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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31화 (31/222)

31화

은주는 자신이 몸이 안 좋아 가게를 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며 머리를 조아렸다.

“상무님 제가 몸이 안 좋아 쉬고 있지만, 일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흑흑. 앞으로는 절대 아파도 쉬는 날이 없게 하겠으니, 저를 팔지는 말아 주세요. 빚은 열심히 해서 갚아 나가겠습니다. 흑흑흑.”

은주는 눈물을 흘리며 상무에게 빌었다. 성철은 갑자기 은주가 눈물을 흘리며 빌자, 이게 무슨 말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은주의 말을 듣고는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들었다.

한 마담은 그런 은주를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은 지금 아까운 돈을 대신 갚아 주겠다고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는데, 은주는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담은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은주를 달래기 시작했다.

“은주야 오늘 너를 보자고 한 이유는 바로 너의 빚을 탕감해 주려고 해서야. 오늘부터 너는 비이 없는 에이스가 될 거야. 무슨 소리인지 알지?”

은주는 한 마담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빚이 한두 푼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주는 한 마담의 말에 더럭 겁이 났다. 빚이 사라졌다는 말은 이제 자신은 다른 가게가 아니라 섬이나 외국으로 팔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은주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자하자 한 마담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너도 아는 동현 씨 덕분에 너의 빚을 모두 없애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 동현 씨가 오면 무조건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도록 해.”

한 마담의 다음 말은 은주를 깜짝 놀라고 만들었다.

동현을 만난 것은 단지 하루였지만 너무도 강렬하게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이었다. 함께 잠을 자고 나서는 평생 잊지 못할 사람으로 가슴에 저장해 놓고 있는 남자였는데, 그 남자 때문에 자신의 모든 빚을 모두 없애 준다는 말에 은주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저…정말인가요?”

“그래, 동현 씨의 은혜이니 너는 진심으로 그분에게 잘해야 한다.”

“언니, 저 정말 잘할게요. 오빠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고 할게요.”

은주는 진심이 담긴 눈빛을 하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한 마담도 많은 사람을 상대해 봐서 그런지, 상대의 눈빛을 보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대강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은주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야지, 동현 씨가 너에게 해 주고 있는 것을 잊으면 너는 사람도 아니야.”

한 마담은 동현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동현이 때문에, 빚을 모두 탕감하게 되었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은주의 빚은 성철이 모두 해결을 해 주었는데 말이다. 성철도 한 마담의 말을 듣고는 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크으. 돈은 내가 쓰고 칭찬은 그놈이 다 받는 거네. 에구 돈 아까워라.’

성철은 지금 인상이 써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한 마담도 그런 성철의 심정을 이해는 하는 바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현에게 잘 보여야 하는 시기이니, 최대한 은주에게 동현의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실지로 세기파가 동현에게 은주를 주어도 아무 말 못하는, 동현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쳤다.

성철이 두목에게 은주를 동현이 원한다고 하면 아마도 바로 주라고 지시가 내려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마담이 동현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은주는 동현이라는 존재가 하늘같은 사람으로 인식할 정도였다.

룸에 나가는 아가씨들에게는 건달들의 보호가 필요하고, 누가 보호를 해 주는 것에따라 등급이 달라지게 되어 있었다.

결국 은주의 보호는 동현이 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니, 은주는 이제 특급으로 분류가 될 것을 이미 예상하고 한 마담이 수를 쓰고 있었다.

동현 정도의 사람이 은주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아마도 세기파에서는 누구도 은주에게 집적거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오빠가 나를 위해 빚을 모두 갚아 주고… 어떻게 해야 이 은혜를 갚을 수가 있을까?’

은주는 한 마담의 말을 그대로 믿고, 동현이 자신의 빚을 모두 갚아 주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은주에게 있어, 동현은 백마를 탄 왕자님이나 다름없었다.

성철은 대강 이야기가 끝났기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였다.

“이제 빚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가게에서 일하는 것은 실수가 있으면 곤란해.”

성철은 간부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있었다. 은주는 성철의 말에 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였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은주의 눈빛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성철은 느낄 수가 있었다.

‘크으, 어떻게 내가 해 주고도 감사의 인사 하나 받을 수가 없다는 말이냐?’

성철은 은주의 달라진 모습에 속이 쓰림을 느꼈다.

사람이란 원래 화장실에 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성철도 동현의 도움을 받았을 때와 지금은 기분이 달랐다. 하지만 동현의 무서움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속으로만 울분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성철의 기분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때르릉-

성철은 핸드폰이 울리자 대번에 동현이 도착을 하였다는 것을 느꼈다.

“여보세요.”

“난데 이제 도착을 했다. 더럽게 차가 막히네.”

“어서 들어와라. 이미 준비를 해 놓았다.”

“어, 그래 안에서 보자.”

