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동현의 냉정한 판단에 내심 기분은 상했지만, 영민은 실지로 자신이 실력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실력을 한눈에 알아보는 동현의 말이 솔깃한 것은 사실이었고 말이다.
부족한 실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는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가족들이 있어서 형님의 말씀을 따르기가 힘듭니다.”
영민에게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집에 있었고, 그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선뜻 동현의 말을 따를 수가 없었다.
동현의 영민의 말을 듣고는 화가 났다. 자신이 동생 하나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 인간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열이 받게 하고 있었다.
“야! 새끼야 내가 동생 한 명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냐?”
동현의 화난 얼굴에 영민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 대답을 하였다가는 바로 주먹이 날아 올 것만 같아서였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영민이 입을 열었다.
“형님 저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면 무조건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영민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대답이었다.
동현은 처음부터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영민의 태도에 열이 받기는 했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휴우, 화는 나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너의 마음 때문에 그냥 참기로 하고 우선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냐?”
“예, 지금 봉천동에 살고 있습니다.”
“힘드냐?”
동현의 질문에 영민은 사실대로 대답을 하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월세로 달에 삼십만 원을 주고 지하방에 살고 있습니다. 동생도 내년이면 대학에 가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러면 작은 빌라라도 있으면 되겠네. 그리고 생활비로 한 달에 이백만 원이면 되냐?”
동현의 말에 영민의 눈은 커지고 말았다. 빌라를 사 주고 한 달에 봉급으로 이백만 원이면 어머니와 동생은 걱정 없이 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 그렇게만 해 주시면 제가 목숨을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영민도 건달 생활을 하면서 조직에 있지만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혜택을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 동현이 자신에게 이런 은혜를 베풀어 준다고 하니 감격을 하고 말았다.
사실 건달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화려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지로 내적으로 보면 대부분이 힘들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직이라는 것도 대가리급이 되어야 형편이 좋아지지, 그렇지 않으면 항상 돈에 쪼들리며 살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럼, 내가 전화를 할 테니 너는 준비해라. 바로 나하고 나가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영민이 나가자 동현은 바로 성철에게 전화를 했다. 영민을 자신이 데리고 가려면, 조직에 속해 있는 성철의 도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난데, 여기 청담동에 있는 영민이를 내가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조치를 해 줘. 이번 일에 필요해서 그래. 그리고 앞으로 조직에서 영민이는 빼 주고.”
동현의 뜬금없는 부탁에 성철은 무슨 소린지 몰라 했다. 하지만 조직원 중에 한 명을 달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알았다. 조직원 한 명은 내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니, 최대한 이번 사건을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알았으니 너무 걱정하지마라. 걸리기만 하면 되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동현의 말대로 걸려야 어찌해 보기라도 하는 일이라 성철도 보챌 수는 없었다. 최대한 지원을 하기로 하였기에 영민은 문제는 빠르게 처리가 되었다.
동현은 영민과 함께 이동을 하게 되었고, 영민에 대해 자세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영민은 나이가 이제 24살이었는데, 군대를 제대한 지 이제 일 년 반 정도 되었다. 군에 가기 전에 이미 조직에 속해 있었고, 아직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제대를 하고도 청담동에 있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청담동에서 영민이 받는 돈은 겨우 오십만 원 정도의 돈이었기에 항상 돈에 쪼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나이도 있고 실력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고대 무예 중에 일부를 전수해 줄 생각이었다. 내공을 모두 전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내공을 익히는 방법은 전해 주어도 될 듯싶었다.
동현이 알고 있는 내공운영법은 모두 세 가지였다. 그중에 사문의 내공은 안 되니,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전해 주려고 하였다.
한 가지는 군에 군부에서 사용하는 것이었고, 한 가지는 일반 무예를 익히는 무예가들이 사용하는 내공법이었기에 동현은 무예가들이 사용하는 내공법을 영민이에게 주려고 하였다.
내공법과 지금 가장 영민에게 필요한 무예를 알려 주면, 빠르면 일 년 정도 지나면 조금 쓸 만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물론 동현이 내공을 익히는 것에 도움을 주었을 경우에 한해서이지만 말이다.
“영민아, 청담에 연예인들이 왜 자주 출입을 하는 거냐?”
영민은 동현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형님. 청담동에 있는 가게에 출입하는 연예인들은 인맥을 쌓기 위해 오는 것입니다. 그중에 인맥을 만들기 위해 몸을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안면을 익히기 위해 오는 사람입니다.”
“흠, 연예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네?”
“예, 연예인들이 출입을 하게 되면, 정치인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오려고 합니다.”
정치인이라고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었고, 결국 그들도 여자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여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은밀히 관계를 가지려면 연예인들이 그들에게는 가장 적당한 먹이로 보였을 것이다.
