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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27화 (27/222)

27화

하나꼬는 지금까지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던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에 가지는 자부심이었다.

어려서부터 오로지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만 배워 온 하나꼬였기에, 어찌 행동을 해야 남자가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통달해 있었다.

동현은 묘한 시선으로 하나꼬를 보다가 조금 관심을 보여 주었다. 여자는 이미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참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호오, 내가 조금 관심을 보이니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거 은근히 호기심이 생기는데… 한번 모른 척하고 넘어가 봐?’

하나꼬가 움직이며 유혹하는 것이 마치 매혹마법을 발현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더 지켜보려고 하였다. 마법이 없는 세상에서 마법처럼 유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동현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야마꼬는 하나꼬가 동현을 유혹하는 것에 대단히 화가 났다.

‘감히 내가 찜한 동현님을 상대로 꼬리를 치려고 하는구나, 흥! 이번에는 절대 양보를 못해! 하나꼬 두고 보자.’

야마꼬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현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어 내고 있는 하나꼬가 정말 미웠지만, 할아버지의 뜻이 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동현이 그런 하나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스마는 야마꼬의 옆에 있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에 야마꼬를 보게 되었고, 야마꼬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게 변하자 이내 야마꼬의 손을 잡아 주었다. 혹시라도 동현이 있는 자리에서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사스마는 야마꼬가 가네마와 혼인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야마꼬가 동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헉! 이런 실수를…….’

야마꼬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아 주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자신이 지금 이성을 잃을 뻔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의 닌자들은 강함을 중시하는 풍습이 있었고 강자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성 닌자들은 강자를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을 자신의 몸으로 유혹을 하여 비기를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야마꼬는 동현이 강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관심을 할아버지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문의 일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닌자촌의 미래가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 누구에게도 동현을 양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할아버지, 저기 하나꼬에게 동현님을 유혹하라고 지시를 내린 거예요?’

야마꼬는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할아버지를 보고 소곤거렸다.

닌자들은 소리가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술로 상대의 말을 알아듣는 훈련을 하고 있었고, 야마꼬도 그런 훈련을 받은 닌자였기에 할아버지를 보며 닌자의 말을 사용하여 물었다.

사스마는 갑자기 묻는 야마꼬를 조금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보면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다. 우리 닌자는 강자를 존중하기 때문에 강자에게 여자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동현 상에게 하나꼬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동현님의 비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닌자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에요. 그러니 저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야마꼬는 이번 일에는 절대 양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사스마는 야마꼬의 표정을 보고는 동현의 강함에 완전히 반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허, 이거야 원, 야마꼬가 동현 상에게 완전히 반해 있었구나. 이거 골치 아픈데 어찌해야 할까?’

사스마는 야마꼬의 표정을 보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였다.

‘야마꼬 지금은 하나꼬를 말릴 수가 없으니, 잠시만 기다려라. 지금 내가 하나꼬를 말리게 되면 동현 상도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니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사스마의 의견에 야마꼬도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자신을 유혹하던 여자가 돌아서게 되면, 기분이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동현이 그런 입장이 되면 아마도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야마꼬도 동현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오늘 파트너는 제가 되어 드리면 어떤가요?”

하나꼬는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더욱 동현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런 미인이 파트너가 되어 준다면 저야 환영입니다.”

동현이 환하게 웃으면서 환영을 한다고 하니 하나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다만 상대가 동현이라 불이 지펴지지도 않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동현은 이상하게 묘한 여자에게는 끌리는 것보다는 연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사람이었다. 그러니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고도 매혹 마법처럼 남자를 유혹하고 있는 저 요상한 기운에 대해 궁금해져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고 있던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는 하나꼬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

하나꼬는 자신이 먼저 이동을 하면서 동현을 방으로 안내를 하였다. 동현이 하나꼬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는 그런 동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동현이 들어간 방은 상당한 크기의 방이었는데, 그 안에는 커다란 상에 수많은 음식들이 자리를 잡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을 보니, 자신이 인사를 하는 동안 상을 차린 모양이었다.

“이거 정말 진수성찬이 저를 반겨 주는군요.”

뒤를 바짝 따라온 사스마는 만족스러워 하는 동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허허,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실수는 잊으시고 오늘은 모쪼록 좋은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스마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이번 연회를 준비하였기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보고 동현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사스마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야마꼬의 일 때문에 약간 신경이 거슬렸지만, 일단은 조금 두고 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하하하, 오늘 제가 먹을 복이 넘쳐 나는 것 같습니다.”

동현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가네마도 표정이 환해지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은 이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하나꼬는 동현을 보며 자리를 알려 주었다. 물론 하나꼬는 동현의 옆에 철석같이 붙어 있었고 말이다.

동현은 하나꼬가 지정해 주는 자리로 이동하였다. 사스마는 동현과 마주보는 자리였고 가네마는 그런 사스마의 옆에 앉게 되었다.