동현이 성철의 가게에 온 이유는 바로 연예인을 소개받기 위해서였다. 이제 어머니에게 소개를 시켜 줄 여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 여자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연예인이라면 어머니도 인정을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현도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시간을 두고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이는 이계의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은 남아 있어서였다.

그는 이계를 떠나면서 부인과 자식을 두고 왔다. 아무리 신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해도, 그 마음을 모두 버리고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동현에게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동현이 차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가니 입구에는 상당한 인원의 건달들이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건달들은 동현을 보고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동현은 애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니 자신이 마치 깡패새끼가 되는 것 같아 상당히 기분이 나빠졌다.

“너희들은 장사 안 하냐? 장사를 해야 먹고 살 것 아냐 새끼들아. 당장 안 사라져?”

동현의 거침없는 말에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를 몰라, 서로를 보며 어리둥절하다가 한 건달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건달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들은 동현의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화가 나면 최소한 중상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그 건달이 하는 말이 바로 ‘화가 나셨다.’였다.

동현은 건달들이 사라지자 가게의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옆에는 만영과 영민이 함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성철은 동생들에게 정중하게 동현을 모시라고 지시를 내렸기에, 동현이 오면 만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걷어차며 들어오는 동현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꽝!

“내가 건달이냐? 왜 입구에서 지랄을 하는 거야?”

동현의 말을 듣고 성철은 왜 화가 났는지를 예측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동현은 건달들을 유난히 싫어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건달들과 어울리다가 아버지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동생들은 동현을 마치 조직의 형님처럼 모시고 싶어서인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고 하여 허락을 해 주었는데 지금 보니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안하다. 동생들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성철은 일단 동현의 화를 풀어 주어야 했기에 일단은 사과를 했다. 동현도 성철이 바로 사과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화를 내기가 이상해져 맥없이 풀어지고 말았다.

“나 오늘 술 한잔하려고 왔는데 자리 좀 내줘.”

“걱정하지 마라. 이미 준비를 해 두었으니 그냥 가기만 하면 된다. 석진이가 안내를 해 드려라.”

성철은 자신의 옆에 있는 동생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 형님. 이리로 오시지요.”

“너희는 먼저 가서 있어라. 나는 잠시 이야기 좀 하고 갈게.”

석진이라는 남자가 안내를 하려고 하자, 동현이는 만영과 영민에게 따라가라고 손짓해 주었다.

동현이 일행들을 먼저 보내려고 하자 성철은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쪽팔리게 동생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어 참고 있었다.

세기파에 속해 있는 건달치고 동현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달은 아무도 없었다. 야쿠자를 처리할 때 자리에 있었던 건달들에게는 동현이 하느님과 동기동창으로 인식이 되고 있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동현은 일행들이 나가자 다시 문을 닫고 상철을 보았다.

“너 전에 연예인을 소개해 준다고 했지?”

성철은 잔득 긴장을 하고 있다가 동현이 하는 말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에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있었지. 신인으로 소개를 해 준다고 했지.”

“그래, 신인이면 아직 얼굴이 팔리지 않은 애들이지 않나?”

“어느 정도는 얼굴이 알려져 있는 애들이야. 그리고 미모도 제법 되고…….”

동현은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바로 다음 말을 했다.

“나 그런 신인으로 참한 아가씨를 소개해 줘라. 얼굴과 심성이 좋은 애로 말이다.”

동현이 자신의 입으로 연예인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성철은 조금 의외라는 눈빛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이미 연락을 받기로는 은주를 애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연예인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갑자기 참한 애로 소개를 해 달라는 이유가 뭐냐?”

“어, 우리 모친께서 집에 한번 데려오라고 해서 이왕이면 참한 아가씨로 데려가려고 한다.”

동현의 대답에 성철은 괴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떤 놈이 정보를 가기고 온 거야? 아이고 아까운 내 돈! 내 돈을 돌려 줘!’

성철은 자신이 잘못 알고 은주의 빚을 모두 탕감해 준 것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미 탕감했다고 하면서 동현에게 은혜를 갚으라고 하였기에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동현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게 되면 아마도 세기파의 미래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 꼴통이 미치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성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현이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 검을 사용하며 냉정하고 잔인해져 있다는 것이 더욱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동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성철을 보며, 연예인을 소개받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개가 어려우면 말을 해라. 내가 포기를 하마.”

성철은 동현의 말에 급히 아니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아니 어려운 것이 아니고, 누가 참한 여자인지를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너에게 어울리는 신인이 있으니, 내가 알아보고 날을 잡으면 연락을 하겠다.”

동현은 성철이 연예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자 얼굴이 환해졌다.

“고맙다. 내 신세 한 번 진 것으로 알고 있겠다.”

성철은 동현이 신세를 졌다고 하자 돈에 대한 문제는 모두 잊어 버렸다. 동현과 인연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저렇게 빚이라고 생각을 가지게 되면, 다음에 자신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성철의 판단이었다.

동현이 나가고 성철은 혼자 사무실에서 실실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흐흐흐. 빚을 졌다라… 빚을 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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