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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21화 (21/222)

21화

성철은 자신을 따라온 수하들을 보며 지시를 내리고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역한 피 냄새가 코를 찔러 댔다. 바닥에 자욱한 피를 보고 성철도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는 주인을 잃고 나동그라져 있는 팔다리가 보였다.

성철은 속으로 울렁이는 억지로 참으며 동현과 수하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수하들을 보니 모두가 동현의 주변에 서서 대기를 하고 있지만, 이거는 군대에 입대한 신병보다 더 심하게 군기가 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나 왔다.”

성철은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자신이 왔다는 이야기만 했다. 동현이 이들을 모두 이렇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수고했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동현은 성철이 이미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에 빠져 있었기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성철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어서 와라. 너의 말대로 일본의 야쿠자가 개입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이 사건에 왜 개입이 되어 있는지가 나는 궁금하네.”

동현은 이미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듯한 얼굴을 하며 성철을 보았다. 성철은 무슨 소리인지를 몰라 하는 얼굴로 동현을 보았다.

“국회의원이 왜 이번 일에… 개입이 되어 있다는 무슨 소리야?”

성철은 정말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동현이 본 성철의 눈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흠, 이거 사건이 조금 복잡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은데, 혹시 너희 대장이 국회의원과 원한 관계라도 있냐?”

동현이 생각하기로는 전혀 그럴만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나도 모르지 보스의 개인적인 은원을 내가 알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야.”

성철은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스도 사람인데, 개인적인 일을 수하들이 모두 알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었으니 이제 뒤처리는 알아서 해결해라. 그리고 저기 보이는 놈은 이 일과 관계가 없는 놈이니, 내가 데리고 가니 그렇게 알고.”

동현이 지적한 놈은 아까 그 닌자였다.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 놈이기 때문에 이대로 두고 갔다가는 성철의 식구들이 다칠 수가 있었다.

성철은 동현이 지목한 놈을 보니 온통 검은 옷으로 도배를 한 놈이었다. 마치 은밀히 암살을 하는 놈 같아 찝찝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알았다. 다른 놈들은 내가 처리를 하고 연락을 하마.”

“그래, 나는 이제 간다. 모두 수고했다.”

동현의 말에 수하들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이들에게는 동현의 무력은 존경의 대상이었고 검은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동현은 닌자의 얼굴을 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닌자도 까딱거리는 손짓을 보고는 바로 동현의 뒤에 따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던 동현이 성철을 보며 부탁을 하였다.

“아, 그러고 나 차가 없는데, 혹시 타고 갈 차가 있냐?”

“밖에 내가 타고 온 차가 있으니, 그거라도 타고 가라.”

“그래, 알았다.”

동현은 성철의 차를 타고 가하는 말에 군소리 없이 대답을 하고는 나가 버렸다.

동현과 닌자가 사라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장내에는 참았던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철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기에 바로 밑에 있는 동생을 보며 물었다.

“형철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형님, 저분은 도대체 어디서 아신 것입니까? 세상에 살다가 저런 분은 처음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과 같이 보는 눈길과 행동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 분에게 살인은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생의 말에 성철도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장내를 보니 얼마나 이들이 공포에 떨었는지를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서 피를 치우고 여기 이놈들은 본집으로 옮겨라.”

“예, 형님.”

일부 동생들이 야쿠자들을 데리고 갔고, 일부는 열심히 잘려진 손발과 피를 치우고 있었다.

동현은 성철의 차를 타고 닌자와 함께 이동을 하고 있었다.

‘세론 너 일본말 할 줄 아냐?’

‘통역 마법을 사용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세론의 말에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쳤다.

꿍!

‘내가 점점 돌대가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당장 통역 마법을 사용해 줘.’

‘예, 마스터.’

동현은 세론의 통역 마법으로 닌자와 대화를 하려고 하였다. 닌자가 사용하는 내공법이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이계의 어쌔신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질이 달랐다.

이계의 어쌔신들은 자연을 이용하여 몸을 숨기는 기술이었지만, 이들은 아직 자연을 이용하는 경지가 되지 못해 물질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이, 너는 소속이 어디냐?”

동현의 질문에 닌자는 놀랍다는 얼굴이 되었다. 아까는 분명히 일본어를 몰라 통역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였는데, 둘이 있자 일본인처럼 발음이 정확하게 하고 있어서였다.

“저는 닌자촌에 속해 있는 이급 닌자입니다.”

“너 정도의 실력이 이급이면, 일급은 더 대단하다는 말이네?”

“아직 일급은 두 명밖에 없지만, 저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현은 닌자가 자신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말을 해 주자 신기한 눈빛으로 보게 되었다. 닌자라면 원래 정보를 상대에게 기밀로 하지 않던가?

“너네는 원래 상대에게 정보를 알려 주지 않아야 하지 않냐?”

“저희가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무슨 중요한 정보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닌자의 철칙 중에 강자의 말은 따르라고 되어 있습니다.”

