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강남에 살고 있다는 말이지?”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영민은 동현의 지시로 강 여사라는 여자의 신상명세서를 뽑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남편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으니, 나머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너는 강 여사의 심부름만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지?”

“그렇습니다. 저는 가끔 그런 심부름을 해 주고 돈을 받고 있습니다.”

“너와 같이 강 여사의 일을 하는 애들이 얼마나 되지?”

“잘은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 여사는 무슨 일은 해도 한 사람에게 주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강 여사라는 여자가 불법적인 일을 할 때는 항시 다른 존재들을 찾아 일을 시키고 있었다. 남편이 검사장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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