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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28화 (28/222)

28화

한편 하나꼬는 동현의 미소가 야마꼬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미소는 자신이 가져야 했다.

‘야마꼬 아무리 꼬리를 쳐도 저 남자는 나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해. 절대로…….’

하나꼬는 진심으로 동현이 자신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하나꼬가 그동안 실패라는 것을 해 보지 못해 생기는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나꼬가 처음으로 자부심이 무너지는 날이기도 했다. 바로 그 상대가 동현이었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이미 높은 깨달음을 얻은 존재였기에, 하나꼬의 요기 정도로는 절대 유혹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미 많은 남자를 알고 있는 하나꼬였기에, 동현도 충분히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현은 하나꼬가 가지고 있는 요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하는 바였기에 그런 하나꼬 보다는 야마꼬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남자라면 솔직히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진 여자 보다는 처녀를 좋아했고, 동현도 그런 남자 중에 한 명이었다.

사스마는 동현의 시선이 야마꼬를 향해 있자, 아주 묘한 분위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동현 상은 하나꼬의 요기를 느끼고 있었구나. 요기에 대해 궁금하여 잠시 관심을 가졌을 뿐이지, 진심으로 하나꼬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구나. 아니 오히려 야마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니 우리에게는 더 좋은 일인가?’

사스마도 한 단체의 장을 맞고 있는 인물이라, 동현과 사이가 좋아지면 어떤 것이 이득인지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은 이득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종족이었다. 정보다는 이해타산을 더 따지는 인간들이 바로 일본인들이었다. 실지로 일본인들은 같은 동료와 술을 마셔도, 서로 각자 계산을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만큼 개인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였다.

“선생님 술만 마시지 마시고 여기 안주도 좀 드세요.”

하나꼬는 자신이 직접 젓가락으로 안주를 들어 동현의 입 앞에 대령을 하였다. 동현은 하나꼬의 애교 어린 눈빛을 보며, 솔직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호흡으로 진정시켜 버렸다. 하나꼬가 아무리 요기를 이용하여 유혹하여도, 동현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방법이었다.

“하하하, 이거 안주를 대령시켜 먹으라고 하니 고맙게 먹겠소.”

동현은 하나꼬가 주는 안주를 바로 받아먹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야마꼬가 무언가를 집어 주는 것이 아닌가?

“동현님 여기 이것도 드셔 보세요.”

야마꼬도 하나꼬가 집은 것과는 다른 것을 집어 동현의 입 앞에 대령시켰다.

“하하하, 오늘 내가 미인들 때문에 호강하는 것 같습니다. 고맙소. 야마꼬 양.”

동현은 야마꼬가 주는 것도 받아먹었다.

동현을 두고 두 여인의 신경전에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을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스마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 같아 이쯤에서 정리를 할 필요를 느꼈다.

“동현 상, 오늘은 제가 초대를 한 것이니 편하게 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네마의 일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스마는 일단 분위기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가네마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동현도 사스마가 무엇 때문에 저러는 것이지를 파악하고 있기에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가네마의 문제는 촌장님이 허락을 하면 일단 받아 주는 것으로 결정을 보았습니다.”

동현의 허락에 가네마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가네마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현 상.”

사스마도 가네마의 일이 수월하게 해결이 되어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해 댔다.

“아닙니다. 저런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사실 가네마는 무예를 익히기에는 좋은 몸을 타고난 사람이었고, 지금 가네마가 익히고 있는 닌자의 무예는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무예였기에 동현도 어쌔신의 기술을 알려 주려고 하고 있었다.

가네마는 어둠에 특화된 그런 몸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어쌔신의 기술을 익히게 하면,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네마를 따라갈 사람은 동현을 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현 상이 가네마를 받아 주셨으니, 우리도 동현 상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준비한 것을 가지고 와라.”

사스마의 말에 한 남자가 바로 움직였다. 이윽고 남자가 가지고 온 물건은 긴 상자였는데, 동현의 보기에는 검 같아 보였다.

“혹 저 상자에 있는 것이 검인가요?”

“아직 상자를 확인도 하시지 않고 물건을 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사스마는 동현이 상자의 모양만 보고도 검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진심으로 감탄해하고 있었다. 무예를 익힌 사람이라 검에 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상자의 모양만을 보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스마는 남자에게 눈짓을 하였고, 남자는 상자를 동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내려놓았다.

“확인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자는 동현에게 상자를 확인하라고 하였고 동현은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의 안에는 동현의 생각대로 하나의 검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검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 만큼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 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였다.

동현은 이계에서 많은 명검들을 보았기에 검을 보는 눈이 상당하였다. 일본이 칼을 만드는 것에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나라였기에 검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겉보기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느껴졌다.

“검의 집에서 장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대단한 명검인 것 같습니다.”

동현은 그리 말을 하고는 바로 검을 들고 뽑아 보았다.

챙!

맑은 쇳소리가 나면 화려한 검신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동현은 검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하는 것 같았고, 검을 들고 자신도 모르게 한번은 허공을 베어 가고 있었다.

