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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26화 (26/222)

26화

그동안 강남의 세 조직들은 당하기만 해서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잡지를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하게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되니, 이제는 자신들이 보복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기파에서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와 한영파에서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네. 사시미는 어떻게 생각하냐?”

역삼동파의 쌍칼이 보고 있는 곳에는 한영파의 두목인 사시미가 앉아 있었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시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빠른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쌍칼과 같이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기에 전투에 있어서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나도 동감이다. 세기파에 대한 보상은 두 조직이 함께 하기로 한다.”

이번 기습을 한 놈들을 세기파에서 모두 잡아들였으니, 두 조직에서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게 되면 조직원들이 세기파가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그리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가 없었다.

사실 세기파는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전국구 주먹이 없는 입장이었기에, 그동안 강남을 나누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조금 밀리고 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우선 세기파의 두목이 두 조직의 대가리들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였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세기파는 전국에 그 명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조직에 비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기에 앞으로 세기파를 무시하는 조직은 없을 것이었다.

‘괴물 같은 놈 때문에 우리 조직에게는 도움이 되었구나. 이대로 있으면 그러니 도움에 대한 보상을 해 주어야겠다.’

성철은 동현의 도움으로 조직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사실에 크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번 사건으로 세기파의 두목은 동현에 대한 보상으로 십억을 지급하였고, 동현이 원하는 것은 어지간하면 모두 들어주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동현과의 관계가 생각처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동현에게 평생 무료 회원권과 자신의 가게에 있는 아가씨가 아닌 청담동에 있는 연예인 중에 한 명을 동현과 엮어 주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음, 청담동에 가서 조직원 중에 한 명을 데리고 간 사실이 있으니, 아무래도 연예인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연예인 중에 괜찮은 애로 소개를 해 주면 되겠군.’

사실 십억도 아깝지 않은 큰 도움을 받았기에 십억 정도는 웃으면서 줄 수 있을 만했다. 동현은 세기파에 있어서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강남의 조직들은 이제 새로운 적을 두고 회의를 하게 되었지만, 그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윤 의원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의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필이면 윤 의원이 적이라니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네.”

윤희명 의원은 여당의 실세였고, 잘못하다가는 조직이 모두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윤희명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엄청난 거금을 들여 보디가드를 고용하고 있어 쉽게 제거를 할 수도 없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그리고 설사 제거를 했다고 쳐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성철은 이번에도 동현의 도움을 받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회의원을 상대로 암살을 해 달라고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제기랄 그런 부탁을 했다가는 나부터 먼저 죽이려고 하겠지? 그냥 이 문제는 넘어가자.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

성철의 판단은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아마도 동현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가는 세기파는 그날로 무너지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현의 성격상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었고, 아마도 세기파는 문을 닫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강남의 조직들이 서로의 생각을 의논하면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영민은 동현이 준 노트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였는지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으아아, 힘들다. 이거 모두 기억을 하기는 했는데 도대체가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네.”

영민이 노트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면서 가지는 의문이었다. 아무리 무예라고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무예와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영민이 모두 기억을 하였다는 소리를 듣고는 바로 방에서 나왔다.

“수고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고 내일부터는 수련을 해야 하니 늦지 않게 와라. 앞으로 일 년간은 수련만 한다고 생각해라.”

영민은 일 년이나 수련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속으로 놀랐지만, 그 정도는 해야 고수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는 수련을 위한 복장을 하고 와야 합니까?”

“그냥 편하게 입고 와라. 그리고 너는 차가 없으니 오늘부터 집 앞에 있는 차를 타고 다녀라. 저거 성철이 차지만, 내가 한동안 타고 다니기로 했으니 가지고 가거라.”

영민은 성철의 차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니 성철 형님의 차를 제가 타고 다녀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으니 그냥 타고 다녀. 조만간에 내가 차를 새로 구입을 생각이니 말이다.”

동현은 남의 차를 타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자신도 돈이 있는데 자신의 체면이 상하게, 거지처럼 남의 차를 빌려 타고 다니는가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영민은 그렇게 동현의 지시대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동현이 영민이를 빨리 가라고 한 이유는 바로 아까 가네마의 일행이 오늘 초대를 하였기 때문이다.

