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정말 다행이다. 동현님이 진심으로 화가 났으면 아마도 오늘 이 자리에서 아무도 살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가네마는 동현의 차가운 눈빛을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검을 들고 망설임도 없이 상대의 신체를 잘라 버릴 정도로 냉정하고, 차가운 눈빛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촌장인 사스마의 목이 잡혀 있을 때 절망적으로 생각하였는데, 이렇게 좋게 해결이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만 들었다.
“동현님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죄송합니다.”
“가네마, 그런 소리는 이제 그만해라. 너에게 죄를 묻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동현은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떠드는 것은 그만하라는 소리였다. 가네마도 동현의 뜻을 파악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사스마도 그런 동현의 마음이 고마웠기에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동현님 오늘 저희의 잘못도 있으니, 저희가 식사를 초대해도 되겠습니까?”
야마꼬는 용기를 내어 동현에게 입을 열었다. 동현은 야마꼬의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이내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겠소. 그대들의 초청을 정식으로 받아들이겠소.”
사스마는 동현이 초대를 수락하자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럼, 오늘 저녁 7시에 차를 보내겠습니다.”
“알겠소. 지금은 서로가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니, 이따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합시다.”
“감사합니다. 동현님.”
가네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는 진심으로 감사를 느꼈다. 그렇게 가네마 일행은 동현의 집을 떠나게 되었고, 떠나는 야마꼬의 눈에는 상당한 결심이 어리고 있었다.
사스마는 차를 타고 가면서 가네마에게 질문을 하였다.
“가네마 너는 동현님의 무력을 알고 있었느냐?”
“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분의 무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분의 칼 같은 냉정함입니다.”
가네마는 동현을 만났을 때를 사스마에게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당시에 자신은 암살을 하고 도망을 가고 싶었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스마는 가네마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당했을 때 동현의 눈빛을 생각하고는 치를 떨었다. 자신이 실례를 한 것을 동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그런 치부를 드러내지 않아 주었다는 것을 사스마는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강한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저도 한국에 기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지로 저런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무조건 배움을 얻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네마도 무인이었기에 자신보다 강한 무인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왔으니 어찌 놓칠 수가 있겠는가? 가네마는 동현에게 배움을 얻어 자신의 무예를 한 단계 높이고 싶었고, 그 소망을 반드시 이루고 싶었다.
“좋은 생각이다. 나도 오늘로서 동현님의 강함을 동경하고 있으니, 너의 배움을 나중에 우리 닌자촌에도 전해 주도록 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분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가네마의 말에 사스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절기를 배우게 되면 이는 닌자촌의 닌자가 아닌, 이제는 동현의 제자가 된다. 그 때문에 그 절기를 다른 닌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는 동현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스마는 가네마가 동현의 강한 무예를 배워 닌자들에게 알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남의 비기를 가지고 자신들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일단은 지켜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동현님 정도 되면 너에게 알려 준 비기를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는 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동현님의 실력은 아직 모두 보여 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촌장의 실력을 알고 있는 가네마도 촌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기를 사용하는 무인이 자신보다 하수인 사람을 두고 모든 것을 보여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촌장님 오늘 동현님을 초대하셨으니, 최대한 그분의 기분이 흡족하게 해 드려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그분도 남자이니 우리의 접대가 마음에 드실 것이다.”
사스마는 한국 지부에 이번에 대동한 닌자들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 한국행에는 여성 닌자들도 데리고 왔기에, 그들에게 접대를 하게 할 생각이었다.
일본의 여성 닌자는 몸으로 상대를 녹이는 수련을 하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남자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말할 만큼 밤일에 대한 명성이 자자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인 것은 고금의 진리였다. 사스마는 그만큼 여성 닌자들을 믿고 있었다. 아직까지 여성 닌자들이 남자를 녹이지 못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선천적으로 색을 타고난 여자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훈련을 시키고 있어서였다.
사스마의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오늘 동현은 색다른 일을 겪게 될 것이었다.
동현은 일본인들이 가고 다시 영민이 공부하는 것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 그런데 영민은 지금 자심이 코피를 흘리는 것도 모른 채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선은 코피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에 영민을 불렀다.
“영민아!”
동현의 음성에 영민은 집중이 풀렸는지 동현을 보게 되었다.
“예, 형님.”
영민에게는 동현은 목숨 바쳐 충성을 할 대상이었기에 바로 집중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너 지금 코피 난다. 어서 닦고 해라.”
동현의 말에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만지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 흐른 것인지 코피가 손에 묻어 나왔다.
“어? 언제 코피가 난 거지?”
영민은 코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집중을 하였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실지로 이 정도로 집중을 해 본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민의 의문스러운 눈빛에 동현은 다시 영민을 불렀다.
