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동현은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고, 가네마는 동현을 따라 나오면서 동승을 원했다.
“선생님 자택까지 제가 동승을 해 드리겠습니다.”
“응? 너도 술을 마셨으면서 힘들게 그러지 마라.”
“아닙니다. 저도 근처에 숙소가 있으니 함께 가면 됩니다.”
동현은 가네마가 집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였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 그러면 함께 가도록 하자.”
동현의 허락에 가네마는 기쁜 얼굴이 되었다.
대문의 밖에는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자신이 타고 왔던 차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사스마는 동현이 간다고 하자, 수하들에게 차를 대기하라고 지시를 내려 두었다. 자신들에게는 가장 커다란 손님이었기에 최대한 정중하게 모시라고 하면서 말이다.
“타십시오. 선생님.”
“고맙소. 오늘 촌장님의 대접 아주 잘 받고 갑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제가 대접을 하겠습니다.”
“예, 동현 상이 대접을 한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동현은 사스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에 탔다.
하나꼬와 야마꼬는 동현이 가볍게 고개만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속으로 조금 실망을 하였지만 일단은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하나꼬는 한국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남으려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동현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자면 한국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다. 닌자촌이 원하는 일이 과연 한국에 있는지를 말이다.
야마꼬는 동현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야마꼬는 가네마와 함께 수련을 하였으면 했지만, 자신이 직접 그런 부탁을 할 용기는 없었기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두 여인의 생각을 모르니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타고 갔다. 가네마는 동현과 함께 이동을 하는 것만도 기분이 좋았는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동현님과 이제부터 무예를 익히게 되었으니 벌써 마음에 두근거리는구나.’
가네마는 동현에게 배움을 얻는 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동현은 오늘 얻은 검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었기에, 가네마의 심정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어느덧 차는 빠르게 내달려 동현의 집에 도착을 하였고, 동현이 내리자 가네마와 운전수는 빠르게 내렸다.
“가네마는 내일부터 여기로 오고, 여기까지 태워 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일본인은 사람을 만나면 아마도 영광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가네마도 잘 가고.”
“즐거운 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동현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서로 인사를 마치자 동현은 집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가네마와 운전수는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동현이 먼저 가라고 했지만, 이들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동현이 먼저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동현은 사스마에게 받은 검을 다시 확인하였다.
챙!
맑고 선명한 검음은 이 검을 만든 사람도 그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현대에 살면서 이런 검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에 동현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아직도 이런 대단한 사람이 남아 있다니 솔직히 조금 놀랍네.”
동현은 검을 보면서 감탄을 하였다. 이 정도의 검이라면 이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검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드드-
“잉? 이 시간에 웬 전화?”
동현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누구인지를 확인해 보았다. 전화번호를 보니 성철의 번호였다.
“무슨 일이냐?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동현의 퉁명스러운 소리에 성철은 괜히 전화를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연락을 해야 했기 때문에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 다른 일이 아니고 저번에 일본의 야쿠자들을 잡아 줘서, 우리 두목이 십억의 금일봉을 주셨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줄 선물도 있고, 언제 시간이 되면 만났으면 해서 연락을 했다.”
성철은 십억이라는 금액을 이야기하면 동현이 조금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현은 목소리는 그게 아니었다.
“야쿠자들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지만 보상금은 필요 없으니, 그날 고생한 애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선물이라는 것은 무어냐?”
성철은 십억을 애들에게 주라는 소리에 기가 막혀 버렸다.
십억이라는 금액이 무슨 애들 용돈도 아니고 최소한 동현이 놀라기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니 정말 재수 없는 새끼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진짜 재수 없는 새끼네. 십억이 적다는 거야? 뭐야?’
성철은 동현이 십억 정도로는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이 섰고, 이 문제를 두목에게 다시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동현은 조직들의 일에 도움을 주고 돈을 받는 행동 따위는 하고 싶지가 않아서 거절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말을 오해한 성철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성철은 동현이 다른 선물에 대해 묻자 일단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 주었다.
“내 선물은 너를 우리 가게의 평생 무료 회원을 해 준다는 것과 저번에 보니 연예인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이번에 신인들 중에 남자들의 때가 묻지 않은 애로 소개를 해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
동현은 연예인을 소개해 주겠다는 말과 룸살롱을 평생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겠다는 소식은 십억이라는 돈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동현은 우선 성철의 본심을 듣고 싶어 한 번은 떠보고 있었다.
“그 정도는 내선에서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알았다. 그렇다면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두도록 하지.”
