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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32화 (32/222)

32화

동현은 만영이 기다리고 있는 룸으로 갔고 룸에는 이미 아가씨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서와, 이리 앉아라.”

만영은 동현이 오자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은주는 동현을 보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오빠, 반가워요.”

은주는 부끄러운 얼굴을 하며 동현에게 겨우 인사를 하였다.

“그래, 은주도 반갑다.”

동현은 자리에 앉으며 은주에게 인사를 해 주었다.

은주는 한 마담에게 말을 들었기에 지금 동현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이 바닥에 살면서 동현과 같은 사람은 없었기에 가지는 마음이었다.

은주가 이 바닥에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빚 때문이었다. 자신의 빚도 아닌 가족들의 빚 때문에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며 금방 끝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을 해 보니 현실은 은주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지가 않았고, 은주는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 마담이 아가씨들 중에 아직 상태가 좋은 은주를 그대로 보낼 수가 없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약을 걸었다. 그 때문에 은주는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런 자신의 빚을 모두 계산해 준 고마운 이가 나타났는데, 그 사람이 바로 동현이었기에 은주는 동현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너 오늘따라 조금 이상하다? 약 먹었니?”

동현은 은주의 시선이 부담이 가서 하는 말이었다. 자신은 은주와 하룻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룸에 와서 아가씨를 데리고 나간 것이었다. 단지 하룻밤을 함께 보낸 것밖에 없는 은주의 시선에서는 존경과 사랑이 담겨 있으니, 동현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현과는 다르게 은주는 자신을 보며 하는 말에 솔직히 기분이 상해 버렸다.

“오빠! 내가 약을 하는 여자로 보여요?”

은주가 날카로운 눈빛을 하며 묻자 동현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변한 은주의 태도에 분위기가 요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만영이는 그런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중간에 개입을 하게 되었다.

“여자에게 약 먹었냐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 이번에는 니가 잘못한 거 맞네.”

동현도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은주의 시선이 부담이 되어 던진 말이었는데, 저렇게 반격을 할 줄은 몰라서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동현이 알고 있는 술집 아가씨는 아무리 손님이 과격하게 해도 애교를 부리며 참을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은주의 태도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는 동현이 말로만 술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동현이 건달들과 대화를 하였을 때 하는 이야기들은 모든 아가씨들이 자신의 말에 무조건 복종을 하였다고 하면서, 조금은 과장을 하며 말을 했었다. 그런데 실지로 그런 줄만 알고 있어서 이런 실수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현은 아직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에 사과를 하려고 하니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조금 실수를 하였다고 해도, 너는 왜 그렇게 날카롭게 반격을 하냐?”

동현의 대답에 은주는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한 마담이 동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때만 해도 감격과 기쁨이 넘치는 마음으로 동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변해 가고 있어서였다.

“오빠, 내가 싫으면 그냥 나가라고 하세요.”

은주의 말에 동현은 이내 답변을 주었다.

“그러면 너는 그만 나가라. 너 때문에 분위기가 박살났으니 말이다.”

동현의 대답에 은주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바로 뛰어가고 말았다. 영민은 동현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동현이 기분이 상해 있다는 것은 느낄 수가 있었다.

‘형님이 지금 상당히 기분이 안 좋으니 조심하자.’

영민이 그동안 동현에게 수련을 받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동현을 화나게 해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민이 동현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이번에는 만영이는 화를 내고 있었다.

“야! 기분 좋게 술 마시러 와서 왜 그래?”

동현은 만영이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으로 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이 그리 크게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 분위기가 되고 있었다.

“나는 은주가 나를 보는 시선이 부담되어 한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동현의 대답에 만영은 동현이 은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대강 알았다.

“그래도 여자인데… 알았다 그만하자. 우리 다시 술이나 마시자.”

만영은 자신의 파트너인 미연을 보며 눈짓을 하였다.

한 마담은 은주가 울면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니?”

“흑흑, 오빠가 나보고 약 먹었냐고 그러잖아요. 내가 무슨 마약을 하는 여자에요?”

은주는 자신이 아무리 술집에 다니지만 마약을 하면서 살지는 않고 있었다. 한 마담도 그런 은주라는 것을 알기에 무슨 소리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니?”

“흑흑, 언니 나 오늘 마약 한 것이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하잖아요. 흑흑.”

은주는 슬픔에 눈물을 펑펑 쏟아 내고 있었다. 한 마담은 일단 은주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만 울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야 알아듣지.”

은주는 한 마담의 말에 조금 진정이 되는지, 눈물을 멈추었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였다.

“제가 오빠가 들어오자 반가워서 오빠의 얼굴을 보니, 나보고 갑자기 하는 소리가 약 먹었냐고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신경질이 나게 대답을 했더니 이번에는 나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나온 거예요.”