“자, 영민아 일단 코피부터 정리해라.”
“예, 알겠습니다 형님.”
영민은 자신의 옆에 있는 휴지로 대강 콧속을 틀어막았다. 피가 흐르는 것은 지금 닦아도 계속 흐르기 때문에, 우선은 막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을 보고 속으로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코피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영민의 혈도를 찔렀다. 영민은 동현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자신을 찌르니 코피가 멈추자, 신기한 눈빛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그 눈빛은 무언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듯한 눈빛에 동현에 사전에 귀찮은 것을 방비하기 위해 말해 주었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기억을 해 둬라. 나중에 다 사용해야 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영민은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이 동현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자 힘차게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영민은 반드시 기억을 하여 배워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나중에 수련을 하기 시작하면 아마도 지금의 생각을 저주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동현은 영민이 공부하게 만들어 주고는 자신은 방으로 갔다.
‘세론, 일본어는 이제 모두 파악이 된 거야?’
‘예, 모두 파악을 하였습니다. 마스터.’
‘그러면 일본어는 기억하게 해 줘. 통역 마법을 사용하니, 다른 사람이 있으면 곤란하게 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지금 보내겠습니다. 마스터.’
세론은 동현의 기억으로 일본어에 대한 모든 것을 보냈다.
동현이 일본인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한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 있다면,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가 있었다.
분명히 한국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이 모두 알아듣고 있다는 것과 일본어로 말하는데 동현이 모두 알아들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었다. 혹여 의심을 품고 이를 캐낼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세론에게 지시를 해 놓은 것이었다.
세론은 언어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여 전 세계의 모든 언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언어를 모두 동현의 기억에 전송을 하게 되고, 동현은 받은 기억을 잠시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동현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오해를 하기에 딱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누가 언어를 배우는데 그렇게 빠르게 배울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동현이 유일할 것이다.
동현이 일본어를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강남에서는 조직들의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남이 그동안 피해를 입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세 조직의 간부들이 그동안의 기습으로 부상이 심각해진 터라 조직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세기파에서 기습을 한 놈들을 모두 잡았으니 회의를 하자고 하여 이렇게 모두가 모이게 되었다.
“우리 세기파는 이번에 상당한 전력의 손실을 당하면서도 우리를 기습한 놈들을 잡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결국 그놈들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강남의 세 조직이 기습을 받아 간부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이제 전국에 모든 조직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왜 공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조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그동안 우리를 공격한 조직은 바로 일본의 야쿠자들이었습니다.”
성철은 지금 많은 조직의 간부들 앞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하며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조직만 당한 것이 아니라, 세 조직 모두 간부들이 기습을 당해 모두 여러모로 손실을 입었다. 그래서 이번에 자신들이 잡은 일본인들을 이들에게 공개를 하면서 공격을 받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공격한 놈들이 모두 일본의 야쿠자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야쿠자였습니다.”
“아니 야쿠자들이 미치지 않고서, 왜 우리를 공격한다는 말이오?”
“그렇지 야쿠자가 갑자기 강남의 조직을 공격할 이유가 없잖아.”
조직의 간부들은 일본의 야쿠자가 기습을 하여 그동안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야쿠자가 강남을 공격 할 이유가 없었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성철은 대충 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야쿠자들은 바로 윤희명 국회의원이 뒤에서 강남을 기습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성철의 대답에 건달들은 갑자기 조용해지고 있었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은 조직은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건달들도 정치인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성철이 말한 윤희명 의원은 여당의 실세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조직의 간부들도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역삼동파에 속한 간부가 성철을 보며 질문을 하였다.
“모두들 알겠지만, 나는 역삼동파에 속해 있는 김선민이다. 세기파에서 알아낸 사실을 모두 이야기해 주게. 그리고 윤 의원이 왜 강남을 공격하게 하였는지도 알려 주게.”
김선민은 쌍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역삼동파의 실질적인 수장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각파의 수장급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만큼 상황을 알고 싶어서 모인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당한 것에 대한 보복을 그만둘 수가 없는 입장이었기에 모두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일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알아낸 사실을 모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철은 동현이 알아낸 사실들과 자신이 일본인들을 족쳐서 알아낸 것들을 모두에게 설명을 하였다.
그동안 자신들과 다른 조직들의 간부들이 왜 기습을 받았는가와 이들이 얼마를 받고,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가 모두 공개가 되었다. 또한 윤희명 의원이 왜 강남의 조직을 장악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덧붙여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한참의 설명을 듣고 있던 간부들은 모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꽝!
“이런 개새끼들이 감히 우리 강남을 호구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맞습니다. 강남이 그동안 기습을 당했다고 우리를 우습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남의 세 조직은 오늘 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 된 듯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