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가네마는 동현과 통화를 마치고는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환해지고 있자, 영민은 저놈이 또 왜 저러는가 하고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나갔다.
말도 통하지 않는 놈과 같이 있는 것이 생각보다는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었는데, 바로 내일은 수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하루의 휴식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였는지 모른다. 그런 휴식이 찾아 왔기에 둘의 입에서는 희미한 미소가 생기고 있었다.
동현의 큰 외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의 앞에는 동현이 도착을 하여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흠, 이거 조금 이상하네?”
정보를 모으니 이상한 부분이 발생했는데 삼촌의 회사는 그동안 꾸준히 흑자를 보던 회사였다. 그런데 3년부터인가 적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갑자기 회사의 어음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자금이 힘들게 되었고, 결국 부도가 난다는 소문이 나게 되었다.
동현이 알고 있기로는 이렇게 갑자기 어음과 당좌가 들어올 수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힘들지만, 누군가 개입이 되어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이거 정말 냄새가 나는데, 삼촌에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네.”
동현은 삼촌의 회사에 누군가 개입을 하여 손을 쓰고 있다는 판단이 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려고 하였다.
동현은 일단 회사에 계시는 삼촌에게 연락을 하였다.
“여보세요.”
“삼촌, 저 동현입니다.”
“동현이냐? 어쩐 일로 연락을 했느냐?”
“삼촌, 저 지금 회사 앞에 와 있어요. 지금 시간이 되세요?”
동현이 회사에 왔다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시간이야 낼 수 있지. 지금 올라와라.”
“알았어요. 바로 올라갈게요.”
동현은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는 바로 삼촌의 사무실을 향해 갔다.
φ φ φ φ φ
동현의 삼촌인 박상민은 이번 사업체를 꾸준히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회사도 자금이 풍부하니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하였고, 상민이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정도로 회사의 재무가 탄탄했었다.
그런데 회사가 이렇게 힘들게 된 시작은 바로 경리를 보는 부장이 갑자기 많은 공금을 횡령하고, 잠수를 타는 바람에 상민이 저축을 해 두었던 자금을 풀게 만들었다.
물론 경찰에 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부장이 어음이 돌아오는 시기에 돈을 가지고 가 버렸다. 이에 상민은 급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음을 막게 되었고, 당분간은 그리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에서 어찌 알았는지, 회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점점 힘들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집안의 자금을 동원하여 회사를 살리려고 하였는데, 이제는 집안의 모든 자금을 투자했는데도 가망성이 없어 보여 상민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평생을 이 회사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였는데, 지금 그 많은 것들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으니 상민도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당장 내일이면 다시 어음이 돌아오는데 이제는 더 이상 어음을 막을 자금도 남아 있지 않아, 상민은 사채를 빌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동현에게 전화가 걸려 오게 되었다.
“후우, 집에서 연락을 했겠지?”
상민은 누나의 아들이 이번에 집을 장만하였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동안 누나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살았는지를 알고 있기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회사가 힘들게 되자, 아마도 누나를 싫어하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도움을 주라고 하였을 것이 뻔했다. 자신들의 가족들은 이상하게 누나를 싫어하고 있었다.
자신만 유일하게 누나를 따랐고 좋아했었다. 그래서 누나가 혼자 고생을 하고 있을 때도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집안의 부모님의 눈치 때문에 대놓고 도움을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누나도 아버지의 자식은 맞는데도 저렇게 미워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것 같은데 알려 주지를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 누나가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으니 강제로라도 집을 팔라고 했을 것이 뻔해 보였다.
“쳇. 그냥 좋게 지내면 안 되는 건가?”
상민의 생각은 누나와 다른 가족들처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살았으면 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사장실이라고 해도 비서도 없는 사무실이었다. 상민도 오랜만에 보는 조카가 반가워 한 걸음에 다가가 안아 주었다.
“어서 오너라. 반갑구나.”
“삼촌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건강하셨어요?”
“그래, 건강이야 항상 챙기는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떻게…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온 거니?”
“삼촌 회사가 힘들다고 하던데, 제가 알면 안 됩니까?”
동현은 삼촌에게 도움을 주려면 본인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민은 지금 누구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동현에게 회사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참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 준 상민은 조금은 지치는지,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내일 돌아올 어음만 막으면, 당분간은 시간을 번다는 말이지요? 그럼 그 어음은 얼마인데요?”
“내일 돌아올 어음은 전부 삼억오천 정도 된다. 오천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삼억이 준비가 되지 않아 그런다. 내일만 막으면 이십 일 정도의 시간은 있으니, 최대한 수금을 하면 숨통은 트일 것이다.”