한 마담은 은주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은주는 동현이 애인으로 생각하는 여자인데, 갑자기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여기에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올게.”

한 마담은 자신이 직접 상황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알았어요. 언니.”

은주는 한 마담이 알아본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화가 나서 조금 신경질을 부린 것은 사실이라, 그 부분은 조금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 마담은 은주를 두고 밖으로 나오니 한 건달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성철이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지금 성철 형님이 찾으십니다.”

“그래요? 알았어요.”

한 마담은 성철이 평소에 자신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빠르게 성철이 있는 곳으로 갔다.

똑똑똑-

“들어와.”

“저를 찾았어요?”

“그래, 다른 것이 아니고 은주 말이야.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받은 것 같다.”

성철의 말에 한 마담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 자세히 설명을 해 주세요.”

성철은 동현과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면서 자신이 실수를 하였다고 하였다. 한 마담은 성철의 말을 듣고야 은주가 나온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자신들이 은주에게 동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은주가 환상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은주도 야간 업소의 여성이었고 그런 여자에게 행운을 가지고 온 남자가 있다면, 아마도 누구나 그 상대에게 존경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은주는 그런 환상으로 동현을 대했을 것이고, 동현은 그런 은주가 부담이 되었으니,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것이었다.

성철은 한 마담이 생각하는 것을 모르고 다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은주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다시 원상복귀 시켰으면 하는데 한 마담 생각은 어때?”

“우리는 이미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말을 하면 우리 가게에 있는 에이스들의 반발을 사게 될 거에요. 아마도 은주도 마찬가지의 생각이겠지요. 그냥 은주를 이대로 데리고 있으려면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좋아요. 물론 빚을 탕감해 주었으니 그만큼 더 부려 먹어야겠지요.”

한 마담은 자신의 손해를 어떻게 하던지, 복구를 시키기 위해서는 은주를 그만큼 더 부려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은주의 빚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현이 이미 은주의 빚을 모두 갚아 주었다고 했으니, 은주가 가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은주도 사실 업소 생활을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도 은주가 가진 돈이 없으니, 결국 이 생활을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단지 빚만 없을 뿐이지 은주는 개털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철은 한 마담의 말을 듣고 보니 가게의 이미지도 있다고 생각이 들자, 한 마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알겠으니 그렇게 진행을 해 줘. 손해는 최대한 빠르게 복구를 해야지.”

성철도 이미 잃은 돈에 미련을 가지는 짓은 멍청한 놈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동현은 룸에서 나와 혼란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가 있었다. 나오니 찬바람이 불어 주어 조금은 복잡한 머리가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후우, 여자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야.”

동현의 유일한 약점이 여자들의 눈물이었고, 이상하게 여자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였다.

이계에서도 이상하게 여자에게만 강하게 나가지 못했고, 현실로 돌아와서도 여자에게만 강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여자가 무어라고, 이러고 고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어차피 업소 여성이었고, 자신은 그런 업소 여성을 하룻밤 데리고 잔 것이 죄라면 그것이 전부일 것이었다. 그 하룻밤에 마치 자신이 무슨 애인인 것처럼 하는 행동에 화가 나서 한 행동이었다.

동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 동현의 실수였다.

동현은 혼란한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룸의 입구에 도착하니 한 마담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솔직히 은주와 인연도 한 마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룸 안에는 만영이와 영민이 자신의 파트너와 찐하게 놀고 있었다. 만영은 이제 미연의 애인처럼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만영에게 미연은 더욱 달라붙고 있었다.

“나는 왜 파트너가 없냐?”

동현은 만영과 영민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고는 심술이 나서 하는 소리였다. 동현의 말에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영민이었다.

“형님, 제가 나가서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은주 말고, 다른 애로 데리고 와라.”

“알겠습니다. 형님.”

영민은 동현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고 생각하고는 빠르게 나갔다.

영민의 파트너는 그런 영민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약간 삐져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피식 실소가 나왔다. 오늘 처음 만난 파트너였는데 저런 표정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였다.

동현이 오랜 이계 생활 때문에 아직도 현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여자들의 심정을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겠지만 말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여자도 모른다고 하니, 그만큼 변화가 자주 일어난다는 말이었다.

영민이 나가 있는 시간 동안 만영은 미연이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만영에게 미연과 애인 사이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동현이었기에 서로 사랑을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신도 이계의 부인과 만남을 가졌을 때는 설레는 기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이 잠시 이계의 생활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 있을 때, 영민이 한 마담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한 마담은 동현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어? 오늘 내 파트너가 한 마담이오?”

동현을 한 마담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동현도 눈치가 있기 때문에, 한 마담이 여기 책임자인 성철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호호, 사장님이 받아만 주신다면 저야 영광이지요.”

한 마담은 동현의 농담에 바로 진한 미소를 지으며 교태스런 몸짓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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