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동현은 영민이 어렵게 생각하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를 하는 영민을 구경하고 있었다.
‘흐흐흐, 무조건 기억을 하기만 하면 내가 열심히 수련을 시켜 주마.’
동현이 노리는 것은 바로 수련을 시키면서 얻는 쾌감이었다. 이계에서는 기사들을 수련시키면서 두들겨 패는 그 맛을 아직도 동현의 몸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다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도, 할 수도 없었기에 참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동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영민은 지금도 노트에 있는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형님이 처음으로 나에게 주신 일인데, 절대 실망을 시키지 말자.’
영민은 동현이 기억하라고 준 노트의 내용을 무조건 머리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원래 기억력이 좋았던 영민이지만 그동안 머리를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니, 머리가 급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영민은 한 시간이 지나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다시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은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기에 저렇게 집중도가 높은 거야?’
동현은 진심으로 영민의 집중력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은 절대 저렇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잘 못 알고 있었던 듯싶었다.
동현을 질리게 할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고 있는 영민은 본인도 모르게 점점 기억력이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의 뇌는 사용을 하면 할수록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게 된다. 지금 영민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게 되면 뇌는 그 영향력을 더욱 크게 하기 위해 스스로 발전을 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영민의 뇌가 스스로 진화를 하고 있으니 영민의 기억력은 더욱 좋아졌고, 머릿속이 점점 개운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영민은 지금 그런 사실을 모르고, 오로지 무조건 노트에 있는 내용들을 모두 암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동현으로 인해 한국에는 새로운 강자가 될 인재가 서서히 기지개를 피고 있는 중이었다. 뇌가 개발이 되면 몸도 그에 따라 변하게 되는데, 아직은 계기가 없기 때문에 잠재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동현의 수련을 받게 되면 눈으로 확인이 될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게 될 것이다.
“동현님. 저 왔습니다.”
동현은 대문에 손님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영민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영민의 상태는 지금 옆에 불이 나도 모를 정도였기에 동현은 그런 영민을 그냥 두고 나가기로 했다.
“알았다. 지금 나간다.”
동현이 문을 열고 나가니 밖에는 가네마와 나이를 먹은 노인과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동현은 노인을 보며 얼마나 대단한 실력이기에 자신을 실험한다고 했는지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아직 익스퍼트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을 하고 말았다.
‘뭐야? 저런 실력을 가지고 나를 실험하겠다고 한 거야?’
동현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은 그대로 삼인의 사람들에게 비쳐졌다.
가네마는 동현이 촌장을 보고 실망을 하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촌장은 감히 자신을 보고 실망하는 얼굴을 하자 기분이 상해 버렸다. 촌장의 손녀도 그런 동현을 보고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감히 닌자들의 수장인 할아버지를 두고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면 얼마나 강자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네마에게 가르침을 줄 사람이 저 사람인 것 같은데, 과연 할아버지를 무시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닌자촌의 촌장인 사스마의 손녀인 야마꼬는 동현의 실력이 진심으로 궁금했다. 촌장인 사스마는 동현의 가소로운 눈빛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금방 눈빛이 달라졌다. 사스마의 눈빛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생성되자 동현은 그런 사스마를 보기만 하였다.
가네마는 이제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두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동현님 여기 계시는 분이 닌자촌의 촌장이신 사스마님이시고, 저기 있는 여자는 야마꼬라고 촌장님의 손녀입니다.”
“반갑소. 소개를 받은 사스마라고 하오.”
“야마꼬에요.”
사스마는 조금 거만하게 고개만 까닥이는 것으로 인사를 하였고, 야마꼬는 조금 정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나는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동현은 살짝 고개만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였지만 동현이 보기에는 상대가 먼저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 자기가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스마는 동현의 인사에 솔직히 기분이 상해 버렸다.
“감히 나에게 그따위로 인사를 한다는 말인가?”
사스마의 눈에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이는 상당히 기분이 상해 있다는 표시였다. 동현 역시 그런 사스마를 보며, 서서히 내공을 돌리며 살기를 뿜어냈다.
갑자기 엄청난 살기가 자신을 향해오자 사스마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헉! 이런 살기라면…….”
사스마가 말을 이어가던 찰나 동현의 말에 막혀버렸다.
“나에게 감히 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라면, 나보다 강하다는 이야기겠지. 어디 그 실력 좀 볼까?”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보법을 이용하여 빠르게 사스마에게 접근을 하였다.
“헉! 이런 빠르기라니?”
사스마는 순간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이내 동현의 손길에 목이 잡혀 버리고 말았다.
꽈악!
“컥!”
“나에게 감히 라는 말을 할 정도의 실력도 없으면서 주제넘게 그 단어를 사용한 대가를 이제부터 받겠다.”