동현은 닌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자를 따르는 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적을 강자로 인식하는 것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현은 일단 더 두고 보기로 하고 우선 영민이에게 전화를 하였다.

“영민아 지금 어디에 있냐?”

“예, 지금 신축 빌라가 있는 곳에 있습니다. 이 집이 마음에 들어 보고 있는 중입니다.”

“거기가 어디인데?”

“봉천역이 있는 근방입니다. 형님.”

“알았다. 지금 그리로 가니 조금만 기다려라. 도착하면 바로 연락을 하마.”

동현의 전화에 영민은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 주는 형님이었고, 가족들을 위해 집을 구입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은 영민과 통화를 마치고 바로 봉천동으로 차를 몰았다. 동현이 면허증이 있지만 솔직히 아직 운전은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부분 운전을 시켰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닌자는 동현의 운전 실력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닌자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바로 소리를 쳤다.

“야! 왜 그런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냐?”

“제 이름은 야가 아니라 가네마라고 합니다. 그리고 운전은 정말 형편없는 실력이십니다. 차라리 제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현의 가네마의 말에 바로 얼굴이 환해지며 차를 세우려고 하였다. 아직 운전이 서툰 것은 사실이라 조금 더 배워서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준다고 하니 적이라 하더라도 반대를 할 수가 없는 동현이었다.

“이제부터 운전을 해라. 위치는 내가 알려 주마.”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다른 말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통역 마법으로 알아듣고 있다는 사실을 가네마는 모르고 있었다. 가네마에게는 그저 일본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가네마의 운전으로 조금 편하게 봉천동에 도착을 한 동현은 바로 영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봉천동인데 어디로 가면 되냐?”

“그럼, 거기 역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 역 부근이다.”

“형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나가겠습니다.”

“알았다. 빨리 와라. 나 기다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니까.”

동현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를 끊은 영민은 빠르게 동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영민이 뛰어 오는 것을 발견한 동현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렇게 덩치에 맞지 않게 파닥파닥 움직이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동현은 영민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영민은 그런 동현의 차를 보고 바로 달려왔다.

“헉, 헉, 형님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알았다. 숨이나 고르고. 저기 골목으로 가면 되지?”

“헉헉, 예.”

동현은 영민이 알려 주는 길로 차를 몰았다. 신축 빌라의 앞에 도착한 영민은 가네마는 차에 둔 채, 동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영민은 일본인이 동현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원래 한국말을 알아듣는 것으로 오해를 했다.

동현은 빌라의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해 보니 집이 두 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여기는 구조가 이렇게 밖에 없는가요?”

“아닙니다. 저쪽에 지은 것은 조금 평수가 크지만 거실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사장님.”

빌라의 실장이라는 여자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거기를 한번 봅시다.”

“예. 가시지요.”

여자를 따라 안내를 받은 빌라는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마음에 드는 크기에 내부도 마음에 들었다.

“이거는 얼마나 합니까?”

“여기는 이억팔천 정도는 주셔야 해요.”

“현찰로 계산할 거니, 해 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에요.”

동현은 실장이라는 여자와 더 이상 흥정을 하고 싶지 않아, 인상을 쓰며 조금 강하게 밀어붙였다. 실장은 현찰이라는 소리에 대번이 얼굴이 달라졌다.

“그럼 현금이라면 이억오천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동현은 가격이 이제야 제대로 나온 것 같아 바로 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갑시다. 바로 계약을 하겠소.”

동현의 말에 실장은 환해지는 얼굴을 하며 맘이 바뀔 새라 발 빠르게 계약서를 쓰기 위해 움직였다. 빌라는 사는 사람은 보통 대출을 끼고 사는데, 이번 손님은 대출도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산다고 하니 이번에는 제법 수익이 생길 것 같았다.

동현은 빌라에 대한 모든 금액을 전부 현금으로 계산으로 하고 바로 등기를 바꿔 달라고 하였다.

“계산은 다 했고 등기는 언제 됩니까?”

“등기는 최대한 빠르게 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영민이 앞으로 등기를 하고 바로 이사를 하자.”

동현의 빠른 결정에 영민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은 아까 본 작은 집을 생각했는데, 동현이 와서는 커다란 집을 사 주니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을 보고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퍽!

“윽!”

“인마 정신 차려, 이제 계약은 끝났고 당장 이사를 하려면 안에 가구가 있어야 하니, 오늘 온 김에 필요한 가구하고 전자제품을 사자.”

“형님, 다른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영민은 너무도 미안한 생각에 다른 것을 사 준다고 해도 더 이상은 받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없이 살아 본 경험이 있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잔소리하지 말고 이사할 때 필요한 물건이 무언지 생각해 봐라.”

“아닙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형님.”

영민은 진심으로 더 이상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을 보며 품에서 수표를 꺼내 주었다.

“이거를 받아라. 앞으로 집에 들어갈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니, 미리 지급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계약금이니 알아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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