저녁에 초대를 받았으니 잠시 후에는 자신을 데려올 차가 올 것이고, 그럼 자신의 차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가 놀면 무엇 하겠는가?

노는 차를 영민이 타고 다니면 영민이도 편하게 되고, 자신은 동생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하였다고 생각에 서로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현은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동현의 생각대로 집 앞에 차가 도착하였고 바로 전화가 왔다.

드드드-

“여보세요?”

“김동현씨이십니까?”

“예, 그런데요?”

동현은 전화에서 나는 소리는 한국말이었기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사스마상의 초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집 앞에 도착을 하였으니, 지금 나오시면 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나가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자신의 방에 있는 정장으로 옷을 입었다.

명색이 초대를 받은 사람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장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름 모를 외제차가 집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외제차가 비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동현은 외제차라는 것만 알았지,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는 차인지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만석이라고 합니다. 오늘 김동현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리로 타십시오.”

남자는 아직 이십 대 중반의 나이로 보였는데 아주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고맙습니다.”

동현은 남자가 문을 열어 주어 편하게 탈 수가 있었다. 남자가 타자 차가 출발을 하였는데 외제차라 그런지 소음이 별로 들리지 않았다.

‘음, 외제차가 이런 좋은 점이 있구나.’

동현은 외제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가를 몰랐는데, 막상 타 보니 이유를 알만도 했다.

차는 동현을 태우고 목적지인 종로로 이동하였다.

동현이 안내를 받은 곳은 한옥들이 몰려 있는 장소였는데, 왠지 조금 묘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여기가 혹시 말로만 듣던 기생집이 아닐까?’

동현은 말로만 들었지 실지로 기생이 있는 것은 아직 구경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지는 의문이었다.

남자의 안내로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당에는 가네마와 사스마, 그리고 야마꼬와 여러 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동현님.”

가네마가 가장 먼저 인사를 하였고 사스마도 따라 인사를 하였다.

“저희들의 초대에 응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동현 상.”

“초대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현은 통역 마법이 아닌 음성으로 일본어를 말하고 있었다. 사스마는 동현의 말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냥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야마꼬는 동현의 발음이 아까와는 다르다는 것에 바로 질문을 하였다.

“동현님, 아까는 완전 일본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본어를 구사하시더니, 지금은 조금 어색해 보여요. 왜 그러세요?”

당연히 가지게 되는 의문이었지만, 동현은 이제 통역 마법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약간은 거짓을 보태 대답해 주었다.

“제가 조금 화가 나면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결국 언어도 생각보다는 입이 먼저 움직인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현의 말에 야마꼬는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대가 아니라고 하는데 차마 더 따질 수가 없었다.

동현의 발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발전을 하고 있었다. 자주 말을 해야 도움을 받는 것인지 동현은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익숙하게 일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자, 다른 소리는 그만 두고 동현 상이 오셨으니, 이제 식사를 하기 위해 안으로 드시지요. 우리가 준비한 음식이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였습니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였다고 하니 동현도 조금은 미안해졌다.

“하하하, 이거 오늘 제대로 접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동현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상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스마는 동현의 미소에 뒤를 보며 한 여성에게 눈치를 주었다. 이미 동현의 파트너로 그녀를 지목해 두었다.

사스마의 눈치를 받은 여인은 닌자로서의 실력은 떨어지지만, 대신에 화사한 외모와 밤 기술이 대단히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래서 주로 정치인들을 상대할 때 이용을 하는 여인이었는데, 이번에 한국으로 오면서 데리고 온 여자였다.

사스마는 한국의 정치인과 만남을 가지려고 했지만, 이번에 동현을 만나면서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여인들에게 동현의 눈에만 들라고 지시를 내렸다.

사스마의 눈치를 받은 여인은 바로 동현의 앞에 와서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하나꼬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그런데 대단한 미인이십니다. 하하하.”

동현의 칭찬에 하나꼬는 살며시 묘한 표정을 지으면 부끄러운 듯이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하나 같이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짓이었다.

동현은 그런 묘한 냄새를 풍기는 하나꼬를 묘하게 보게 되었다. 이계에 있을 때도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최대한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는 여자들을 많이 보았던 동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고, 행동 자체가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호오, 이거 기대가 되는 여자네.’

동현의 오묘한 표정에 하나꼬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흥, 그러면 그렇지 나의 미모와 행동에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어디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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