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윤희명은 강남의 모든 이권을 가질 수 있었는데 동현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않자, 그 화를 자신의 보좌관인 박성진에게 풀었다. 박성진은 동현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하여 외삼촌인 박상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태성을 망하게 하려고 한 사장을 수배하여 작업을 하게 하였던 것이다.
동현은 한참을 생각하여 윤희명이 누구인지를 알아냈다. 자신이 강남의 일을 처리하면서 일본 야쿠자의 배경에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감히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이런 치졸한 수를 사용하였다는 말이지?”
동현은 이번 사건의 배후를 알게 되자 서서히 몸속에서 분노가 일어나고 있었다. 동현의 몸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폭발하기 시작하였고, 한 사장은 그런 살기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켁, 크윽. 사…사려…주세요…….”
한 사장의 사력을 다한 소리에 동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동현은 이내 살기를 거두어 들였고 한 사장을 보았다.
“이번 작전에 투입이 된 인원이 모두 누구인지 말해야 할 거야.”
동현의 서슬 퍼런 소리에 한 사장은 자신이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저런 괴물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인데, 그저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에 자신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한 사장은 동현의 질문에 더 이상 숨기는 것이 없이 모두 말해 주었다.
동현은 한 사장이 이번 작전에 투입이 된 인원들을 모두 듣고는 아직도 상당수가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작전에는 한 사장의 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네 개의 팀이 투입이 된 대규모의 작전이었다. 동현이 아무리 자금을 주었어도 결국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들이 교묘히 만들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이들이 노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태성이 수금을 해야 하는 업체들을 압박하는 방법이었고, 태성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금의 회수가 어렵게 되어 있었다.
동현은 기업 사냥꾼들의 방법이 상당히 고단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머리를 가지고 어째서 사기를 치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구나.”
동현은 마지막으로 한 사장과 그를 따르는 무리를 모두 산에 가서 묻어 버렸다. 누구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묻었기에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었다.
단지 기절해 있는 경비원들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깨어나면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할 것이었다.
동현은 한 사장을 정리하고, 그 부수입으로 그가 가지고 있던 재물을 모두 수거하고 돌아왔다.
한 사장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상당한 금액을 가지고 있었다. 비밀리에 가지고 있는 통장에도 삼백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돈은 한 사장 개인의 돈이 아닌, 이번에 새롭게 할 작업을 위해 모두가 합심하여 준비를 한 자금이었다. 물론 그 중에 윤 의원의 자금이 가장 많았지만 말이다.
동현은 그런 사실을 알고도 통장에 있는 자금을 모두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 한 번에 모두 빼서 숨겨 두면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물론 자신이 아닌 다른 자가 가야겠지만,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 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었다.
“하하하, 제법 많은 돈을 건졌으니, 일단 당분간은 놈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동현은 윤희명이 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재산을 불리는 것을 알았고, 이제 그 재산을 자신이 천천히 가로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윤희명 같은 자는 죽어도 상관이 없는 존재였지만, 그렇게 죽이면 제대로 복수를 할 수 없었다. 동현은 더욱 비참하게 해 줄 생각으로 그의 재산을 모두 가로챌 계획이었다.
“나에게 도전을 하였으니 그 도전 받아 주지.”
동현은 윤희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음 행동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졌다.
영민을 통해 일단 은행에 있는 돈을 행불자의 명의로 된 통장으로 이체를 하였다. 그러고는 다시 통장에 있는 돈을 전국에서 찾게 하였지만, 영민의 반대로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다.
바로 영민과 함께 수련을 하는 가네마의 도움으로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일본의 은행으로 이체를 하는 방법이었다.
일본 은행에는 이미 아는 자가 있으니, 한국에서 물건 값으로 이체를 하기 위한 서류만 준비를 하면 되니 빠르게 처리를 할 수가 있었다. 일본 닌자촌의 촌장이 직접 개입이 되어 일을 처리하니 일사천리로 정리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원래 어둠의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처리를 하였다. 닌자촌은 한국에도 지부가 있었는데, 그 정도의 자금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동현은 가네마의 도움으로 한 사장과 그 일행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금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동현이 한 사장을 정리하면서 얻은 수익은 모두 사백억씩이나 되었다.
“거참 이런 일은 자주 있으면 안 되는데 말이야.”
동현은 공짜로 돈이 생기자 기분이 좋았다. 동현이 한 사장을 정리하자 삼촌의 회사인 태성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삼촌도 그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자 동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직접 동현의 집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누님, 매형,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게. 처남.”
“고생했구나. 얼굴이 반쪽이네.”
