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오늘은 더 이상 이야기를 진행할 수가 없을 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만 돌아들 가세요.”
박정명의 말에 두 사람은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네. 미안하네 박 비서.”
“오늘은 그만 돌아갑시다. 최 사장.”
양 사장의 말에 최 사장은 불만이 가득 담긴 눈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양 사장과 최 사장이 돌아가고 나자 박정명은 혼자 남아 한 사장이 왜 사라졌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졌으면 그 흔적이라도 남아야 했는데,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어서였다.
또 한 가지 경비원들이 모두 기절을 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고, 과연 누가 여당의 실세인 윤 의원의 사람을 건드렸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혹시 그놈이 누군가에게 사주를 했다면?”
박정명은 동현을 의심하고 있었다. 삼촌이자 태성의 오너인 박상민을 살려 준 사람도 바로 동현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도를 예상하고 있던 시점에서 태성은 어음을 막았고, 그 돈을 추적하니 동현이 지불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삼억이라는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결사 노릇을 하는 놈이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저번 강남의 일만 해도 엄청난 수입을 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입맛이 썼다. 강남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윤희명이 투자한 자금이 무려 오십억이나 되었는데,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고 동현이 이번 일에 개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동현을 은밀히 캐낸 결과, 그의 가족관계를 알게 되어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를 먼저 제거를 하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려고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틀어지는 바람에 박정명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 사장이 사라진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누가 한 짓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자가 아니라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박정명은 동현을 생각하며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개인으로 움직이는 놈이지만 그 실력이 상당하여 건달들도 동현을 건드리지 못하는 놈이었고, 별명이 꼴통이라는 소리대로 화가 나면 어디로 튈지를 모르는 인물이었다.
만약에 윤 의원이 이번 사건에 개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도 그냥 있지 않고 윤 의원의 저택으로 침입을 하고도 남을 놈이다. 그런데 아직 아무 소식 없는 것을 보면 아직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한 사장이 나 모르는 원한이 있는가?”
박정명은 일단 한 사장의 주변을 먼저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에 동현을 살피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아직은 동현을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이 들어서였다.
박정명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조용히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박정명을 주시하는 눈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동현의 부모님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트를 하기에 적당한 자리를 보게 되었다.
“어머 이 정도면 마트를 해도 좋겠어요.”
성민은 박 여사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내가 보아도 위치가 마음에 드는 장소요.”
“우리 여기로 해요.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위치도 좋으니까요.”
“그렇게 합시다. 우선 집주인을 먼저 만나봅시다.”
두 사람은 가게의 위치가 마음에 들어서 지금 보고 있는 가게로 정하기로 했다. 동현이 삼촌에게 받은 봉투에는 삼억이 아니라 오천만원이 더 들어 있었다.
하지만 동현은 봉투의 안을 확인하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주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원래 금액이 삼억오천인 줄로 알고 있었다.
삼촌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동현에게 주나 매형에게 주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성민은 아내와 함께 건물의 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고, 마트를 전문적으로 개설하는 곳을 찾아 물건을 들일 수가 있었다. 개인이 마트를 하기에는 어디서 물건을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이들이 정한 것은 바로 체인점 마트였다.
24시간을 하는 마트이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가게를 비우는 시간에는 알바를 고용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오전, 아버지는 오후로 하기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알바를 고용하기로 동현과 이미 합의를 보았다. 동현은 어머니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하시려고 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여 결국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가게를 보시게 되었다. 몸도 약하신 분이 장시간 일을 하면 이는 오히려 무리가 가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항의를 하셨지만 동현과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그렇게 따르기로 하셨다. 그렇게 동현이네는 마트를 하게 되었고, 두 분은 집에서 계시는 시간보다는 가게에 계시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오전, 오후 따로따로가 아닌 두 분은 오전과 오후를 같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분은 힘드신 얼굴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얼굴을 하셔서, 동현도 그런 부모님을 말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동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드드드드-
동현은 누군지를 보니 영민이었다.
“무슨 일이냐?”
“형님. 그 보좌관이 형님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조사한다고?”