“자, 우선 제가 한 잔 따르겠습니다. 동현 상.”

사스마는 동현에게 술을 한 잔 따르려고 하였다. 동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었다.

“이거 제가 오늘 과한 대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동현은 형식적인 인사를 하며 술을 받았고, 자신도 따라 주었다. 그리고 가네마에게도 술을 따라 주며 함께 건배를 하자는 말을 하였다.

“가네마도 같이 건배나 하자.”

“예, 동현님.”

사스마는 일행의 잔에 술이 찼는지를 보고는 전체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자, 우리 모두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일행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건배를 외쳤다. 동현은 술잔에 있는 술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러자 하나꼬는 바로 술병을 들고, 동현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선생님, 이번에는 제 술도 받아 주세요.”

“하하하, 이거 미인에게 술을 받으려니, 너무 손이 떨립니다.”

동현은 조금 과하게 손이 떨리는 시늉을 하며 엄살을 떨었다. 하나꼬는 동현의 행동에 자신에게 확실히 관심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동현이 하나꼬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나 그 관심은 여자로서가 아닌 묘한 기운에 대한 관심이었는데, 하나꼬는 아직 그런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스마는 오랜 연륜이 있어서인지, 그런 동현을 보며 하나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여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눈치채고 있었다.

‘음, 동현 상이 하나꼬를 보는 시선에는 한 점 음심이 없는 것을 보니,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구나.’

역시 사스마는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의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동현을 보는 관점이 달랐다. 가네마는 아직 그런 눈이 없어, 그냥 동현이 하나꼬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동현은 하나꼬의 술을 받아 마셨고, 그런 모습은 야마꼬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동현님 제 술도 한 잔 받으세요.”

야마꼬는 참고 있다가 결국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고, 그 눈빛이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야마꼬의 눈은 동현이 아닌 하나꼬를 향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야마꼬와 하나꼬는 같은 조직에 속해 있었다. 이 둘은 어려서부터 경쟁을 하는 사이였고, 닌자의 능력은 야마꼬가 앞서지만, 남자를 유혹하는 일에는 하나꼬가 앞서 있었다.

야마꼬나 하나꼬는 크게 미모가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하나꼬에게 남자가 많이 따랐고 야마꼬는 항상 그게 불만이었다. 모든 조건에서 보면 자신이 월등한 데도 남자들은 자신보다는 하나꼬를 더 바라보니, 야마꼬는 하나꼬에게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꼬는 갑자기 야마꼬가 동현에게 술을 따르겠다고 하는 것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 남자는 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야마꼬.’

하나꼬는 이미 동현이 자신의 유혹에 넘어왔다고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야마꼬가 술을 따르는 모습을 느긋하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두 여인이 자신을 두고 묘한 대립을 하자 신기하기만 했다.

‘허어 이거 내가 여자들 사이에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동현은 두 여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니 기분은 좋았지만, 왠지 이러고 있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나꼬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지금 하나꼬의 몸에 있는 요상한 기운 때문이었는데, 동현이 보기에는 하나꼬는 선처적인 요기를 타고 난 몸인 것 같았다.

동현도 사실 요기에 대해서는 책에서나 읽었지, 실지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느 정도 확신이 서게 되었다.

요기는 사람들이 수련을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타고 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지만 하나꼬 같이 드물게 타고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요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천만분의 하나 정도였는데, 그 희박한 경쟁을 제치고 태어난 것이 하나꼬였다.

요기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면 일단 남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을 할 수가 있었고, 그 유혹을 견디는 남자는 거의가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러니 하나꼬가 유혹을 해서 넘어가지 않는 남자가 없다는 자신감은 모두 사실이었다.

‘요기를 타고난 여인이라 이거 참 곤란한 경우네.’

동현은 유혹의 힘을 가진 하나꼬를 보고 있으니, 그냥 두어서는 앞으로 상당히 곤란해질 것 같아 저 힘을 없애 버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머리를 가로저었다. 사람이 타고나는 기운을 자신이 없애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힘을 주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후천적으로 수련을 하여 얻은 것이라면 동현이 기운을 없애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운이라 그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 하나꼬의 기운에 대해서는 확실히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동현이었다.

요기를 타고난 여인과 밤을 보내면 남자의 정기가 고갈되니, 장수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여인들을 조심하라는 글이 생각이 났다. 그러니 관심을 끊고 멀리하는 게 상책이었다.

“야마꼬 양이 이렇게 술을 따라 준다고 하니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오.”

동현은 야마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살짝 눈웃음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야마꼬와 하나꼬는 동현을 보고 있었기에, 그 입가에 서리는 미소를 보고는 가슴이 설레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 동현님이 나에게 미소를 보내 주었어.’

야마꼬는 자신이 술을 따라 준다는 말에 미소로 답해 주는 동현에게 한없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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