상민의 얼굴은 그동안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박 여사는 동생의 얼굴이 너무 안 되어 보여 마음이 아팠다.
“누님, 동현이 덕분에 회사도 살리고 저도 살았으니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상민은 진심으로 동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작은 도움을 기억하고 도움을 주었다는 말을 듣고는, 그동안 가족들에게 얼마나 서러움을 많이 받았는지를 능히 짐작이 갔다.
회사가 정리되자 상민은 아버지를 만나 직접적으로 누나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진짜로 친누나인지를 말이다.
“아버지, 동현이 엄마가 정말 제 친누나가 맞습니까? 이제는 진실을 알려 주세요.”
상민의 아버지는 갑자기 찾아와서는 하는 질문에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상민의 얼굴을 보니 오늘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여 이제는 진실을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상민이 알고 있는 누나는 친누나이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낳은 딸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사귀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서는 아버지의 딸이라고 하며 주고 간 자식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나 때문에 하루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늘 심하게 다투어 댔고, 사도 여러 군데를 다녀야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였지만 예전과 같지는 되지 않았다. 버지는 모든 이유가 누나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자, 그 뒤로는 누나를 그렇게 구박하기 시작했다. 누나를 구박하자 어머니와는 오히려 사이가 좋아지게 되었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 상민은 두말 않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근처를 배회하며 여태까지 들어가지를 않고 있었고 누나가 보고 싶어 찾아오게 되었다.
동현의 도움으로 회사가 살았고 누님에게 미안함이 상민을 이리로 오게 만들었다.
“어서 들어가자.”
“예, 누님.”
박 여사는 동생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성민은 처남과 아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자신과 결혼을 하여 말도 못하게 고생만 하였던 아내였기에, 동현이 실종이 되면서 아내가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성민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놀랐다.
그 후로 아내의 마음을 알게 되어 지금까지 아내에게 큰 소리도 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행복하기만 했다. 물론 동현이 돌아오면서부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내의 동생이 찾아 왔으니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처가에서는 아내를 싫어하였다. 유일하게 아내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처남 정도였다.
하지만 큰처남도 집안의 눈치가 있어서 그리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을 성민은 알고 있었기에, 오늘 처남이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불안하기만 했다.
거실에는 아내와 처남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매형, 동현이는 언제 들어옵니까?”
“글쎄, 아직은 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조금 있어야 올 거야.”
“예, 그렇군요.”
처남은 계속 쓸데없는 말만 해 대는 것이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성민은 그런 처남을 보며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가?”
상민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매형의 말에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을 하고는 모든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휴우, 제가 아버지에게 직접 누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이상하게 집안에서 누님에게만 모질게 구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오늘에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민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두 사람 모두에게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박 여사는 상민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박 여사도 사실 자신이 왜 그렇게 구박을 받아야 하는지를 몰랐지만, 그래도 부모니 참고 살아왔다. 이제야 자신이 구박을 받은 이유에 대해 알게 되자 그동안 쌓였던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박 여사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성민은 빠르게 아내의 손을 잡아 주었다. 남편이 자신의 손을 잡아 주자 얼굴에 조금씩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이내 정신을 차린 박 여사는 상민을 보며 물었다.
“그 이야기는 아버지가 직접 해 주신 말이니?”
“예, 모두 사실입니다. 누님.”
“그렇구나. 그래서 나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해 주신 것이구나.”
박 여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남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항상 부러워하면서 자랐다. 그런데 이제야 자신이 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구박만 받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자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마음이 속에서 싸움을 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사셔야 얼마나 사시겠는가라는 생각이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 박 여사였다.
“상민아 그래도 너는 내 동생이니 앞으로 자주 찾아 와라. 피붙이라고는 너하고 철민이뿐이다. 너도 알다시피 철민이는 나를 누나로 생각하지 않으니 그만두고, 너라도 자주 와라.”
박 여사는 상민을 보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어차피 배다른 남매인 것은 사실이었으니 이러나저러나 남매는 남매였다.
성민은 처남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엄청 놀라고 있었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말로만 듣던 그런 상황이 자신의 가족에게 다가 왔기에, 순간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아내의 얼굴을 보고는 일단 손을 잡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아내와 처남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이 아내에게는 정말 못 할 짓을 하였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님 저에게는 누님은 영원한 누님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상민은 누나의 얼굴을 보며 안쓰러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호호,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라. 내가 어려서부터 구박을 받은 이유를 이제야 명확하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편하단다. 다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분도 나도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고 생각하니 모두 용서를 할 수 있겠더라.”
박 여사는 진심으로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지금은 얼굴에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