동현이 두 가지는 확실히 받겠다고 하는 바람에 성철은 다시 십억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십억은 진짜로 받지 않을 생각이냐?”
“그 돈은 그날 고생했던 애들 주라고 했잖아. 더 이상 돈 문제로 골치 아프게 하지 마라. 나 화낸다.”
성철은 동현이 화낸다는 말을 하자 바로 입을 닫아 버렸다. 동현이 화를 내면 자신만 곤란하게 되는 일인데,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알았으니 화내지 마라. 그리고 다른 선물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시간이 있으면 우리 가게에 들러라. 이번에 신인 연예인들이 있는데 그중에 마음에 드는 애로 골라라.”
“나중에 갈게. 그만 하고 자자.”
“알았다.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고 있을게 "
성철은 동현과 통화를 마치고 십억이라는 돈에 대해 혼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혼자 그냥 꿀꺽 할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동현이 알게 되면 아마도 자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내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그날 동생들에게 동현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다. 오죽하면 말을 해 주는 동생의 얼굴에도 공포심에 말을 더듬을 정도였고,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놈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괜히 얼마 되지 않는 놈에 목숨 걸지 말자.”
성철은 간단하게 십억이라는 돈을 포기하고 말았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성철의 이 결정으로 인해 동현이 얼마나 곤란하게 될지도 모르고 있었다.
동현은 성철이 연예인을 소개해 준다는 소리에 솔직히 기분은 좋았지만, 성철의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할 수가 없었기에 조금 퉁명스럽게 말을 해 주었다.
“자식이 그런 좋은 일은 최대한 빨리 해야지. 무슨 말이 필요한 거야.”
동현은 신인으로 가장 예쁜 연예인이 누가 있는지를 컴퓨터를 통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에 소개를 받게 되면, 가장 마음에 드는 애로 소개를 받고 싶어서였다. 애인으로 집에 소개해 줄 수도 있는 그런 여자로 소개를 받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연예인이 애인으로 있으면, 나중에 결혼하고 자금에 대한 문제가 해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동현이었다.
사실 동현이 보석을 팔고도 은행에 저금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자금에 대한 명확한 출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에 일도 하지 않는 백수가 백억이라는 거금을 예금하게 되면, 은행에서 얼씨구나 하고 받아주기는 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세무서의 추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저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예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 그런 자금에 대한 문제가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환호를 하고 싶은 동현이었다.
아직 세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동현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연예인과 만나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이거는 단순하다고 밖에는 할 말을 없게 하는 생각이었다.
아직은 문제가 없겠지만 정말 고민이 되는 동현이었다. 동현의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지, 실실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가 퇴원을 하게 되었고 동현의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동현은 가네마와 영민이 수련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 창고로 이용되고 있는 조립식 건물을 발견했는데, 주인에게 사정을 하여 아주 싸게 월세로 얻을 수가 있었다.
마침 계약 기간도 2년이라 이들의 수련에도 부족하지 않는 시간이었기에,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어머니 짐 중에 버릴 것은 말해 주세요.”
동현은 어머니와 이사를 갈 집에 필요한 물건들은 미리 가게에 들러 새로 사 두었다. 그래서 그리 많은 짐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사를 하려고 하니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난 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결국 이대로 있다가는 저 엄청난 짐을 모두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어머니에게 버릴 것은 버리고 가자고 설득하고 있었다.
“이 물건들은 버릴 수가 없는 것들인데…….”
어머니는 왠지 아쉬운 얼굴을 하며 골동품 같은 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간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있는 물건들이었기에 그런 것이지, 막상 동현이 보기에는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저런 짐은 가지고 가야 결국 창고에 쌓이게 될 것이 빤하니, 이참에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어머니 이사 가는 집에 창고가 있지만, 모든 물건들을 보관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정말 필요한 것들만 놔두고, 다른 물건들은 모두 버리고 가요.”
동현의 말에 어머니는 마음을 정했는지 물건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동현의 이사에 가네마와 영민이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가네마는 그냥 두고 영민이와 친구인 만영이만 불러 이사를 도와달라고 했다.
만영이야 어머니도 알고 있는 친구이니 문제가 없었지만, 영민이는 부모님이 모르는 얼굴이라 처음에는 조금 서먹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중에 부지런히 짐을 나르는 영민의 모습이 마음에 드시는지, 한결 부드럽게 대하고 계셨다.
만영아 거기 짐은 버리고 갈 거니까, 그냥 마당으로 날라라.”
“어,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