동현은 연예계가 생각보다는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겉모습 속에 이런 썩은 고름이 있다고 생각하니, 만정이 다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물론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의 연예인이라고 해도 그런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연예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 기분이 더러워지니 말이다.”
동현이 인상을 쓰며 말을 하자 영민은 바로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너 당장 집을 알아봐라. 우리가 하는 일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우선 너희 집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을 하도록 하자.”
동현은 약속을 했으니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에, 바로 영민의 집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였다. 자신에게는 그만한 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혀…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봉천동은 가격이 비싸니 다른 지역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봉천동이 발전을 하여 이제는 제법 집값이 올라 있어 하는 말이었다.
“돈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집 문제를 해결해라. 돈은 내가 줄 테니 말이다.”
동현은 직접 집을 사 보았기 때문에 봉천동이라고 해도, 그리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던진 말이었다. 영민은 동현의 말에 진심으로 감사를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우선 빌라가 나온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너무 큰 거는 말고 적당한 거로 알아봐라. 커 봐야 청소한다고 고생만 한다.”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동현은 영민에게 일을 지시했고, 영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동현은 영민이 떠나고, 다시 똘마니와 함께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다른 움직임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동현은 다시 대치동을 향해 이동을 하였고, 차에 앉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형님 누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냥 모른 척하고 이동을 한다.”
미행을 하는 것을 보며 일단은 눈치채지 못하게 그대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미행이 붙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배신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기에, 동현은 배신자를 가장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동현은 바로 성철에게 전화를 했다.
“난데 지금 우리를 미행하는 차가 있다. 아마도 내가 움직이는 길을 알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누가 배신을 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하겠다. 배신자가 없이 이렇게 동선을 파악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동현의 말에 성철도 인정을 하게 되었다. 실지로 동현이 움직이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는데, 벌써 상대가 그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가까운 곳에 배신자가 있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냐?”
“우선 나를 미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조사를 해 주고 그 뒤에 누가 있는지를 캐 봐.”
동현은 성철에게 가장 필요한 움직임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알겠다. 바로 조치를 취하마.”
성철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바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동현의 작전이 성공을 하면 이때부터 강남 조직의 강력한 반격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성철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있었다.
동현은 미행을 하는 차량에 대해 상세하게 성철에게 설명해 주었고, 천천히 대치동을 향해 가고 있었다.
대치동의 입구에 도착을 하자 갑자기 한 차량이 미행을 하는 차를 받아 버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꽝!
“우리는 그냥 간다.”
동현은 이미 사고를 낸 차량이 누구 차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대로 이동을 하였다. 어차피 저들은 자신이 이동하는 장소를 알기 위해 따라오는 것이라, 실질적인 배후를 알아보기에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측되어서였다.
동현이 대치동의 가게에 도착을 하자 주변의 기운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이미 포진을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후후, 이제 시작인가?’
동현은 자신을 기습하기 위해 와 주기를 기다렸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져 기분이 좋아졌다. 가게의 입구에는 조직의 조직원들이 나와 정중하게 동현을 보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실 동현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일단 위에서 내린 지시라 따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가자.”
“예.”
동현은 지켜보는 자들을 생각해서 말을 던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이 사라지자 주변의 그림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세기파의 보스급이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숨어 있다가 이제 나온 것을 보니, 아마도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모두 긴장해야 할 거다.”
“일단 습격조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하고 사라진다. 습격조에 연락해라.”
이들은 한국말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어색한 것이 외국인 같아 보였다.
동현은 안에서 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연락을 하여 안에는 검이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오랜만에 만지는 검에 동현은 조금은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습격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성철이 준비를 해 준 방탄복도 입고 있었다. 동현도 아직 총에 대한 방비는 없었고, 현실에서의 자신의 실력이 총알을 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방탄복을 두말 않고 입은 것이다.
세기파의 정예들이 안에 대기를 하며 기습에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철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동현은 가장 선두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기감에 잡히는 인물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라. 모두 죽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고.”
동현의 말에 조직원들은 모두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싸움을 하는 일에 너무 긴장을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적절한 긴장은 오히려 도움을 주기에 내뱉은 말이었다.
조직원들 중에 일부는 전투를 하기도 전에 손에 축축한 땀이 흐르고 있었고, 수시로 솜에 땀을 바지에 닦고 있었다.
꽝!
“모두 공격하라!”
가게를 습격하는 조직이 어느 조직인지는 모르지만, 동현이 보기에는 한국말에 아직 어설픈 것이 성철의 말대로 일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발음이 달라서 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모두 준비해라.”
“예.”
조직원들은 적의 기습에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손에 들고 있는 연장에 힘을 주었다. 동현은 공격을 시작한 적을 보며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모두 쳐라.”