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가네마와 전화를 마친 촌장은 음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요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흐흐흐. 가네마 너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의 뒤를 이어야 할 것이다.”
촌장은 가네마가 강자를 만났다는 말에 그동안 대책이 없던 가네마를 통제할 수단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가네마를 사랑하고는 있었지만, 내내 냉가슴만 앓고 있었던 손녀에게 드디어 기회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자를 스승으로 모시려면 자신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그 허락을 해주는 대신에 손녀와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울 생각이었다. 손녀와 혼인을 하게 되면 닌자촌의 차기 수장은 가네마가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가네마가 강자라고 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배움을 얻게 되면, 아마도 지금의 실력보다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촌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닌자촌의 차기 수장의 문제 때문에 지금 상당히 골치 아픈 입장에 놓인 촌장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그런 골치 아픈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굴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촌장의 그런 음모를 모르고 있는 가네마는 자신의 숙소를 안내해 줄 사람을 만나 동현의 집과 그리 멀지 않는 장소에 숙소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이제 내일 촌장이 오게 되면 동현과 만남을 연결해 주고, 그 다음에 허락을 받아 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네마였다.
‘내일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가네마는 혼자 좋은 결과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동현은 집에 도착을 하자 이내 자신의 방으로 갔다.
오늘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일단 영민이 익혀야 할 무예와 가네마에게 가르쳐 줄 어쌔신의 기술을 적어 두어야 했다.
어쌔신의 기술이야 그리 어려운 것이 없었지만, 영민에게 알려 줄 무예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라 자신이 직접 해석을 해서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직접 해석본을 만들면서 입으로는 구시렁거리며 해석을 달고 있었다.
“제기랄! 내가 왜 스스로 이런 고생을 자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에구, 머리 뽀게 지겠다.”
동현은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해석하는 일이지만 상당히 힘이 드는지 구시렁거리면서도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영민에게 줄 책은 완성이 되었고, 다음은 어쌔신의 기술을 적어 나갔다.
닌자의 습성과 비슷한 기술이라 가네마가 배우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동현이 알고 있는 이계와는 다르게 현대는 마나라는 개념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동현이 얼마나 고생할지 예상치도 못할 것이었다.
현대의 무예인들도 내공을 쌓기는 하지만 사실 검기를 만드는 무예가는 알려진 인물이 없었다.
산속에서 은밀히 수련을 하는 기인들이라면 몰라도, 동양 삼국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런 사실을 아직 동현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동현의 가장 큰 실수였지만 말이다.
하여튼 동현은 자신에게 배움을 받을 사람을 위해 지금 피 터지게 준비를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에효, 이제 마쳤네.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였는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흐흐흐. 아마도 죽을 고생을 해야 할 거야.”
동현은 예전 기사단을 양성할 때가 생각이 났는지 즐거운 얼굴이 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동현은 몽둥이를 준비하려고 하고 있었다. 구타는 손맛이라고 하지만, 교육생은 손으로 해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손맛은 이미 충분히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동현이었기에, 이번에 몽둥이를 이용하여 기사단을 양성하듯이 가네마와 영민을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계의 인물들처럼, 현대인이 동현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라 갈 수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동현의 집은 아직 그대로여서 과거 동현이 무예를 익힐 때 준비해 둔 목검도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동현은 어머니가 퇴원을 하면 이사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집에 있는 짐들은 모두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내린 결론이었다. 이미 두 분에게도 그렇게 말을 하였고, 이미 허락도 받아 놓았다.
동현이 집안에 있는 물건들 중에 몽둥이로 쓸 만한 것을 고르고 있었고, 마침 구석에 놓여 있는 몽둥이를 보게 된 동현은 감격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 저 몽둥이는 내가 아비지에게 두들겨 맞던 것이 아닌가?”
과거 동현은 아버지에게 무예를 수련하라고 억압을 받으면서 정말 비참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 때 아버지가 사용하던 몽둥이였다.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동현의 입가에는 요상하다 못해 괴이한 미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흐흐흐. 기대해도 좋을 거다.”
동현의 이런 내심을 모르고 있던 영민과 가네마는 갑자기 온몸이 추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몸이 으슬으슬 춥네?”
영민은 갑자기 추위를 느끼는 자신의 몸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는 가네마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당하고 있었고 말이다.
다음 날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뜬 동현은 자신이 준비한 책을 들고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네마는 이미 동현의 집에 도착을 하여 동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현은 기분 좋게 나와 보니 가네마가 기다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이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동현은 내일 오라고 했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오라는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저도 조금 전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제가 일찍 온 이유는 바로 어제 일본에 있는 촌장님에게 연락을 하였는데, 오늘 동현님의 실력을 확인하겠다고 해서입니다.”