“예, 아마도 자금에 관한 것을 조사하는 것 같습니다.”
동현은 보좌관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하자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실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금은 모두 불법적으로 모은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무력을 동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공권력을 이용하여 나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인가?”
동현은 윤 의원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윤 의원의 힘이라면 동현과 주변의 사람들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정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동현은 이제 부모님이 행복해하시고 계시는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윤 의원을 죽여 버릴까?”
동현은 이번 사건의 주범인 윤희명을 그냥 죽여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를 한다고 해도, 자신이 나서게 되면 상대를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하다가 동현은 권력을 가진 놈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영민아 그 보좌관이라는 놈의 전화번호는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형님.”
“그럼, 나에게 바로 문자로 보내.”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은 문자가 오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걸었다.
때르릉-
“여보세요?”
“아, 바쁘신 분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합니다. 저는 김동현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박정명은 동현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누구신데, 저에게 전화를 거신 것입니까?”
“에이, 우리 선수끼리 그러지 맙시다. 지금 나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그만 하시오. 나도 준비한 것이 있으니 말이오.”
박정명은 동현의 말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지금 동현의 자금에 대한 추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비밀이었는데, 동현이 어떻게 알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지는 박정명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오늘 인터넷을 확인해 보시오. 일본인과 계약을 하고 야쿠자들을 고용했다는 기사가 아주 크게 나가게 될 것이니 말이오. 아, 물론 음성과 사진도 가지고 있으니 절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오.”
동현의 말에 박정명은 더 이상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동현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게 되면, 윤희명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만나서 이야기를 합시다.”
박정명은 결국 항복을 하고 동현에게 만나자고 제의를 했다.
“좋소. 어디서 보면 되겠소?”
“내가 바로 연락을 드리겠소. 이 문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오.”
“알겠소. 그럼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바로 멈추라고 지시를 내리겠소.”
동현의 상대의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동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이렇게 치사하게 협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윤희명이라는 자는 그냥 죽으면 상당히 곤란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처리를 해야만 했다. 아직은 동현이 얻을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정명은 동현과 통화를 마치고 바로 윤희명에게 전화를 하였다.
“의원님 동현이라는 자를 기억하십니까?”
“알고 있네. 저번에 나를 물 먹인 장본인이 아닌가?”
“예, 그자를 조사하려고 하였는데, 그자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일단 그만두라고 하였습니다.”
박정명은 동현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윤희명에게 전해 주었다. 윤희명은 그 말을 듣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그 사진을 가지고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윤희명은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사진과 증거물이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남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비밀리에 일본까지 가서 청부를 하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야쿠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자가 자신을 조사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하여 일단은 멈추게 하였습니다.”
윤희명은 박정명의 말을 듣고는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언제든지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런 위험한 자를 저대로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은 윤희명의 앞길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다른 말은 없던가?”
“아닙니다. 일단 그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의원님.”
“그래, 만나기로 했으면 그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내게.”
“알겠습니다. 만나고 나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박정명은 윤 의원과 통화를 마치고 바로 동현에게 연락을 하였다. 동현은 모르지만 지금 윤 의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이쪽이 약점이 생긴 상태라 강하게 나갈 수가 없게 되어, 박정명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 박정명이오. 오늘 저녁에 만납시다.”
“그렇게 합시다. 나도 할 말이 많으니 말이오.”
동현과 정명은 그렇게 약속 장소를 정하고 만나기로 하였다.
정명은 지금까지 윤 의원을 모시면서 권력의 단맛에 젖어 있었는데, 지금 자신의 아성에 도전을 하고 있는 동현에게 상당히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번에는 강자가 아닌 약자라고 생각하니 자존심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정명이 화가 나서 발광을 할 때 동현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식이 까불고 있어!”
동현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오랜만에 수련을 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영민은 자신의 일 때문에 잠시 수련을 멈추고 있지만, 가네마는 지금도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네마도 이제는 체력단련은 멈추고, 동현이 알려 준 어쌔신의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어둠의 강자인 닌자가 배우기에는 아주 어울리는 기술이었다. 동현은 기술이라고 하지만, 가네마의 입장에서는 고급 무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