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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30화 (30/222)

30화

마당에 모이는 짐들이 제법 많아질수록 동현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사를 하면 없던 짐도 생긴다는 말을 이번에 직접 몸으로 체험의 하는 동현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짐을 옮기고 계셨는데, 아버지의 짐이라고는 그리 많지 않고, 모두 무예에 필요한 서적들뿐이었다.

“아버지 그거는 제가 옮길게요.”

동현이 아버지가 들려고 하는 상자를 보고는 자신이 먼저 달려갔다. 상자는 아무리 보아도 책이 담겨 있는지 무게가 나가 보였기에, 혹시라도 무리하셔서 허리를 다치실까 자신이 들려고 하였다.

“아니다. 다들 바쁜데 내 물건은 내가 옮기도록 하마.”

“아니에요. 아버지는 지시만 해 주세요. 집에 건장한 젊은 놈이 세 명이나 있는데, 놀면 뭐해요.”

동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상자를 들었다.

모든 짐을 정리하자 포장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도착을 하였다. 원래는 포장 이사를 하는 이유가 편하기 위해서이지만, 어머니 때문에 결국 이 난리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아무리 이사를 해 준다고 해도,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남이 만지는 것에는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른지 포장 이사가 오자 일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만영이는 영민이 하고 가고,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갈게.”

“알았다. 그렇게 하자.”

영민이도 만영이가 동현의 친구라고 하자, 바로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대했다.

성철의 차를 돌려주면서, 동현은 영민과 자신이 타고 다닐 차를 새로 구입을 하였다. 성철이 그냥 타고 다니라고 하였지만, 중고차를 타고 싶은 생각은 없는 동현은 딱 잘라 거절을 하였다.

그렇게 신차를 타고 다니는 영민의 모습에 어머니는 좋은 직장을 얻은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영민은 그런 어머니에게 굳이 다른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어차피 생활비도 넉넉하게 있었고, 오해를 해도 좋은 쪽으로 하시는 어머니를 말리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모든 짐을 푼 동현은 부모님과 오늘 이사를 도와준 만영, 영민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드시고 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 어떤 것으로 드실래요?”

“나는 그냥 해물탕이 좋은데, 너희는 다른 거 시켜라.”

“아니에요. 저희도 같은 거로 먹어요. 여기 해물탕 대자로 주세요.”

동현이 크게 고함을 쳐서 주문을 하자 이내 알았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보통은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기 위해 사람이 오지만, 오늘은 사람이 많아 그런지 조금 늦는 것 같아 동현이 직접 주문을 하였다. 동현은 주문을 하고 아버지를 보면서 다시 물었다.

“아버지 소주 한잔하시겠어요?”

“그래, 해물탕을 먹는데 그냥 먹으면 이상하니 소주도 시켜라.”

아버지는 은근히 어머니의 눈치를 보시면서 동현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이이는 소주는 무슨 소주에요.”

“어머니 오늘 같은 날은 소주도 한잔해야 하는 거예요. 그냥 아버지도 드시게 해 드리세요.”

어머니는 동현의 말에 마지못해 허락을 하는 눈치였다.

“험, 험,”

아버지는 이 분위기가 어색한지 헛기침만 날렸다.

예전에는 아버지의 기침소리만 나도 가족들이 긴장을 하였는데, 지금은 어머니의 눈치를 보시고 계시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확실히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여자에게 잡혀 산다는 말이 모두 맞는 말이구나.’

만영은 동현의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기도 펴지 못하고 살면, 자식들 앞에서 무슨 쪽이란 말인가?

만영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속으로는 내일 만날 미연의 생각만으로도 얼굴에 한가득 함박꽃이 펴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런 만영의 표정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어머니에게 동현이 설명을 해 주었다.

“어머니 요즘 만영이가 애인 생겼다고 저래요.”

“만영이도 애인이 생겼는데, 너는 무엇을 하냐?”

만영의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어머니는 바로 동현을 보고 타박을 하였다. 눈으로 보기에도 동현이 만영이 보다는 인물이 좋았기에 하는 말이었다. 동현은 만영이에 대한 말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어찌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빠르게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저도 조만간에 색싯감을 데리고 올게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동현은 성철이 소개를 시켜 주겠다는 연예인을 생각하며 하는 말이었지만, 영민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강남의 가게에서 동현이 아가씨를 데리고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헉! 형님이 데리고 온다는 아가씨가 혹시 가게에 있던 아가씨라면 이거 곤란한데?’

영민은 세기파를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친구들이 제법 있는 곳이라, 미리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현과 하룻밤을 잔 은주는 동현이 떠나고 나서 한동안 상당히 우울한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마담의 허락 하에 집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기로 한 상태였다, 영민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 동현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현의 가족들은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동현은 친구들과 한잔 더하기 위해 만영과 영민이를 데리고 강남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동현이 강남으로 가는 이유는 바로 성철이 평생 무료 회원으로 이용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만영과 사귀고 있는 미연이 그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어 조금 찝찝함은 있었지만, 이번에 가게 되면 미연이를 반드시 일을 그만 두게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영민은 강남의 가게로 간다는 말에 빠르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동현의 말을 그대로 친구에게 전해 주었다.