웅웅-

검은 자신의 주인이 마음에 드는지 신기하게 검음을 울리고 있었다. 사스마는 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검에서 검음이 울리는 것은 기공의 대가라야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동현 상이 그럼 기공의 대가라는 말인가?’

사스마는 말로만 들었던 검음에 상당히 놀라 있었다. 하지만 놀란 사람은 사스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예를 익힌 사람들이었고, 검음이 무엇인지 정도는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현이 쥐고 있는 검에서 나는 소리를 모두가 들을 수가 있었다.

‘아… 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 검음이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 보는 소리구나.’

검음은 맑고 깨끗하게 들렸고, 그만큼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의 내공이 정순하다는 말이었다.

사스마의 일행들은 동현의 실력을 거의 믿지 않고 있었는데, 검음을 듣고는 모두가 새로운 시선으로 동현을 보게 되었다. 특히나 하나꼬는 동현을 보는 시선이 더욱더 끈적이기 시작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사람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내편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다.’

하나꼬는 남자에 대한 욕심은 없는 여자였는데, 신기하게 검음을 듣는 순간에 동현에 대한 소유욕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이는 본능적으로 요기가 필요한 사람이 바로 동현이라고 알려 주고 있어서였다. 요기는 더 강한 힘을 요구하고 있었고, 동현의 강한 힘을 보았으니 발작을 하기 시작해서였다.

하나꼬의 눈빛에는 요요한 기운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 타고난 요기가 미약하여 강하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요기가 눈을 뜨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동현으로 인해 희대의 탕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는 모르고 있었다.

세상을 망친 희대의 미녀들은 모두 요기를 타고난 여인들이었는데, 그들의 마지막을 보며 대부분이 비참한 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로 남자를 유혹하여 삶을 살고 있는 여인에게는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더 강한 남자를 찾기 마련이었다.

“대단한 명검입니다. 이런 명검을 선물로 주셔도 됩니까?”

동현은 검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런 명검을 그냥 받는다는 것은 여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동현의 말에 사스마와 일행들은 검의 소리에 취해있던 정신이 깨어났다.

“동현 상에게는 아주 잘 어울리는 검인 것 같습니다. 검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스마는 진심으로 동현에게 하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아무리 좋은 명검이 있어 봤자, 검음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검의 주인을 찾아 준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 검의 주인은 동현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가네마도 사스마의 말에 동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선물로 주었는데, 상대가 거절을 하면 입장이 곤란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현은 사스마와 가네마를 보며 검을 받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좋은 명검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 검은 동현 상에게 딱 어울리는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스마는 검 한 자루로 동현과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이는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현의 실력 정도면 아마도 비공식적으로 세계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존재와 인연을 만드는 일이니, 검 한 자루가 뭐가 대수일까 싶었다.

‘우리 야마꼬가 동현 상을 좋아하니 서로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우선은 검으로 작은 인연을 만든 것에 만족하자. 나중에 야마꼬가 노력을 하면 좋은 일이 있겠지.’

사스마는 동현과 야마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남녀의 일은 내일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야마꼬도 처음에는 가네마를 마음속에 두고 있기에 한국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그런데 동현을 만나고 나서는 변한 것이니, 나중에 다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인 것을, 하물며 여성 닌자의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사스마는 아마도 강자를 동경하는 닌자촌의 성격 때문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동현은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면서 오늘 자신이 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검을 얻었기에 아주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오늘의 선물 아주 감동이었습니다. 촌장님.”

“허허허, 검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면 진즉에 드릴 것을 그랬습니다.”

사스마의 대답에 동현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제가 검술을 익히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명검을 얻기가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오늘 이렇게 인연을 만들었으니, 나중에라도 저희 닌자촌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을 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사스마는 동현에게 도움을 준다고 하며 동현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사실 도움을 받아도 닌자촌이 받으면 받았지, 동현이 받을 도움은 없을 것이었다.

사스마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가네마에게 알려 줄 무예였고, 그 무예는 동현의 허락을 받아야 닌자촌이 배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가네마가 모든 것을 배우고 닌자촌으로 돌아와도, 알려 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가네마는 이미 동현의 충성스러운 제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사스마가 강제로 무예를 배울 수는 없었기에 오늘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서로가 생각하는 것은 달랐지만, 충분히 인연의 끈은 만들고 있었기에 자리는 더욱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동현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오늘 받은 대접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동현이 사스마를 보며 돌아가겠다고 하였고, 사스마도 시간이 상당히 흘렀기에 더 이상 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동현이 간다고 하니 야마꼬와 하나꼬의 얼굴은 상반된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야마꼬는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안타까운 눈빛이었고, 하나꼬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라는 표정이었다. 하나꼬는 자신에게 동현이 이미 넘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현이 자신을 찾지 않아서인지 처음 맞는 상실감에 기분이 요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의 유혹을 이겨 내고 있다는 말이지? 두고 보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당신을 유혹하고 말겠어.’

하나꼬는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야마꼬는 그런 하나꼬를 보며 아무리 유혹을 해도 동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서로 시기를 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조화를 보이고 있는 사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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