동현은 가네마의 말에 약간 기분이 상하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히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게다고 하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내 실력을 확인하겠다는 말은 결국 결투를 하자는 말이지?”
언짢아 보이는 동현의 말에 가네마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로 했다.
“아마도 직접 대련을 하시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한 부탁이지만 저희 촌장님과 대련을 해주십시오.”
가네마는 동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을 하였다. 가네마는 동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에 동현이 거절을 하게 되면 자신은 앞으로 동현에게 배움을 얻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절실하게 원하는 배움을 이렇게 맥없이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마지막으로 동현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알았다. 오늘 온다고 하였으니, 언제 도착을 한다고 하더냐?”
“오전에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늦어도 점심때에는 도착을 할 것입니다. 오는 시간을 감안해도 최소한 두시 정도면 이곳에 도착을 할 것으로 봅니다.”
가네마는 동현의 허락에 감격을 하는 눈빛으로 하며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그는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스승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에서는 스승은 최대한 공경의 대상이었고 감히 스승의 지시를 어기는 일은 없었다. 이는 무예를 익힌 모든 무예가의 정신이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자가 생기게 되면 모든 무예가들이 그를 외면하였다.
동현은 시각이 두시라 하니 특별히 나갈 일이 없는 오늘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알았다. 두시면 나도 시간이 되니 기다리고 있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동현님.”
가네마는 동현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인사는 그만하고 나중에 촌장인가 하는 사람과 함께 오도록 해라.”
“예, 동현님.”
가네마는 다시 한 번 동현에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동현은 자신도 무예를 익히고는 있지만, 저처럼 간절히 배움을 원하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가네마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은 자신에게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자신은 죽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 느끼지는 않았었다. 차원을 이동하며 얻은 기운 때문에 공짜로 내공이 생기고, 마법도 기연을 만나 공짜로 배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자식이 열심히 배움을 원하니, 이번에는 나도 제대로 무예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를 해 보도록 하자.’
동현의 이런 생각은 앞으로 많은 발전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지금은 몰랐다.
드드드-
동현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동현도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여보세요?”
“형님, 영민입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너 차 있냐? 없으면 지하철을 타고 와라. 어제 내가 알려 준 곳으로 말이다.”
“알겠습니다. 금방 찾아뵙겠습니다.”
영민은 사실 어제 한숨도 자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집이 생긴 일이나 일억이라는 거금을 가지게 된 일들이 모두 꿈만 같았다.
어제 자신은 가족들과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여동생과 어머니를 모시고 가전제품을 구경하며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면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어제 포장이사를 불러 오늘 바로 이사를 하기로 계약을 하였고, 잔금까지 지불을 치렀기에 자신은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살림이 많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아서였다.
동현의 집에 도착한 영민은 대문에서 다시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고 있을 때 동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안으로 들어와라.”
영민은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이내 크게 대답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예, 형님!”
영민이 안으로 들어오자 동현은 영민을 보며 어제 자신이 작성한 노트를 주었다.
“오늘은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을 모두 암기하는 것이 너의 일이다. 만약에 한 자라도 틀리면 각오를 해야 할 거다.”
동현은 영민에게 노트를 주며 스산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영민도 동현의 소름끼치는 미소에 머리칼이 쭈뼛 섰지만 힘차게 대답을 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암기에는 자신 있습니다.”
영민의 말대로 영민은 학창시절에도 기억력 하나는 좋았었다. 그래서 다른 과목은 몰라도 암기 과목만큼은 점수가 상당히 높았었다.
영민은 자신 있게 대답을 하고 노트를 받아서 펼쳐보니 안의 내용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동현은 영민의 표정을 보니 안에 있는 내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 기본은 알려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 나와 있는 내용은 모두 무예를 익히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니 그 안에 있는 내용은 하나도 빼먹지 말고 모두 외워야 한다. 이제 너도 본격적으로 무예를 익힐 생각이라면 말이다.”
영민은 무예라는 소리에 속으로 상당히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영민의 대답에 동현은 그가 책의 내용을 외울 수 있도록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최소한 공부를 하는 것인데 밖에 두고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현이 영민에게 준 내용은 모두 무예에 필요한 혈도와 그 혈도를 인도하는 방법이었고, 무예에 필요한 검술과 체술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검술은 동현이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를 정리하여 적은 것이고, 체술은 이계에서 기사들이 익히고 있는 것을 적은 것이었다. 이계라고 체술이 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영민에게 가장 적당해 보이는 것으로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영민의 입장에서는 한 개도 모르는 내용들이었기에 기억하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사람은 그래도 아는 것은 기억을 하기도 쉽지만, 전혀 모르는 내용을 기억하라고 하면 여간 힘이 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