동현은 아직도 살기를 거두지 않고 있었기에 가네마와 야마꼬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자신들은 이런 엄청난 살기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감당을 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두려움에 욱조이고 있을 뿐이었다.
동현은 사스마의 목을 천천히 아주 서서히 부러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우드드드-
목에 힘을 주니 서서히 사스마의 눈동자에는 절망적인 눈빛을 하며 서서히 동자의 초점이 흐려져 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몸을 벌벌 떨고 있는 가네마는 동현의 행동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제…발… 제발…….’
가네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고함을 쳤다.
“동…현님, 죽이…지는 마십시오. 제…발 부탁…을 드립니다.”
가네마의 음성에 동현은 일단 계획대로 되었다고 생각이 들자 서서히 살기를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살기는 거두었지만, 그 눈빛에는 아직도 언제든지 상대를 죽일 듯하여 사스마는 감히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사스마는 사실 동현의 살기와 서서히 조여 오는 손길에 살짝 실례를 하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고 실례를 할 정도로 처음 맛보는 공포였다.
“가네마 나에게 소개를 시켜 주겠다는 사람이 이자인가?”
동현의 살기가 걷어지자 야마꼬와 가네마는 정신을 차렸고, 가네마는 동현의 질문에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동현님.”
가네마의 입장에서는 촌장을 그렇게 간단히 무력의 상태로 만드는 동현이 두렵기만 했다. 아직도 가네마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야마꼬는 아직도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기에, 소름끼치는 두려움과 공포가 담긴 눈동자로 동현을 보고만 있었다.
“나는 손님이라 생각하고 나왔는데, 너희 일본의 무예인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인사인가?”
동현의 말에 가네마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동현의 손에 사스마의 목이 잡혀 있었고, 자신의 한마디에 사스마의 목이 부러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네마는 동현이 가차 없이 상대의 손목과 발목을 자르는 것을 보았기에 더욱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동현의 손에 할아버지인 사스마가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저희가 동현님의 실력을 알지 못해 일어난 잘못이니, 이번 한 번만 용서를 해 주세요.”
야마꼬는 동현의 앞에 꿇으면서 살려 달라고 빌었다.
동현의 약점이라면 바로 여자에게 강하게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어여쁜 여자가 빌고 있으니, 더 이상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원래 목적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버릇을 조금 가르쳐 주려고 하였던 것이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심 여자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대가 반성을 하는 것 같으니, 이번만 용서를 해 주겠다. 하지만 다음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사스마의 목을 놓아 주었다.
사스마는 동현이 자신의 목을 놓아 주었지만,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한 번 맛본 공포감은 더 이상 동현을 보고 살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앞으로는 동현의 그림자만 보아도 무서움을 느끼게 될 것이었다.
사스마는 두려움에 젖은 목소리로 가늘게 동현에게 인사를 하였다.
“가…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최대한 떨지 않으려 주먹을 꽉 쥐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공포심이 목소리를 떨리게 하고 있었다.
야마꼬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주던 할아버지였는데, 오늘은 저처럼 비참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서 있었다.
강자를 따르라는 전통이 왜 생겼는지를 야마꼬는 뼛속 깊숙이 느끼고 있었다. 가네마는 야마꼬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자신이 달래 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잘못은 촌장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손녀 앞에서 더 이상 사스마를 비참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를 일으켰다.
“일어서시오. 한 단체의 장이라면 최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상대를 알아보는 안목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오. 오늘 그대의 실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는 스스로를 보고 수련에 임하시기를 바라오.”
동현의 말에 사스마는 진심으로 미안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은 촌장이라는 직책에 수련을 게을리 하였고, 무인이라는 생각을 잊고 살았기에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스마는 동현이 지금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해 준다고 생각하고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저에게 이런 깨우침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스마는 진심의 눈빛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동현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씨!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깨달음을 얻는데, 나는 왜 그런 깨달음이 없냐고…….’
동현은 사스마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얻지 못했다는 것에 더 분해하고 있었다. 역시 꼴통은 무언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속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지 겉으로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사스마의 말에 부드럽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동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자 야마꼬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뛰어난 무예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배울 것도 많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분의 옆에서 배움을 얻어야 우리 닌자들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야마꼬는 동현의 무력을 보고 재빠르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야마꼬가 가네마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도 바로 가네마의 무력이 강해서였다.
야마꼬는 닌자촌의 촌장인 할아버지가 고민하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아 왔기에, 다음 대 촌장은 자신이 가장 강한 자와 인연을 만들어 할아버지의 마음을 풀어 주고 싶어서였다.
그 뒤로 야마꼬는 가네마를 마음에 두게 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버렸다.
가네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사람을 보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동현과 자신을 엮으려고 하고 있었다. 야마꼬는 원래 닌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상대를 유혹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다.
그런 야마꼬의 마음을 모르는 가네마는 이것으로 끝이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