삼촌이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아직 수금을 해야 하는 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일 어음만 막으면 당분간은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동현이 궁금한 것은 과연 이 회사가 적자가 아닌 흑자를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삼촌,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이 회사를 살리려면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데, 회사가 그만큼의 이익을 벌 수 있는가요?”
동현은 삼촌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물었다.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민은 동현이 묻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이해를 했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힘들기는 했지만,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였다. 지금은 자금 때문에 이러고 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3년간 적자를 보기는 했지만, 내가 가지고 가는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손해를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자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민은 자신의 회사라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아직 상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시간을 두고 성장을 하면, 가능성이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부도를 나는 것은 작은 돈에서 시작이라고 보면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상민의 회사가 지금 그런 위기에 봉착되어 있었다.
동현은 삼촌의 보며 무언가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삼촌, 제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삼촌의 회사에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경리 부장이 공금을 횡령하면서 모든 일이 생겼으니, 이는 누가 개입이 되어 삼촌의 회사를 그냥 망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네요.”
상민은 동현의 판단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버텨 오게 되었다.
“아니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해서, 얼마나 많은 이득을 본다고 그러겠느냐?”
“삼촌 회사는 눈앞의 이득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직은 저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를 못해, 제가 말을 하기에는 조금 그래요. 일단 시간을 두고 알아보면 금방 누가 개입이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동현은 삼촌의 회사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을 하였고 이왕에 주려면 화끈하게 주고 싶었다. 삼촌의 회사를 노리는 놈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걸렸으니, 이제 죽었다고 생각해야 했다.
동현의 말에 상민은 당장 내일 돌아올 어음이 걱정이 되어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 당장 막을 어음은 어떻게 하냐?”
“내일 오는 어음은 제가 도움을 드릴게요.”
동현은 아직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마법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고 있었다. 보석을 팔고 받은 돈은 모두 일억 수표였기에, 삼촌이 원하는 삼억을 꺼내드렸다.
“여기 삼억입니다. 일단은 내일 돌아올 어음을 막으시고, 이제부터는 저에게 협조를 좀 해 주세요. 회사를 살리시고 싶으시면요.”
상민은 조카인 동현이 품에서 삼억을 꺼내 주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동현이 자신에게 협조를 해 달라고 하며 뿜어지는 기세 때문이었다.
동현이 기세는 마치 오랜 오너의 생활을 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기세였고, 상민도 그런 동현의 기세에 잠시 눌렸다는 것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그…그래, 그렇게 하마.”
상민은 동현의 말대로 회사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동현의 뜻에 따라 주기로 했다.
오늘 동현이 삼억을 주지 않았으면 어차피 내일이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었는데, 다시 활로를 열어 준 동현의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카인 동현이 자신을 잘 따랐지만 지금은 장성하여, 자신도 감당을 할 수 없는 거인이 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동현이가 실종을 당하고 달라졌다는 누나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네.’
상민은 동현이 실종되고 누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한때는 그런 누나를 위해 약을 지어 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현은 일단 삼촌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과연 누가 뒤에서 조정을 하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이번 일은 분명히 기업 사냥꾼들이 개입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에 잘 아는 놈들은 건달들뿐이군.’
동현은 삼촌의 회사를 거저먹으려고 하는 놈들을 알아내기 위해 가장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성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동현이.”
“알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이냐?”
“부탁이 하나 있어서 연락했다.”
동현은 성철에게 삼촌의 회사 이름과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고, 누가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성철은 동현이 하는 부탁이라 일단 거절을 하지 못하고 어찌해야 하나하고 생각에 빠졌다.
지금 동현이 알아보려고 하는 그림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을 하는 애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제법 많은 돈을 움직이는 조직이고 합법적으로 움직이는 무리들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조금 불법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자신들과는 서로 공생 공존하는 사이였기에 말을 해 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이야기를 해 주게 되면 나중에 불똥이 나에게 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성철의 고민은 나중에 자신이 곤란해질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아무리 건달이고 잘 나간다고 해도 뒤에서 찌르는 칼은 피할 수 없었고, 그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었다.
성철의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를 않았다. 바로 동현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 넘겨라. 다시는 그런 놈들의 얼굴이 나타는 일은 없을 거다.”
동현의 말에 성철은 두말 않고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 말해 주었다. 이미 동현이 결심이 섰다면, 아마도 놈들은 이제 죽을 날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아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성철이 알고 있는 무리들은 합법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