강남의 세기파가 관리하는 룸살롱은 모두 두 개인데, 성철이 관리하는 룸살롱이 제일 컸다.

그런데 오늘 자신에게 요상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동생 때문에, 지금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동현이 결혼을 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인사를 시키려는 여자가 바로 은주라는 보고를 듣고는, 머리가 깨지는 기분이었다. 은주라면 가게에 에이스로 있는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이미 세기파의 건달들 중에 동현에 대한 소식을 듣지 않는 건달은 없을 정도로 이 바닥에는 지금 동현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깔려 있었다.

이번에는 갑자기 은주가 동현의 마누라가 되면 자신들이 은주를 대하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 이 새끼는 내가 연예인을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왜 은주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

성철은 동현이 하는 행동에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이제 가게에서 은주를 대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변하는 것은 당연해질 것이고,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가게를 그만 두어야 하는데, 그 빚이 엄청난 여자였기 때문에 성철은 머리를 지끈거리고 있었다.

“한 마담, 은주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동현 씨가 은주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우리가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야기를 들으니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자기의 애인이 다른 남자의 품에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만히 있겠어요?”

한 마담도 귀가 있으니 이번 야쿠자들의 사건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야쿠자들을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를 들은 한 마담은 동현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런 잔인한 사람의 앞에서 부탁을 하였다는 것이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두려움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성철도 한 마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의 성격은 가만히 있다가도 어디로 튈지 몰랐기에, 최대한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럼, 은주에 대한 빚은 내가 어떻게 해결을 할 테니, 없던 것으로 하고 그냥 내보내는 방향으로 하자.”

“알았어요. 저도 그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돈 때문에 죽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에요.”

한 마담과 성철은 죽어도 손과 발이 잘리면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성철의 지시로 한 마담은 은주에게 연락을 하였다. 동현이 이곳으로 온다고 하니, 미리 선수를 치려는 마음에서였다.

한편으로는 은주를 마음에 두고 있는 동현에게 점수를 좀 따고 싶기도 했다. 동현과는 절대 적으로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 마담의 기억에 저장이 되어 있어서였다.

“은주니?”

“언니 무슨 일이에요?”

“동현 씨가 온다고 하니, 너 준비 좀 해야겠다. 너를 보기 위해 오신다고 하니 말이야.”

은주는 한 마담의 말에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언니 정말이에요? 오빠가 온다는 말이?”

“그래, 나도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고 와라. 오시기 전에 나하고 이야기 할 것도 있으니 말이다.

“어머나, 나 어떻게 해. 아직 세수도 하지 않았는…….”

은주는 전화를 던지고는 재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선은 씻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은주가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현은 차가 막혀 가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간선도로가 상당히 지체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에잉!”

“다들 먹고 살려고 차를 장만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그래도 이렇게 막혀서야 어디 제대로 다닐 수 있겠냐?”

“하기는 퇴근시간에 차가 안 밀리는 장소가 없다고 하드라.”

동현은 차가 밀리는 것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퇴근 시간을 생각지 않고 간선도로로 들어오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영민도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간다고 간선도로를 탔는데, 오히려 더 밀리고 있어서였다.

“일단 시간이 걸리니 늦는다고 연락을 해 주어야겠다.”

동현은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는 무신. 내 전화번호는 저장을 하고 다녀라.”

“내가 핸드폰을 자주 바꿔서 저장을 하지 않는다.”

건달들은 자주 핸드폰을 바꾸는 일이 생겨 저장을 잘 하지 않고 다녔다.

“여기 길이 막혀서 그러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겠다. 무슨 놈의 차가 이렇게 많은지 짜증나네.”

성철은 동현이 늦는다고 하니 조금은 안색이 밝아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은주가 늦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차가 밀려 늦는다고 하니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밀려 늦는 정도는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와라. 사고 내지 말고.”

“알았다. 도착하면 보자.”

동현은 차가 막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 들어가는지 이내 눈을 감아 버렸다.

강남의 가게에는 은주가 급하게 준비를 하고 도착을 하였는지 한 마담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은주는 가게에서 걸어서 십분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었기에 급하게 올 수가 있었다.

은주가 한 마담이 있는 곳에 들어가니 안에는 한 마담과 성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은주는 성철을 보자 빠르게 인사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상무님.”

성철은 은주가 사과를 하는 모습에 고함을 치지 못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해 주었다.

“잠시 앉아라. 너하고 할 말이 있어서 왔다.”

은주는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런 곳에서 아가씨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다른 곳으로 팔려 나가는 일밖에는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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